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시발 자동차를 아십니까?
씨발 택시가 아니라 시발 택시니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시발 택시는 1955년 국내에서 최초로 출시된 자동차인 시발 자동차로 영업했던 택시를 말한다.
1955년에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를 만들었다? 6·25 전쟁(1950~1953)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은 해에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를 만들 기술력이 있었을까?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는
현대에서 만든 '포니1'이 아니었나? 많은 이들이 '포니1'은 알아도 '시발 자동차'는 모를 듯 싶다.
그럼 '시발 자동차'는 어떤 자동차였을까?
시발 자동차
우선 왜 하필 이름이 시발인지부터 살펴보자. 여기서 시발은 처음 시(始), 필 발(發)로
우리나라 자동차의 시발점(다른 말로 출발점)이 되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6·25 전쟁이 끝난 폐허 속에서 자동차 정비업을 하던 최씨 3형제(최무성, 혜성, 순성)가
엔진과 변속기는 미군 지프에서 가져왔고 차체는 드럼통을 펴서 만들었다.
지금의 상식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공법이다. 드럼통을 펴서 차체를 만들다니 말이다.
드럼통 몇 개를 펴야 차체를 완성할 수 있을까? 드럼통 하나 피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이런 제조 방식 때문에 시발 자동차는 1대 생산하는 데에 4개월이 걸렸다.
① 국내 최초
그럼 왜 시발 자동차를 국내 최초의 자동차라고 부르는 걸까?
비록 미군 지프에서 가져온 엔진 부품이지만 그걸 그대로 사용한 게
아니라 공작 기계로 깎아서 사용했기 때문이다.
국산화율이 약 50% 정도 된다고 하니 상당히 커스터마이징이 많이 된 듯 싶다.
그 이후로 우리나라의 고유 모델인 '포니1'이 나오기 까지는 21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정리해보면, '시발 자동차'는 국내에서 최초로 만든 자동차가 되고, '포니1'은 국내 최초의 국산 모델이 된다.
'포니1' 이전의 자동차는 외국 모델을 가져와서 조립한 것이었다.
참고로 삼륜 자동차(바퀴가 세 개인 자동차)가 더 오래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삼륜차가 등장한 건 1960년대 초부터다.
② 성능
당시 미군 지프에 사용하던 엔진은 4기통 1,323cc 엔진이다.
현재로 치자면, 경차와 소형차 사이 정도 되는 엔진이다.
이 엔진으로 만든 시발 자동차의 최고 속도는 80km/h 정도였다고 한다.
고작이라고 생각할 지 몰라도 당시는 1955년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이다.
21년 뒤에 나온 '포니1'도 엔진은 국산 엔진이 아니었다.
최초의 국산 엔진은 '알파 엔진'이다. 순수 국내 기술로만 만들어진 건 아니고 영국과 함께 공동
개발한 엔진이긴 하지만 외국의 엔진을 가져와서 쓴 게 아니라 독자 개발한 엔진인 건 맞다.
그게 1991년의 일이고, 이 엔진이 최초로 적용된 모델이 바로 당시에는
국산 스포츠카로 명성을 날리던 스쿠프 되겠다
③ 가격
시발 자동차가 나온 1955년에는 "식사는 하셨냐?"는 게 아침 인사일 정도로
끼니를 거르는 사람이 흔했던 시절이다. 그런 시절에 자동차를 누가 살까 싶지만 그 당시에도
부자들은 있기 마련인지라 부자들이 아니고서는 살 수가 없었다. 그럼 시발 자동차는 얼마에 판매가 되었을까?
출시 당시에는 8만 환 정도였다. 8만 환이 어느 정도 되는 금액인지 감이 안 온다.
당시 8만 환은 쌀 90 가마니(1 가마니는 80kg) 정도 수준이다. 계산해보자.
요즈음 쌀 1 가마니 가격이 16만원 정도라고 가정하면, 16만원 X 90 = 14,400,000원 정도다.
근데 재밌는 건, 처음에 출시될 때는 인기가 없다가 1955년 10월 광복 10주년 기념 산업박람회에서
최우수상과 대통령상을 차지한 게 기폭제가 되어 인기가 올라갔다.
출시 1년 뒤인 1956년에는 택시 회사들이 시발 자동차에 관심을 가지면서 가격은
출시 가격의 4배 가까운 30만 환까지 올랐던 것. 이 때문에 시발 자동차를
싸게 사서 마진을 남겨 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된 시발계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시발 택시
원래 천막에서 만들던 시발 자동차는 인기에 힘입어 주문이 쏟아졌고
(1대 제작하는데 4개월이나 걸리니 밀릴 만도 하다.) 계약금으로 공장까지 인수하여
국제차량제작 주식회사로 탄생하게 된다. 그 판매에 많은 역할을 담당했던 건 영업용 택시 덕분이었는데,
이 택시를 '시발 택시'라 부른다.필자는 제주도에 갔을 때, 세계 자동차 제주 박물관에
들러 전시된 시발 택시를 직접 봤다. 실제 시발 택시는 드럼통을 펴서 만들었기에
외형에서 드럼통을 편 흔적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하는데 전시된 시발 택시는
현재의 기술로 만들어졌는지 외형이 반듯하다. 재밌는 건 시발 택시의 로고다.
시발을 '시-바ㄹ'로 표기해둬서 '시바르'로 읽히기 쉽다. 그래도 이 때문에
국내 최초의 자동차가 시발 자동차라는 걸 한 번 보면 잊어먹지는 않을 듯 싶다.
세계 자동차 제주 박물관에 전시된 시발 택시
첫댓글 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