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 시화로 이사오기 전까지 전 인천에 살았었거든요.
그 곳에는 아파트 사람들끼리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고,
말 그대로 정말 '행복했었던' 날들이었습니다.
이 곳에 와서 적응이 잘 되지 않을만큼.
시화는 바로 옆에 공단이 있어 밤마다 공단냄새때문에
항의전화도 밤마다 했었고, 무엇보다 제가 아는 아파트
사람이라고는 이곳에 이사와 전학한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옆집 분밖에 몰랐기 때문에, 끼리끼리 몰려다니던 그 때를
지금도 잊을수가 없어요.
아주 어렸을 적과, 이 곳에 이사온 초등학교때 일을 정말
신기하게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세라가 그 때
에피소드를 몇 개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인천이
그리운가 봅니다.
그래도 초/중학교때는 그곳에서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과
연락이 되었는데 이젠 연락조차 되질 않네요.
어젯밤 꿈 속에서 그곳을 보았습니다.
주변 광경은 보이지 않았지만 살던 아파트에서 아는 사람들과
재회했죠. 다들...많이 달라졌더라구요. 키도, 얼굴도. 물론
꿈이었지만 꿈에서 깨어나 유난히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던
오늘 아침 풍경을 보며 슬퍼졌습니다.
시화같지 않게 푸르고 맑은 하늘과 초록 나무들. 잎새들 하나하나가
유난히 반짝거려 잘찍은 사진 하나를 보는 것만 같았어요.
정말 그림같았죠. 시화에도 이런 풍경이 있었구나, 하면서요.
...가보고 싶네요.
너무 친하게 지냈던, 단짝처럼, 이사를 간다는 내 말에 울어주던
친구들이 보고 싶어요. 평소에는 친하게 지내지 않다가, 이사를
가는 날 갑자기 끌어안던 두 명의 여자아이들까지도...
쉽게 잊혀지지 않아요. 담담하게 전학간다고 교실 앞에 서서
이야기 했을때 단짝친구는 그랬죠.
"난 네가 간단 말에 울었는데, 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더라."
난 어렸을 적 기억들은 가위로 잘라낸 것처럼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요. 하지만, 그 곳과, 바로 뒤에 산이 하나 있었다는 것.
그 곳에서 보았던 도마뱀과, 질척질척한 땅에서 자전거를 타느라
고생했던 기억. 학교가는 길과 그 길에 위치해 있던 수많은 가게들.
담을 타넘다가 아끼는 옷을 두 벌이나 찢었던 일들.
초등학교 때 적어도 40분씩 걸릴만큼 먼 길을 걸으며 짜증나 했던
일들과...언니들의 중학교/ 고등학교에 대해 겁주던 말들.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던 커다란 건물에서 수영을 배웠다가 티판을
놓친 친구가 뛰어드는 바람에 물 속에 가라앉아 겁을 먹고 울면서
돌아와 다시는 수영을 배울 엄두도 못냈던 일.(어렸을 적에
물에 빠져서 죽을 뻔 했어요. 무의식적으로 지금도 물을 무서워
합니다.)
체력이 약하고 운동을 못해 운동회날마다 힘들어했었고...
이사를 온 후 그 곳을 너무 그리워하던 저를 인천에 보내주어서
그 곳에서 배드민턴을 치던 기억. 친구가 기르던 두 마리 토끼인
토미와 토순이. 사나운 토순이를 무서워하고, 언제나 토미를
꼭 껴안고 놀던 일. 토끼때문에 학교 끝나면 맨날 친구네 집까지
가면서 힘든 줄 몰랐던 일들. 친구네 집은 저희 집과 정반대
쪽에 있어서 집에 가려면 1시간씩 걸어야만 하는데도 조금도
불평없이 매일 친구네 집 토끼를 보러 갔었죠...
피아노 학원은 모두가 함께 다녔습니다...레슨을 받고 언제나
연습은 안 한채 방에 모여 몰래 떠들며 놀았습니다. 콩쿨을
앞둔 일주일까지 피아노를 제대로 치지 못해 야단을 듣고
책을 끌어안고 울던 기억. 악을 품고 그때부터 연습을 많이
하다가, 기적적으로 콩쿨 이틀 전 무사히 연주해 냈고,
하지만 다 외우지 못해 앞부분만 외워 쳤던 일들.
남들에 비해 심사위원들이 절 빨리 끝내서 제가 못쳐서 심사위원들이
그랬는 줄 알고 걱정하던 엄마.(잘 치거나 못치는 사람은 빨리
끝냈다고 하더군요. 애매한 사람들은 오래 치게 하고.) 하지만
의외로 대상없는 대회에서 특상도 수상했었고, 동생의 웅변대회와...
...기억이 나요.
그 일들은 아직도 기억합니다.
오늘 이른 아침, 학교를 가면서 (0교시 하는 시간부터 수업
시작합니다...) 내내 떠올렸어요. 생각해 보니까, 아직 난
그 곳을- 따뜻하던 사람들과 항상 여러명이 어울려 놀던 일들을
기억하고 있나 봐요.
굉장히 가고 싶어졌어요.
너무 그립습니다.
하루종일 인천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너무 찾아가보고 싶어 다니던 학교 이름을 검색했는데
홈페이지조차 없네요.
첫댓글 어아 -_-; 만월중으로 착각했다는;쿨럭; 저 석천나왔어요. 만월초등학교가 저희집 근처에 있는....[;]
아, 만월초등학교 들어봤어요. 제가 연수구에 살 때 들어봤는데..추어이란 아름다운 거죠.^^
레시님이 알려주시면 좋을것 같네요^^ 아 추억...그립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