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셸 Seychelles, 마헤섬 순백의 해변으로
와일드 아프리카로 허니문을 떠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직은 생소할 세이셸은 인도양에 있는 섬으로 마다가스카르 북동쪽에 위치하였으며, 무려 115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가장 큰 섬이 우리나라 거제도의 절반 밖에 안될 만큼 작아서 모든 섬 면적을 다 합쳐봐야 얼마 되지 않지만, 섬들이 멀리까지 퍼져 있어 영해 면적은 엄청나게 넓다.
유럽에서는 럭셔리 신혼여행지로 매우 잘 알려진 나라이지만, 우리나라와는 냉전종식 전까지 수교가 단절되어 있어 그닥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 근래에 윌리엄 왕자가 신혼여행을 다녀왔고,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 전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기 위해, 베컴 부부가 결혼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얘기가 들려오면서 우리나라에도 그 관심이 슬슬 커지고 있다. 한국에는 관광청과 영사관이 생긴지도 채 10년이 되지 않아 아직 다녀 온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한번 그 곳을 본 사람들은 그 어디에서도 본 적없는 독특한 아름다움에 반해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115개의 섬 중 가장 주요한 섬은 3개로, 크기가 가장 큰 섬이자 수도가 있는 마헤Mahe, 기네스 북에 오를 만큼 아름다운 해변을 보유한 프랄린Praslin, 그리고 내셔널 지오그라피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영예 1위로 등극한 라디그La Digue 이다. 그외에 작은 섬들은 섬 전체가 프라이빗 리조트여서 럭셔리한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이 주로 찾고, 또 몇몇 섬은 허가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자연 보호 구역인지라 희귀 동식물을 보고 싶은 이들을 불러 모은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3개의 주요섬을 둘러 보았는데,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볼거리가 제법 되는지라 10일을 꼬박 보내고도 세 섬 전체를 구석 구석을 둘러보진 못했다. 오늘은 그 중 가장 큰 섬 마헤의 주요 해변을 소개해 보겠다.
보발롱 해변 Beau Vallon Beach
보발롱은 세이셸의 가장 큰 섬, 마헤Mahe의 가장 긴 해변으로 곱고 하얀 모래가 끝없이 펼쳐져 있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따라서 고급 리조트는 물론 크고 작은 호텔들과 비교적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들이 밀집해 있다. 덕분에 마헤섬의 다른 지역보다 물가가 살짝 비싼편이기는 하나 편리한 점도 있어서 우리도 숙소를 이곳으로 정하게 되었다.
인터넷 지도에서는 공항에서 보발롱 해변까지 22분이면 도착할 거라고 했지만 현지 교통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계산이었나 보다. 익숙치 않은 왼쪽 운전은 둘째치고, 양방향 각 1차선인 좁은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해오거나 앞 차가 갑자기 도로를 반쯤 걸치고 주차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가끔 도로변에 간이 상점이 생겨나기도 한다. 이러다보니 해변까지 40분이 걸려 도착했는데, 여유를 즐기러 온 휴가 였으므로 사실 상관은 없었다. 단, 예약 등으로 시간이 정해져 있다면 예상 시간보다 두배 정도 걸릴 것을 계산하고 넉넉하게 일찍 움직이도록 하자.
우리만의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보발롱 동쪽 끝의 작은 해변들로
보발롱의 좋은 점은 그 어떤 구역도 리조트나 호텔의 프라이빗 비치로 귀속되어 있지 않고 모두에게 열려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숙소는 보발롱 해변의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흰 모래 해변 위에 게들만 돌아다니는 한적하고 자그마한 해변을 마주하고 있었다. 아직 진짜 보발롱 해변까지 가지도 않았건만 숙소 앞 해변의 곱고 고운 하얀 모래와 푸른 바다가 너무나 예뻐서 자리를 뜨고 싶지가 않았다. 맨발로 밟는 모래의 느낌은 생크림 케익 위를 걷는 것 같았고, 발끝에 닫는 옥색의 물은 미지근한 수프로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새벽에는 이 작고 예쁜 해변이 모두 내 것인 양 하염없이 앉아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사실 보발롱 동쪽 끝, 나무 아래 숨겨져 있는 작은 해변들은 대낮에도 사람이 없다. 해변이 길지는 않지만 수영하고 피크닉 하기에는 충분한 공간이다. 게다가 나무와 화강암들로 자연스레 구역처럼 나뉘어 있어 우리 일행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안성맞춤인 곳. 세이셸 주민들도 가족 단위로 작은 해변을 차지하고 앉아 피크닉을 즐기는 것을 종종 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진짜 보발롱 해변으로 가보자.
해변 가까이 다가가자 사람들이 많아지고 경쾌한 음악이 들려온다. 야자수와 활엽수가 작지만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고 레스토랑들이 중간 중간 자리잡고 있다. 보발롱 동쪽 끝의 작은 해변들이 프라이빗 비치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곳은 정통 휴양지의 분위기가 난다.
그렇다고, 사람이 가득한 그런 해변을 상상하면 안된다. 세이셸의 좋은 점은 그 어느 곳에도 인파가 몰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섬이 여러개인데 모든 섬 곳곳에 흰모래로 덮인 아름다운 해변들이 잔뜩 있어서 인파가 한곳에 몰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중 온화한 기후 덕분에 딱히 성수기라는 개념도 없다. 사시사철 골고루 관광객이 분배되므로 언제나 한적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으로 뒤덮인 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보발롱 해변은 긴 해변과 아름다운 물빛, 스노클링과 다이빙 포인트로 유명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하늘이 구름에 덮여 있어서 특유의 짙은 코발트 빛의 바다를 보지는 못했다. 투명하리라 믿었던 물도 센 바람과 슬쩍 지나간 소나기 덕분에 모래가 떠 올라 탁해져 있었다. 물이 맑을 땐, 조금 깊은 곳으로 수영해 나가면 스노클링을 할 수 있는 산호초도 있댔는데 오늘은 그날이 아닌가보다. 뭐, 그래도 한적하게 물놀이를 즐기기엔 손색이 없었다. 수온도 약 30도 정도로 따뜻해서 장시간 물놀이에도 추위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밤이 되면 수많은 별들로 뒤덮인 하늘에서 남반구의 별자리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로네항 해양 국립공원 Port Launay Marin National Park
보발롱 해변이 예쁘긴 하지만, 이 정도는 다른 나라에서도 본것 같다고? 사실 그것이 우리가 느낀 보발롱이었다. 너무 예쁘긴 하지만 꼭 세이셸까지 오지 않아도 볼 수 있는 풍경들. 그럼 이곳은 어떠신지? 세이셸만의 독특한 화강암이 수려하게 서 있는, 마헤섬 북서쪽에 위치한 포트 로네 해양 국립공원이다.
우리가 여행하는 대부분의 섬들은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화산섬이거나 산호초가 융기해 만들어진 산호섬인 반면, 세이셸의 주요 섬들은 오래 전 대륙에서 분리되어 만들어진 화강암 섬이다. 따라서 거친 화산석이나 산호석 대신, 오랜세월 바다에 의해 맨들맨들해진 화강암들이 섬을 뒤덮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을 이루고 있다.
마헤섬 북서쪽에 위치한 이 해변은 해양 국립 공원으로 수도 빅토리아에서 약 40분 정도가 걸린다.
그러나 그 풍경은 세시간이 걸린다해도 갈만한 가치가 있을 만큼 아름다왔다.
유리같이 투명한 물과 웅장한 화강암 절벽들, 그 사이에서 운치를 더하는 야자수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는 세이셸인데, 이곳은 그 순위에도 없건만 이미 우리들의 호흡을 멎게할 만큼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은 사람 눈에만 멋져 보이는 것이 아닌가보다. 이곳에서 자주 눈에 띄는 얼룩말 비둘기Zebra Dove 한 마리도 길가에 서서 풍경 구경에 여념이 없다. 얼룩말 비둘기는 인도양 전역에 두루 서식하는 비둘기로, 한국 비둘기 보다 작고 가슴팍에 얼룩말처럼 검고 흰 줄 무늬가 있다.
화강암의 멋진 바위 해변을 지나 계속해서 북쪽으로 올라오면 갑자기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한다. 바로 이곳이 로네항 해양 국립공원의 입구로, 하얀 모래가 화사하게 펼쳐져 있는 해변가에 주차장이 있다. 이곳은 보발롱보다 훨씬 더 북적였는데 외국 관광객은 물론 주말에는 내국인들도 즐겨찾는 장소인 듯 하다. 콘스탄스 오펠리아라는 대형 리조트가 해변가에 위치하고 있지만 따로 해변을 리조트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아서, 공용 해변 뿐만 아니라 리조트 쪽으로 가서 마음껏 해변을 즐길 수 있다. 덕분에 사람이 많아도 부대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곳에는 밀물과 썰물이 있어서 물이 들어오면 넓은 해변이 감촉같이 사라져 버리니, 물 때를 체크해 기왕이면 썰물 때 순백의 보드라운 해변을 최대한 즐기도록 하자.
이곳의 좋은점은 해변에서의 물놀이는 물론, 스노클링을 하기에도 좋다는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산호 군락이 있는데, 썰물 때는 해변에서 10미터도 안되는 곳에, 밀물 때는 20-30미터쯤 되는 곳에 위치한다. 물이 별로 깊지 않아서 밀물 때도 산호초가 있는 곳의 깊이가 약 2-3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단, 이곳은 모래가 엄청 가늘다보니 비가 온 후에는 모래가 떠올라 시야가 별로 좋지 않다.
아까 화강암 바위들이 있던 곳 처럼 크리스탈 같은 투명도를 기대했건만, 아쉽게도 모래사장 주변은 시야가 꽤 탁한 편이었다.
해변 끝까지 걸어가면 바위들이 있는데 이곳에서부터 천천히 물 안쪽으로 따라 들어가보자. 흰 모래층을 지나면 수초들이 자라고 있는 지역이 나타나고, 이를 지나면 다시 흰 모래와 함께 모래처럼 새하얀 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다. 수많은 하얀 물고기들이 햇볕에 빛나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리고는 드디어 산호초 군락이 나타났다. 그 사이사이를 메우고 있는 색색의 크고 작은 열대어들… 세이셸은 더이상 말이 필요 없는 아름다운 바다를 가졌다.
서쪽 바다의 특권, 아름다운 일몰.
아름다운 해변과 바닷속, 그리고 일몰까지… 진정 이곳은 모든것을 다 가진 최고의 해변인 듯 하다.
Information
세이셸 가는 법
한국에는 아직까지 직항이 없다.
태국, 홍콩, 두바이, 아부다비, 나이로비 등에서 갈아타고 가야하는데 비행시간은 약 14시간 정도로 유럽과 비슷하다.
언어
바스코다가마가 발견했을 당시에는 무인도였으나 이후 프랑스, 영국이 차례로 점령하며 플랜테이션을 운영하기 위해 아프리칸 노예와 중국, 인도인 노동자들을 고용하였다. 이로 인해 다민족 문화가 형성된 셈이다. 그 중 프랑스의 영향을 크게 받아 아프리칸 고유 언어와 프랑스어가 섞인 크레올이 일반적인 언어가 되었다. 현재는 영어, 프랑스어, 크레올어가 모두 정식 언어로 채택되어 있고, 국민의 대부분이 3개 국어를 모두 구사한다.
화폐
세이셸 루피를 사용하나, 관광지의 경우 유로도 사용 가능하다.
렌트카 여행 팁
• 관광으로 유명한 곳이니만큼 대부분의 큰 렌트카 회사는 모두 들어와 있다.
직원들이 서류를 꼼꼼히 살펴 보지 않으니 렌트하는 본인이 나중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잘 확인하기 바란다.
• 운전은 왼쪽으로 하고 도로는 산길인 경우가 많다. 난간도 가로등도 없는데 도로로 사람들이 걸어다니니 밤 운전은 특히 조심할 것!
• 도로가 많지 않아서 GPS가 필수는 아니지만, 도로 표지판이 없거나, 있어도 울창한 열대 나무에 가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자세한 지도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 이동 시간을 느긋하게 잡아야 한다. 도로 사정상 고속도로 같은 이동은 불가능.
세이셸 스노클링 팁
세이셸 섬들에는 딱히 보트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스노클링을 할 만한 곳이 많이 있다. 개인 장비가 있다면 가지고 가고, 그렇지 않다면 리조트나 호텔, 다이빙 샵에서 일 단위로 대여하기도 한다. 단체 투어가 아니라 개인으로 스노클링을 나갈 때는 물때를 확인해서 기왕이면 물이 적당히 빠져 있을 때 가는 것이 편하다. 햇살이 꽤 세니 주의해야 하고, 해변에 안전 요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 이니 조류와 파도 높이 등을 잘 확인해서 개인 안전에 신경 써야 한다.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정말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