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밤을 들다 외 1편
박영화
숨길 것 없는 밤
하늘 한가운데를 비워
환한 얼굴 하나를 올려두었다
가득 찼다는 말이
이토록 쓸쓸할 수 있구나
어디에도 흘러내리지 못한 빛이
지붕 위에 고이고
말 끝에 맺히고
돌아오지 않는 이름 위에 닿았다
당신은 늘 그렇게
완전해진 순간에 떠났고
나는 이유를 묻지 못한 채
한동안
이 둥근 밤을 들고 서 있었다
바깥, 모란꽃 다시 필 때
푸른 밤 숲 한가운데 잠긴 눈으로 서 있으면
숲을 흐르는 달빛의 소리가 들린다
지금, 나비의 어깨쯤에서
봄, 무던히도 찬란한 춤을 본다
이런 날
입술에 휘파람을 얹는다
문득
모란꽃이 잃어버린 향기를 찾아주고 싶다
봄이 가고 여름 가고
흰 꽃들이 떼 지어 날면
어느새 노란 혈관의 30℃로
봄은 다시 오겠거니
벚꽃 상냥해지는 5cm로 폴폴,
그대처럼
오시겠거니
침묵 속에 잠들어 있는
푸른 숨, 숲, 밤
깨지 말아라
아직은 그대가 너무 멀어서
나는 위태로운 까치발에 서툴다
바닥을 모르는 슬픔이 레테의 투숙객처럼
기억을 잃고서야, 그대는 처음 본 손님처럼 환하게
나의 잠긴 눈으로 길을 내어 올 것이니
---애지사화집 김선옥 외, {꽃밥}에서
충남 서산 출생,
2023년 《애지》 등단
시집 『조금 오래』
서산문학예술연구소 사무총장
이메일: bluestar1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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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화의 둥근 밤을 들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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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16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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