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축구계의 이순신~ 박종환을 국가대표감독으로

[한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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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기득권세력때문에 언제나 소외당해야 했던 박종환감독 관련기사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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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11월 18일 안양에서 열린 일화와 포항의 슈퍼리그 최종 결승 3차전.1차전과 2차전을 모두 1대 1, 3대 3으로 비겨 승부를 가리지 못했었는데,
3차전에서도 전후반 90분 동안의 밀고 밀리는 접전에도 골이 터지지 않아 0대 0으로 비긴 상태에서 연장전에 접어 들었다. 연장전은 서든 데스 시스템. 이제 어느 팀이든지 한 골만 터뜨리면 승부는 결정된다.

90분의 혈전끝에 지친 선수들이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공방전을 벌인다.
연장 전반 14분 경 포항 진영 오른쪽을 돌파하던 고정운이 센터링을 높이 띄웠다.
그러나 수비가 이미 서너 명이 들어와 있으니 저런 센터링은 하나마나다.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일화의 이상윤이 방심한 포항 수비진 사이로 바람처럼 달려들어
헤딩슛, 포항의 골네트를 갈랐다. 그동안의 부진을 일거에 만회하는 황금의 결승골이었다.

골키퍼 드라간이 무릎을 치며 애통해 했지만 만사휴의(萬事休矣). 너무나도 허망한 패배
에 포항 선수들이 망연자실해 할 때 한국 프로 축구 사상 초유의 3연패를 달성한 일화
선수들은 감격에 넘쳐 운동장을 누볐다.
표정없기로 소문난 박종환 감독도 “생애 최고의 기쁜 순간”이라고 눈물을 글썽이며 감격해 했다.

11월 4일 서울에서 벌어진 1차전에서 1대 1 무승부를 기록하여 일단 목표를 달성한 포항은 11월 11일 홈에서 갖는 2차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포항에서 열렸던 결승 2차전 경기는 근래 보기 드문 명승부였다.

포항은 열광적인 홈 관중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전반부터 거세게 몰아쳐서 올 시즌 그동안의 부진에서 완전히 재기한 황선홍의 두 골로 2대 0으로 앞서 나갔다.
허정무 감독이 프로 첫 패권을 잡는 순간이 다가왔고, 황선홍 또한 MVP는 따 놓은 당상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후반전이 시작되자 ‘용병의 귀재’ 박종환 감독은 아직 허리 부상에서 완쾌되지 않은 일화의 공격의 핵 신태용을 기용하는 최후의 승부수를 던졌다.
신태용은 박종환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두 골을 뽑아 내어 삽시간에 2대 2 동점을 만들고,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는 고정운에게 어시스트, 고정운이 왼발슛을 성공시킴으로써 경기는 오히려 일화의 극적인 역전승으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포항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분전하여 경기 종료 직전 라데가 ‘신의 손’ 사리체프도 꼼짝 못하는 헤딩골을 성공시켜 경기를 기적적인 무승부로 만들며 3차전까지 끌고 온 것이다.
일화의 우승으로 박종환 감독은 우리나라 최고의 감독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2차전에서의 맹활약으로 일화를 위기에서 건져 내 MVP로 뽑힌 신태용은 일화가 3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던 일등공신으로 박종환 감독을 꼽았다.
대다수의 축구팬들 역시 그를 우리나라 최고의 감독이라고 서슴없이 이야기 한다.
일화의 경기 때에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함성보다 “박종환!”을 연호하는 함성이 더욱 크게 들린다.

그는 어느 스타 선수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는 ‘스타 감독’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감독 중에 그만한 카리스마와 경륜을 가진 사람도 없을 것이다.

올해에는 98년 프랑스 월드컵 대회의 각 지역 예선전이 시작된다.
지난해 대표팀의 경기 때마다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 나눠먹기식으로 대표팀 감독을 임명하여 혼란만 가져왔던 축구협회는 이제는 한시바삐 안정된 대표팀을 구성하여 월드컵 예선전에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대표팀 감독 후보 0순위는 누가 뭐래도 83년 세계 청소년 대회 4강 신화의 주인공 박종환 감독이다.
본인 또한 일화가 우승을 차지한 직후 어느 TV 프로에 출연했을 때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맡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아무도 아직 해내지 못한 목표에 도전하여 반드시 그 목표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주류’ 축구인들은 그를 월드컵 감독으로 추대하는 데에 주저하는 것 같다.
지난 2월 15일 축구협회는 오는 5월 이탈리아 프로팀 초청 경기 등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한 우리나라 대표팀의 감독으로 박종환 감독을 선정, 발표했다.
그러나 월드컵 대표팀 감독에 대해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표명하며 결정을 피하고 있다.
명문 Y대 출신의 모감독을 밀기 때문이라는 유언비어도 나돈다. 그를 꺼리는 표면적인 이유는 대체로 다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그의 스파르타식 훈련방식은 멕시코 4강 신화 때처럼 청소년팀에는 통할지 모르지만 머리가 클대로 큰 성인 축구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예로 드는 것이 지난 84년 올림픽 예선전을 앞두고 박종환 감독의 지도방식에 불만을 품고 최순호 등 여섯명의 선수들이 집단이탈했던 사건을 꼽는다.

그러나 성인축구의 최고무대인 슈퍼리그에서 일화가 3연패를 차지하는 위업을 이룬 것을 보면 이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다른 하나는 그는 ‘왠지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예로 84년 올림픽 예선전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라크에 연패,
본선 진출이 좌절된 것과 90년 북경 아시안게임에서 준결승에서 탈락한 것을 든다. 지난 5월 코리아컵 대회 준결승에서 잠비아에게 질 때에는 데없이 나서기 잘하는 어느 아나운서가 “박종환 감독은 이상하게 운이 안 따른다”는 ‘심진송식 발언’을 한 적도 있다.

그렇다면 멕시코 청소년 대회 때의 4강 진출도 운이 나빠서 결승 진출을 못했다는 얘긴가. 84년 올림픽 예선전과 90년 아시안 게임의 성적은 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노골적인 편파 판정에 희생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단 며칠 동안 발만 맞추고 나간 코리아컵 대회에서 브라질 리우 선발팀을 꺾는 등 선전을 펼치다가
잠비아에게 덜미를 잡혀 4승 1패를 기록한 성적을 놓고 그가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망발에 가깝다.

지난해 12월 말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벌어진 제15회 아시아 클럽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일화는 이란의 사이파팀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나사르를 연파하며 우승,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고의 팀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두 경기 모두 연장전에서의 골든 골로 승리를 거두었기에 그 과정이 더욱 극적이었다.
연장전에서의 골든 골이 ‘실력+운’이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니 이제는 더 이상 “박종환 감독은 이상하게(?)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핑계는 댈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축구팬들은 거의 다 박종환 감독이 우라나라 최고의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째서 그가 여지껏 월드컵 감독을 맡지 못하고 있는지 의아해 한다. 그는 지금까지 너무나 오랜 세월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소외된 채 기다려왔다.
이젠 그에게 우리나라 월드컵 감독의 대권을 맡겨야 할 때이다.

2002년 월드컵을 향한 온 국민의 열망이 불타오르는 이때 우리나라 최고의 감독이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 놓은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