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후추게시판 양경모(sasano8)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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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우리네 많은 골잡이들이 그렇듯이 사람들의 입에 씹히고 또 씹혀 너덜너덜한 헝겊이 되어버린
왕년의 에이스. 도대체 축구팬들은 이 한 선수를 놓고, 왜 그리도 말들이 많은지....... 아마도 독
일 월드컵 2차 예선에서 보여준 답답한 한국 축구의 공격력이 지금의 논쟁을 만들어 내는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다시 그의 얘기를 시작하고, 그에 대한 반론과 반론,
결국에는 인신공격으로 번지고, 네가 맞는지 내가 맞는지를 반복하며 돌고 도는 탁상공론으로
이어지는 답답하고 지루한 싸움의 연속.
아마도 우리에게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새로운 스트라이커가 존재한다면 사람들은 그를
편안하게 잊을 수 있었겠지만 운명의 장난은 그를 그렇게 보내주지 않고 있다.
나는 최용수가 지금 호랑이 문양을 가슴에 달아야 하는 지에 대한 소비적 논쟁에 동참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축구에 대한 조그만 지식들로 한 가지 사실에 대해서만 말하고 싶다.
적어도 우리 축구팬이 그를 바로 알았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하면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으
로, 축구를 보는 머리로 그를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면서....... 그러면 적어도 억지스
러운 논리로 선수의 플레이를 격하하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하니까.......
22살 어린 나이에 후추에서 처음 읽었던 황선홍의 명전에서 가슴 아프도록 축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감동을 느꼈던 감정을 되살려 한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플레이를 평가하는
데 얼마나 커다란 신중함과 깊은 사고가 필요한 것인지, 그에 대한 내 기억의 작은 토막들을 맞
추어 보려 한다.
이 글은 최용수라는 한 선수. 그에게 가해지는 근거 없는 비판들, 붉은 유니폼을 입은 그의 자신
감 있는 플레이까지 실종시켜버린 그들의 돌팔매에 대한 변명들이다.
1. 그의 기량은 퇴보했다.
아마도 그의 기량이 퇴보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라면 최용수의 프로 데뷔 시기, 적어도 94년부
터 그의 모습을 지켜본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기량이 퇴보했다
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의 선수 생활 전체를 지켜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오히려 그의
선수 생활 전체를 들여다보고 있는 팬들은 그의 기량이 퇴보했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의 지금까지 축구인생을 한 번 살펴보자.
그가 K리그에서 활약한 것은 7년이다. 그 중 군복무와 대표 차출, 부상으로 시즌을 소화하지 못
했던 96, 97, 98년을 제외한 4시즌 동안 그는 매 시즌 10골 이상을 기록한 골잡이였다. K리그 통
산 기록 146경기 54골. 94년 신인왕과 2000년 MVP.(참고로 K리그에서 MVP와 신인왕을 모두 수
상한 선수는 신태용, 고정운, 김주성, 최용수 4명에 불과하다. 이 위대한 이름들 사이에 최용수
가 있다.)
자 그렇다면 리그에서 최용수의 기량 변화는 어땠을까? 위에서 얘기한 네 시즌의 활약 변화를 보
면 그의 기량이 계속해서 성장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시즌 득점과 개인 기록의 상승을 뒤로
하더라도 그가 팀의 중심축으로 성장해 안양 구단의 우승컵을 가지고 오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본다면 그의 성장은 더욱 명확해진다.
사람들은 98년 월드컵 예선에서 최용수의 맹활약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기량이 퇴보했
다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최용수의 전성기로 꼽는 때가 바로 98년 월드컵 예선인 경우가 많다. 하
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플레이가 절정에 다다른 순간은 그 이후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그는 골을
넣는 선수였다. 하지만 1999년 시즌에서 2000년 시즌으로 접어들면서 최용수는 포워드가 가져
야 하는 다른 능력들, 특히 시야와 패싱, 볼키핑에 있어서 엄청난 성장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2000년 시즌, 정광민이라는 그의 파트너가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바로 최용수라
는 정상의 포워드가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이 시즌 최용수는 무
려 10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많은 팬들이 알고 있다시피 이후 최용수는 J리그 제프 이치하라로 이적하고, 작년까지 세 시즌동
안 이치하라의 간판으로 자리했다. 삼년 간 그가 남긴 기록은 73경기 출전 54골. K리그에서 146
경기 만에 기록한 득점을 그는 J리그 73경기 출장 만에 기록했다. 비록 J리그의 수비가 K리그의
그것에 비해 허술하고, 파워 면에서 많은 부족함을 가지고 있어 최용수라는 공격수에게 유리한
무대라고 할지라도 위와 같은 기록은 분명 최용수의 기량이 절정기에 들어서지 않았다면 불가능
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기록보다 그를 더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점
은 리그 하위권을 헤매던 소속팀을 리그 중상위권 팀으로 끌어올렸다는 사실일 것이다. 또한 중
요한 것은 그가 팀의 완벽한 중심축을 잡고 있다는 점이었으며, 이는 J리그에서 이치하라 경기
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아마도 그가 팀에서 차지한 위치는
J리그에서 뛰었던 어느 다른 선수보다 중심이 되는 역할이었을 것이다. 요코하마의 작년 우승에
유상철은 뛰어난 기여를 했다. 하지만 그들의 우승 세레모니 중심에는 유상철이 아닌 마쓰다가
있었다. 안정환 역시 시미즈와 요코하마의 중심이 되었지만 팀의 리더가 되지는 못하고 있는 점
을 보았을 때 최용수라는 포워드가 가지고 있는 위력은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올시즌 최용수는 교토 퍼플상가로 둥지를 옮겼다. J2리그라는 한 수 아래의 리그에서 최
용수는 32경기 20골이라는 놀라운 골 기록을 이어가며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비록 J1 승격에
는 실패했지만 팀도 상위권에 랭크되었고, 용병으로는 드물게 주장 완장까지 차면서 팀을 이끌
어 나갔다.
자, 지난 10년간의 프로 생활. 그의 기량이 퇴보했다고 보이는 시점은 과연 언제인가? 도대체 어
느 순간을 기점으로 해서 그의 기량이 퇴보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J리그 이적 후? 아니
면 올시즌? 그가 퇴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 정도의 눈에 떨어지는 활약을 보였나? 아니면 슬럼
프 기간이 있었나? 최용수의 초창기시절부터 그를 바라본 팬들이 그의 기량이 퇴보했다고 얘기
하지 않는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가? 실제로 그의 기량은 퇴보했던 적이 없다는 사실을 그
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기량이 퇴보했다고 얘기하는 팬들의 주장에 근거는 없다. 비록
필자 역시 올 시즌 그의 경기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득점 장면들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그의
몸 상태가 정확하게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보지도 않은 선수의 몸
상태를 놓고 섣불리 그에게 ‘기량 퇴보’라는 모욕적 표현까지 써가며 그를 비하하는 팬들의 비판
에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는 것이 최용수의 커리어에 명확하게 나타나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
지 않을까 생각한다.
2. 최용수는 제한된 전술에 한정된 선수이다.
이상하게도 코엘류호 출범 이후 최용수는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명성
에 맞지 않는 너무나 초라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최용수의 기량이 퇴보했다는 이유가 근거 없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팬들
은 다른 이유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나온 얘기가 최용수가 코엘류 감독의 전술에 맞지 않는다
는 얘기였다.
코엘류 감독은 원 톱과 투 톱 체제를 혼합해서 사용했다. 하지만 그 어떤 전술에서도 최용수는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누구는 최용수가 원톱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고, 누구는 투
톱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으며, 어떤 사람들은 게임메이커가 없이는 힘들다고 했고, 다른 이들
은 정확한 크로스를 가진 윙어가 없이는 그가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의 전술적 활용도를 한 번 살펴보자.
비쇼베츠호에서 그는 전형적인 원톱이었다. 많은 팬들이 알다시피 비쇼베치는 최용수와 윤정환
의 활용도를 극대화시킨 4-4-1-1 포메이션을 활용했고, 최용수는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었다.
차범근 감독 역시 최용수를 실질적인 타겟형 원톱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그는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엄청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물론 황선홍이라는 최고 포워드와 함
께할 때에도 그는 전형적인 타겟형 포워드로 움직였다. 쉐도우 스트라이커 황선홍과 함께 보여
준 컴비네이션은 역대 대한민국 투톱의 모습 중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많
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차감독님은 당시 3-6-1, 3-5-2 전술을 선호했었다.
안양에서 절정기를 맞았던 2000년 최용수는 전천후 스트라이커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이드로 빠
져서 하는 플레이와 쉐도우 스트라이커로서의 플레이까지 그는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 주었
고, 최용수의 많은 팬들은 2000년 그의 모습에서 황선홍의 모습이 묻어 나오기 시작한다고 얘기
했다. 이 때 조광래 감독이 선호한 전술은 4-4-2 포메이션이었다.
이치하라로의 이적 이후 그는 전형적인 타겟형 포워드의 자리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다. K리
그 최고 용병 중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이치하라로 이적한 산드로가 팀에서 할 수 있었던 일
은 최용수의 보조를 맞추는 역할 뿐이었다. 이치하라에서의 전술 역시 4-4-2 포메이션이 주를
이뤘었다.
그에게 맞는 전술은 무엇일까? 수많은 팀에서 수많은 전술 하에 움직였던 그의 모습. 도대체 어
떤 포메이션에서 그가 부족했는가? 4-4-1-1, 4-4-2, 3-5-2, 3-6-1. 어색한 숫자 놀음으로 표현
되는 어떤 전술 하에서도 그는 최고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오히려 그가 전술적으로 한계가 있
는 포워드라기보다 전술적으로 다양함을 소화할 수 있는 스트라이커라고 볼 수도 있는 커리어
가 아닐까?
그가 칭송받을 당시 그를 따라다니던 칭찬이 있다. 최용수는 어떤 상황에서건 득점이 가능한 선
수라는 장점, 그리고 그가 오른발, 왼발, 머리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득점을 한다는 장점이었다.
이와 같은 찬사는 바로 그가 보여준 플레이의 다양성과 전천후의 득점 루트가 있었기에 나온 이
야기였다. 그는 크로스를 따먹을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뒤쪽에서 찔러주는 패스에 맞
추어 움직이는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길게 넘어오는 공중볼에 대한 대처 능력을 가지고 있었
고, 상대 수비수와 경합할 수 있는 몸싸움을 갖추고 있었으며, 강력한 중거리 슛도 가지고 있었
다. 물론 그는 뻣뻣한 선수이며, 화려한 드리블을 자랑하는 포워드가 아니지만 그는 포워드가 갖
추어야 할 대부분의 능력을 보유한 선수임에 분명하다. 그의 전술적 한계를 얘기하려는 사람들
에게 이와 같은 그의 특성과 그간의 팀들에서 보여주었던 전술적 활용도가 보여주는 반례를 제
시한다.
최용수가 가지고 있는 전술적 한계? 위와 같은 이유로 근거가 없음을 주장한다.
3. 최용수는 아시아용이다.
어디선가 많이 듣던 얘기다. 누군가를 비판할 때 항상 나오던 얘기다. 우리의 영웅이었던 김주성
이 그랬고, 황선홍이 그랬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동국이 그 얘기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
다.
내가 단정 지을 수 있는 한 가지 얘기가 있다. 국내용, 리그용, 아시아용이라는 비판. 이것은 비판
이 아니다. 그저 자신이 싫어하는 선수에 대한 인신공격에 불과하다. 김주성이라는 선수가 아시
아용 포워드였기에 올해의 아시아 선수상을 3회 연속 수상할 수 있었나? 그래서 그 이후에 단
한 명의 한국 선수도 최고의 아시아 선수로 뽑히지 못했단 말인가? 황선홍이 아시아용 선수였기
에 2002년 월드컵까지 무수한 A매치에서 굴곡 없는 기량으로 한국의 포워드 진을 이끌 수 있었
나? 이동국이 아시아용 선수였기에 두 차례의 아시안컵에서 무수한 득점을 올리며 한국팀의 공
격을 주도했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러한 비판이 흘러나오는 정체를 한 번 살펴보자. 우리나라 축구팬(?)들의 제일 정점
에 있는 대회는 ‘국제대회’다. 특히 그 레벨에 관계없이 세계 여러 팀이 모이는 대회를 중요한 게
임으로 인정한다. 그리고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골을 넣지 못한 선수는 갑자기 ‘아시아용’으로
전락해 버린다.
국내용이라는 말 역시 마찬가지이다. 리그에서 활약을 많이 하더라도 A매치에서 골을 넣지 못하
는 선수는 국내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최고의 선수라면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모두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고의 선수라 하더라도 감독의 특성과 전술에 따라서 분
명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고, 중용되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조건들에 선수 본인의 컨디션
싸이클이 맞아 떨어질 때 선수가 특정한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 대표팀의 유로 2004를 바라보자. 그들에게는 최고 수준의 포워드들이 많이 있었다. 그
리고 원톱의 자리는 반 니스털루이가 차지했다. 그것은 아드보카트 감독의 선택이었고,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이었다. 하지만 어떤 감독이라도 같은 선택을 했으리라 보기는 어렵다. 누군가는
로이 마카이에게 기회를 주었을 수도 있고, 다른 감독은 반 호이동크의 활용도를 높였을 수도 있
으며, 예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클루이베르트에게 기회를 주었을 수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을 해 보건데 아마도 네덜란드 축구계가 한국과 같은 분위기의 축구팬들이 있는 곳이었다
면 클루이베르트에게 기회를 주라는 원성이 자자했을 것이다. 우리 팬들에게는 국제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팬들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로이 마카이만한 ‘리그용’ 선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네덜란드 대표팀의 조커 자리에는 로
이 마카이와 반 호이동크가 서 있었으며, 클루이베르트는 게임에 출전하지 못했다. 리그에서의
성적과 최근의 컨디션, 이제까지 그들이 쌓아온 커리어의 수준으로 평가받는 것. 그것이 바로 상
식적인 방향의 대표팀 운영이며, 수준 높은 팬들이 가져야 할 안목이다.
아시아용, 국내용, 리그용........ 그것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를 비롯한 국제 대회에서 그 선수
가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는 사실, 정말 몇 경기 되지 않는 게임에서의 실망스러운 장면을 일반화
시키는 팬들의 인신공격이다. 그렇다면 최용수라는 공격수에게 이러한 인신공격이 시작된 지점
은 어디였을까? 축구팬이라면 다들 그 이유, 그 원인, 그 시작점이 된 시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94년 월드컵 볼리비아전에서 황선홍의 공중볼 퍼레이드만큼이나 한국 축구팬(?)들의 가슴속에
깊이 남아있는 2002년 미국 전. 하늘로 날아간 공을 보며 아쉬워 한 최용수의 뒤에는 축구팬들
의 무서운 응징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한 번의 실수는 98년 월드컵에서의 플레이까지 물고 늘어
지며 마치 그가 아시아권에서만 통하는 선수라는 억지에 가까운 비판을 나은 것이다. 아마 최용
수가 98년 월드컵 예선에서 보여준 눈부신 활약만 없었다면 최용수는 지금쯤 ‘리그용’, ‘국내용’,
‘일본용’ 등등의 인신공격 세례를 받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용’이라는 말은 애매모호한 비판이자 그 뿌리를 찾을 수 없는 비논리적이고, 비상식적인 모독
이다. 선수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그들의 한계를 팬들의 임의대로 결정지어 버리는 비열한 비난
이다. 선수에 대한 비판은 좋다. 하지만 감정적인 억지 논리로 그들을 재단하는 비겁한 군중심리
를 우리는 비판이라 부를 수 없다.
4. 최용수는 늙었다. 늙은 선수를 대표팀에 뽑아서는 안된다.
늙었다는 기준을 말하는 것이 언제부터일까? 30세? 40세? 50세?
운동선수의 경우 30세면 늙은 것일까? 그것이 적당한 기준일까?
운동선수의 나이는 플레이를 보고 평가해야 한다. 35살의 나이에도 30살의 선수보다 훨씬 더 잘
뛰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29의 나이에 은퇴해 버리는 선수도 있으며, 신의손처럼 40이 넘도록 리
그에서 정상급 활약을 펼치는 선수도 있다.
사람들은 미래를 봐서 노장 선수들보다는 신진들을 중용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 때가 되면 나
이 많은 선수들의 기량은 떨어질 것이기에 지금부터 어린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고 말이다. 그
래, 어린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그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말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미래가 언제인가? 2년 뒤? 5년 뒤? 10년 뒤?
월드컵 최종 예선은 바로 세 달 뒤에 있다. 그 경기들에서 우리가 최대한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
한다면 우리는 월드컵이라는 무대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다. 최선의 기량을 가지고 있
는 선수들을 모아서 최선의 경기력으로 우리는 그 벽을 넘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대표팀이 체력이나 파워에서 현격한 문제를 보이고 있다면 세대교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 지도 모른다. 우리 대표팀이 지금 그런 부분의 문제를 가지고 있
는가? 오히려 문제가 있다면 베테랑 선수들의 체력과 파워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수비진에 있
지 적어도 공격진에 있지는 않다.
새로운 선수들을 테스트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제공하려는 기회를 위해
서 베테랑 선수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이야기이다. 우리는 최고
의 선수들을 꾸려서 월드컵 최종 예선에 가야 한다. 노장과 신진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
고, 그 안에서의 경쟁을 지켜보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세대교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세대교체
가 필요한 순간에 사용하는 말이지 아무 때나 문제가 있을 때마다 만병통치약처럼 등장할 수 있
는 얘기가 아니다. 아직까지 한 경기 끝날 때마다 ‘세대교체’를 부르짖는 기자들을 보면 이만저
만 한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경기장에서 젊은 선수들의 경기력을 자신들의 눈으로 똑똑히 바라
보고 있으면서 그렇게 평가가 되질 않는지....... 자신들의 무지를 메우기 위한 책임 회피식 활자
놀이에 팬들은 부화뇌동한다는 사실을 제발 명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5. 대한민국 축구팬이여! 당신들의 마음에 최용수를 허하라.
나는 최용수를 대한민국 대표팀에 다시 불러 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것
이 아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에는 에이스 안정환이 있고, 아시안컵을 통해 검증받은 공격수 이동
국이 있으며, J리그 이적 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조재진도 있다. 중요한 사실은 위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그들과 비교했을 때 전혀 부족함이 없는 또 한 명의 공격수가 있다는 점이다.
그를 선택하건 선택하지 않건 그것은 본프레레의 결정이다. 또한 그의 결정이 맞는지 틀리는지
는 내년에 있을 아시아 예선을 통해 결정될 것이다.
다만 그가 2003년 대표팀에서 보여준 믿기 어려울 정도의 부진의 원인에 위와 같은 근거 없는 팬
들의 능욕과 멸시가 있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에게 작용했던 엄청난 심리적 부담감과
중압감을 만들어낸 사람들, 그리고 선수에게는 가장 치욕적인 강도 높은 야유와 비난. 그 속에
서 독수리의 날개가 꺾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우리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돌팔
매는 위에서 얘기한 여러 가지 근거 없는 비판들로 그를 대표팀이라는 공간에서 배재하기 위해
쉴 새 없이 그에게 날아들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그는 그러한 팬들을 앞에 두고 다시 한 번 기회
를 주면 돌아오겠다는 얘기를 남겼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줄 수는 없는가? 일부 축구팬들이 편협한 시각으로 억지스러운 근거
를 통해 자신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선수에 대한 비이성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가 축구팬에게 들어올 수 있는 통로를 막으려는 억지 장벽을 우리 스스로 만들지는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가 그에게 준 상처를 다시 한 번 기억했으면 한다.
그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선택할 수 있는 중요한 공격 옵션 중 한 명이자 대한민국의 한 세대를
풍미한 최고의 축구 스타이다. 그의 남은 선수 생활에 축구팬들의 근거 없는 비난의 화살이 아
닌 그의 플레이에 대한 감동만이 함께하길 빌며 장문의 변명을 마치려고 한다.
이제 일부 대한민국 축구팬들의 막무가내 비판으로 왜곡되어 버린 그의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
로의 축구선수 최용수의 모습만을 간직할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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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스포츠 게시판
최용수 선수에 대해..
케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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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95
04.12.10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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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독수리의 비상하는 모습을 다시한번 보고 싶군여..
다시 한번 비상이랄 것도 없고 선수는 잘하고 있는데, 단지 대표팀에서 부진하죠. 팬들, 아니 네티즌들, 그것도 최용수 선수의 플레이를 잘 보지 않고 단지 하일라이트만 본 사람들의 시각에 의해 자꾸 왜곡되고 그렇게 된 거죠. 그리고 인터넷은 실명제가 반드시 되야한다고 봅니다. =,.=
오~ 잘 읽었습니다...
월드컵때 한골이라도넣어줬더라면 욕먹지 않았어도 될텐데요.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질때에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쉽군요.
솔직히 후반전에 교체되서 들어왔을때 골넣을꺼란 기대한사람 그리많지 않았습니다....팬들빼고는 하지만 최용수선수는 정말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에게 많은것을 선물했던거같네여 특히 월드컵예선전에선 정말 최용수가 많이 우리나라 살려줬습니다....그의 독수리같이 점프해서 슛하는것은 정말 멋있었습니다...그리고
최용수선수는 자기한테 잘만들어서 패스해주면 잘넣어줄선수인데 우리나라는 그걸 이용을 잘못했던거같습니다....정말 예전에 그의 헤딩슛을 보고싶지만 이젠 대표팀하고는 거리가 멀어진거같습니다........정말 대단한 스트라이커였는데 너무 안타까운선수중 한사람인거같습니다..........
얼마전에 본 글인데 엄청 감동받았죠. 최용수선수에게 안타까운건 생김새의 반만큼만 깡이 있었으면 하는데 너무 소심해서 관중들의 야유를 못견디는게 그렇게 안타까울수가 없네요.
정말 하고싶은 말은 제발 최용수를 풀타임으로 몇경기 출장시켜줬으면 합니다. 지난 몇년간 대표팀에서 그는 항상 교체선수였죠..풀타임 출장으로 자신감을 회복하길..그럼 자연히 골도 따라올건데.
정말 제가 하고 싶은 말이 거의 다 있네요~~~ 왜 일본에서는 무지 부러워하는 공격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울 나라 사람들은 뭐가 그리 불만이 많은지..... 정말 믿고 풀타임으로 3게임만 뛰어보게 했으면 좋겠네요....충분히 자기 몫을 할 수 있는 선수인데....
저희 고등학교 선배인데 94년 월드컵예선때의 활약. 그리고 서울잠실구장에서의 골 넣고 광고판위에서 세레모니하다가 넘어진 사건은 정말 잊혀지지 않습니다... 독수리의 비상을 바랍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동국 선수보다 최용수 선수를 더 비운의 스타라고 말하고 싶은데요 이동국 선수에게 주어지는 기회의 반만 최용수 선수에게 주어진다면 이동국 선수 만큼은 넣어줬을꺼 같아요(제가 이동국 선수 싫어하는거 아닙니다. 최용수 선수를 더 좋아하는겁니다. 태클하지 마세요..^^)
최용수 한 때는 정말 욱일승천의 기세였었고..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각광받았는데.. 어느시점에선가 부터 나락의 길로 빠져서 이렇게 되버렸네요.. 제가 볼 땐 그 나락의 시초가.. 프리미어 리그 진출 실패부터 아니었던가 합니당.. -.-;;; 비상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