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독해 어른의 문해력 기초
車奚不行 (차해불행) 수레가 왜 다니지 못하는가? <열하일지>
사방이 수천 리인 작은 땅에서 백성이나 서민의 삶이 이처럼 가난한 까닭은 한마디로 나라 안에 수레가 다니지 않아서이다. 그 이유를 묻고자 한다. 수레가 왜 다니지 못하는가? 한마디로 답하면 사대부가 잘못한 탓이다. 그들이 평생토록 읽은 주례는 성인이 지었다는 글인데도 글 속의 수레 장인 호칭만 車人(거인), 輪人(윤인), 輿人(여인), 輈人(주인)이라 외워 대고 수레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지 끝내 연구하지 않는다. 이야말로 헛되이 읽는다는 독서이니 어떻게 학문에 도움이 되겠는가. 아! 슬프다 한숨만 나올 뿐이다.
何(하)와 비슷한 말인 奚(해), 胡(호), 曷(갈)은 모두 어찌와 비슷한 뜻으로 쓰인다. 지금은 다르지만 고대에는 음이 何와 비슷했다 한다.
小故 有之不必然 無之必不然 (소고 유지불필연 무지필불연) 작은 원인은 그것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지만 없으면 반드시 그렇지 않게 된다. <묵자> 경상, 필연이란 단어의 연원이 무척 오래됐음을 알려주는 구절이다. 22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필연은 어떤 사건이나 논리가 객관적인 자연법칙에 따른 결과일 때 사용한다.
우리말은 서술어가 고정되어 있다면 그 앞의 주어 목적어 부사어 등이 자리를 바꾸어도 의미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고립어인 한문은 다르다. 不必然이 ‘반드시 그렇지 않다’로 전체를 부정한다면 必不然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로 전체를 부정한다. 위치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필가 같은 사례는 흔하다.
四時行言 百物生焉 天何言哉 (사시행언 백물생언 천하언재) 사계절이 그곳에서 운행하고 온갖 만물이 거기에서 생겨나지만 하늘이 무엇을 말하더냐? <논어> 양화, 조선은 성리학의 나라라 한다. 성리학는 주희로 대표되는 송나라 시대의 유학이다. 성리란 인간의 타고난 본성에 하늘의 이치가 담겨있다고 믿고 그러한 이치를 탐구하고 보존하려고 했던 유학의 한 유파다. 理神論은 세상을 창조한 하느님을 인정하지만 하느님이 기적과 계시라는 형태로 역사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믿는 이론이다. 이신론에서 하느님은 인간과 접촉하기보다 자신이 설계한 설리나 이법의 형태로 세상을 주재한다. 이 이법을 인식하는 능력이자 인간만이 갖는 특성이 곧 이성이다. 이 때문에 이신론에서는 이성의 가치가 중요해진다. 하느님과 소통하는 유일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공자의 하늘을 대하는 태도가 이와 비슷하다. 공자의 이러한 측면을 이치와 성품으로 정리하여 체계화시킨 이론이 성리학이다.
기억할 점은 의문문의 어순이다. 의문을 나타내는 말이 목적어로 쓰일 경우 서술어의 앞에 온다. 그래서 天河言哉를 喘言何哉로 쓰지 않는다. 天言何哉는 ‘하늘의 말이란 무엇인가’로 뜻이 달라진다.
何故汝自不出乎 (하고여자불출호) <태종실록> 2년 3월 23일. 어떤 연유로 네가 스스로 나오지 않는가?
先生何爲忍住不哭 (선생하위인주불곡) <열하일기> 도강록 7월 8일. 선생은 무엇 때문에 참고 멈춰서 울지 않습니까?
盍反其本矣 (합반기본의) <맹자> 양혜왕 상. 어찌하여 그 근본을 돌아보지 않는가? 盍이 何不를 뜻하는 사례이다.
何以, 何爲, 何故, 何由는 모두 ‘어찌하여’(왜, 무엇 때문에, 어떤 이유로, 어떻게, 무엇으로)로 번역할 수 있는 말이다. 何不은 ‘어찌 ~하지 않는가?’로 해석하는데 ‘어찌 盍’으로 줄여 표현하기도 한다.
月白風淸 如此良夜何 (월백풍청 여차량야하) <소식> 후적벽부. 달은 밝고 바람은 시원한데 이 좋은 밤을 어떡하나.
소동파의 후적벽부의 글이다. 적벽부는 전적벽부가 있어 유명하다. 적벽부는 뱃놀이를 하는데 일행 중에 퉁소를 부는 연주자가 좁쌀같이 하찮은 인생과 인간의 유한한 삶을 슬퍼하자 그를 위로했던 말이다. 그대도 저 물과 달을 아는가요? 지나가는 것은 이 강물 같아서 아주 흘러가 버린 적이 없고 차고 이지러지는 것은 저 달 같아서 끝내 사라지거나 커진 적이 없지요. 대개 모든 것이 변한다는 생각으로 사물을 보면 세상에 한순간이 아닌 때가 없지요. 그렇지만 모든 것이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사물을 보면 만물과 내가 다 무궁한데 무엇이 부러운가요? 게다다 세상의 모든 것에 각자 주인이 있어 내 소유가 아니면 털끝 하나라도 가지지 못해요. 그러나 저 강물 위를 스치는 맑은 바람과 산속에 뜬 밝은 달만큼 귀에 들이면 소리가 되고 눈에 담으면 색으로 빛날 뿐 아무리 가져도 금지하는 사람이 없고 아무리 써도 다하지 않아요. 이것은 하늘이 만들어 내어 무진장하고 나와 그대가 지금 함께 즐기는 것이라오.
國事將至如何 (국사장지여하) <난중일기> 1598년 10월 6일. 나랏일이 앞으로 어찌 되려 하는가. 將은 미래를 나타낸다. 서술어이다.
余問其形何如 (아문기형하여) <열하일기> 성경잡기 7월 12일 내가 그 모습이 어떠냐고 물었다. 何如는 무엇이 같은지를 묻는 것이다.
何如는 문장 중간에서는 ‘어찌(왜), 어느, 무엇으로 문장 끝에서는 ’어찌해야 하나, 어떻게 하나‘로 번역한다. 하여는 어떤 상황인지 물을 때 사용한다. 문장 중간에서는 ’어떻게 어떤‘으로, 문장 끝에서는 ’어떠한가‘로 옮긴다.
天地間安有如吾者乎 (천지간안유여오자호) 이 세상에 어디에 나 같은 이가 있겠는가. 난중일기 1597년 9월11일
명량대첩을 며칠 앞둔 날, 이순신이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생각하며 남겼던 말이다. 이순신의 어머니는 유배 가던 아들을 만나러 오다가 세상을 떳지요. 칠천량의 패전 이후 그가 삼도수군통제사로 복귀하기 전이었습니다.
편안 安은 편안하다란 뜻으로 쓰입니다. 하지만, 어찌란 뜻으로 쓰이고 의문을 이끌기도 합니다. 得, 足, 可등과 어울리면 반어의 의미를 강조하기도 한다. 安得 安足 安可는 어찌 ~할 수 있는가로 해석합니다.
安衛欲死軍法乎 逃生何所耶 (안위욕사군법호 도생하소야) 난중일기 1597년 9월 16일 안위야!, 군법으로 죽고 싶은 게냐? 도망간들 어느 곳에서 살겠느냐? 휘하에 있던 장수 안위가 도망을 치자 어데로 갈 것이냐? 호통을 치는 내용이다. 耶는也와 같은 어조사이다.
視 吾舌尙在不 (시 오설상재불) 사기 ’장의열전‘. 봐주게 내 혀가 아직 있는가? ’장의‘는 유세 달변가이다. 간계로 합종연횡의 연횡책을 실현시켜 중국 정치를 들었다 놨다 했던 인물이다. 초나라 ’소양‘의 식객 시절 도둑으로 몰려 두둘겨 맞고 풀려나 아내에게 했던 말이다. 혀가 멀쩡하다면 자신의 뜻을 펼수 있다는 존재감의 표시다.
주의점은 아닐 불의 위치이다. 흔한 자리가 아니라 서술어 뒷 문장 끝에 놓여 있다. 不 否 未가 문장 끝에 오면 의문을 나타낸다. ~는가, 아닌가를 선택하도록 해서 의문임을 표현하는 형태이다. A耶 B耶라면 A인가 B인가를 나타낸다.
부록으로 필수 한자 45개를 정리한 노트가 있다.
한문에 자주 나오는 한자는 상황과 의미 맥락에 따라 다양한 뜻으로 쓰인다. 한자는 따로 뜻과 기능, 용례를 정리해 두면 낯선 문장을 해석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여기서는 각 장을 시작하는 한자를 가나다 순으로 정리하여 붙였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여러 한자 사전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뜻 위주로 구분하여 본문에 나왔던 문장을 중심으로 정리해 주었다.
2024년 11월 8일
한문 독해 첫걸음
정춘수 지음
부케 간행
첫댓글
문헌의 내용도 맛보고
한문 독해도 배우고...
兩手兼將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