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철원과 경기 연천 민통선 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확진 된 야생멧돼지들이 발견되면서 지난 13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지점의 5㎢ 이내는 감염위험지역으로 지정하여 멧돼지의 이동을 차단할 수 있는 철책을 설치하고, 5㎢ 밖부터 30㎢ 이내는 위험지역으로 구분하여 포획틀(10개)과 포획트랩(120개)을 설치하기로 했다. 그리고 30㎢ 밖 300㎢ 이내는 집중사냥지역으로 구분하여 멧돼지 이동저지방안이 마련 되는대로 총기포획에 들어가기로 하고, 남양주, 가평, 춘천, 양구, 인제, 고성, 의정부 등 이북 7개 시군에 있는 멧돼지는 전면제거를 목표로 바로 집중 포획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발표 이후 농식품부는 국방부, 환경부, 산림청, 지자체, 민간 엽사 등의 협조로 11~12명 규모의 민관군합동포획팀 70~80개를 꾸려 어제(15일)부터 멧돼지 집중 사냥에 들어갔다.
2014년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병한 폴란드도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야생멧돼지를 대량 학살을 한 바 있으나 확산 저지에 실패, 오히려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 폴란드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간 약 1백만 마리의 멧돼지를 학살한 결과 야생멧돼지의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정 건수가 2015년 44건에서 2016년 678건, 2018년 3,300 건으로 급증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멧돼지 사냥을 중지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 폴란드의 대학 및 국립연구기관 소속 과학자들은 야생멧돼지 사냥을 할 경우 1) 전염된 멧돼지들이 겁을 먹어 더 많이 움직이고, 2) 사냥꾼의 총에 맞아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멧돼지가 피를 흘려 그 피로 주변 환경이 오염되면 새로운 전염의 원인이 될 수 있고, 3) 효과적인 오염제거 방안 없이 사냥을 할 경우 오히려 사냥꾼에 의해 바이러스에 오염된 피의 접촉도와 노출이 더 높아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8년 벨기에의 월롱에서 야생멧돼지 두 마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진된 이후, 월롱 정부는 발생지점 630㎢ 넓이의 구역 내 사냥을 금지시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번 야생멧돼지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진 이후 농식품부가 이북 7개 지역 야생멧돼지부터 집중사냥지역 내 멧돼지 전면 몰살을 주문한 것은 야생동물의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결여 된 행정 편의적 사고의 결과이자 보여주기식 대응을 하는 것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행정구역 경계선을 따라 확산되지 않으며, 무조건적 사살이 확산을 막는 확실한 방법 또한 아님을 농식품부는 알고 있을 것이다.
서울이북지역 인천·경기·강원녹색당은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1.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수입 돈육의 불법 유통(외국 식료품 판매업소, 식당, 우편물 등)에 의해 발병했을 가능성을 조사하라. 2. 오염 지역을 드나드는 사람의 이동 경로를 조사하라. 3. 확진 농가를 드나드는 가축, 사료, 분뇨 차량의 이동 경로와 농가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적재 장소에 대한 차단방역과 소독조치가 적절히 취해졌는지 점검하라. 4.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폭락한 사례(감염된 고기 유통 가능성)를 검토하라. 5. 바이러스가 사료를 통해 전파될 가능성을 조사하라.
농식품부는 어제(15일)부터 48시간동안 실시 계획이 내려진 “야생멧돼지 사살 작전”과 이후 실행계획을 지금 당장 중지하고 이미 아프리카돼지열병을 겪은 유럽국가의 선례를 살피고, 국제수역사무국(OIE)이나 유럽식품안전부(EFSA)에서 제시한 기준 등을 적용하여 최소한의 희생만으로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을 막을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한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을 막기 위해, 그리고 더 많은 돼지와 농가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건 보여주기 쉬운 대응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이다. 발병 원인과 전파 경로를 정확히 찾는 것만이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