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엄마라는 발음으로 운다
김기택
울음이 입을 열 때마다
엄마가 동그랗게 새겨지는 입술
엄에 닫혔다가 마에 열려서
울 때마다 저절로 나오는 말 엄마
아기가 태어날 때
아기 울음과 함께 태어난 말 엄마
첫울음에서 나온 첫말 엄마
입보다 먼저 울음이 배운 말 엄마
아무리 크게 울어도
발음이 뭉개지지 않는 말 엄마
울음에 깊이 빠져 있을 때
아기는 엄마가 있는 곳을 아는 것 같다
엄마 찾는 길을 아는 것 같다
지치지 않고 나오는 울음을 다 뒤져서
나기 전부터 제 몸에 새겨진
엄마를 찾아내는 것 같다
울음이 몸을 다 차지하면
아기는 노래하며 노는 것 같다
엄마 심장 소리를 타고 노는 것 같다
우는 동안은 신났다가도
울음이 그치면 아기는 시무룩해지고
엄마라는 말만 입술에 덩그러니 남는다
울음이 더 남아 있다고
딸국질이 자꾸 목구멍을 들이받는다
김기택
경기 안양 출생.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태아의 잠』 『바늘구멍 속의 폭풍』 『사무원』 『울음소리만 놔두고 개는 어디로 갔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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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엄마라는 발음으로 운다 - 김기택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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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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