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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는 뜻으로, 잘못이 있으면 즉시 고치라는 말이다.
過 : 허물 과(辶/8)
則 : 곧 즉(刂/7)
勿 : 말 물(勹/2)
憚 : 꺼릴 탄(忄/12)
改 : 고칠 개(攵/3)
출전 : 논어(論語)
君子不重則不威, 學則不固.
군자는 신중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고, 학문을 익혀도 견고하지 못하다.
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충과 신으로 중심을 삼으며, 자기보다 못한 자를 벗으로 삼으려 하지 말고,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
- 논어(論語) 학이(學而)
논어에는 잘못(過)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君子之過也, 如日月之食焉.
군자의 허물은 마치 해와 달이 일식이나 월식을 일으키는 것과 같아서 누구나 다 보게 된다.
人皆見之. 更也, 人皆仰之.
그러나 그것을 고친다면 사람들은 모두 우러러보게 된다.
- 논어(論語) 자장(子張)
小人之過也, 必文.
소인은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이를 꾸며서 얼버무리려고 한다.
- 논어(論語) 자장(子張)
過而不改, 是謂過矣.
잘못이 있는데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고 한다.
-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
노나라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제자 중에서 누가 학문을 좋아하는가를 물었다.
有顔回者好學, 不遷怒, 不貳過, 不幸短命矣. 今也則亡.
안회(顔回)가 학문을 좋아했습니다. 화를 옮기지 않고, 같은 잘못을 재차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불행히도 단명으로 죽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 논어(論語) 옹야(雍也)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는 잘못 했다면 바로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는 뜻이 된다.
개인의 행동이나 가정사에서나 모두 마찬가지이다. 정치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고치려는 사람을 탓할 사람은 없다. 과오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항상 과오를 범하고도 이를 고치려 하지 않는데에 있다
공자는 사람은 잘못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이 더 큰 허물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허물을 고치는 데 꺼리지 말라고 말한 것이다.
잘못이 있는데 고치기를 주저하면 같은 잘못을 다시 범할 위험이 있고 잘못은 또 다른 잘못을 낳을 수 있으므로 잘못을 고치는 데 꺼리지 말고 즉시 고치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이 말은 논어(論語) 학이(學而)편에 나온다.
공자는 일찍이 군자의 수양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君子不重則不威(군자부중즉불위)
學則不固(학즉불고)
군자는 중후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어 학문을 해도 견고하지 못하다.
主忠信(주충신)
無友不如己者(무우불여기자)
過則勿憚改(과즉물탄개)
忠과 信을 주장으로 삼으며, 자기보다 못한 자를 벗으로 삼으려 하지 말고,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
공자는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군자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으로 내세웠다.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은 군자는 잘못을 범하였을 때 모든 사람이 이를 알 수 있도록 고쳐야 한다고 하였다.
공자가 가장 신뢰하고 있던 제자 안회(顔回)에 대해서는 옹야편(雍也扁)에서 과불이(過不貳)라 하여 높이 평가하고 있다.
위(衛)나라의 재상 거백옥(莒伯玉)은 그 어진 성품과 100세의 장수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는 공자와도 친교가 있었는데, 이 거백옥에게서 어느 날 사자가 왔으므로, 공자는 자리를 권하고 거대인의 안부를 물었다.
사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른께서는 허물을 적게 하려고 애쓰십니다만 아직 허물을 적게 하는 일이 잘 안되고 있습니다.
사자가 돌아가자 공자는 그 사자를 칭찬해 마지 않았다. 거백옥의 근황을 보탬과 뺌이 없이 그대로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자기의 허물을 잘 알면서도 덮어두고 싶든가 구차스럽게 변명하고 싶어지는 게 인간의 속성이다.
그러니 허물을 없게 하려고 보다 허물을 적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그것도 잘 안 된다는 전언이 너무나 인간적으로 들렸을 것이다.
여기서 잘못이란 논어 위령공편(衛靈公扁)에 나오는 과이불개(過而不改) 시위과의(是謂過矣) 즉,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바로 잘못이라 한다가 바로 그 잘못이다.
논어에는 잘못을 언급한 부분이 많다. 이 과이불개 시위과의는 위령공편에, 과즉물탄개는 학이편(學而扁)에 소인지과야 필문(小人之過也必文) 즉, 덕이 없는 자는 잘못을 저지르면 그것을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꾸며서 얼버무리려고 한다는 자장편(子張扁)등에 나온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무게있게 행동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고, 학문을 해도 견고하지 못하게 된다. 우러나오는 마음과 믿음있는 말을 주로 하며 나보다 못한 사람과 벗하지 말며 잘못을 깨달았을 때에는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
그래서 공자는 잘못을 저질렀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過卽勿憚改)고 가르친다. 그러나 인간은 말이 쉽지 그게 잘 안 된다.
공자가 살고 있던 시대는 난세로 모든 도덕률에 일정한 기준이 없었다.
공자는 이와 같은 통일되지 못한 가치관이 유행하고 있는 데에 위기감을 느끼고, 설사 일시적으로는 자신이 믿는 가치관에서 벗어난 삶을 살더라도, 잘못을 깨닫고 그것을 고치기만 한다면 무방하는 것을 제자들에게 강조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과(過)란 말은 우선 문제 삼고 있는 점을 지나는 것을 뜻하는 말로 따라서 지금 문제 삼고 있는 시점을 지나친 시간은 ‘과거, 통과’ 이렇게 쓰이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말에 허물이라는 나쁜 뜻이 따르게 되는 것은 과(過)에 해버린 일이란 뜻이 있기 때문으로 사람이 뒤돌아 보고(반성) 수습할 수 없다고 후회하는 데서 허물이란 뜻을 붙여서 쓰게 되었다.
따라서 허물을 한 번 범한 이상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영원히 마이너스가 되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거기서 교훈을 얻어 그것을 장래에 살릴수 만 있다면 그것은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플러스가 된다. 그것을 깨닫고 못 깨닫는데 따라 진보하느냐 못 하느냐로 나뉘게 된다.
이런 사정을 뚜렷하게 단언한 말이 훌륭한 사람이 실패했을 경우, 그것은 일식(日蝕)이나 월식(月蝕) 같은 것이다.
실패를 하면 누구나 다 그것을 본다. 또, 그것을 고치면 누구나 다 그것을 본다. 군자의 잘못은 일월(日月)의 식(蝕)과 같다.
과실(過失)을 사람이 다 그것을 본다. 고치면 사람이 다 그것을 우러러 본다라는 말이 있다.
공자의 제자인 자공(子貢)이 한 말인데 거기에는 훌륭한 사람에게도 실패는 있으나 어리석은 자와의 차이는 실패를 숨겨서 도리어 상처를 크게 만들지 않고 솔직하게 그것을 고치는 점이다.
태양이나 달이 이즈러짐으로써 도리어 그 위대함이 알려지는 것과 꼭 같다라는 생각이 흐르고 있다.
그럼 자공의 선생인 공자는 무어라 말했는가?
훌륭한 사람은 신중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어진다. 학문을 하면 함부로 어려움을 격지 않게 된다. 성심과 신용을 소중히 하고 자기에 미치치 못하는 사람과 어울려서는 안된다.
실패했을 때 그것을 고치는 데 남의 눈치를 의식해서는 안된다. 군자는 무겁지 않으면 위엄이 없고 배우면 즉 굳어지지 않는다. 충성과 신용을 주로 하고, 나만 못한 사람을 사귀지 말라. 즉 자신에게 허물이 있거든 고치기를 꺼려하지 말라.
이 원문의 군자란 남의 위에 서는 지도자를 가리키는 것이나, 그것은 차치하고 사람에게 실패가 있다면 남의 눈치를 의식하지 말고 솔직하게 고치라고 말한 점, 역시 자공의 생각과 공통된다고 말할 수 있다.
거기에는 실패나 과실을 사실로써 인정하고 그 다음에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살피는 노력과 지혜를 찾을 것이다. 사실은 사실이니까. 그것에 휩쓸리지 말고 그것을 살피는 길을 생각해야 한다.
공자는 새로 들어온 제자에게 말한 것으로 말하자면 입학식에서 교장 선생님이 하는 훈시와 같다.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하고 나쁜 짓을 하고 나서 시치미를 딱 떼면 큰일이다.
이 경우 과(過)를 도덕적인 뜻 만으로 생각하지 말고, 문법, 발음, 문자 등 모든 기술적인 것에 해당시키면 이해하기 쉽다.
잘못한 일은 반드시 바로잡아라
아버지가 경영하던 회사가 부도났다. 대학에 다닐 때다. 집에 온 나를 본 어머니는 떨리는 손을 마주 잡으며 “아버지가 한양대병원에 입원하셨대. 비서가 사람을 시켜 은밀히 알려줬다. 난 발이 안 떨어져 못 가겠다”라고 했다. 영문을 모르는 어머니는 눈물만 흘렸다. 곱돌아 골목길을 빠져나가는 아들을 어머니는 오래 지켜봤다.
서둘러 병원에 도착했으나 아버지 이름으로 입원한 환자는 없었다. 다행히 회사의 낯익은 직원 눈에 띄어 건장한 청년 몇이 문을 지키는 특실에서 환자복으로 갈아입지 않은 아버지를 만났다.
멀리 한강과 관악산을 붉게 물들인 저녁노을이 지고 야경으로 바뀔 때까지 눈을 마주치지 않는 아버지는 선 채로 말씀하셨다. 때로 흥분해 소리치기도 했지만, 그날 들은 몇 가지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고 두고두고 새길 말씀을 많이 했다.
창동 공장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생산하는 을지로 본사는 귀대인사차 딱 한 번 들렀을 때 ‘아버지 회사로구나’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을 만큼 규율이 엄격했다. 안내받아 지나며 만난 직원들은 목인사를 했고 사무실은 멀리서 봐도 정갈했다.
창업이 누구에게나 어렵지만 유독 어렵게 일군 아버지 회사는 1차 예금 부족으로 쉽게 부도가 난 데 이어 며칠 뒤 최종부도 처리됐다. “박 전무 그 친구 내가 그렇게 잘 봐줬는데 배신했다. 친동생보다 더 믿고 모든 걸 맡겼는데”라고 말문을 연 아버지는 “회사 자금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라며 부도에 이른 경위를 설명했다.
아버지는 “소인이 허물을 범하면 여러 가지 핑계를 대고 허물을 덮으려 꾸민다. 바로 들통 날 거짓을 스스럼없이 하는 자들을 많이 봐온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거다. 사람 욕심 강한 내가 내 눈을 스스로 가린 때문이다”라고 개탄했다.
그날도 인용한 고사성어가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다.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는 뜻이다. 공자가 한 말이다.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에 나온다. “군자는 중후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어 학문을 해도 견고하지 못하다. 충과 신을 주장으로 삼으며, 자기보다 못한 자를 벗으로 삼으려 하지 말고,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君子不重則不威 學則不固 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아버지는 “잘못이 있는데 고치기를 주저하면 같은 잘못을 다시 범할 위험이 있고 잘못은 또 다른 잘못을 낳게 되므로 잘못을 고치는 데 꺼리지 말고 바로 고치도록 최선을 다하라”라는 뜻이라고 길게 설명했다. 아버지는 “몇 번 눈에 거슬렸지만, 사정(私情)에 끌려 눈감아줬다”면서 “회사 사규가 엄연한 데 내가 지키질 못했다. 내가 책임지고 수습하겠다”고 했다. 문을 나설 때 아버지는 “사람은 언제고 변한다. 이미 쓴 사람은 믿어야 하지만 끝까지 믿지는 말라”고 다짐을 두셨다.
골목에서 서성이며 집을 기웃거리는 낯선 이들이 사라진 건 사흘 뒤였다. 다음 날 아버지는 자가용으로 퇴근하던 그 골목을 걸어서 귀가했다. 아버지는 “이제 우리 회사는 없다. 그렇지만 살 집은 있다”며 씁쓸하게 웃으셨다. 그 뒤 몇 번 회사 경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아버지는 적임자가 아니라며 고사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내가 알아들었다는 데도 굳이 과즉물탄개를 되새기며 저 말을 되풀이했다.
훗날 직장에 다니며 내가 직접 겪었다. 결코, 지키기 쉽지 않은 말씀이지만 손주들에게도 물려줄 고사성어임엔 틀림없다. 과즉물탄개는 인성으로 따지자면 도덕성, 규범성, 책임성을 담고 있다. 하루아침에 외운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나를 스스로 이겨야 하는 힘겨운 노력이 오래 따라야 한다.
▶️ 過(지날 과, 재앙 화)는 ❶형성문자로 过(과)는 간자이다.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咼(와, 과; 입이 삐뚤어짐)의 뜻이 합(合)하여 바른 길을 지나쳤다는 데서 지나다를 뜻한다. ❷형성문자로 過자는 ‘지나다’나 ‘경과하다’, ‘지나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過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咼(가를 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咼자는 ‘뼈’를 뜻하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過자는 어떠한 상황이나 상태가 지나갔음을 뜻하기 때문에 길을 걷는 모습을 그린 辶자가 ‘지나가다’라는 뜻을 전달하고 있다. 다만 지금의 過자는 ‘초과하다’나 ‘넘치다’와 같이 한계를 넘어선다는 뜻이 확대되어 있다. 그래서 過(과)는 지나치는 일, 통과하다, 도를 넘치다, 과오(過誤) 따위의 뜻으로 ①지나다 ②지나는 길에 들르다 ③경과하다 ④왕래하다, 교제하다 ⑤초과하다 ⑥지나치다 ⑦분수에 넘치다 ⑧넘다 ⑨나무라다 ⑩보다, 돌이켜 보다 ⑪옮기다 ⑫허물 ⑬잘못 ⑭괘(卦)의 이름 ⑮예전 그리고 ⓐ재앙(災殃)(화)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지날 력/역(歷), 지날 경(經), 그릇될 와(訛), 그르칠 오(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공 공(功)이다. 용례로는 일이 되어 가는 경로를 과정(過程), 지나간 때를 과거(過去), 예정한 수량이나 필요한 수량보다 많음을 과잉(過剩), 지나치게 격렬함을 과격(過激),정도에 넘침을 과도(過度),지나치게 뜨거워지는 것을 과열(過熱), 잘못이나 그릇된 짓을 과오(過誤), 지나간 일을 과거사(過去事), 조심을 하지 않거나 부주의로 저지른 잘못이나 실수를 과실(過失),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빎을 사과(謝過), 통하여 지나가거나 옴을 통과(通過),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사물의 한도를 넘어섬을 초과(超過), 공로와 과오를 공과(功過), 대강 보아 넘기다 빠뜨림을 간과(看過), 때의 지나감이나 시간이 지나감을 경과(經過), 모르는 체 넘겨 버림을 묵과(默過), 모든 사물이 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 구부러진 것을 바로 잡으려다가 너무 곧게 한다는 교왕과직(矯枉過直), 지난날의 잘못을 고치어 착하게 됨을 개과천선(改過遷善), 인과 불인은 곧 알 수 있다는 관과지인(觀過知仁), 공로와 허물이 반반이라는 공과상반(功過相半) 등에 쓰인다.
▶️ 則(법칙 칙, 곧 즉)은 ❶회의문자로 则(칙/즉)은 간자(簡字), 조개 패(貝; 재산)와 칼 도(刀; 날붙이, 파서 새기는 일)의 합자(合字)이다. 물건을 공평하게 분할함의 뜻이 있다. 공평의 뜻에서 전(轉)하여 법칙(法則)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則자는 ‘법칙’이나 ‘준칙’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則자는 貝(조개 패)자와 刀(칼 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則자의 금문으로 보면 貝자가 아닌 鼎(솥 정)자가 그려져 있었다. 鼎자는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솥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鼎자는 신성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則자는 이렇게 신성함을 뜻하는 鼎자에 刀자를 결합한 것으로 칼로 솥에 문자를 새겨 넣는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금문(金文)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이 솥에 새겨져 있던 글자를 말한다. 그렇다면 솥에는 어떤 글들을 적어놓았을까? 대부분은 신과의 소통을 위한 글귀들을 적어놓았다. 신이 전하는 말이니 그것이 곧 ‘법칙’인 셈이다. 그래서 則(칙, 즉)은 ①법칙(法則) ②준칙(準則) ③이치(理致) ④대부(大夫)의 봉지(封地) ⑤본보기로 삼다 ⑥본받다, 모범으로 삼다 ⑦성(姓)의 하나, 그리고 ⓐ곧(즉) ⓑ만일(萬一) ~이라면(즉) ⓒ~하면, ~할 때에는(즉)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많은 경우에 적용되는 근본 법칙을 원칙(原則),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지키기로 작정한 법칙을 규칙(規則), 반드시 지켜야 할 규범을 법칙(法則), 법규를 어긴 행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규칙을 벌칙(罰則), 법칙이나 규칙 따위를 어김을 반칙(反則), 표준으로 삼아서 따라야 할 규칙을 준칙(準則), 어떤 원칙이나 법칙에서 벗어나 달라진 법칙을 변칙(變則), 변경하거나 어길 수 없는 굳은 규칙을 철칙(鐵則), 법칙이나 법령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헌칙(憲則), 행동이나 절차에 관하여 지켜야 할 사항을 정한 규칙을 수칙(守則), 기껏 해야를 과즉(過則), 그런즉 그러면을 연즉(然則), 그렇지 아니하면을 불연즉(不然則), 궁하면 통함을 궁즉통(窮則通), 서류를 모아 맬 때 깎아 버릴 것은 깎아 버림을 삭즉삭(削則削), 만물이 한 번 성하면 한 번 쇠한다는 물성칙쇠(物盛則衰), 충성함에는 곧 목숨을 다하니 임금을 섬기는 데 몸을 사양해서는 안된다는 충칙진명(忠則盡命), 만물의 변화가 극에 달하면 다시 원상으로 복귀한다는 물극즉반(物極則反), 사람에게 관대하면 인심을 얻는다는 관즉득중(寬則得衆), 공손하면 수모를 당하지 않는다는 공즉불모(恭則不侮), 그렇지 아니하면은 불연즉(不然則), 보기에 허하면 속은 실하다는 허즉실(虛則實), 궁하면 통한다는 궁즉통(窮則通), 가득 차면 넘치다는 만즉일(滿則溢), 남보다 앞서 일을 도모(圖謀)하면 능히 남을 누를 수 있다는 선즉제인(先則制人), 죽기를 각오(覺悟)하면 살 것이다는 필사즉생(必死則生), 오래 살면 욕됨이 많다는 수즉다욕(壽則多辱), 달이 꽉 차서 보름달이 되고 나면 줄어들어 밤하늘에 안보이게 된다는 월영즉식(月盈則食) 등에 쓰인다.
▶️ 勿(말 물, 털 몰)은 ❶상형문자로 장대 끝에 세 개의 기(旗)가 달려 있는 모양으로, 음(音)을 빌어 부정, 금지의 뜻의 어조사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勿자는 ‘말다’나 ‘아니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여기서 ‘말다’라고 하는 것은 ‘~하지 말아라’라는 뜻이다. 勿자는 勹(쌀 포)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싸다’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갑골문에 나온 勿자를 보면 刀(칼 도)자 주위로 점이 찍혀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칼로 무언가를 내려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勿자는 이렇게 칼을 내리치는 모습에서 ‘~하지 말아라’와 같은 금지를 뜻을 나타내고 있다. 파편이 주변으로 튀는 것을 나무라던 것이다. 그래서 勿(물, 몰)은 ①말다, 말라, 말아라 ②아니다, 없다 ③아니하다 ④근심하는 모양 ⑤창황(惝怳)한 모양, 부지런히 힘쓰는 모양 ⑥분주(奔走)한 모양, 그리고 ⓐ먼지를 털다(몰)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말할 것도 없음을 물론(勿論), 하려던 일을 그만 둠을 물시(勿施), 생각하지 말음을 물념(勿念), 개개거나 건드리지 못하도록 함을 물침(勿侵), 내버려 두고 다시 묻지 아니함을 물문(勿問), 적용하지 아니함을 물용(勿用), 들어가거나 들어오지 마시오의 뜻으로 쓰이는 말을 물입(勿入), 조심성이나 삼감이 없음을 물렴(勿廉), 가리지 아니함을 물간(勿揀), 받아들이지 아니함을 물봉(勿捧), 새어 나가지 않게 함을 물설(勿洩),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음을 물실호기(勿失好機), 조그만 일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뜻으로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는 물경소사(勿輕小事), 은사를 입지 못할 무거운 죄를 물간사전(勿揀赦前), 작은 일에 정성을 드리지 않는 일을 물성소사(勿誠小事), 약을 쓰지 아니하여도 병이 저절로 나음을 물약자효(勿藥自效), 비밀한 일이나 또는 상스러운 일이어서 들어 말할 것이 없음을 물위거론(勿爲擧論), 증인으로서 물어 볼 수 없음을 물위증질(勿爲證質), 기밀한 일을 공포하지 아니함을 물출조보(勿出朝報) 등에 쓰인다.
▶️ 憚(꺼릴 탄, 놀랄 달)은 형성문자로 惮(탄)의 본자(本字)이고, ‘'꺼리다', '의심하다'는 말이다. 뜻을 나타내는 심방변(忄=心, 㣺; 마음, 심장)部와 음을 나타내는 單(단, 탄)의 전음이 합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憚(탄, 달)은 성(姓)의 하나로 ①꺼리다, 마음에 꺼림하게 여기다 ②두려워하다 ③수고롭다, 고달프다 ④두려워하다, 어렵게 여기다 ⑤탐(貪)하다, 욕심을 부리다 ⑥변(變)하지 아니하다 ⑦기뻐하다, 즐거워하다 ⑧정성(精誠), 성의(誠意) ⑨수레의 파괴된 모양, 그리고 ⓐ놀라다(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샘낼 투(妬), 싫어할 혐(嫌), 시기할 시(猜), 꺼릴 기(忌), 숨길 휘(諱)이다. 용례로는 고치는 것을 꺼림을 탄개(憚改), 꺼려 피함을 탄피(憚避), 꺼리는 기색을 탄색(憚色), 두려워서 복종함을 탄복(憚服), 어렵게 여겨 꺼림을 기탄(忌憚), 싫어하고 꺼림을 염탄(厭憚), 공경하면서도 꺼림을 경탄(敬憚), 겸손한 태도로 어려워함을 겸탄(謙憚), 시기하여 꺼림을 시탄(猜憚), 아무 꺼릴 바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무소기탄(無所忌憚), 잘못을 하면 즉시 고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함을 이르는 말을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등에 쓰인다.
▶️ 改(고칠 개)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등글월문(攵=攴; 일을 하다, 회초리로 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己(기, 개)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음(音)을 나타내는 己(기, 개)는 굽은 것이 바로 펴지려고 하는 일의 뜻으로, 후세의 起(기; 일어나다)와 같은 글자이다. 등글월문(攵)部는 손이나 몸으로 동작하는 일, 즉 굽은 것을 바로잡다, 태도를 고치다, 개선하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改자는 ‘고치다’나 ‘바꾸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改자에서 말하는 ‘바꾸다’라는 것은 ‘고쳐서 새롭게 하다’라는 뜻이다. 改자는 己(자기 기)자와 攵(칠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改자의 갑골문을 보면 巳(뱀 사)자와 攵자가 결합한 형태였다. 巳자는 사전상으로는 ‘뱀’이라는 뜻을 가지고는 있지만, 본래는 태아를 그린 것이다. 다만 갑골문에 쓰인 巳자는 ‘태아’가 아닌 ‘어린아이’로 해석해야 한다. 改자는 회초리로 어린아이를 훈육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의미에서 ‘고치다’나 ‘바꾸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改(개)는 ①고치다 ②고쳐지다 ③바꾸다 ④바뀌다 ⑤만들다 ⑥다시 ⑦따로 ⑧새삼스럽게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될 화(化), 고칠 전(悛), 바꿀 역(易), 고칠 경(更), 변할 변(變), 가죽 혁(革)이다. 용례로는 새롭게 뜯어 고침을 개혁(改革), 잘못을 고쳐 좋게 함을 개선(改善), 단체의 조직 따위를 고치어 편성함을 개편(改編), 이미 정했던 것을 다시 고치어 정함을 개정(改定), 내각을 고쳐 짬을 개각(改閣), 잘못을 뉘우쳐 개심함을 개전(改悛), 나쁜 점을 고쳐 좋게 함을 개량(改良), 헌법의 내용을 고침을 개헌(改憲), 제도나 기구 등을 고치거나 폐지하는 것을 개폐(改廢), 원고를 고치어 씀을 개고(改稿), 잘못된 것을 바르게 고침을 개정(改正), 고쳐서 오히려 나빠짐을 개악(改惡), 두 번째 고침으로 다시 고침을 재개(再改), 잘못을 뉘우치고 고침을 회개(悔改), 고치는 것을 꺼림을 탄개(憚改), 새롭게 뜯어 고침을 혁개(革改), 바꾸어 고침을 변개(變改), 글자를 지우고 고침을 말개(抹改), 써 놓은 글자를 문질러 지우고서 고침을 찰개(擦改), 지난날의 잘못을 고치어 착하게 됨을 일컫는 말을 개과천선(改過遷善), 아침에 명령을 내리고서 저녁에 다시 바꾼다는 뜻으로 법령의 개정이 너무 빈번하여 믿을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조령모개(朝令暮改), 허물을 고쳐 스스로 새로워 짐을 일컫는 말을 개과자신(改過自新), 잘못하고서 고치지 않는 것이라는 뜻으로 그것을 잘못이라고 하는 의미의 말을 과이불개(過而不改), 만 가지로 깨닫게 가르치다는 뜻으로 친절하게 가르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만단개유(萬端改諭)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