참나무반과 함께한 마이산의 한나절

[채송화]

참나무반과 함께한 마이산의 한나절

이용미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과 ‘식당 개 삼년이면 라면을 끓인다.’는 우스개 말이 있는데 마이산 근무 8년째인 난 무엇을? 하는 생각은 하찮은 풀 한포기, 발에 부딪는 돌멩이 하나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 같은 강박관념을 갖게 할 때가 있다. 그 이완작용을 위해 욕심을 부렸다. 참나무반의 마이산 돌아보기에 합류하기.

낯선 얼굴과 익은 얼굴이 반반인 회원들과 사무실에서 차 한 잔으로 인사를 나눈 후 처음 만난 나무가 바늘잎에서 비늘잎으로 개량된 가이즈까향나무. 언뜻 보면 측백나무 잎과 비슷하기도 한데 향나무 본성을 확연히 나타내는 부분이 있어 구분이 가능하다. 개량을 한 일본인 이름이 가이즈까라 붙인 이름이라고. 잎이 긴 잣나무와 비교되는 우리나라 특산식물 섬잣나무의 짧은 잎은 조경수로 많이 심는다는 것을 아파트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증명이 된다.

마이산 도로변에 심어져 4월 중순께 눈꽃 되어 휘날리는 벚나무는 한꺼번에 소진시키는 에너지로 인해 수명이 짧아 안타까운 나무. 전지를 해서는 안 되는 나무로 부득이 해야 할 경우 벤 자리에 약품처리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수명단축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나무. 순간의 눈부심을 위해 겨우내 부풀려온 봉우리가 가지 끝에서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수피에 가로줄과 기공이 눈에 띄게 발달한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금당사에 이르자 간략한 해설을 부탁하는 회원이 있다. 오늘의 근무자 박선생을 지목했으나 숲 공부하는 날이니 다음으로 미루자며 사양한다. 그래야 할 것 같아 더 권하지 않고 느티선생님의 건너편 산수유 설명으로 이어진다.

생강나무와 같은 시기에 같은 색, 비슷한 모양새로 피어나는 꽃.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인가 가까이 심어져 있는 듯하면 산수유, 자생한 듯하면 생강나무. 꽃이 하나하나 피어있으면 산수유. 뭉쳐있으면 생강나무. 수피가 너덜너덜하면 산수유. 매끌매끌하면 생강나무. 생강나무 꽃은 차로, 잎은 고기와 싸서 먹어도 좋고, 옛날에 산수유 한 그루는 대학생 하나를 만든다고 할 정도였다는데 지금도 그럴까?

금당사에 대해 짧은 해설을 한다면

먼저 금분을 입힌 지붕을 보며 그래서 금당사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1백퍼센트 정확한 답은 아니지만 틀린 답은 아니다. 백제시대 고찰이라고 전해지는 이 사찰이 이곳에 자리한 것은 조선 숙종 때다. 그 동안 몇 번의 중건을 거듭했는데, 예로부터 사찰의 창건이나 중건은 주지스님의 영향력이 제일 크다는 전제하에 지금의 모습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현재 단청을 잘 한다는 네팔인 인부들이 작업 중이기에 완공 후엔 어떤 모습이 될지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건물의 형태보다는 옛 호남의병 중 스님으로는 유일하게  대원스님이란 분이 참가했다는 사실과 우리 진안군의 보물 2점 중 한 점(괘불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보호각을 짓기 전까지 현재는 경남 양산 통도사에 임시 보관 중) 그 괘불탱은 우리나라 사찰들이 갖고 있는 많은 괘불 중 경남 양산 통도사 괘불과 충남 부여 무량사 괘불과 더불어 3대 괘불로 알려졌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을 듯 하다. 크기는 가로가 약 5m 세로가 약 9m로 다른 곳의 괘불과 큰 차이는 없지만 예부터 가뭄에 내 걸고 기도를 하면 반드시 비가 내리는 영험함이 있다고 전해진다.

금당사 안내도 앞 미니화단에는 원예종 틈나리와 수선화가 심어져 있다. 봄꽃은 지고 말면 그뿐, 잎은 시들어 내년 봄까진 잡초 밭이 되고 만단다. 그것을 보완하려면 계절별로 여러 종의 꽃을 섞어 심거나 가을화초를 심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작년에 보았던 그 자리에 산자고와 남산제비 그리고 길마가지 꽃이 피어나는 언덕에 올랐다. 올해도 산자고 깔끔한 잎 사이에 가는대 올라와 단정한 꽃망울 봉긋이 맺히거나 피어나고 남산제비 작은 꽃 수줍은 듯 고개 숙인 모습으로 피어 있다.

분홍색과 노란색이 살포시 겹쳐 보이는 길마가지 꽃은 가는 줄기에서 피어나기보다 하늘을 날다가 잠깐, 살짝 앉아 쉬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잎이 노루발 모양이라 붙여진 상록초본 노루발도 마른 잎 사이에서 고갤 내미는데 무심코 밟으며 오른 언덕에 수없이 돋아나는 잎과 꽃들을 보고나니 내려오는 발길이 조심스럽기만 하다.

탑의 그림자가 비치는 방죽 탑영제 옆길의 물오리나무는 스스로 환경에 맞추는 가지치기로 아래 부분이 매끈하고 그 뒤의 죽은 나무에 동그란 구멍은 딱따구리가 사슴벌레를 먹기 위해 뚫은 것이란다.

수피가 유난히 지저분한 물박달나무를 지나 자주색 여러 잎이 겹쳐 여기저기서 뾰족뾰족 돋아나는 풀잎, 보라색 꽃이 피었으면 금방 알았으련만 알 듯 알 듯 하면서 알 수 없는 풀은 구술붕이. 느티선생님 옆에서는 고민이 필요 없는 것을.

달리기 경주를 시켰는데 갈 때까지 달려간 갈대가 멈춘 곳은 바닷가. 그래서 갈대가 서식하는 곳은 물가. 달리다 말고 뿌리내려버린 달뿌리는 물에서 조금 빗겨난 곳, 억세게 말 안 듣고 산으로 오른 억새의 서식지는 그래서 산속. 얼마나 재미있고 기억하기 쉬운 비유인가.

마이산에 특히 많은 독일가문비나무와 비슷한 전나무의 차이점은 잎을 뗀 자리가 매끄러우면 전나무, 까칠하면 독일가문비나무, 잎 끝에 맺히는 열매가 장미문향은 독일가문비, 봉우리면 전나무, 척 봐서 가지가 위로 뻗어 보이면 전나무 아래로 쳐지면 독일가문비나무.

탑사주차장에 도착했다. 엊그제 탑사와 은수사 사이 언덕에 무리지어 피어난 현호색을 멀리서만 보았기에 오늘은 가까이서 보려 했는데

달리 급히 볼일은 단체증명사진을 마지막으로 미리 내려와야 했다.

오순도순 재미있을 참나무반에 불청객으로 행여 방해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랬다면 너른 마음의 양해를 구하며 함께 한 시간 오래도록 잊지 않으려 너절하게 기록해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쇠뜨기]

이러케 정리해주셨으니 방해군이 아니라 보조교사시네.

[느티]

금당사 해설과 함께 숲해설을 정리하셨군요. 참나무반 회원님들 채송화님 덕분에 복습 잘 하셨죠? 채송화님 감사 ^^*

[지리산아이]

커피, 복습, 금당사 해설까지(그날 제가 해설 부탁했드랬습니다만)... 공부 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민영]

생강나무와 산수유 확실히 알고 갑니다. 늘 헛갈려 대왕이랑 우기기도 했거든요...^^

[달래]

채송화님 보구시퍼요...^^;; 언제 한번 볼 수 있을까요? 담에 참나무반 수업을 마이산에서 또 하면 그 때는 내가 갈수 있어요. 글면 채송화님도 꼭 나오시는 거예요~ㅎㅎㅎ

[채송화]

모두모두께 감사! 달래님 근데 왜 참나무반이예요? 자운영반으로 오셔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