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_사랑과운명_(13편)
● 아침 낭군 얼굴에 부인 연지가 가득..
'뜨거운 新婚' 글로 묘사
조선시대 이안중 노골적 표현
더울때나 추울때나 상관없이
서로 얼굴 비비며 밤새 사랑
결혼한 사람들은 신혼의 일 년을 가장 열심히 사랑하고,
또 가장 열심히 싸운 한 해로 기억한다. 전혀 다른 가정에서 살아온 남녀가 만나 함께 생활을 꾸리니, 처음 발맞춰 가는 한 해는 서로 새로운 모습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또한 결혼 전 아무리 열심히 사랑한 사이라 하더라도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 사랑할 기회가 많아졌으니 그 열정 또한 달랐을 것이다.
전통시대의 신혼부부도 그랬다. 이안중(李安中·1751~1791)은 고대의 노래를 흉내 내어 신혼의 즐거움을 일 년 열두 달로 아름답게 묘사했다.
음력 4월에는 아름다운 봄과 어우러진 사랑하는 이를 향한 눈빛을 읽을 수 있다.
“온 숲에 꽃이 다 졌는데, 당신만 누각에 계시네요. 한 가지에 머무른 붉은 꽃잎”
이라고 표현한다.
5월에는 장에 가는 남편에게 비단 적삼과 흰 도포를 지어 입히고는, 장에 가서 흰 둥글부채를 선물해 주겠지, 하며 기대감을 적었다. 한창 더운 7월에는 서로를 견우, 직녀에 빗대 바라만 봐도 기쁘다고 노래한다.
“긴 강 물가를 살피러 나가니, 당신은 견우가 되어 오시네요. 나는 직녀가 되어 가서, 서로 만나니 밤이라 사람도 없네요. 하늘 위의 일은 알지 못하지만, 당신이 보이니 오늘은 기쁘네요.”
8월이 되자 옷을 짜고 있는 아내를 방해한다. 신혼의 신랑이 옷 짜는 아내를 왜 방해할까? 뜨거운 여름이 돼도 신혼부부의 사랑은 더위와 상관없이 계속 알콩달콩하다는 것이다.
“귀뚜라미 서늘한 문에 울어, 내가 베틀에 앉으려 하는데, 다시 나를 오라 부르시니, 당신은 제 말 좀 들어보세요. 겨울옷 재촉하면서도 옷 짜는 것 방해만 하시나요.”
신랑의 로맨틱한 사랑의 메시지는 가을이 되자 더욱 무르익는다. 아내에게 국화꽃을 선물하고 그 꽃을 수놓은 아내에게
‘진짜 꽃은 아내인데 국화꽃만 수놓았다’고 농담을 던진다.
전통시대 사랑꾼도 이렇게 달콤한 메시지를 전했다.
“일부러 내 방 앞에다가, 당신이 한 떨기 국화꽃 심어, 내가 수놓을 때 보게 하기에, 아침에 한 송이 수놓고 나니, 당신이 갑자기 와서 보고는, ‘진짜 꽃이 없어졌네’ 농을 하시네.”
차디찬 음력 11월에는
“오늘 추위 몹시도 심하여라. 원앙 이불이 얇아 쌀쌀하기에 밤새 당신과 안고 자다가 고개 돌려 당신에게 말하네, ‘옆집에 사는 아낙네, 혼자 자면 얼마나 추울까?’”라고 이웃 아낙네를 걱정한다. 시를 읽던 필자는 “그래, 나는 춥구나!”하며 움츠리게 만든다.
12월 이 부부는 추위에도 더욱 뜨거운 사랑을 표현한다. “오늘 밤 촛불 켜지 않았더니 낭군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향긋한 숨소리만 듣다가 아침에 거울 보고 하는 말, ‘어찌하여 뺨에 바른 연지가 낭군 얼굴에 가득 묻었나요?’”
부인의 얼굴에 바른 연지가 어째서 아침에 낭군의 얼굴에 가득 묻었을까? 겨울의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들은 서로 얼굴을 비비며 밤새 사랑을 나눴던 것이다.
겨울을 따뜻하게 보낸 그들은 봄을 맞는다. 신랑이 꽃을 꺾어 신부에게 견주니, 신부가 신랑에게 꽃을 질투하며 이렇게 노래한다. “예쁜 꽃을 꺾어다가 나와 함께 거울에 비춰 보시네. ‘꽃이 정녕 나에게 미치지 못하지요. 설령 꽃이 나보다 낫다 한들, 꽃이 당신을 위해 베를 짤까요, 꽃이 당신을 위해 밥을 해주나요?’”
(문화일보ㆍ하은미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