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알프스를 등반하던 독일인 부부에 의해 발견된 5300년 전 얼음인간은
단층촬영을 통하여 화살을 맞고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가죽옷을 입고 구리도끼, 활, 화살 등을 가지고 있었다.
유럽 고대인의 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준 셈이다.
알프스는 인류전쟁사의 중심이었다.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오늘날의 튀니지)와 로마제국은
기원전 3세기 중엽에서 2세기중엽까지
200년에 걸쳐서 3차례나 큰 전쟁을 치른다.
역사가들은 이 전쟁을 포에니 전쟁이라 부른다.
로마에 당한 패배를 기필코 복수할 것을 맹세한 카르타고의 희망이었던
한니발은 역사상 가장 대담한 군사행동을 감행했다.
기원전 218년 3월 로마군의 예상을 뒤엎고 80마리의 코끼리까지 포함된
대부대를 이끌고 스페인을 출발, 이탈리아로 향했다.
한니발은 알프스를 넘으면서 수천의 병력과 코끼리와 말이
추위와 산악부족의 격렬한 저항으로 목숨을 잃고 보병의 절반,
기병의 2/3 그리고 단지 몇 마리의 코끼리를 이끌고 알프스를 넘었다.
신의 채찍이라 불릴 정도로 잔인하게 유럽을 유린했던 훈족의 지도자 아틸라는
동로마제국의 모든 요새와 군대를 짓밟았고
서기 452년 알프스를 넘어 밀라노와 파비아를 점령하고
로마제국의 유서 깊은 도시 아퀼레이아(오늘날의 우디네)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로마진입을 눈앞에 둔 그는 교황 레오 1세와 만난 뒤 홀연히 이탈리아를 떠났다.
서기 410년 서고트왕 마라리크가 로마를 약탈한 직 후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일 때문에 로마입성을 꺼렸다고 전해진다.
1494년 프랑스가 최첨단대포를 동원해 이탈리아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이탈리아 전쟁과 마찬가지로 52년의 짧은 생애동안
프랑스 역사에 수많은 업적을 남겼던
나폴레옹을 황제로 만들었던 결정적인 계기도 알프스를 넘는 원정이었다.
“내 발밑에서 먹구름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자니 걱정스럽기도 하고 황홀하기도 했다.
이따금 물결치듯 밀려가는 구름사이로 산봉우리 하나가 툭 튀어나오기도 했다.
마치 천지창조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세상 밖에서 만물을 관망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히말라야 8,000m급 고봉 14좌를 모두 올랐고
에베레스트 무산소단독등정 등 실로 놀라운 업적을 남긴 라인홀트메스너가
낭가파르파트 단독등정 때의 느낌을 적은 글이다.
만년설아래 펼쳐지는 알프스의 영봉들은
누구나가 라인홀트메스너가 느꼈던 그 감동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알프스의 영봉 아래 서면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느끼게 되고
그 장엄함에 희열하고 온 몸을 휘감는 아름다움에 전율한다.
알프스는 산을 뜻하는 켈트어, 백색을 뜻하는 라틴어가 어원으로
“희고 높은 산”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알프스산맥은 지중해 연안을 시작으로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를 거쳐 오스트리아까지
무려 1,200km에 걸쳐 활모양으로 펼쳐져있다.
헤아릴 수조차 없는 산들과 그 사이에 보석처럼 빛나는 호수를 품에 안은
150개나 되는 4,000m급 봉우리가 펼쳐내는 파노라마는
야, 와, 캬라는 탄성만 지를 뿐 더 이상 표현할 방법이 없다.
“향수”라는 시를 남긴 월북작가 정지용은 청마 유치환의 안내로
통영 미륵산에 올랐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통영포구와 한산도 일대의 아름다운 풍경을 내 문필로 표현할 능력이 없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한없이 그리운 풍경 때문에 꿈엔들 꿈엔들 잊힐리야였다.
알프스의 봉우리들 중 가장 높은 곳은 몽블랑(4,807m)이다.
하얀산이란 뜻의 몽블랑은 프랑스의 남동쪽 끝에 있다.
거대한 계곡이 품은 몽블랑 샤모니마을은 매년 여름이면
180만명이 넘는 외지인들이 찾고 있다.
에퀴유 뒤마디(3,842m) 전망대로 가는 케이블카를 타기위해서다.
이 봉우리를 올라야 수없이 많은 뾰족한 바위봉우리들 사이에 우뚝 솟은 몽블랑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몽블랑을 볼 수 없었던 날,
억울하다는 분위기 때문에
치즈를 녹여 딱딱한 빵을 적셔먹기 시작했다는 퐁뒤는
왜 그렇게 맛이 없던지...
지금껏 만나보지 못한 신이 빚어낸 걸작품들이 펼쳐지는 알프스의 백미는 역시 스위스다.
알프스 최초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융프라우지역은
융프라우(4,158), 묀히(4,107m), 아이거(3,970m)의 위용이 장엄하게 펼쳐지는 곳이다.
처녀라는 뜻과 어깨라는 의미가 결합된 융프라우요흐 철도역(3,454m)까지 가는 산악열차는
알프스의 산이 온몸을 휘감는 듯한 느낌을 얻는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 융프라우요흐역에 내리는 순간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
22km나 되는 알프스에서 가장 긴 알레취빙하 때문이다.
알레취빙하 20m아래에 있는 얼음궁전,
불과 25초 만에 108m높이로 올라가는
스핑크스전망대에서 만년설과 빙하의 세계를 만나는 순간
“세상에”라며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다.
호수의 도시 루체른과 가장 가까운 필라투스(2,123m),
세계 최초의 회전식 공중케이블카로 정상까지 이동하는 티틀리스(3,020m),
007여왕폐하대작전 촬영지이자 200개가 넘는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파노라마전망을 즐길 수 있는 360도 회전 레스토랑
“피츠 글로리아”로 유명한 쉴트호른(2,970m),
구름 위 식사로 유명한 브리엔 로테른(2,351m),
멘델스존, 빅토르 위고 등이 찾았고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다녀간 이 후
산의 여왕이란 명성을 얻은 리기(1,797m) 등
가봐야 할 곳은 너무도 많지만 평생 단 한 번이라면 무조건 체르마트다.
스위스인들은 체르마트를 스위스의 영혼이 깃든 곳이라 부른다.
3,000m이상의 봉우리 53개, 4,000m 이상의 봉우리 29개.
총 82개의 고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져있는 장관을 볼 수 있는데다가
슈텔리호수, 그린드예호수, 그뤼엔호수가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오고
리펠제호수에 반영된 마테호른(4,478m)의 풍경을 만나는 순간,
숨 막히는 그 절경에 넋을 놓아버리게 된다.
열심히 일한 당신 평생 잊지 못 할 여행을 꿈꾼다면 무조건 알프스로 떠나라!
그림 같은 풍경 속으로 들어가 신이 되는 순간
내가 이 곳을 오지 않았다면 얼마나 후회했을까하고 느끼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 스위스의 취리히까지는 비행기로 13시간 40분 걸린다.
글_장 순 복 여행칼럼니스트 대륙항공여행사 대표,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 문화유적답사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