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세상에도 동물이 사는 정글에도 욕심과 무질서 의리가 있어요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정글북》은 1894년 발표된 이래 1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출판, 극장 애니메이션, TV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각색되며 사랑받고 있다. 1907년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이 이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을 때 그의 나이는 41세였다. 최연소 수상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디즈니 실사판 영화 《정글북》의 원작인 이 작품 주인공은 ‘늑대인간’ 모글리다. 대충 스토리만 훑으면 이 작품의 진면목을 만날 수 없다. 정글의 동물을 하나하나 상상하면서 그들의 특성과 매치하면 벅차면서 뿌듯하고 재미있는 세상을 탐험할 수 있다. 《정글북》에는 7편의 짧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모글리가 직접 등장하는 이야기는 세 편이다. 이 세 편의 짧은 소설을 제대로 읽으려면 꽤나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어릴 때 그림 동화책을 휙휙 넘기며 봤다면 삽화가 간간이 들어가 있는 성인용 《정글북》을 다시 읽어보길 권한다.
늑대인간은 현실에서도 가끔 등장해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아기가 늑대와 함께 야생의 삶을 살다가 다시 인간 세계로 돌아온 일이 실제로 여러 차례 있었다. 신화나 전설에도 ‘늑대로 변한 인간’ 얘기가 나오고 늑대인간을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와 소설도 계속 발표되고 있다.
늑대가 자주 활용되는 이유는 뭘까? 인간과 가장 가까운 곳에 살면서 위협을 줬던 동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숲이 개발되고 도시가 확대되면서 사라진 늑대들이 이제 이야기가 돼 인간과 함께하는 것이다. 인간의 손에 길들여진 늑대가 개로 진화했으니 우리는 여전히 늑대와 함께하는 셈이다.
모글리가 등장하는 세 편을 살펴보자. ‘모글리의 형제들’은 모글리가 호랑이에 물려 정글로 끌려와서 늑대 가족과 함께 살게 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카아의 사냥’은 모글리가 원숭이의 꾐에 빠져 납치되자 갈색 곰 발루, 흑표범 바기라, 길이가 15m나 되는 뱀 카아가 구하러 가는 스토리이다. ‘호랑이다! 호랑이!’는 인간 세계로 돌아간 모글리가 다시 정글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이 담겨있다.
늑대 가족과 함께 사는 모글리, 사람들에게 돌아온 모글리를 통해 《정글북》은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동물의 세계는 인간 아기를 받아들이기로 했고, 늑대 가족은 모글리를 특별 가정교사 갈색 곰 발루에게 맡겨 예의와 정의를 아는 늑대인간으로 키운다. 호시탐탐 모글리를 노리는 호랑이 쉬어 칸을 방어하며 모글리를 지켜주는 의리있는 흑표범 바기라는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동물의 질서, 사람의 욕망
정글에는 엄혹한 법칙이 있다. 특히 먹이 사냥을 할 때는 룰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서 사냥을 할 때면 누군가가 답할 때까지 “배가 고프니 이곳에서 사냥할 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외쳐야 한다. “먹기 위해 사냥하되 재미로는 하지 마라”는 답변이 돌아와야 사냥할 수 있다. 모글리는 정글의 법칙을 배우고 동물들의 언어를 익히며 하루하루 성장한다. 손을 쓸 수 있는 인간 모글리도 동물들에게 기여한다.
법칙대로 운영되는 정글에도 남을 속이는 비열한 동물이 있기 마련이다. 쉬어 칸에 매수당한 젊은 늑대들에게 쫓겨 모글리는 인간의 세계로 간다. 처음에 받아주는 듯하던 인간들이 늑대인간을 모함하자 모글리는 다시 정글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정글에서 늘 자신을 괴롭히던 호랑이 쉬어 칸을 물리친 모글리는 몇몇 늑대와 함께 새로운 정글로 떠난다. “지난번에는 인간이어서 쫓겨났는데 이번에는 늑대라서 쫓겨나는구나”라는 말에 모글리의 외로움과 결기가 묻어 나온다.
동물이 모여 사는 정글에도 질서와 의리가 있고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도 무질서와 질시가 있다. 모글리를 통해 동물들이 그리는 질서와 사람들이 내뿜는 욕망을 탐구해보면 좋을 것이다. 무질서한 세상은 욕심으로 꽉 차 있다. 호랑이의 꾐에 넘어가 품위와 질서를 지키며 산 늙은 늑대를 배신한 젊은 늑대들, 경박함과 교활함으로 타인을 괴롭히는 원숭이와 호랑이, 거짓말과 모함을 일삼으며 총질을 해대는 인간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축소판인 《정글북》은 감탄과 실소를 오가다 지혜를 깨닫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