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19. 불날. 날씨: 흐리다 가는비가 떨어지다 그쳤다. 흐리다.
아침열기ㅡ마을포장마차게시판 마무리(사포질, 칠하기)ㅡ고물 재기 ㅡ점심ㅡ청소ㅡ수학ㅡ마침회ㅡ5,6학년 영어(cooking class)ㅡ교사회의
[마을포장마차게시판과 고물모아 대안화폐 이삭 벌기]
날이 흐리다. 대야논 벼 이삭이 여물어 고개를 더 숙여간다. 아이들은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을 잊지 않고 있다. 숲속놀이터 텃밭 들려 팥도 보고, 배추 무도 본 뒤 큰텃밭으로 가서 빨간고추와 오이 네 개를 땄다. 배추와 무가 날마다 자란다. 서연이네 집 앞 감나무에 많이 열린 감들이 벌써 색이 변해간다. 학교로 들어와 부엌에서 항아리 두 개를 관찰한다. 드디어 기체가 만들어져 비닐뚜껑이 봉긋하게 솟아있다. 효모가 빚어내는 놀라운 세계가 그대로 과학이다.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알콜을 만들어내고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니 놀라운 힘이다. 고체가 액체로, 기체로 변화하는 걸 날마다 볼 수 있어 좋다. 항아리 하나는 단양주로, 또 하나는 어제 한 번 더 고두밥을 주어 이양주로 가고 있다. 더욱이 처음으로 쌀누룩인 이화곡을 이양주 누룩으로 썼는데 발효상태로 보면 잘 가고 있다. 날이 흐려서 태양열건조기와 누룩상자 관찰은 하지 않고 피리를 불며 교실 아침열기를 이어간다. 태양열건조기에 넣을 달걀을 아이마다 가져오기로 했는데 세 사람만 가져왔고 날도 흐려 내일 구워보기로 했다. 하루 흐름 나누고 독서하는 자세 암송한 뒤 바로 학교 마당으로 내려갔다. 9시 30분에 목공선생을 만나서 마을포장마차게시판을 갈무리하기로 해서다. 아침걷기로 텃밭에서 따온 오이는 2학년과 나눠먹었다.
9시 30분, 마을 포장마차게시판 갈무리는 사포질하고 칠하기다. 마을 포장마차게시판은 지난 토요일에 어른들과 함께 만든 마을 일놀이 결과물인데 3학년이 참여해 같이 만들었다. 어린이 건축가들이 설계도를 그리고, 모형작업을 한 뒤, 경첩을 달고 나사를 박으며 완성한 마을 포장마차게시판이다. 일놀이를 바탕으로 인지교과와 표현교과가 통합되는 교육으로 이어지고 어린이들에게는 생산하는 기쁨을, 일하며 도구를 쓰는 즐거움을 선물해준 과정이다. 먼저 모두 달려들어 사포질을 하고, 자석문 나사박기는 나사가 길어 사선으로 박아야해서 김현동 선생이 마무리했다. 사포질이 마무리된 뒤 투명한 칠이 시작되었다. 모두 붓을 들고 움직이는 집을 칠하는 모습만으로 대단하다. 지붕과 게시판은 선생들이 하고 안과 밖, 위 아래 모두를 어린이들이 했다. 노는 시간에도 윤태, 서연, 단희는 붓을 놓지 않는다. 쉬는 시간이라고 놀고 있던 2학년 어린이들이 구경하고, 대나무를 사포질하던 1학년들도 뭐하느냐 궁금하다.
드디어 내일 어린이장터에서 첫 선을 보인다. 장터 명물로 제 몫을 다하겠다. 어린이들에게 일놀이는 다양한 범위에서 알맞은 수준을 넘나들며 일어난다. 1학년이 집을 지을 수 있고, 6학년이 집을 지을 수 있다. 저마다 할 수 있는만큼 일하고 교과통합도 그만한 수준으로 조직된다. 그러니 여러 가지 일과 놀이를 찾아 꺼내고 많은 경험과 자극으로 상상과 창조의 힘을 일으키고, 땀과 정성으로 모두에게 이로운, 스스로 뿌듯한 보람이 있는, 함께 협력해 일하는, 일의 앎과 행함을 실천하도록 끊임없이 기회를 열어내는 게 선생이 한 노릇인지도 모르겠다. 일하기 목표와 과정, 일하기 원칙, 일하기 정신을 깊이 새기며 풍부하고 깊어지도록 할 뿐이겠다. 그 노릇이 부족해 늘 고민인게 선생의 삶 아니겠는가.
마을포장마차게시판 일이 일찍 끝나 어린이장터를 위해 저마다 들고온 고물을 모아 무게를 재고 수학공책에 셈을 한다. 이번 어린이장터는 대안화폐를 만들어 써보는데 고물을 모아오면 대안화폐 이삭으로 바꾸어준다. 이삭은 맑은샘회의에서 결정한 우리학교 대안화폐 이름이다. 부모들의 도움과 어린이들이 곳곳에서 애써 구한 고물이 돈이 되고, 그 돈(맑은샘 대안화폐 이삭)이 장터에서 거래 수단이 된다. 교과통합의 한 영역을 장터와 고물상 가기가 열어낸다. 저마다 가져온 고물을 재서 셈을 하고, 다시 학년에서 모은 양을 계산하는 과정이 그대로 살아있는 교육이다. 단희와 인웅이는 아직 덜 가져왔다 하고, 저마다 잰 무게에 따라 표정이 달라진다. 저울에 올려 재고 키로에 얼마인지 계산해서 공책에 적어 셈을 해야한다. 낮 공부 시간에도 수학셈은 줄곧 됐다. 시민회관 수영장이 공사를 해서 두 주 동안 헤엄을 하지 않아 아침나절 다 못한 수학을 하는 게다. 구구단을 익히는 곱셈 가로셈과 세로셈을 공책에 쓰며 익힌 뒤 고물로 3학년이 번금액을 모두 더해 계산했다. 조금씩 계산이 달랐는데 14,170원이 정확한 셈이다. 세 어린이가 맞혀서 좋아한다.
5,6학년 영어는 cooking class다. 또띠아피자를 만들어 먹으며 영어를 써본다. 늘 그렇지만 영어공부인지 음식공부인지 경계가 없지만 영어로 노래하고 표현을 익히며 맛있게 다른나라 문화를 음식으로 만난다. 맛있으니 재밌고 한바탕 웃는다. 저녁에 예전 쓴 영어 교육 글을 다시 읽어보니 부족한 게 많다. 수업 준비 열심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