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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23
#1. 병영 / 밤
전경의 모습.
#2. 최영의 방 / 밤
은수가 혼자가 배양액 그릇들 옆에 훈증기를 배치하고 있다.
그릇 중에 하나의 뚜껑을 열어 안을 본다. 닫고 문득 옆을 보니 사과가 작은 바구니에 가득 담겨있다.
(커다란 개량종 말고 작은 재래종으로)
문 쪽을 돌아본다.
#3. 궁 내부 / 밤
은수가 걸어온다. 한손에 하나씩 사과를 들고. 옷에 닦으면서. 그러다 멈춰서 귀기울인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검이 바람을 베는 소리.
#4. 궁 내 / 무술 연습장 / 밤
최영이 어두운 홀에서 혼자 검술연습을 하고 있다.
한손으로 검을 휘두르다가 거친 숨을 쉬며 이제는 두 손으로 휘두른다.
전체적인 느낌은 실제 검보다 몇 배나 더 무거운 것을 휘두르는 느낌.
#5. 회상 / 4부 적월대 에피 /
울컥 앞으로 나서려던 최영을 막던 문치후의 검.
#6. 회상 / 5부 적월대
최영의 검에 내려앉던 매희의 두건.
#7. 궁 내 / 무술 연습장
최영이 올려 잡고 있던 검이 투욱 쳐진다. 검으로 바닥을 짚은 채. 거친 숨.
최영이 다시 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섰다 물러선다. 손의 이상을 연습으로 극복해볼까 하는 마음이다.
// 이만치 기둥 뒤에 숨어서 은수가 그런 최영을 몰래 보고 있다.
안쓰러운 마음과 함께 검을 휘두르는 최영의 동작을 자세히 살피고 있다.
// 최영이 동작에 연이어 검을 옆으로 홱 뿌리는데 순간, 검이 손에서 놓쳐져 날아가며 요란하게 바닥에 부딪히고 뒹군다.
최영이 걸어가서 검을 주워들려다가 놓친다. 다시 주워들려다가 머뭇거린다. 또 놓칠까봐.
그 때 그를 향해 날아오는 사과 한알.
최영, 반사적으로 사과를 받아 잡는다. 또 하나의 사과가 날아온다. 역시 쉽게 받아 잡는다.
돌아보면 거기 은수가 서서 그를 보고 있다.
최영이 아.. 해서 손에 들린 사과를 본다. 무의식 속에서 손은 문제가 없다.
#8. 최영의 방 / 밤
대야에 담긴 따뜻한 물. 하얀 수건이 담겨졌다가 꼭 짠다. 은수의 손이다.
그 옆에 앉은 최영.
은수가 최영의 손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따뜻한 수건으로 감싼다.
그 옆에 앉아. 한손으로는 손목의 맥을 다른 손으로는 목의 경정맥의 맥을 짚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슬로우의 느낌으로 흐르듯이)
은수가 맥을 더 잘 느끼기 위해 눈을 감는다. 그런 은수를 보는 최영.
은수가 일어서더니 최영의 뒤로 가서 선다. 한손으로는 목의 뒤를 받치고 목의 경추 쪽을 만져본다.
최영, 그냥 내버려두어 주고 있다.
은수 : 두통은 없다면서요?
최영 : 없습니다.
은수 : 제대로 검사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봐서는 손이 떨리는 게 아니구 마음이 떨리는 거 같은데.
최영이 자기 어깨에 얹혀져 있는 은수의 잡아 끌어 자기 앞에 앉게 하고는.
최영 : 단사관하고 그 마부는 이미 원으로 떠난 거 확인했습니다. 다시 올 거 같진 않구요.
은수 : (끄덕)
최영 : 그래도 여기가 알려진 이상 마음이 안 놓여서요. 남은 시간동안...
은수 : (외면하더니 대답은 안하고 최영의 손을 덮던 수건을 거둬 다시 물에 담궈 짜는)
최영 : 나 봐요.
은수 : (안보는)
최영 : 나 좀 봐요.
은수 : (내키지 않아 고개 들어보는)
최영 : 임자 떠나고 나면, 나 괜찮을 거냐고 물었던 거 기억합니까?
은수 : .. 기억해요.
최영 : 난 괜찮을 겁니다.
은수 : ....
최영 : 잘 먹고 잘 지낼 겁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면 잊을 거구요. 다시 임자 생각 안할 겁니다.
그러니... 내 걱정 말고 돌아가세요.
은수 : (고개를 돌려 외면한다. 마음도 상하고 눈물이 차오를 거 같아서)
최영 : 돌아가서.. 처음에 힘드신 건 금방 괜찮아질 겁니다. 워낙 힘찬 분이니까. 그렇게.. 내가 믿으니까.
은수 : (보는) 돌아가도 나 괜찮지가 않나봐요. 혼자는 도저히 안되겠어서 다시 당신을 찾아다닐지도 몰라요.
당신이 나 데려온 그 하늘문을 찾지 못해서 혼자 이상한 세상을 헤메고 다닐지도 모른다구요.
최영 : 그러지 마요.
은수 : ..
최영 : 대답해요. 그러지 않는다고.
은수 : (고집스레 보기만)
최영 : (한숨 쉬고) 남은 시간동안 되도록 옆에 있겠습니다. 어디도 불안하니까.
그리고.. 되도록 웃게 해드리겠습니다. 별로 자신은 없지만..
은수가 말없이 최영을 보고 있는데 결국 눈물이 흘러내린다.
최영이 손을 들어 가만가만 닦아 준다.
#9. 기철의 집 회랑
금군들 몇이 구보로 달려간다. 접수한 기철의 집을 수색하는 중이다.
#10. 기철의 집 마당
금군들이 기철의 사병을 한쪽으로 밀어 줄을 세우고 있다. 한쪽에서는 사병의 몸수색을 하고 있다.
최영소리 : 덕성부원군은 이미 도주를 했습니다. 남은 사병들은 현재 구금해서 인원 파악 중이구요.
#11. 성문 앞
금군들이 서서 오가는 행인들을 검문 중.
최영소리 : 도주한 부원군의 식솔들을 수색 중에 있습니다. 아직 개경에서 빠져나가진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12. 공민 집무실
공민과 최영. 도치. 충석.
최영 : 국경 가는 길에 검문을 강화시켰으면 합니다. 어떻게든 그 자가 원으로 가는 건 막아야 하지 싶습니다.
그 누이 기황후하고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공민이 막 종이에 쓴 글자를 종이를 들어 최영 쪽으로 내준다.
최영이 받아본다. [ 忠勇衛 ] 라고 적혀있다.
공민 : 아직 쌍성총관부와 부원배들이 나라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그들을 치기 위한 주력부대를 만들어 주세요.
이번에 접수한 덕성부원군의 사병들부터 흡수하면 어떨까 싶은데. (하다가 보면)
최영 : (물끄러미 종이만 내려다보고 있다)
공민 : 호군?
최영 :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전하.
공민 : 말씀하세요.
최영 : 주위를 물리겠습니다.
최영이 충석을 본다. 그 눈짓을 받고 충석이 도치 등과 함께 밖으로 나간다.
공민이 의아해서 본다.
최영 : 제가 아무래도 제 스승님의 뒤를 따르고 있는 듯 합니다.
공민 : 무슨 말이에요.
최영 : (차마 하기 어려운 말) 스승님 돌아가시기 며칠 전, 제가 목격했었습니다. 스승님께서 검을 떨어뜨리시는 거.
공민이 그 말에 생각나는 것이 있다.
#13. 회상 21부 # 집무실
최영이 돌아서다가 검을 떨어뜨리는 장면.
#14. 집무실
최영 : (무뚝뚝하게) 그때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공민 : 무슨 뜻입니까.
최영 : 검을 내려놓을 때가 된 거 같습니다.
공민 : (그제야 최영의 손을 본다)
최영 : (검을 들고 있지 않다) 무엇을 드는 것이 점점 어렵습니다.
공민 : (저도 모르게 일어서는데)
최영 : 일곱날 뒤, 의선을 보내드리러 갑니다. 그날까지 모시겠습니다.
공민 : 그날까지 의선과 함께 지내라 이미 말했으니 그리하세요. 그리고 난 계속 기다리고 있으니 그것도 아시고.
최영이 더 고집피우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15. 최영의 방 한쪽
문갑 위에 최영의 검이 그대로 놓여져 있다. (검걸이에 걸려져 있다)
#16. 장교홀
우달치들이 우루루 모여든다.
검을 들지 않은 최영이 그들 가운데로 나서며.
최영 : 한마디로 말해서 부원군 집의 재산 정리를 하러 간다.
우달치들 좋다고 우우..
최영 : 웬만한 건 이미 다 빼갔을 테지만 남아있는 것들은 (눈으로 찾는)
저 뒤에 은수가 보고 있다. 밝은 얼굴이라 마음이 놓인다.
최영 : 제대로 잘 긁어모으고 정리해서 나라에 바치도록. 부장.
충석 : 예 대장.
최영 : 업무 나누고.
충석 : 예.
최영 : 돌배.
돌배 : 예.
최영 : 덕만이.
덕만 : 예.
최영 : 유은수.
은수 : (깜짝 놀라보는)
최영 : 대답.
은수 : 네.
최영 : 나를 호위한다.
#17. 기철의 집
우달치들이 우루루 들어서고 있다. 어느 만큼에서 충석의 지시로 이쪽 저쪽으로 헤어져 간다.
맨 앞을 오고 있는 최영. 그 옆을 졸졸 따르는 은수와 양 옆의 돌배와 덕만.
빠른 남자들 걸음을 따라 걷느라고 은수는 자꾸 뒤쳐진다.
은수가 에이 해서 뛰다시피 좀 앞서 간다.
그 뒤로 최영 등이 코너를 꺽어 걸어간다. 모르고 직진하고 있는 은수.
최영이 다시 와서 은수의 뒷덜미를 채어 데려간다.
#18. 기철의 서재
최영 등이 들어온다. 돌배와 덕만은 재빨리 흩어져서 서가를 뒤지고.
은수도 두리번거리며 찾는다. 혹시나 해서 찾고 있는 유물상자.
최영 : 유물 상자라면 몇 번 확인시켰습니다. 없습니다.
은수 끄덕이긴 하는데. 그래도 미련이 남아서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그런 은수를 보다가.
최영 : 거기 둘은 이 방 마저 뒤지고. (은수와 눈 마주치더니) 우린 이쪽.
하고 먼저 나간다.
은수가 집어 들었던 것을 얼른 놓고 부지런히 따라 나간다.
열심히 일하는 척 하던 돌배와 덕만이 일제히 문 쪽으로 돌아본다. 흐흐 하는 얼굴.
#19. 기철네 중앙 정원
(9회에서 최영이 검을 찾는다며 와서 은수를 만났던 곳)
나란히 걸어가는 최영과 은수. 옆을 달려 지나가는 우달치들의 모습이 간혹 보이고.
은수가 멈춰서더니 주위를 둘러본다.
은수 : 여기.. 기억해요?
최영 : 기억합니다.
#20. 회상 9회 #26
마주 선 최영과 은수.
최영이 아래를 내려다본다. 은수가 최영의 옷자락을 잡고 있다.
꼭 잡은 손에 그 간에 억눌렀던 감정이 담겨서.
은수 : 당신 죽는 줄 알았어요. 다들 그렇게 겁 줘서. 근데 살아있으니까.. 됐어요.
#21. 중앙 정원
최영 : 이 집에 있을 때 좋았다면서요.
은수 : 아.. 밥도 많이 주고. 옷도 주고..
최영 : 밥 좋아하는 건 아는데.. 옷도 좋아합니까?
은수 : (웃는) 그럼요. 이쁜 옷 비싼 옷을 특히 좋아하죠.
최영 : 또 뭘 좋아하십니까.
은수가 그런 질문을 하는 최영을 돌아본다. 다 잊겠다더니.
은수 : 바람 부는 날 좋아하고. 비오는 날도 좋아해요. 마악 비가 오기 시작하는 순간이 제일 좋아요.
빗방울이 하나 둘.. 이렇게 이마에 떨어지면 어라. 이러구 하늘 보게 되잖아요. 그 순간.
최영 : (대충 기대 서더니) 또요.
은수 :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노란 소국. (시선이 최영이 입은 갑옷을 보며) 회색. 청색. 또..
은수소리 : (최영의 옆에 나란히 기대서며) 키가 큰 남자.
은수의 시선이 옆에 내려져 있는 최영의 손을 본다.
은수소리 : 딱 그만큼 큰 손.
최영 : 그게 전부입니까? 좋아하는 게?
은수소리 : 그리고 그 목소리.
최영 : (은수를 돌아보는)
은수 : 그러게 이상하네. 내가 욕심이 많이 없어졌나 부다. 대장님은 어때요. 뭐 좋아하는데.
최영이 생각해보는 듯 하더니 한손을 들어 은수의 어깨에 얹는다. 그리고 툭툭.
은수가 ?해서 돌아보자 좀 웃더니 은수의 등을 밀어 걸어가기 시작한다.
우달치 둘이 저만치 오며 꾸벅 인사를 한다. 은수도 웃어 보이고.
최영이 문득 은수를 멈추게 하더니 한쪽을 돌아본다.
거기 하인 하나가 지게를 진 채 머뭇거리고 있다가 최영과 시선이 마주치자 얼른 외면한다. 저쪽으로 걸어간다.
최영이 우달치 둘을 손짓으로 부른다. 시선은 다시 하인에게. 달려온 우달치에게.
최영 : 의선을 지켜드려.
우달치 : 예.
최영이 빠르게 하인을 쫓아간다.
은수가 걱정되서 본다.
#22. 저택 마당의 다른 곳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는 하인. 뒤를 돌아보고 다시 앞으로 가려다 깜짝 놀라 본다.
그 앞에 막아서는 최영. 다짜고짜 하인을 잡아채더니 그 허리뒤춤에서 중간 길이의 칼을 꺼낸다.
최영 : 이 집은 하인 놈이 이런 걸 차고 다니나.
하인 : ...
최영 : 부원군이 보낸 거냐.
순간. 하인이 도망치기 시작한다. 최영이 빠르게 쫓는다.
최영이 손에 들린 칼을 하인을 향해 날린다. 그런데 그 칼은 최영이 제대로 힘을 싣지 못해서 중간에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최영이 놀라서 그 칼을 보는 사이. 하인은 코너를 돌아 도망친다.
최영이 한순간 멈칫했다가 달린다. 코너를 돌아서 보았을 때 하인은 보이지 않는다.
최영 뒤돌아 달린다. 은수에게 가기 위해서.
#23. 중앙 정원
달려오던 최영이 본다. 거기 우달치 둘과 얘기하고 있는 은수. 후우.. 안심이 돼서 멈춘다. 멈춘 채로 본다.
은수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우달치들이 웃는다.
은수도 웃다가 멈칫. 마치 최영이 보는 것을 느낀 듯 돌아본다. 최영을 보더니 활짝 웃는다.
최영이 두리번거린다 마침 저기 충석이 지나간다.
최영 : 부장.
충석 : 예.
대답하며 달려온다.
최영 : 여기 나머지 작업은 알아서 잘 마무리해.
충석 : 예? 아 예. 대장께선?
최영 : 바쁘다.
하더니 은수에게 성큼성큼 다가간다. 턱짓을 한다. 따라오라고. 은수를 지나쳐 걸어간다.
은수가 대충 충석 등에게 인사를 하느라고 지체하자 최영이 다시 오더니 등덜미를 밀어서 간다.
남은 우달치들이 벙해서 본다.
그들이 보는 앞에서 최영의 손이 내려오더니 은수의 손을 잡아 가고 있다.
충석. 충격으로 보고 있다.
#24. 기철의 은신처
탁자 위에 놓여지는 나무 함. 양사가 조심스레 상자를 열자.
그 앞의 기철이 안을 들여다본다. 두 개의 환약이 들어있다.
양사 :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건 최후의 방법입니다.
기철 : 알아.
양사 : 이 약이 내공을 배로 끌어올리고 야차의 힘을 준다고는 하지만 겨우 반나절입니다. 그 이후 부작용이 너무 심각합니다.
그러나 기철이 두 알의 환약을 다 꺼내든다.
기철 : 안다고.
문이 벌컥 열리며 화수인이 들어온다.
화수인 : 그 계집. 어디 있는지 알았어요.
기철 : (벌떡 일어서는)
#25. 최영의 방
최영이 은수의 뒤에서 갑옷을 벗겨내준다.
최영 : 이제 부원군이 임자가 여기 있는 걸 알았다고 봐야 될 겁니다.
최영이 은수의 갑옷을 벗겨내 옆에 놓고 자연스레 돌아선다. 이번에는 은수가 최영의 갑옷을 벗겨주는.
은수 : 그럼 어째요? 다른 데로 도망가요? 숨어요?
최영 : .. 놀러 갑시다.
은수 : .. 뭐라 그러셨나요. 방금 .. 대장?
최영 : 놀러 가자구요. 뭐 갖고 싶은 거 없습니까?
은수 : (멈췄다.. 믿기지 않아서 조르르 앞으로 와서 최영의 얼굴을 보며) 나.. 뭐 사준다구요?
최영 : 옷.. 필요하십니까?
은수 : .. 돈 있어요?
최영 : 아마.. (생각해보는) 많을 겁니다. 그동안 녹봉 받은 것들..
은수 : 그럼 이거저거 막 사달라고 해도 되요?
최영 : 됩니다.
은수 : 옷에 신발에 장신구 그딴 거 다?
최영 : 예.
은수 : 언제.
최영 : 애들한테 지시 좀 해놓고 바로.
은수 : (우흐흐. 웃음이 삐져나오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다)
최영 : .. (신기해서) 그렇게 좋습니까?
은수.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끄덕끄덕하며 저쪽으로 간다.
최영이 할 수 없이 은수가 벗기다 만 갑옷을 제 손으로 벗으며 보다가 멈칫.
은수의 배약액 접시들 옆에 훈증기에서 김이 나오고 있다.
최영이 그 옆으로 가서 내려다본다. 뚜껑 하나를 열어보고 돌아보면 저만치의 은수는 갈아입을 옷을 챙기고 있다.
최영 : 아직 단념하지 않고 있는 거지요?
은수 : 뭐요.
최영 : 해독제 만드는 거. 그리고 이 땅에 남을 생각.
은수 : (돌아본다. 배양액 앞의 최영을 보더니) 기다려 봐요. 반드시 내가 성공해보일 거니까.
최영 : 절대 포기 안하시죠? 뭐든.
은수 : 그러니까 그냥 익숙해지세요. 저항하지 말구.
하며 웃더니 하던 걸 한다.
#26. 강안전 공민 처소
탁자에 앉은 공민이 책을 읽고 있는데 아무래도 저쪽에 신경이 쓰이고 있다.
거기 최상궁과 도치. 그리고 노국까지 셋이 뭔가를 열심히 숙덕거리고 있다.
노국이 뭐라 말하면 상궁과 도치가 고개를 젓고.
노국이 속상해보이고.
몹시 궁금하지만 끼어들기가 좀 그렇다.
읽던 책을 탁자에 툭 떨어뜨려본다. 그러나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다시 집어 들었다가 이번에는 좀 더 세게 탕 떨어뜨린다. 그제야 돌아보는 세 사람.
공민이 책을 들며 헛기침을 한다.
노국이 그제야 일어서 이쪽으로 온다. 상궁 도치는 민망..
공민 : 뭔가 긴한 이야기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노국 : 전하. 그림을 그리러 나가지 않으시겠습니까?
공민 : 그림을.. 나가서요.
노국 : 예. 야외에 나가 그림을 그리시려면 호위가 필요하시겠지요. 우달치 대장도 꼭 호위를 해야 될 것입니다.
저는 의선이 같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혹여 찬바람에 고뿔이라도 들면 .. 그러니.. (열심히 말하다보면)
공민 : (물끄러미 보고 있는)
노국 : 그게.. 두 사람 헤어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의선은 매일 병영에 숨어 지내야하고.. 대장은 바쁘고..
공민 : (보는)
노국 : (난처해서 상궁 쪽을 돌아보는.. 도와달라고)
최상궁 : 전하께서도 요 근래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격무를 하시니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시는 게 어떨른지요.
공민 : 기어이 해독제는 구하지 못한 모양이군.
노국 : 예.
공민 : 그럼 기어이 의선은 돌아가실 것이고.
노국 :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민 : 그 후가 두렵습니다. 그 후 대장의 마음이.
최상궁 : 명색이 대장이 되어서 여인 하나 때문에 흔들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공민 : 조카의 마음을 그리 몰랐는가. 대장에게 의선은 그냥 여인이 아니야.
대장은.. 의선 그 분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날 똑바로 봐주었어.
그 전에는 그저 저번 왕에 이은 이번 왕, 그 정도로만 내 얼굴 기억해주더니. 비로소 날 똑바로 봐주었다구.
#27. 저자거리
나란히 걸어오는 은수와 최영.
은수는 행복해서 두리번거리고, (사과머리 추천)
최영은 주위를 슬쩍슬쩍 살펴 보는 중. 그러다 돌아보면 옆에 은수가 없다.
저 뒤로 돌아 가고 있다. 한숨을 쉬고 쫓아간다.
(여기서 오가는 저자거리 사람들 중에 상당수가 사복을 입은 우달치들이거나 수리방 사람들이라는 설정입니다)
#28. 옷가게 내부
입구에 팔짱을 끼고 서있는 최영. 은수를 보고 있다.
그 앞에서 은수가 가게 주인 여자와 함께 옷을 고르는 중. 옷 하나 자신의 몸에 대보고..
은수 : (최영을 돌아보며) 이 색 어때요. 나한테 어울려요?
최영 : (난감해서) 모르겠습니다.
은수 : 체. (또 다른 옷을 대보고는 옷가게 안의 동경 앞에서 열심히 비춰보는) 근데 이거 어떻게 입는 거지?
이거 밖에 입는 옷 맞죠. 이거 좀 입어봐도 되요? 이 안에 입어볼 데 없나?
하는데 옆에 온 최영이 은수가 꺼내 늘어놓았던 옷을 한번에 주욱 걷더니 주인여자에게 안긴다.
은수가 들고 있던 옷도 주워서 주인에게 안긴다.
은수 : 사준대매. 알았어요. 내 그냥 빨리 고를께. 금방. 한 개만.
최영 : (주인에게) 다 사겠네. 대만아.
어디선가 나타나는 대만.
최영 : 들구 와.
하더니 은수를 밀어 나간다.
대만이 주머니를 꺼내 연다. 옷가지를 잔뜩 안은 가게 주인이 슬쩍 들여다 보고 입을 벌린다.
헝겊 주머니 속에는 은자가 여러덩이 들어있다.
대만이 한덩이를 꺼내더니 좋다고 웃는다.
#29. 저자거리
걸어오던 최영이 슬쩍 보는 곳. 저기 사람들 뒤로 지나가는 사내. 부원군 집에서 본 하인이다.
최영이 그쪽은 모른 척 하고 슬그머니 은수의 어깨를 당겨 가까이 하여 걷는다.
그러나 은수가 그 품을 벗어나 또 조르르 쫓아가는 곳. 장신구들을 파는 곳이다.
최영이 따라가 옆에 서면서 옆눈으로 보는 곳.
또 다른 사내가 물건들을 구경하는 척 하면서 이쪽을 주시하고 있다.
은수가 장신구 하나를 집어서 최영의 머리에 대보려다가 최영에게 손목을 잡혔다.
은수가 제 머리에 대서 최영에게 보여준다. 최영이 난감해서 본다.
은수가 그걸 내려놓더니 다른 걸 대본다.
최영이 좌판을 내려다보다가 하나를 골라서 내밀어준다.
은수가 머리를 대준다. 직접 꼽아달라고.
최영이 난처해서 장신구를 든 채 시선이 은수의 뒤쪽으로.
저만치서 사내 하나가 슬슬 다가오고 있다.
최영 : 지금이라고 하면 저기 벽쪽입니다.
은수, 놀라서 최영을 보는데.
최영 : 지금.
은수가 더 볼 것도 없이 벽쪽으로 달려가 붙는다.
은수를 뒤에서 공격해오던 사내를 최영이 빈손으로 잡아 밀어 제치고. 은수의 앞을 막아선다.
어느 틈엔가 네다섯명의 사내들이 최영네를 반원으로 둘러싼다. 저마다 무기를 빼들고 있다.
주변의 저자거리 사람들이 조용히 뒤로 물러나는 것이 보인다.
사내들이 최영을 공격해 온다. 빈손으로 은수를 보호하며 싸우는 최영.
상대의 무기를 잡은 손목을 잡고 비틀어 무기를 떨구게 하면서.
은수는 그 뒤의 벽에 딱 붙어서 꼼짝도 않고 보고 있다.
최영 : 왜 니들 뿐이야. 뒤에 있는 놈들은.
하며, 또 하나를 발로 걷어차 뒹굴게 한다.
맨손 공격만 당한 사내들이 다시 반원을 그려 포위망을 만들며 최영네를 겨눈다.
최영은 주위를 둘러본다.
최영 : (큰소리) 이것들뿐이야? 근처에 딴 놈 없어?
그 말에 사내들이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주변에 있던 자들이 일제히 무기를 빼든다. 상인이든 손님이든 행인이든. 그들이 일제히 사내들을 겨눈다.
그 중에 사복을 입은 돌배가 있다.
돌배 : 없습니다. 이것들만 온 거 같습니다.
순간 최영의 뒤쪽에서 어떤 사내가 은수를 향해 칼을 휘둘러 들어온다.
최영이 급해서 바닥에 떨어져 있던 적의 칼 하나를 발로 차올려 잡는다. 사내의 칼을 막는다.
그러나 최영의 칼이 사내의 칼과 부딪히는 순간. 최영이 칼을 놓치고 칼이 바닥에 떨어진다.
사내의 칼이 집요하게 은수를 향해 휘둘러진다.
순간 그 칼을 받아내는 창. 돌배다. 다음 순간 달려온 다른 우달치들이 사방에서 그 사내를 겨눈다.
최영이 얼른 은수를 잡아채어 그 자리에서 멀어지게 한다.
돌배가 걱정돼서 최영을 힐끗 돌아본다.
은수가 최영의 뒤에서 최영의 오른손을 본다. 꽉 주먹쥐고 있다.
은수가 자기 손으로 그 손을 덮는다.
잠시 후 최영의 손이 펴지면서 은수의 손을 깍지 껴잡아 잠시 안정을 취하더니 놓고 앞으로 간다.
우달치들이 더러 반항하는 사내들을 제압해서 묶고 있는 와중.
최영 : 데리고 가서 털어봐. 부원군 무리들 어디 있는지. 누구든 만나서 명령을 받았을 거 아냐.
돌배 : 예 알겠습니다.
최영 : (주위를 둘러보며) 이들만 보냈을 리가 없는데..
// 그 현장으로부터 꽤 떨어진 이곳의 이층. 화수인이 그곳을 구경하다가 돌아선다.
#30. 기철의 은신처
화수인. 천음자가 들어선다. 화수인이 주위를 둘러보며.
화수인 : 확인했어요. 최영이 그 자는 걱정하지 않아두 돼. 검을 쓰지 못하더라고.
기철이 구석에 앉아있다. 화수인이 그 앞에 앉으며.
기철 : 같이 있든가. 그 여인.
화수인 : 딱 붙어 다닙디다. 어떻게. 델구 와요?
기철 : ..
화수인 : 죽여요?
기철 : 양사.
양사 : 예 나으리.
기철 : 내 누이에게 사람을 보냈지?
양사 : 예. 혹시 몰라서 셋을 따로 보냈습니다. 어제 일찍 출발했으니 곧 국경을 넘을 것입니다.
기철 : 국경을 넘고.. 원의 황실까지 가고. 내 누이를 만나고 서찰을 전하고.. 다시 군대를 일으켜 여기까지..
후우.. 너무 느리다. 너무 멀어.
천음자 : 그럼 어쩌실라우.
기철 : 직접 궁에 가야겠다.
천음자 : 아무리 그래도 궁은 무리요. 금군에 우달치까지 지키는데.
기철 : 주변의 떨거지들은 다 귀찮다. 우린 궁의 중앙까지 바로 갈 것이야.
화수인 : 어떻게요?
기철 : 어떻게든.
#31. 전의시
더기가 장빈의 책상을 정리 중이다. 책들을 한 곳에 모아쌓고 있다.
그 중에 책상 위에 따로 놓여져 있는 책. (장빈이 손수 적어가던 책이라는 설정)
더기가 그 책을 들어 옮기려다가 멈칫. 책을 열어본다. 한 페이지에 접은 종이를 넣어 책갈피를 해놓고 있다.
다시 책을 덮고 옮기려다가 다시 그 페이지를 열어본다. 접혀진 종이를 꺼내 펼쳐본다 읽어본다.
놀란 듯. 다시 펼쳐진 책의 페이지를 본다. (綠蛛毒 이라는 항목)
#32. 최영의 방 앞 복도
대만이 어 해서 본다. 더기가 서책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오고 있다.
옆에서 돌배가 반가운 척 하지만 더기는 걸리적거리는 돌배를 밀어 치우며 최영의 방 쪽으로.
#33. 최영의 방
문이 열리며 더기가 들어온다. 배양액 앞에 매달려 있던 은수가 본다.
더기가 들고온 서책을 은수 앞에 흔들어 보이며 손짓을 하지만 은수가 알아듣지를 못한다.
은수 : 아니 잠깐만요. 그니까 무슨 말인지.. 내가 이 한문책을 읽지를 못해서..
더기가 그대로 은수의 손을 잡아 당기며 밖으로..
#34. 궁의 누각
최상궁이 서책을 펼친다. 더기가 급해하며 종이가 끼워진 특정 페이지를 펼쳐준다.
그 앞의 은수는 뭔가해서 보고 있다.
은수 : 그 책은 장선생님이 쓰시던 건데. 약물 연구하시는 거 정리중이라고 보여준 적이 있어요.
최상궁 : (따로 끼워놓았던 종이를 읽어보며) 이독제독이라. 독으로 독을 제압한다..
더기 : (손짓으로 은수를 가리키고 마음이 급하니까 은수의 팔을 잡아당겨 붕대로 감긴 부분을 가리키고)
최상궁 : 가만 좀 있어봐. 정신 사나와서 원.. (읽어보는)
은수 : (뭔지 모를 희망이 생기며 보는)
최상궁 : 비충독의 유사한 독은 이거다.. 뭐 이런 얘긴데.
은수 : 유사한 독이요?
최상궁 : 비충독을 비슷한 증상을 가진 독으로 치료한다는데.. 이게 무슨 소린지..
은수 : 동종요법 같은 건가.. 그래서 그 독이 뭐래요? 비슷하다는 독..
더기 : (얼른 책을 가리킨다)
최상궁 : (들여다보며 읽는) 녹주독이라고 되있는데.
은수 : (기대하면서 보는)
최상궁 : (종이를 다시 읽는다. 읽다가 다시 접어서 책에 껴넣더니 책을 덮는다)
은수 : 고모님?
최상궁 : 해독제가 아닙니다. 독을 더해서 그 독으로 하여금 먼저의 독을 이기게 한다는 것인데.
장어의도 이것은 극히 위험하여 권할 수 없는 방법이라 적었습니다.
그래 의선께도 말 안한 것이겠지요. 그리 아십시오. (일어선다)
은수 : 아니 그게 영 말이 안되는 건 아니거든요. 제가 사는 데서도 그거 연구하는 분들 있어요. 나두 세미나 한번 갔었는데..
최상궁 : 너무 위험합니다.
은수 : 그 사람이 검을 놓고 다녀요.
최상궁 : (본다)
은수 : 그 다음엔 또 무엇을 놓아버릴지 나.. 겁나요.
#35. 병영 외경 / 밤 #36. 최영의 방
칼걸이에 걸려져 있는 귀검. 그 앞에 선 최영이 손을 들어 쓸어본다. 그 위로 들리는 소리.
은수소리 : 아까 당신이 던져버렸던 검. 언제나 제 몸처럼 들고 다니지 않았나? 그걸 이렇게 휙. 던져버리던데?
(22부 52씬에 있던 대사입니다)
#37. 회상 최영의 방 22부 #
침상에 누워있는 최영. 그 옆의 은수.
최영 : ... 무거워졌나.
은수 : 검이 무겁다구요?
최영 : 그럴 수 있습니까? 갑자기 검이 무거워지는 거.
은수 손을 놓고 일어나더니 저 옆에 놓여져 있던 최영의 검을 들어본다.
은수 : 무겁구만.
최영 : ?
은수 : 검은 원래 무거운 거잖아요. 그게 뭐.
#38. 최영의 방
최영이 돌아본다. 거기 침상에 은수가 누워 잠들어있다.
허리띠를 풀어 옆에 얹다가 그 옆의 종이 뭉치를 떨어 뜨린다.
모아서 주워들다 보면 종이들 사이에서 떨어져 내리는 접힌 종이.
들어서 펼쳐 본다. 은수가 만든 달력종이다.
15에서 30까지는 이미 다 엑스표가 되어있고. 1.2.3.4.5도 엑스표가 되어있다.
남은 것은 열 개의 칸.
최영이 도로 접어서 얹어놓고 침상으로 가다가. 옆에 있는 배양액들을 본다.
그 옆에서 연기를 내고 있는 훈증기.
은수가 침대의 모서리에 거의 걸쳐져 떨어질 듯이 옆으로 누워 자고 있다.
조심스레 안쪽으로 밀어주려는데 은수가 몸을 돌려 바로 눕는다.
최영이 그 옆에 조심스레 앉는다. 잠이 깨지 않게 은수의 이마를 만져본다.
다른 손으로는 자기 이마에 댄다. 열이 있는지 늘 불안하다.
상체를 기울여 자는 은수의 얼굴을 본다. 베게 위로 흩어져 있는 머리칼을 쓸어 모아 준다.
얼굴 위로 흘러져 내린 머리칼도 조심스레 걷어준다.
이 얼굴을 잊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그저 내려다 본다.
#39. 궁 내 무술 연습장
새로운 우달치 신입들이 훈련 중이다.
고참들이 그들 사이를 오가며 동작들을 고쳐준다거나..
이쪽 옆에서 영 못마땅해서 보고 있는 최영. 그 옆에 충석과 돌배.
충석 : 새로 들어온 신입들이 워낙 실력 차이가 나서요. 출신 성분 관계없이 뽑으라 하셔서 내부적으로 충돌도 약간 있고.
최영 : (품에서 얇은 책자 하나를 꺼내 충석에게 퍽 안긴다) 대충 적어 본 거니까 검토해봐.
충석 : (넘겨보다가 놀라) 직접 적으신 겁니까? 근데.. 이거 (첫 페이지를 보며) 충용위가 뭡니까.
최영 : 전하께서 새로운 군사조직을 만들고 싶어하신다. 기본 병력 단위는 천명. 4위로 구성해서 각 위의 조직 구성.
훈련 계획, 보급 규모, 적어 놨으니까 전하께 보고 드려.
충석 : 제가.. 보고드립니까. 대장이 아니고?
최영 : 이상.
하더니 걸어간다.
충석이 의아해서 보고 있다. 돌배가 아무래도 걱정이 돼서 보다가 따라간다.
#40. 연습장 근처 일각
최영이 옆을 돌아본다. 한걸음 뒤에 따라 오고 있는 돌배.
최영 : 뭐야.
돌배 : 상관없지 않습니까?
최영이 멈추더니 돌아본다.
최영 : 뭐가.
돌배 : 대장 손.. 무슨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최영 : 떠들고 다녔나. 내 손.
돌배 : (억울해서) 그럴 리가 있습니까. 아닙니다.
최영 : 그래서.
돌배 : 검을 떨어뜨리는 거 봤습니다.
최영 : 그런데.
돌배 : 상관없지 않습니까. 손 같은 건. 그냥 계속 대장하시면 안됩니까?
손이 필요하면 제가 옆에 있을 거니까. 대장의 검하곤 비교도 안되지만 제 창도 제법 합니다.
이걸로 대장 손을 하면 안되겠습니까? (하며 창을 옆에 탁 찍어보인다)
최영 : (잠깐 따뜻함으로 보다가 대뜸 머리통을 팬다)
돌배 : 아.. (얻어맞은 머리를 감싸고 물러서는데)
최영 : 그래가지고 뭘 대신하나. 니 머리통이나 지켜.
하며 돌아선다. 가던 길을 가려는데.
저 앞에서 대만이 달려온다.
대만 : 그 이상한 놈이 왔습니다. 그 이상하고 높은 놈. 대장을 찾습니다.
#41. 궁 입구
새로운 금군들이 우루루 달려나온다. 이미 그 앞에는 금군들이 포위 형세를 갖추며 막아서 있다.
그 앞에 기철과 화수인. 천음자가 나란히 서있다.
기철이 귀찮은 얼굴을 하고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본다.
최영이 돌배 대만과 함께 급히 온다.
기철 : 이제야 오나.
최영 : 덕성 부원군.
기철 : 한참을 기다렸지 않은가.
최영이 기철 좌우에 선 화수인과 천음자를 본다.
최영 : 정변을 일으켰던 대역죄인 기철. 더해서 궁중어의 살해죄에 탈옥까지 한 죄인 둘.
당장 포박 하옥한다. 무기 먼저 뒤져서 압수하고.
금군들이 우루루 셋에게 달려들어 포위한다.
그런데 기철이 자기 앞을 가로막는 자를 가볍게 밀쳐내며 최영에게로 온다.
최영 기다린다. 내려뜨린 오른손에 두어번 힘을 주어 쥐어본다. 상대할 수 있을까?
돌배가 옆에서 창을 돌려 기철을 겨눈다.
허나 상관없이 최영의 바로 앞까지 와 선 기철.
기철 : 내 발로 옥에 들어갈 것이야. 대신 청이 하나 있네. 의선. 만나게 해주게.
최영 : (..웃더니) 의선을 만나겠다고 자수를 했다는 겁니까?
기철 : 자네로선 참 고마운 일 아닌가. 내 뒤에 있는 내 사형제들이 그리 고분고분한 아이들이 아니야.
자네 지금 우리 셋을 감당하기 좀 어려울텐데.
최영이 주위를 둘러본다. 금군들이 셋을 둘러싸서 창 등을 겨누고 있는데 아무래도 안되겠다.
화수인이 최영을 보면서 미소짓고 있다. 마치 뭔가를 기대하듯이.
#42. 도당 회의실
계속되는 회의중. 급히 들어선 도치가 공민의 옆에 와서 고한다.
도치 : 덕성부원군이 방금 자수해왔답니다.
공민 : 뭐?
중신들이 본다.
공민이 저도 모르게 일어서 나가려는데.
익재 : 늦추십시오. 전하.
공민 : (보는)
익재 : 무슨 꿍꿍이가 있습니다. 아니면 제 발로 걸어 들어왔을 리가 없습니다.
목은 : 원에게 줄 빌미를 잡히면 안되십니다. 그자 뒤에는 기황후가 있습니다.
공민 : (갑갑하여 보다가 중신들을 향해 선다) 알겠습니다. 내일 그자의 친국을 편전에서 열겠습니다.
중신들께서 함께 지켜봐주시고. 내가 빌미를 잡히지 않게 지혜를 나눠주세요.
#43. 최영의 방
은수가 자신의 맥을 짚어보고 있다. 눈을 감고 잘 짚으려 애쓰며.
고개를 갸웃해서 멈추고는 자신의 이마를 집어 열을 재보려 한다.
그 때 밖에서 들리는.
덕만소리 : 의선 계십니까?
은수 : (놀라 손을 떼며) 네에.
문이 열리며 덕만이 들여다보며.
덕만 : 주상전하와 왕비마마께서 유행을 나가신답니다. 왕비마마께서 수행 우달치로 의선을 지목하셨구요. 저도 나갑니다.
좋아하다가 돌아본다.
거기 빠르게 들어오고 있는 최영. 앞에 걸리는 덕만을 밀며 들어오더니 덕만의 코 앞에서 문을 닫는다.
그러더니 은수를 향해.
최영 : 싫으면 싫다고 하십시오.
은수 : 뭘요.
최영 : 덕성부원군이 만나자 합니다. 만나겠습니까?
#44. 옥
금군들이 지키고 있다가 절을 한다.
최영이 은수와 함께 들어오고 있다. 은수는 감옥은 처음이라 좀 겁먹었다.
최영이 멈추고 은수를 살핀다.
최영 : 괜찮겠습니까?
은수 : 옆에 있을 거죠?
최영 : 그럼요.
은수 : 그럼 괜찮아요.
최영이 금군에게 신호를 한다. 옥문을 지키던 금군들이 뒤로 물러난다.
최영이 먼저 옥문에 다가선다.
거기 예전의 최영처럼 쇠사슬에 양 발목과 손목을 묶인 기철이 혼자 앉아 있다가 일어선다. 문쪽으로 다가온다.
기철 : 기억이 났네. 예전에 우리 여기.. 서로 반대쪽에 서있지 않았었나.
최영 : 그랬습니다.
기철 : 그때.. 자넬 죽였어야 했는데. 아까워.
최영 : 오셨습니다. 예를 갖춰 주신다면. 모시겠습니다.
기철 : 그럼. 그럴 것이야. 예를 다하지.
최영이 옆으로 비키며 은수를 본다.
은수가 주춤거리며 다가온다. 기철을 본다.
기철 : (격동되는 마음을 누르고는) 내가 얼마나 찾았는지 아십니까.
은수 : 알아요. 그래서 장선생님도 돌아가시게 한 거.
기철 : 내 사형제들이 원래 조절이 잘 안됩니다. 양해를 바랍니다.
은수 : (묵묵히 보는)
기철 : 내가 마음에 병이 들었습니다. 의원이시니 나 좀 고쳐주십시오.
은수 : .. 말씀하세요.
기철 : 하늘에서 오신 거.. 아닙니까?
은수 : (고개를 젓는) 아니요.
기철 : (벌컥 창살을 잡는)
최영 : (후딱 은수를 잡아 한걸음 뒤로 물린다)
기철 : 그럼 어디서 오셨습니까.
은수 : (최영을 한번 보고 기철에게) 내일의 세상이요.
기철 : 내일?
은수 : 지금부터 육백년도 더 뒤. 앞으로 있을 세상. 그러니까 지금 여기 사는 사람들의 아이가 자라 아이를 낳고
이렇게 계속 되어가는 세상. 그 중에 하나요.
기철 : 그곳에 가면 내 병을 고칠 수 있습니까?
은수 : (그제서야 기철의 기색을 살피는) 어디가 안 좋으세요?
기철 : 내 몸은 이 세상에 갖고 싶은 것은 다 가져봤습니다. 먹음직스러운 거. 아름다운 거. 귀한 거.
그런데 내내 고팠습니다. 고파서 왕도 바꿔 보았고. 고파서 사람의 눈알도 뽑아보았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고픕니다. 그래서 내 몸까지 병들어갑니다. 그 세상에 가면 고칠 수 있겠습니까?
은수. 순간 오싹하는 마음. 저도 모르게 최영 쪽으로 기운다.
최영이 그 어깨에 손을 올려준다.
은수 : 그런 병이라면 아마 어려울 거에요. 그 세상엔 부원군 같은 환자가 더 많아요. 다들 많이 가질수록 더 배고파서..
최영 : (그렇게 말하는 은수를 보는)
기철 : 또 속이는군. 그곳엔 하늘을 나는 마차가 있다 하지 않았나.
은수 : 있어요.
기철 : 그렇다면 그럴 리가 없잖은가. 그런 것을 갖고 그런 곳에 사는 이들이 어째서 배가 고파.
은수 더 말을 못하고 본다.
#45. 강변 주위
풍경.. 물.. 저만치 보이는 곳.. 펼쳐진 자리 위에 최상궁이 노국을 이끌어 앉힌다.
노국이 자리를 잡고 보는 곳에. 공민이 앉아 자신을 보고 있다.
공민의 앞에는 길고 낮은 상이 놓여져 있고. 옆에서 도치가 먹을 갈고 있다.
공민이 종이 위에 압지를 밀어 놓는다.
공민이 노국을 본다. 노국이 미소 짓는다.
공민이 붓을 들어 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노국을 그리고 있다.
최상궁이 흐믓해서 그들을 보다가 도치와 시선이 마주친다. 도치도 좋다.
#46. 강변으로 가는 길
최영과 은수가 걸어오고 있다.
최영이 손을 옆으로 뻗는다. 은수가 슬쩍 손을 자기 허리 뒤로 감춘다.
최영의 손이 그 손을 찾아간다. 은수의 손이 다시 피하는데 잡아채는 최영의 손. 마주 잡는다.
그렇게 몇걸음 걷다가 최영이 멈춘다. 자기 손에 잡힌 은수의 손을 내려다보다가 (손이 뜨거웠다) 은수의 이마에 손을 얹어본다.
은수가 그랬듯이 자기 이마에 대본다.
최영 : 열이.. 나는 겁니까?
은수 : 조금씩.
최영 : (마음에서 떨리기 시작하는) 언제부터.
은수 : 아까 아침부터.. (미안한 듯 웃는)
최영 : 벌써 이러면 안되잖아.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은수 : 그래서 생각한 게 있는데요.
최영 : (아득하다, 초점을 잃어) 열이 나기 시작하면 일곱날이라고 그게 끝이라고..
은수 : 그렇대요. 장빈 선생님도 그리 말했고.
최영 : 하늘문이 열리려면 아직 열흘. 그럼 지금 떠나도.. 그럼..
은수 : (최영의 손을 잡아) 내 말 좀.. 응?
최영 : (그제야 은수를 보는)
은수 : 아직은 미열이에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해볼 게 있어요. 진짜로 열이 오르기 시작하면 소용없으니까.
최영 : 해볼 게.. 있습니까?
은수 : 이따 밤에 해볼 건데.. 나 도움이 필요해요.
최영 : 해볼 게 있는 거 맞습니까?
은수 : 근데 그때를 위해서 그때까지 내 마음 편하게 해주기.
최영 : 예.
은수 : 대장 마음이 편해야 내 마음이 편하니까.
최영 : 알았습니다. 또요.
은수 : 그거면 되는데.
최영이 은수를 보다가 당겨 안는다. 안타까움. 드러낼 수 없는 울음.
최영의 품 속에서 은수는 어쩔 수 없이 두렵다.
#47. 강변
공민 등이 있는 곳에서 좀 떨어진 곳을 지키고 있던 덕만이 이쪽을 보고 환히 웃는다.
최영과 은수가 도착하고 있다.
우달치들이 간격을 두고 지키고 있고. 최영네를 볼 때마다 분분이 인사를 한다.
공민과 노국이 있는 안쪽은 무각시들이 둘러 지키고 있다.
다가서던 최영과 은수.
은수가 최영의 소매를 잡아 잠시 멈추게 한다.
은수가 공민과 노국을 본다.
노국을 앞에 앉히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공민. 그 모습을 기억하려는 것처럼.
문득 공민이 고개를 돌려 이쪽을 보더니 미소 짓는다. 노국도 이쪽을 보고 웃는다.
// 시간경과
도치가 공민의 그림을 소중하게 들어서 저쪽으로 간다.
노국과 은수. 최상궁이 그림을 보며 좋아한다.
이쪽에서 그런 여인들을 보고 있는 공민과 최영. 최영도 옆에 앉아있는 자세로.
최영의 시선은 계속 은수 쪽으로 가있다.
공민 : 덕성부원군은 어떻든가요.
최영 : 병자였습니다.
공민 : 자신은 마음에 구멍이 있다. 전에 그리 표현을 하던데.
최영 : 전하. 지금은 그 자 생각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공민 : (보는)
최영 : 지금은 제 마음이 편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분의 부탁입니다. 그러니 허락해 주십시오.
공민 : ... 그리하지요.
공민도 최영과 함께 여인들 쪽을 본다.
// 도치가 가져온 화첩에 공민의 그림을 넣고 있는 노국.
도치 : 아직은 밑그림이고요. 궁에 돌아가셔서 채색을 한다 하십니다.
노국 : 계속 보고 있네요. 대장.
은수 : (돌아본다)
저만치 공민의 옆에 앉아 이쪽을 보고 있는 최영.
노국 : 사랑..하시지요?
은수 : (놀라 돌아보았다가 미소) 네.
최상궁 : (미소)
노국 : 알려드렸습니까? 그 말. 그 뜻.
은수 : 대장님이 하늘말 배우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요. (웃더니)
저 부탁이 있는데요. 왕비님. 그리고 최상궁님. 그리고 (도치를 보며) 우리 환관님도
저리 가서 함께 계셔 주시면 안될까요?
최상궁 : 전하 옆에 말입니까?
은수 : 네. 한번에 보고 싶어서요. 그래서 한번에 기억해 놓으려구.
노국 : (그러는 은수를 보다가 마음이 아파서) 알겠습니다.
하더니 일어선다. 최상궁과 도치가 노국을 모시고 그리로 간다.
최영이 무슨 일인가 보는데.
은수는 앉은 채 그들을 보고 있다.
노국이 공민의 옆으로 가서 앉고 최상궁과 도치가 자리를 이리저리 잡는 것을 마음의 카메라로 하나씩 찍는다.
(손가락으로는 하지 말고. 그저 눈으로만)
한샷. 한샷. 공민과 노국이 한샷으로 은수를 보며 미소 짓는다.
그 뒤에 선 최상궁과 도치.
그리고 그 옆에 똑바로 자신을 보고 있는 최영.
은수가 자기의 두 손가락으로 입가를 올려 웃으라고 한다.
최영이 무뚝뚝하게 보다가 마지못해 조금 웃는다.
그 모습도 정지화면으로 저장.
#48. 옥 내부
기철이 혼자 앉아 있다가 소리내어 말한다.
기철 : 내 말 듣고 있겠지. 내일 편전에서 친국이 있다 한다.
#49. 다른 옥 내부
천음자가 앉은 자세로 귀를 기울여 기철의 말을 듣고 있다.
기철소리 : 편전에는 아마 나 혼자 불려가게 될 것이야.
#50. 옥 내부
기철이 계속 혼자 말하는 중.
기철 : 그 사이 느이들은 얘기했던 대로 처리하고. 그 물건을 찾아 나를 데리러 오면 된다. 난.. 주상과 함께 있겠다.
#51. 전의시
화로 위에서 끓고 있는 액체. 더기가 그 안에 말린 잎들을 한줌 넣고 있다. 나무 국자로 젓는다.
오래동안 불 앞에서 일을 한 듯 머리칼이 흩어지고 땀을 닦는다.
말린 잎. 약재들이 즐비한 옆에 살아있는 박하잎들이 한뭉치. 옆을 돌아본다.
거기 은수가 앉아서 긴 관 끝으로 방울방울 떨어지는 증류물을 도자기 사발에 받아내고 있다. 머리는 뒤로 묶고.
은수가 돌아본다. 덕만이 들어온다.
덕만 : 갖고 왔습니다. 그 녹주독이란 거.
은수에게 덕만이 내밀어 주는 것. 작은 상자인데 촛농 같은 것으로 밀봉이 되어있다.
덕만 : 마마 말씀이 이거 아주 위험하다고 조심하라던데요.
은수 : 고마워요.
덕만 : 아주 쪼끔만 써도 즉사라던데.
은수 : 알아요. 천배 이상으로 희석해서 쓸 거니까.
#52. 궁 안 회랑
최상궁이 급하게 걸어가고 있다. 걱정이 가득해서.
#53. 최영의 방
들어선 최영이 안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최영 : 대만아.
어디선가 삐죽 나타나는 대만.
최영 : 어디 가셨냐.
대만 : 전의시 가셨는데요.
최영 : 거긴 왜.
대만 : 가서 물어보고 올까요?
최영이 이미 나가고 있다.
#54. 전의시
/ 은수가 작은 상자의 밀봉을 작은 칼로 잘라내고 있다.
/ 더기가 증류수를 긴 호리병에 넣는다.
/ 옆에서 은수가 길다랗고 가느다란 침으로 밀봉 안의 작은 연고에서 아주 조금 보이지도 않게 찍어서 호리병 안에 넣는다.
/ 더기가 호리병을 일정한 속도로 흔든다.
은수가 돌아본다.
최상궁이 굳은 얼굴로 들어오고 있다. 은수에게 다가오고 그들이 하고 있던 것들을 보고는.
최상궁 : 기어이.. 하실 겁니까.
은수 : 아 고모님.
최상궁 : 제 얘기는 귓등으로 들으셨습니까. 그거 독입니다. 사람 죽이는 독. 지금 당한 것도 모자라서 더 보태시겠다구요.
은수 : 제가 이 원리를 설명드릴 수 있는데요. 이게..
최영소리 : 무슨 얘깁니까.
모두 돌아본다. 거기 최영이 들어오고 있다.
최영 : 뭐야. 방금 내가 들은 독 얘기.
더기가 슬그머니 옆으로 빠지고 최상궁이 외면을 한다.
은수가 한숨 쉬어 보더니.
은수 : 이거에요. 내가 오늘 밤에 해볼 거. 대장이 도와줘야 하는 거. 옆에서.. 도와줄 거죠?
#55. 최영 방
최영이 오락가락하고 있다가 멈춰서서 침상 위에 앉아서 불쌍하게 바라보고 있는 은수를 본다.
최영 : 독을 먹어서 독을 이겨 보겠다구요?
은수 : 네.
최영 :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은수 : 솔직히 말해서.
최영 : (긴장해서 보는)
은수 : 전혀 모르겠어요. 시험 대상이 내가 첫 번째라.
최영 : 허... (어처구니가 없다)
은수 : 이건 말할 수 있어요. 이거 시도해보지 않고 그냥 앉아 있다가 발열이 시작되면.. 끝이에요.
최영이 갑자기 걸어가더니 종이뭉치 아래서 은수의 달력을 꺼내 온다.
은수의 앞에서 펼쳐 보이며.
최영 : 이거 하늘문 열리는 시각까지 남은 날들 맞습니까?
은수 : 맞아요.
최영 : 아직 이렇게 많은 날들이.. (남은 날은 8일. 15-30, 1-7까지에 엑스표가 되어있다) 남아있다고 생각해서
그동안 뭘 해드리나.. 계속 생각했는데. 그런데 오늘 그거 잘못 돼버리면...
더 해드릴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웃게 해드린다 한 것도.. (그답지 않게 말어미를 맺지 못하는)
은수가 소매를 걷더니 붕대를 풀어버린다. 그 안의 팔에 상처가 두배로 커져있고. 수포가 생기고 있다.
최영이 충격으로 본다.
은수가 다시 붕대를 감으며.
은수 : 더.. 지체할 수가 없어요.
최영이 돌아서더니 저만치 간다. 도저히 은수의 얼굴을 보고 있을 수가 없다. 등을 보이고 선 채.
최영 : 어찌 그리 ... 괜찮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까. 어떻게 그래요.
은수. 최영의 등을 보다 울음을 삼키고.
은수 : 그럼 마지막이 될지 모르니까 내내 울면서 기다려요? 그건 너무 분하잖아.
최영 : (속이 타는데)
은수 : 난 끝까지 믿을 거니까. 잘 될 거야. 살 수 있어. 살아서 이 사람 옆에 있게 될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최영이 돌아서 본다. 은수가 애써 웃어 보인다.
#56. 최영 방 앞 복도 / 밤
더기가 약항아리를 들고 부지런히 온다.
대만이가 걱정되서 기다리다가 뭔가 묻고 싶어 앞을 막다가 더기에게 밀려난다.
더기가 들어가고 문이 다시 닫긴다.
#57. 최영의 방 / 밤
은수가 앉아있고 양쪽에 최영과 최상궁.
더기가 들어오는 걸 보고.
은수 : 그거 해열제에요?
더기 : (끄덕이는)
은수 : 아마 제대로 반응이 시작되면 열이 많이 날 거에요. 어쩌면 내가 정신을 잃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그냥 놔두세요. 몸 안에서 싸우고 있다는 증거니까.
최상궁 : 알겠습니다.
은수 : 그리고 날이 밝고 난 뒤에도 열이 안 내리면 그땐 해열제로 내려 줘요. 너무 오래 지속되면 안되니까.
수분 보충 계속 해주시고.
더기 : (끄덕이는)
최영 : 내가 하겠습니다.
최상궁 : 그래도 혹시..
최영 : 내가.. 있을게요.
#58. 우달치 병영 전경 / 밤
#59. 최영의 방
탁자 앞에 선 은수가 하얀 자기 사발에 호리병의 물을 따른다. 맑은 물이 흘러나와 사발에 담긴다.
그 옆에 선 최영이 사발의 물을 내려다본다.
은수가 사발을 두 손으로 들려고 하자. 잠시 막는다.
은수가 기다린다. 최영이 더 이상 막지 못하고 손을 놓아준다.
은수가 잠시 심호흡을 하고.. 그리고 한번에 마신다.
최영이 사발을 받아 놓아주고 은수의 얼굴을 살핀다. 괜찮은지..
최영이 은수의 볼에 손을 올려 열을 재본다.
#60. 회상 / 5부(대본 6회) 기철 집안 별채
(이하 몽따쥬의 기분. 너무 길지 않게 빠르게 편집 부탁합니다)
(노랫말 있는 음악 여기 넣으세요. 다른 대사 있는 씬은 놔둬주시고!)
(은수를 구하러 왔던 최영이 방에서 은수와 만나고)
은수가 최영에게 성큼 다가서더니 그 볼에 손을 올린다. 최영이 멈칫하지만 피하진 않는다.
#61. 회상 / 14부 # 57 창고안
// 머리를 헝클이며 고민하는 은수
// 엎드리는 은수. 그 머리칼에 손을 뻗다가 멈추는 최영.
#62. 회상 / 14부 # 67 문 앞
손을 들어 문의 은수 그림자를 따라 그려보는 최영.
#63. 최영의 방 안 / 밤
의자에 앉은 은수가 머리를 푼다. 최영이 뒤에서 그 머리를 쓸어모아 빗으로 빗겨준다.
은수가 가만히 그의 손길을 느낀다.
최영이 조심조심.. 서툰 손길로 아프지 않게.. 빗으로 쓸어내리는 머리칼.
// 침상 위에 앉은 두 사람.
언젠가처럼 최영이 뒤에 안고 은수는 그에 기대 앉아있다.
은수가 눈을 감는다. 조금씩 호흡이 가빠지고 있다.
그 숨소리에 최영이 은수를 돌려 안아 얼굴을 본다. 눈을 감은 은수가 쌕쌕 가쁘게 숨 쉰다.
최영이 은수를 눕힌다. 최영이 은수의 얼굴을 만져본다. 뜨겁다.
#64. 회상 / 14부 #54 창고 안
(마마가 준 은수의 국밥을 최영이 다 먹고 난 뒤)
턱을 괴고 최영을 바라보는 은수. 활짝 웃는다.
#65. 회상 6부 / 길
(대만이와 함께 걷던 숲길)
앞서 가던 은수가 돌아보더니 손짓을 한다. 빨리 오라고.
#66. 최영의 방 안
은수의 옆에 나란히 누운 최영이 은수를 안고 있다.
고열에 바들바들 떠는 은수를 더 깊이깊이 안아주고 있다.
#67. 병영 외경 / 아침
#68. 최영의 방 안
문이 열리며 최상궁이 들어온다. 급히 찾아보는 침상.
거기 누워 있는 은수. 그 옆에 웅크리고 있는 최영.
최영은 사발에 있는 녹색의 물을(더기가 가져온 해열제) 하얀 명주 천에 적신다.
고열에 말라버린 은수의 입술에 물을 축여준다.
최상궁 : 어떠시냐.
최영 : 열이 안내려요. 날이 밝았는데.
최상궁 : (은수의 이마에 손을 올린다) 펄펄 끓네.
최상궁이 최영의 수건을 받아들려 하지만 최영이 그 손을 쳐낸다.
정성스럽게 면의 물을 짜듯 적셔서 은수의 입안에 흘리고 있다.
최상궁이 최영의 얼굴을 본다.
최상궁 : 좀 쉬지 그러냐. 내가 할테니.
최영 : 이분, 쉬지 않고 있어요. 밤새 싸웠어. 절대 포기 안하고.
최상궁 : 안다. 그럴 분이지.
하며 최영의 손에서 부드럽게 수건을 빼앗아간다. 최영을 밀어내며.
최상궁 : 얼마나 더 싸워야할지 모르니 가서 힘을 챙겨.
최영이 우두커니 은수를 보다가 저만치 걸어간다.
그러다 문득 돌아보는 곳. 거기 은수가 올려두었던 아스피린 통이 보인다. 집어들어 본다.
그 안에 아스피린 두 알이 들어있다. 문득 생각나는 말.
#69. 회상 / 3부 병영 안
은수가 가방을 뒤져 아스피린통을 찾아 꺼내며.
은수 : 내 비상 아스피린 줄게요. 진통. 소염. 해열작용이 있으니까.
#70. 최영의 방
최영이 뚜껑을 열어 아스피린을 꺼낸다. 은수를 돌아본다.
은수의 옆으로 가면서 아스피린을 입에 넣는다. 잘게 씹으며 은수의 상체를 받쳐 안는다.
그 입을 맞춘다. 약을 녹여 넣어주려는.
최상궁이 얼른 외면을 한다. 멀리를 보다가 돌아본다.
최영이 은수의 입가를 닦아주고 있다. 오직 걱정과 부드러움으로.
최상궁이 사발에 녹색 (더기가 가져온 항아리의 해열제) 물을 따른다. 다시 돌아본다.
가만히 은수를 다시 눕히고 있는 최영.
#71. 궁 외경 / 낮
#72. 편전
중신들이 모여들고 있다. 익재와 목은의 모습이 보인다.
#73. 옥 내부
금군들이 간격을 두고 서서 지키고 있다.
돌배와 우달치 몇이 들어선다. 금군이 옥문을 열고 들어간다.
돌배가 창살 너머로 본다.
거기 기철이 일어선다. 금군들이 기철의 족쇄를 풀어주고 있다.
기철이 혼자 싱긋이 웃는다.
#74. 궁의 회랑
공민왕이 걸어오고 있다. 충석과 도치 등이 호위 중이다.
#75. 편전
중신들이 일제히 일어선다. 공민왕이 들어서고 있다.
#76. 옥 내부
기철이 갇힌 옥과는 다른 옥. 옆방쯤?
아까와는 다른 금군들이 역시 촘촘한 간격으로 서있다.
옥문 쪽. 창살 쪽으로 다가와 서는 천음자. 손을 올리는데 그 손에 채워져 있는 쇠 수갑.
천음자가 그 수갑으로 창살을 소리나게 친다. 하나. 둘. 셋.
순간... 주욱 늘어서 있던 금군들 중. 반 이상이 갑자기 칼을 빼어들더니 옆에 있는 동료 금군을 벤다.
너무나 순식간이라서 그대로 당하는 나머지 금군들.
배반 금군 중의 하나가 열쇠를 빼들고 옥문 쪽으로 온다.
그 안에서 화수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77. 편전
입구에서 돌배 등. 우달치의 호위를 받으며 들어서고 있는 기철. 두 손은 앞으로 하여 수갑을 채우고 있다.
편전의 가운데 서는 기철. 웃으며 공민을 본다.
익재 : (일어서더니) 덕성부원군 기철. 반역을 도모하고 주상전하 시해라는 천인공노할 죄를 저질렀습니다.
기철 : 전하. 한가지 청할 것이 있습니다. (하면서 소매 속에서 뭔가를 꺼내는)
충석이 봤다. 급히 기철의 앞으로 달려오며.
충석 : 그 손.
하며. 기철의 손목을 잡아채려는데. 그 손목을 도리어 잡아 꺽는 기철.
순간 소매에서 꺼낸 환약(양사가 줬던)을 입에 넣어버린다. 충석을 밀어버린다.
몇걸음 밀려나간 충석이 칼을 빼며.
충석 : 전하를 보호하라.
우달치들이 우루루 달려들어 공민을 둘러싼다.
중신들이 놀라서 다들 일어서 우왕좌왕하며 뒤로 피한다.
기철이 미소 짓는데.. 두 손에 빙공이 모이기 시작한다.
다음 순간. 손을 드는 기철이 수갑사이 이어진 사슬을 간단하게 끊어버린다.
#78. 궁 회랑 일각
우달치들이 한곳으로 달려간다. 모두들 편전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그렇게 해서 비어진 복도를 화수인과 천음자가 지나쳐 간다.
#79. 최영의 방
최영이 고개를 든다.
궁 저쪽에서 들려오는 뿔피리 소리. 궁의 위험을 알리는 비상신호.
최상궁 : 이게 뭐냐.
문이 벌컥 열리며 대만이 뛰어든다.
대만 : 대장. 난리 났습니다. 그 이상한 놈이 전하를 잡았답니다.
최영이 벌떡 일어났다가 은수를 내려다본다. 아직 혼수상태인 은수.
최상궁 : 가봐. 의선은 내가 돌볼테니.
최영이 잠깐 망설인다. 상체를 굽혀 은수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본다. 그대로 몸이 떠나지지가 않는다.
최상궁 : 영아.
최영이 은수의 이마에 입 맞추더니 급히 나간다.
최상궁이 뛰어나간 최영을 보고 돌아서다가 멈칫. 거기 칼걸이에는 칼이 그대로 걸려져 있다.
최영은 검이 없이 달려나갔다.
#80. 공민의 집무실
우달치 둘이 밀려 들어온다. 밀고 들어오는 천음자와 화수인.
안에서 어정대며 도망치려던 내관 하나가 화수인에게 베어진다.
우달치들이 악착같이 천음자에게 덤비며 저항한다.
화수인이 둘러보다가 바둑판을 발견했다.
화수인이 바둑판을 들어 엎는다. 그리고 꺼내는 물건. 보자기에 싸인 세 번째 유물이다.
천음자가 마악 우달치 하나를 베고는 돌아본다.
화수인이 보자기에 싸인 유물을 들어 보인다.
#81. 편전
우달치들이 공민을 에워싸며 뒤로 나가려 한다.
그 때 기철이 소리쳐 부른다.
기철 : 전하.
공민이 기철을 본다. 기철의 뒤로 달려들어오는 우달치들.
기철이 갑자기 몸을 돌이키더니 우달치 하나를 공격한다.
우달치가 방어하는데 그 칼을 빼앗아버리는 기철. 그대로 칼을 옆으로 던진다.
중신 중의 하나가 칼에 맞아 쓰러진다.
실내에 경악. 공민이 굳어서 본다.
기철 : 여기 계십시오.
기철이 중신들을 둘러본다. 중신들이 공포에 질려 뒤로뒤로 밀려난다.
공민 : 부원군. 그대 돌았는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기철 : 별 거 아닙니다. 그저 내 꺼 가지러 왔습니다. 그러니 전하는 여기 계시고. 이것들은 좀 다 나가라 하십시오.
(버럭) 너무 성가시단 말입니다.
기철의 뒤에서 덕만을 포함한 우달치들이 일제히 기철을 공격해 들어온다.
기철이 손쉽게 피하면서 그 중 창을 든 자의 창을 휘어잡더니 그 창으로 옆에 우달치 하나를 찔러 버리고는 물러난다.
창에 찔린 우달치가 무너져 내린다.
#82. 궁의 회랑
최영이 대만과 몇 우달치들과 달려오고 있다. 아직 빈손인 최영.
#83. 최영의 방
아침 햇살이 들어오고 있다. 은수가 누워있는 침상쪽으로 햇살이 내려쬐고 있다.
젖은 수건을 대야에 넣고 들고 일어서는 최상궁.
최상궁이 이동하고 나자 햇살이 은수의 얼굴에 바로 떨어진다.
은수의 손이 움직인다. 움찔거리는 손.
#84. 편전
최영이 달려 들어오다가 멈춘다.
거기 편전 가운데 복도 중앙에 기철이 서있다. 한 손에는 누군가에게서 뺏은 칼을 들고 있다.
기철의 뒤 쪽으로 공민이 있다. 공민을 에워싸고 있는 우달치들.
그들 사이에도 두 구의 우달치 시체가 엎어져 있다.
양쪽 구석으로 도망쳐 있는 중신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우달치 시체들.
기철이 최영을 보았다.
기철 : 우달치 최영.
공민 : (최영에게) 부원군이 미쳤네. 막아낼 도리가 없이 미쳤어.
최영이 두어걸음 앞으로 나선다.
최영 : 부원군 나리. 무슨 일입니까.
기철 : 의선은 어디 있는가. 내가 좀 모셔가야겠는데.
최영의 발이 바닥에 던져져 있던 우달치 누군가의 칼에 부딪힌다.
최영이 칼을 내려다본다. 순간 망설인다.
기철이 좀 더 다가온다.
순간 공민의 옆에 있던 돌배가 달려내려오며 기철을 향해 창을 겨눈다.
돌배 : 이쪽이다.
기철이 성가신 얼굴로 돌배를 돌아본다.
최영 : (저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로) 하지 마.
돌배가 기철을 향해 공격해 들어간다.
최영 : (버럭) 하지 마.
기철이 미소를 지으며 돌배의 창을 슬쩍 비껴 피하더니 그 손바닥이 돌배의 목을 찔러 들어간다.
순간. 최영이 발끝으로 검을 차올려 잡더니 기철을 향해 후려친다.
#85. 최영의 방
햇살 속에서 눈을 감고 있던 은수가 고개를 돌린다. 부스스 눈을 뜬다. 눈 부셔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