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다고 놔두다간 큰코 다칩니다… 아르헨·칠레 ‘비버 대란’
[서유근의 지구 반대편]
나무 갉는 설치류 비버, 한국서도 친숙한 캐릭터
모피 얻으려 들여왔다가 산림 황폐화 年 900억원
우수아이아(아르헨티나)=서유근 특파원
입력 2023.11.10. 03:00
업데이트 2023.11.10. 09:16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티에라델푸에고주 산림의 한 개울에 비버가 나뭇가지로 만든 댐이 설치돼 있다. /서유근 특파원
아르헨티나 최남단 티에라델푸에고주(州)는 한여름에도 평균기온이 영상 10도에 불과하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찾아간 이곳의 주도(州都) 우수아이아 근처 숲에는 스산한 공기가 깔려 있고, 멀리 눈 덮인 산이 펼쳐져 있었다. 발아래를 보니 잘린 나무 기둥들이 널브러져 곳곳이 황폐했다. 잘린 가지들은 톱 같은 인간의 도구가 아니라 무언가에게 갉아 먹힌 듯했다.
범인은 설치류 동물 비버다. 비버는 강한 이빨로 나무를 갉아 쓰러뜨리고, 강으로 옮겨 나무 댐을 만들어 그 안에서 산다. 또 나무 안쪽의 연한 속살을 먹어치운다. 이 같은 특성을 지닌 비버가 무분별하게 번식해 남미 대륙 최남단 산림을 대규모로 황폐화하고 있다. 한국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던 만화 캐릭터 ‘잔망 루피’ 모델로 친숙한 비버가 이곳에선 생태계 파괴자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잔망 루피
잔망 루피
비버는 본래 미국, 캐나다 등 북미 토착종이다. 1946년 남미에 처음 유입됐다. 가죽을 활용해 모피 산업을 일으킬 목적이었다. 비버는 가축화할 수 없어 자연에 풀어 번식시키고 몸집이 커지면 덫으로 사냥하는 정책을 세웠다.
하지만 이 일대는 사냥 문화가 없었고, 막상 금전적 이득도 크지 않아 주민들은 비버를 방치했다. 북미와 달리 남미에는 곰, 늑대, 독수리 같은 비버의 상위 포식자도 없었다. 비버는 곧 왕성하게 번식하기 시작했다. 처음 수십 마리를 들여온 지 70여 년이 지난 남미 남부에만 현재 10만~15만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버는 갉아 먹어서 나무를 없앨 뿐 아니라 가지를 쌓아 만든 ‘비버 댐’ 때문에 물이 차올라 주변 나무가 대량으로 썩기도 한다. 북미 지역 소나무는 5년 정도면 다시 자라지만 이 지역에서 자라는 너도밤나무, 코아규 등은 자라는 데 수십 년이 걸린다. 비버가 파괴한 자생림은 회복하기 어렵다.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만 비버가 각각 최소 연간 7000만달러(약 915억원)의 경제적 피해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뒤늦게 비버를 유해 외래종으로 규정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지원을 받아 ‘비버 사냥꾼’을 투입해 퇴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을 기점으로 퇴치 프로젝트가 중단됐고 연간 70만~100만달러에 이르는 퇴치 비용 문제 등으로 산림 황폐화는 계속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티에고델푸에고주에 서식하는 비버. /아르헨티나 환경지속가능개발부
아르헨티나 티에고델푸에고주에 서식하는 비버. /아르헨티나 환경지속가능개발부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비버
아르헨티나
칠레
우수아이아
티에라델푸에고
파타고니아
우수아이아(아르헨티나)=서유근 특파원
우수아이아(아르헨티나)=서유근 특파원
국제부 부에노스아이레스 특파원
기사 전체보기
많이 본 뉴스
“엉뚱한 답변 말라” 유력 대선후보 트럼프에 호통친 판사
“엉뚱한 답변 말라” 유력 대선후보 트럼프에 호통친 판사
환경시위대가 길 막자... 차에서 내려 권총 탕 탕, 2명 사망
환경시위대가 길 막자... 차에서 내려 권총 탕 탕, 2명 사망
귀엽다고 놔두다간 큰코 다칩니다… 아르헨·칠레 ‘비버 대란’
귀엽다고 놔두다간 큰코 다칩니다… 아르헨·칠레 ‘비버 대란’
100자평14
도움말삭제기준
100자평을 입력해주세요.
찬성순반대순관심순최신순
내부총질 개준석
2023.11.10 10:54:07
우리나라도 민주 하마스가 태양광 한다고 나무를 마구 없애버렸는데...
답글작성
90
0
토오루
2023.11.10 08:25:14
테레비에서 재미있는 생태로 소개되기도 하는 비버,, 재미 이전에 여러가지 피해를 남기는 고약한 존재 이구만. 아직은 강건너 일 이지만, 모피가 좋다고 화근까지 들여오는 우는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답글작성
65
0
김재현
2023.11.10 09:31:18
나도 비버나 뉴트리아나 같은 설치류이고 생긴것도 비슷한데 우리나라에서는 하나는 유해종이고 하나는 아닌게 이상하더만 ,, 우리나라 야생에 있고 없고의 차이일뿐,,똑같은 넘들이었네..
답글작성
38
0
Musou
2023.11.10 11:00:15
우리나라 야당, 더불어망한당과 똑 같네. 겉보기는 멀쩡한데 하는 짓이 국가를 황폐화시키는 본성은 비버와 완전 일치.. 비버는 자연의 일부라 면책이라도 되지만 더불어 망한당은 두고두고 대한민국의 폐악이다.
답글작성
12
1
조선일보대기자
2023.11.10 10:37:19
호주는 토끼, 여긴 비버, 우린 리트리버
답글작성
4
0
more4more
2023.11.10 12:21:30
기후 변화로 홍수를 막으려면 강을 자연으로 되돌려야 한다. 영국에는 예전에 직선으로 만들었던 강을 곡선으로, 강둑을 없애 범람하도록 하고 습지를 늘이고 있다. 과도한 비버가 문제이고 포식자가 없다면 포식자도 들여가야 한다. 곰, 늑대, 독수리 같은. 포식자는 피식자가 없으면 줄어든다. 무엇이 선동인지 모르겠다.
답글작성
2
3
yk0708
2023.11.10 11:27:51
그래도 귀엽네
답글작성
2
2
Garden
2023.11.10 15:19:11
우리는 더불어노란 봉투 해충들 철저히 박멸 해야 합니다.
답글작성
1
0
철옹성
2023.11.10 13:33:51
유성오입뇌물범과 많이 유사하게 생겼잖아?
답글작성
1
0
아르메니안
2023.11.10 11:55:09
비버댐은 팔목굵기의 나무들로 만들어졌다. 뚱뚱하고 작은 체구로 나무를 오르지 못하니 나뭇가지를 자를수 없고 그저 입목상태의 어린 나무들을 베어 끌고간다....다자란 큰나무를 넘어트리면 숲에도 이로울테지만 그일은 비버에게 무리다. 어른나무는 그대로 두고 어린나무만 베어내는건 숲건강에 해롭다. 그렇다고 사람이 큰나무를 베어 넘어트리고 비버전용의 식당을 열어 나뭇가지가 다할때까지 삼시세끼를 해결하라 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답글작성
1
2
pop
2023.11.10 15:23:12
저거 정력제나 약으로 쓰인다고 해놓고 중국이나 한국장사치들 불러서 해결해라...
답글작성
0
0
바로봐
2023.11.10 14:22:44
배스와 블루길 뉴드리아를 수입해서 사육하자고 한 자는 이미 퇴직했겠지. 깊이 살피지 않고 즉흥적으로 판단하여 대한민국에 큰 해악을 끼친 자는 공개 사과하라. 앞으로도 이런 외래종을 함부로 양식을 위해 수입하는 따위의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10년 가까이 소수의 농가에 양식을 맡겨보고 시장성 등을 실험한 후에 결정할 일이다.
답글작성
0
0
DXYB
2023.11.10 14:20:47
한국에서는 나이 많은 나무가 탄소동화작용을 적게 한다면서 산의 나무를 아예 몽땅 까 버리더라. 분명히 누군가의 이권이 개입된 정책인데, 산은 벌거숭이가 되었지만 책임자는 없더라. 저 동네는 비버가 니무가지를 갉아 먹어도 책임을 논하는데, 한국은... 산을 아예 다 까버리는 인간은 정체를 꼭꼭 숨겨 놓고 있다
답글작성
0
0
야호신난다
2023.11.10 11:39:24
유튜브 보니 착한 거 같던데
답글작성
0
3
많이 본 뉴스
1
[단독] 서울 사수 제1군단장에 기갑 병과 출신 임명…창군 이래 처음
2
“엉뚱한 답변 말라” 유력 대선후보 트럼프에 호통친 판사
3
후임자 인선 개입 못하는데....공수처장, 차장과 후임 논의 문자 논란
4
이준석·금태섭 같이 만난 김종인 “두 사람, 함께 할 수밖에 없을 것”
5
민주, 이재명 수사 검사·이동관 탄핵안 철회…“30일 다시 발의”
6
검찰, ‘허위 인턴 등록’ 윤건영에 벌금 500만원 구형…“반성 기미 없어”
7
“질식할 지경” “공산당 같아”… 野 비명계 탈당 시사 잇따라
8
오남매 둔 대통령실 외교비서관 “여섯째는 입양하려고요”
9
환경시위대가 길 막자... 차에서 내려 권총 탕 탕, 2명 사망
10
한동훈, 野 ‘탄핵안 철회·재발의’ 추진에 “사사오입 떠올라”
오피니언
정치
국제
사회
조선경제
스포츠
건강
컬처·
스타일
조선
멤버스
DB조선
조선일보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개인정보처리방침
앱설치(aos)
사이트맵
Copyri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