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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바람 속에서 만나는 친구 겨울이다. 한낮의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며칠 있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날씨가 봄 같아졌다. 털모자를 쓰고 밖에 나갔다가 금세 벗어 주머니에 쑤셔 넣을 만큼. 나는 겨울이라는 계절이 즐겁다. 식물과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기다림 때문이다. 아무리 춥고 긴 계절이라 해도, 때가 되면 추위는 슬슬 기가 죽는다. 그걸 알기에 나는 긴 겨울 동안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바 깥 날씨를 살핀다. 지난봄엔 어딜 갔는지, 어떤 식물을 만났는지 떠올린다. 그러 다보면 문득 지난 기억들을 더 꼼꼼히 되짚고 싶어져 노트북을 펼친다. 아주 오랫동안 이 숲 저 숲을 누비며 찍어둔 사진들을 본다. 나는 예술적인 사진 보다 정직한 모습을 즐겨 찍는다. 사진들을 하나하나 보다 보면 마치 15인치 작 은 화면에 초록 융단이 펼쳐진 듯하다. 어느 날을 회상해볼까 생각하며 사진들을 넘기다 '얼레지'가 가득한 태백산 풍경에 마음을 뺏긴다. 나는 주저 없이 그 속으 로 걸어 들어간다. 얼레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봄꽃이다. 그들의 계절이 오면 특별히 찾아가는 곳이 바로 태백산이다. 수천만 송이는 족히 될 것 같은 매력적인 분홍빛 이 숲에 깔려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도 단 며칠뿐이라 태백산에서 만나자는 약 속은 늘 얼레지가 일방적으로 정한다. 초입부터 정상까지 시종일관 오르막길인 태백산이지만 어떠한가. 나의 목적은 정상이 아니다. 얼레지와의 데이트를 즐기 고 나면 나는 언제든 미련 없이 되돌아온다. 해마다 만나는데도 또 보고 싶은 마음에 처음엔 빠른 속도로 걷지만 얼마 못 가 걸음을 늦춘다. 얼레지가 슬슬 얼굴을 보이기 때문이다. 어린아이 주먹만 한 얼레 지들은 제 색을 한껏 뽐낸다. '예쁘게 피었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그들을 만나 는 순간 걸음과 더불어 뇌도 느릿느릿 반응한다. 이때부터 내 머릿속 휴지통이 비 워진다. 나를 비롯한 현대인들은 불필요한 고민들을 끌어안고 사는 경향이 있다. 이미 결정 난 일, 되돌릴 수 없는 일, 아직 닥치지 않은 상상 속 걱정이 가득 담긴 휴지 통을 껴안고 살아간다. 바로 그런 불순물들은 얼레지를 보며 작은 탄성을 내뱉는 순간 스르륵 사라진다. 뒤이어 일상과 사회 속의 관계들로 어수선했던 머릿속이 정리된다. 휴지통을 거치지도 않는다. 키보드의 영구삭제 키를 누른 것처럼 순식 간에 비워진다. 결국 나는 숲길 사이의 어느 한 지점에 털썩 주저앉아 한없이 아 름다운 들꽃을 바라만 본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키가 큰 나무들은 아직 잎을 틔우지 않 은 상태다. 아주 천천히 먼 숲 바닥으로 눈길을 옮긴다. 수많은 꽃에게 하나하나 인사를 마치고 내 몸 가까이에 핀 얼레지 한 송이에 시선을 고정한다. 그러고는 가만히 들여다본다. 연한 자주색이라고 해야 할지 진한 분홍색이라고 해야 할지 헷갈린다. 오묘한 꽃은 수줍은 듯 고개를 살짝 숙인다. 봄바람에 간들거리며 말간 꽃이 열리고, 머리카락 날리듯 꽃잎이 젖혀진다. 꽃의 내밀한 부분은 누군가를 유 혹하기 위해 진하게 치장했다. 그 모습을 감상하며 사색에 빠져있는 동안 감각은 오로지 꽃에게 집중된다. 시 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꽃을 시샘하듯이 뺨을 스치는 차가운 산바람에 언뜻 정신 이 든다. 멈춰있던 몸을 천천히 움직인다.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서 다시 걸 음을 내디딘다. 어쩌면 엉덩이에 바싹 마른 나뭇잎 하나쯤 붙어있을지도 모른다. 얼레지가 그런 나를 보며 흉을 보더라도 모르는 체한다. 칠칠치 못하다고 꽃이 실 실 웃기나 하겠지. 내년에 또 오면 반기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나에게 고개를 까딱 이며 인사한다. 나는 뇌를 쉬게 하고 싶을 때 숲으로 간다. 그 휴식에 대한 그리움이 나를 숲으 로 이끄는 이유 중 하나다. 그렇게 이끌려 도착한 얼레지 앞에서 뇌는 느림보가 되고 그 명령을 받은 몸 또한 느긋해진다. 섬세하고 맑은 숲의 기운이 모세혈관을 통해 온몸으로 전달된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도 나의 정신은 얼레지처럼 화사하 고 싱그럽다. 봄의 숲에 가득한 얼레지는 내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그저 진정한 휴식을 누 리다 가라며 해마다 나를 태백산으로 부를 뿐이다. 올해는 어떤 날에 나를 부를 까? 한겨울부터 벌써 그날만을 기다린다. 글 김영희(산림교육전문가) 당신의 꿈은 샌드위치 중학생 때였다. 전근 가는 영어 선생님이 아침 조회 시간에 마지막 고별인사를 했다. 그녀는 1,500명의 제자를 앞에 두고 꿈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 다. "나는 여러분이 꿈돌이, 꿈순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당장의 진로 나 인문계니, 실업계니 하는 선택사항은 꿈이 아니라고 했다. 그땐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여자는 오랜 시간 유리문 앞에 서있다가 들어왔다. 접수대 앞에서 마사지 코스 를 들여다보며 골똘히 고민했다. 신중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녀의 망설임은 주머니 사정 때문이었다. 나는 손을 소독하고 손님이 대기하고 있는 시술실로 향했다. 간단히 인사를 건네고 어느 부분을 신경 써서 풀어주면 되는 지 물었다. “며칠간 잠을 자지 못했어요, 두통도 심하고 목이 잘 돌아가지 않아요. 두통약 도 듣질 않네요." 그녀는 방금 전까지 울다 온 사람처럼 비음 섞인 쉰 목소리로 답했다. 나는 몸을 바로 눕히고 머리맡에 앉아 정수리부터 지압을 시작했다. 고통의 신음이 곽 다 문 입술 사이에서 새어나왔다. "목과 어깨의 힘을 좀 풀어볼까요? 길게 숨을 내쉬며 몸이 살랑살랑 흔들린다 고 생각해보세요." 나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양어깨를 잡고 좌우로 가볍게 흔들며 몸을 이완시켰다. 그리고 다시 두피를 지압했다. 10분 정도 지났을 무렵 그녀가 약간은 편안해 졌 는지 감격한 목소리로 내게 두통이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웃으면서 벌 써 그럴 리가 없다고, 플라시보 효과가 너무 빨리 나타난 것 아니냐고 대꾸 했 다. "아뇨, 정말이에요, 안마라는 게 이렇게 좋은 거구나 싶네요, 안마 받아본 건 처 음이거든요." 감격에 찬 그녀의 고백에 나는 무척 기뻤다. 뿌듯함을 안고 목과 어깨를 더욱 정 성스레 지압하며 무심히 물었다. "어린 아가씨가 뭐 이리 무거운 걸 짊어졌기에 어깨에 힘을 꽉 주고 버티며 사 나요?" "저 어리지 않아요. 내년이면 서른이에요." 그때 침대에 내려두었던 그녀의 전화가 진동했다. 전화가 오는 것 같았는데 그 녀는 액정을 흘깃 살피더니 받지 않았다. 상대는 급한 용건인지, 아니면 오기가 발동한 탓인지 끈질기게 재발신을 해왔다. 결국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 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중년 여성의 흥분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내게 까지 들렸다. 남쪽 지방 사투리가 강하게 섞인 말투로 그녀는 딸에게 온갖 모욕을 주었다. 폭 풍 같은 비난을 쏟아놓고 돌연 전화가 끊어졌다. 여자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긴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이 그녀가 처한 상황을 알게 된 나는 안타까움이 커졌다. 그녀의 부모는 서울에서 허송세월하지 말고 고향으로 돌아와 시집갈 준비나 하라고 닦달했다. 잠깐 이어진 침묵이 불편했는지 그녀가 내게 멋쩍은 사과를 해왔다. 나는 농담처럼, 몸을 다 풀어놨더니 다시 굳게 생겼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뜬금없이 아홉수 타령을 했다. 자신이 아홉수를 호되게 치르고 넘어가 고 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동안 사람들이 만들어낸 쓸데없는 관 념들을 그저 핑계라고 치부하며 개의치 않고 살아왔다. 아홉수도 그중 하나였 다. 나도 모르게 여자에게 서른이 되면 뭐가 잘 풀릴 것 같으냐고 물었다. 그녀 는 대답하지 못했다. "서른과 스물아홉 사이는 겨우 하루예요. 어제와 오늘 사이 달라져봤자 뭐가 얼 마나 변하겠어요." "아뇨, 저는 달라질 것만 같아요. 아까 들으셨겠지만 부모님이 서울 생활을 심 하게 반대하세요. 올해까지가 부모님이 참아주는 마지노선이에요. 스무 살 때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어요. 연기자가 목표였거든 요, 극단 생활도 5년 정도 했어요. 결국 깨달은 것은 제겐 재능이 없다는 사실이 지만요." 여자는 연기자의 꿈을 완전히 접었다고 덧붙였다. "그럼 굳이 서울에 남아있을 필요가 있을까요?" "희곡을 쓰는 중이에요. 공모전에도 여러 번 응모했고요, 틈틈이 샌드위치 가게 에서 파트타임 알바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부모님 보시기엔 영 미덥지 않으신 가봐요. 난 정말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나는 묻지 않으려다 결국 입을 열었다. "희곡은 정말 쓰고 싶어서 선택한 건가요? 꿈을 이루지 못해서 억지로 잡고 있 는 미련은 아니고요?" 내 물음에 여자는 날아온 화살에 심장을 관통당한 새처럼 순간 움직임을 멈췄 다. 마사지 시간이 끝났다.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는데 그녀가 참지 못하고 내게 물었다. "미련, 맞는 것 같아요. 희곡 쓸 때보다 샌드위치를 만들 때 더 즐겁거든요. 근 데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 샌드위치가 꿈이 될 수는 없잖아요?" 나는 여자를 일어나 앉혔다. 내 오른 다리를 여자의 흉추에 고정하고 두 팔을 양 겨드랑이 사이에 끼워 자세를 잡았다. 몸을 살랑살랑 흔들며 이완시키다가 순 식간에 들어 올리며 견인했다. 그러자 여자의 흉추에서 우두둑 하며 뼈 맞춰지 는 소리가 났다. "나도 글을 써요. 10대 때는 최고의 유작을 한 편 남기고 서른 살 전에 요절하는 게 꿈이었어요. 그런데 서른을 넘기면서 꿈을 정정했죠. 이제 내 바람은 무병장 수예요, 누가 봐도 호상이라고 할 때까지 오래 살면서 글을 쓰는 게 내 꿈이고 목표예요." 마사지를 마무리하고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고 나왔다. 우리가 나눈 이야기 때 문인지 꿈순이가 되라던 오래전 은사님의 당부가 마치 어제의 기억처럼 선명히 떠올랐다. 두세 시간 뒤, 접수 직원이 쉬고 있는 나를 호출했다. 영문을 모르고 나가봤더니 그녀였다. 여자가 내게 따듯한 종이봉투를 안겨주며 말했다. "방금 만든 제 샌드위치에요." 내가 받은 것은 그녀의 새로운 꿈이었다. 글 조승리(시각장애인 에세이스트) |
Can't Help Falling in Love - Elvis Presley Cover By Vanny Vabi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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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봄은
금방옵니다
내맘이 봄입니다
좋은아침
즐 머물다갑니다
반갑습니다
나단 님 !
좋은 멘트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활기찬 일상을
응원합니다 ~^^
좋은글 감사 합니다
고운 걸음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건강과
기쁨이 함께하는
복된 나날들보내세요
동트는아침 님 !
꿈은 참 좋은 것 같아요.
생각만으로도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꿈 말입니다.
산림교육전문가 감영희님이 쓴 글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웁니다.
저도 게절중에 봄을 가장 사랑하니까요.
봄에 피는 새싹들, 겨울의 추위을 견디고 땅 속에서 피어나는 꽃들.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산길을 가다가 꽃이 핀 그런 모습들을 보면, 많은 생각들을 하며 한참을 머물다가 간답니다.
각박하게 사는 세상보다 잠시동안이나마 숨을 고르 듯 쉬어가는 모습이 좋은 거죠.
각자 각자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모습이 내면에 잠겨 있답니다.
살면서 그 모습들을 끄집어 내면서 살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 겁니다.
오늘도 우리 님께서 올려 주신 고운 글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시 한번 정화시키고 갑니다.
오늘도 마음의 양식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하루를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다녀가신 고운 걸음
감사합니다~
바다고동님의 비단결 같은
메시지를 접하니 힘이납니다 !!
오늘 하루도 따듯하게
보내시고 힐링의 시간들로
채워지시길 소망합니다
~^^
글 잘 읽었습니다.
숲과 산을 무척 좋아했는데
이젠 몸이 시들어서
마을 뒷산에도 못가고 있네요.
젊어서는 사계절이 다 좋았는데
이젠 겨울이 싫고 봄과 여름이
좋더군요.
무엇인가 하면 좋은데
집착하면 그것도 괴로움이니
예술도 그냥 즐기면 될것 같네요,
고운 방문글 주신
소산 님 !
감사합니다~
갑진년에는 뜻하시는 바,
모두 이루시길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산들바람 속에서 만나는 친구 외(外)
좋은 글 고맙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행복한 불 금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핑크하트 님 !
기쁨 행복 가득한
새해 첫 주말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