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의 계보(야마구치 구미(山口組)를 중심으로)
일본의 폭력배인 야쿠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중에서도 일본의 최대 폭력조직인 야마구치 구미(山口組)를 중심으로 서술합니다.
오늘날 ‘야쿠자 (ヤクザ)’라고 하면 일본의 조직 폭력집단이나 그 조직원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러나 야쿠자를 일본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너절함’, ‘노름꾼’, ‘정당한 생활을 하지 않는 불량배’ 등으로 풀이가 되어 있다.
본디 야쿠자라는 말은 조직 폭력배라는 지금의 뜻과는 달리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가 본래 의미이다. 그 유래는 에도(江戶)시대 (1603~1868) 말기 일본노름인 가루타(歌留多)로 하는 ‘삼마이(三枚)’라는 도박의 용어에서 온 것이다.
당시 막부(幕府)에서 대규모 공사를 발주하면 많은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임금을 받아갔다. 그러면 막부에서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회수하기 위해 비밀리에 고용한 전문 도박꾼들로 하여금 노동자들을 상대로 도박을 해서 돈을 되찾아오곤 했다고 한다.
트럼프 카드를 변형시켜 만든 가루타 카드. 당시에는 도박 등 노름용으로 사용하곤 했다.
당시 도박꾼들과 노동자들이 한 노름이 ‘삼마이’라는 도박이었다. 삼마이는 1에서 10까지 적혀있는 카드에서 3장의 패를 뽑은 다음, 그 숫자를 더해서 9가 나오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삼마이에서는 3장의 패를 더해서 10이나 20이 나오면 패배를 의미하는데, 특히 8, 9, 3이라는 패를 가장 안 좋게 여겼다. 그것은 8 9 3을 모두 더하면 20이 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8, 9, 3은 곧 ‘아무 짝에도 도움이 안 되는 숫자’라는 뜻에서 일본어 발음인 8 (얏츠,ヤッツ), 9 (쿠,ク), 3 (상, サン)의 앞 글자만을 떼어서 ‘야쿠자’라는 단어가 생겨난 것이다.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도박의 패처럼 일본 사회에서 아무런 역할이 되지 못하는 사람을 ‘야쿠자’라고 부르는 것은 이에 연유한 것이다.
야쿠자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크게 세 줄기로 형성되어 있다. 바쿠토(博徒 도박꾼), 데키야(的屋 행상인), 구렌타이(愚連隊 불량배)가 그것이다. 바쿠토와 데키야는 중세 봉건시대부터 전국을 떠돌면서 존재해왔고, 구렌타이는 1945년 일제의 패망 후 황폐해진 사회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쿠토와 데키야는 오늘날 야쿠자 조직 내에 존재하는 엄격한 상하관계, 절대명령과 절대복종 그리고 문신, 손가락 자르기 등등 일련의 야쿠자 문화와 전통을 처음 마련한 조직이다. 구렌타이는 여기에 폭력과 범죄를 첨가한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