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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신작 장편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
“하느님, 도대체 왜?”인간의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변서
“하느님, 도대체 왜, 그러셨습니까?”
이 질문은 현실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절망에 부딪히거나, 정말 열심히 선하게 살아온 사람이 불의로 사고로 사망하거나 할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 절로 터져나오는 탄성이다.
세상을 살면서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특히 신(神)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 조차 어떤 때는 정말 신(神)이 존재하는 것인지, 신이 존재한다면 그 신은 악의 편에 서 있는 것인지 회의를 느낄 때가 많다.
공지영의 장편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는 바로 이런 반항적이면서 인간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여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나간다.
28세 청년이 신부의 삶을 살겠다고 베네딕도 수도회에 입문한다. 수도원에는 동갑내기의 수사가 들어왔다. 주인공 정요한, 미카엘, 엔젤로,- 세 청년 수사들은 어떤 사유로 수도원에 들어왔는지 처음엔 몰랐지만, 저마다 사랑과 정의, 신에 대한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하고, 때론 수도원마저 세속과 다를바 없음에 답답함을 느낀다. 사회정의를 모른채 하고 신부로 산다는 것도 결코 바람직한 삶이 아니다라는 방황속에서, 결국 미카엘과 엔젤로는 규율을 어기고 함께 나갔다가 뺑소니 교통사고로 끔찍한 주검이 되어 수도원으로 돌아온다. 동료를 잃은 정요한 수사는 충격을 받는다.
“왜? 왜! 대체 왜?”
소명을 받고 온 청년들이 잠시 외도를 했다고 이렇게 무참한 죽음을 보게 한 신에 대한 원망이 최고조에 이른다.
정요한 수사는 수도원을 떠날 생각을 한다. 나가면 무얼 할까? 할머니의 냉면집에 가서 일을 배운다? 생각이 복잡했다. 그때 마침, 할머니가 보고 싶어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수도원에 1주일 휴가를 청하는데, 거의 누워 생활하는 80세 고령의 토마스 수사님의 유언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청년시기에 독일에서 한국땅으로 선교사로 온 토마스 수사는 1950년 전란을 겪는다. 무참한 고문과 죽음을 당한 동료 선교사들, 정요한 수사가 그랬던 것처럼, 그 당시 토마스 수사도 "왜! 대체 왜!' 를 부르짖었다. 그런 그가 감옥에 있다가 독일로 송환돼 목숨만은 건졌지만, 그는 다시 죽음이 판 치는 한국땅으로 돌아왔다.
휴가를 받고 나온 정요한은 할머니로부터 처음으로 할아버지 이야기를 듣는다. 그것은 61년전 아버지 탄생 비화와도 관련되어 있었고, 요한이 신부가 되길 간절히 바라는 할머니의 소원과도 관련 있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는 흥남부두철수작전이 배경이 된다. 피난민을 싣는 빅토리호에 승선을 돕던 할아버지는 최후 순간에 어린아이 둘을 사다리에 올리고, 본인은 흥남부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1만4천명의 피난민을 실은 빅토리호 상선에서 1950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날 태어난 아기가 요한의 아버지였다. 그 당시 할머니는 핏덩이 아이를 안고 서로 만난지 1년 반 밖에 안되는 남편을 잃게 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주님 꼭 이렇게 하셔야 했습니까? 꼭 이 방법이어야 했습니까? 왜죠? 왜" 탄식했다.
요한은 세번째 사람을 만난다. 미국 뉴른 수도원의 마리너스 수사님이다. 뉴튼 수도원은 더 이상 젊은 수사가 없고 인수해 줄 곳을 찾던 중이었다. 마리너스 수사는 바로 요한의 아버지가 태어난 빅토리호 선장이었다. 그는 한국인 요한이 그 배에서 태어난 아이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또다시 기적이 일어났다'며 기뻐했다, 61년전 전란속에서 희망을 찾기 어려웠던 한국에서, 뉴튼 수도원을 인수하러 왔기 때문이다. 여기서 요한은 해답을 찾게 된다.
소설이 주는 결론은 이것이다.“사랑하니까”사랑하기 때문에 고통을 주고, 이별을 주고, 죽음을 준다. 이해할 수 없는 이런 귀결은 어처구니 없지만, 이 소설을 읽게 되면 그것이 어처구니 없는 것이 아니라, 감동을 주고 성찰하는 삶의 자세를 갖게 해준다는 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김용필>
■ 소설의 모티브가 된 흥남부두 철수작전
메러디스 빅토리호 미국 상선
이 사건은 61년 전인 1950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일어난 이 사건으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도 한다.
6.25전쟁 발발로 죽음의 도가니가 되어 버린 한반도, 북한군에 의해 대구 부산까지 밀리던 남한군은 UN군 개입으로 그 해 9월 서울을 탈환하고 이북으로 전진 백두산, 두만강까지 이르렀지만, 중공군 개입으로 유엔군은 12월 15일 철수작전을 감행(敢行)한다. 이것이 바로 흥남부두 철수작전이다.
유엔군은 함경남도 함흥시 흥남부두를 통해 열흘간 모든 군수물자를 배에 싣고 거제도까지 철수할 계획을 세웠다. 주민 9만1000여 명과 군인 10만5000여 명, 차량 1만7500여 대, 화물 35t을 193척의 상선·군함에 싣고 부산·거제로 대피시킨다는 철수작전이다. 선박 대부분이 부산으로 갔지만 마지막으로 흥남부두를 떠난 메러디스 빅토리(Meredith Victory)호는 피란민 1만4000여 명을 싣고 사흘 만에 거제 장승포항에 도착했다. 빅토리호에서는 이른바 ‘김치 1~5’로 이름붙여진 다섯 명의 새 생명도 태어났다.
이는 지난 5월 23일 유천업(60) 거제 해금강박물관장이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소개한 내용이다.
빅토리 호는 7.600ton 규모 미국 상선으로 2.000여명이 정원이었지만 7배에 해당하는 14.000명을 승선시켜 현재까지 배 한척에 최대 규모의 사람을 실은 것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와 있다고 한다. 중요한 사실은 빅토리 호가 기네스북에 도전하기 위해 이 일을 벌인 것이 아니라. 피난민의 생명을 한 명이라도 더 구제하려는 카톨릭 신자인 레너드 라루 선장(당시 28세)의 의지로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다.
맥아더 사령부는 당초 군 병력과 장비만을 철수할 계획이었지만 국군이 피난민을 철수시켜야 한다며 강력하게 요청을 했다. 미 10군단장 아몬드장군은 이 요청에 대해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지만 정찰기를 타고 몰려든 수많은 피난민들을 보고 마음을 바꾸었다. 무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피난민들의 생명이라 판단한 것이다. 아몬드장군은 배에 선적된 무기를 바다에 버리고 몰려든 피난민들을 배에 태우라고 지시했다.
@동포세계신문(友好网報) 제307호 2013년 12월 27일 발행 동포세계신문 제307호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