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를 향한 농어민들의 규탄 목소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문 정부가 “임기 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 다음 정부에서 가입 협상”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이달 안에 가입 신청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입을 몰아붙이는 CPTPP가 대체 무엇이길래 이들이 분노하는 것일까. 문재인 정부는 왜 가입을 서두르는 걸까.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거대 자유무역협정의 시작
CPTPP는 일본과 호주·캐나다·베트남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11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무역협정이다.
앞서 2015년,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 통합을 목표로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출범한다. 협정국 간 모든 상품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를 목적으로 하는 협정이다. 그러나 2017년,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며 미국은 TPP에서 탈퇴한다. 이후, 남은 회원국 중 일본의 주도 아래 ‘포괄적·점진적’이라는 말을 붙여 CPTPP가 출범한다.
CPTPP 가입국은 일본을 비롯해 멕시코,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베트남, 페루, 칠레,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11개국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호주·뉴질랜드와 같은 대표 축산 강국, 캐나다·칠레·멕시코와 같은 농업 강국 등 CPTPP 가입국들 대부분이 농·수·축산 임업 강국이다. CPTPP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13%, 무역 규모는 15%가량을 차지하는 '메가급 경제 공동체'다.
CPTPP에 가입하려면
CPTPP에 가입하려면 기존 가입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또, CPTPP 협정문에는 “새로 가입을 희망하는 국가는 CPTPP 규범 수용 및 가장 높은 수준의 시장접근을 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과도한 통상조건을 제시해도 따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대만이 그 예다. 대만은 지난해 9월 CPTPP에 가입을 신청한 후 CPTPP 의장국인 일본과 협의를 진행했는데, 일본은 대만에 후쿠시마 식품 수입 허용을 강력히 요구했다. 결국 대만은 지난 2월 후쿠시마 원전 지역 식품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해야 했다. 방사능에 오염된 먹거리가 국민들의 식탁에 무분별하게 밀려올 것이 예상됨에도 국민의 건강권을 포기하면서까지 기존 가입국들에 비싼 가입비를 지불한 것이다.
뒤늦게 CPTPP에 가입하려는 우리나라에게도 높은 수준의 개방이 요구될 게 뻔하다는 것이 농어민들의 지적이다. 일본은 한국이 가입하려면 대만처럼 후쿠시마 농수산물 수입 재개를 먼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만이 후쿠시마산 수입 금지 조치를 철회한 다음 날,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한국도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그래픽 : 뉴시스
CPTPP와 농·수·축산업
농어민, 축산인들은 “비싼 가입비를 지불한 대가가 ‘농·수·축산업 포기’, ‘식량주권 포기’, ‘농어민 생존권 박탈’, ‘검역주권 포기’, ‘국민건강권 박탈’ 등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CPTPP 가입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CPTPP는 높은 수준의 개방과 새로운 통상규범 도입을 통해 참여국 간 실질적인 무역장벽을 허물고 한 차원 높은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1980년 이후 본격화된 개방농정 정책과 2004년 한-칠레 FTA 등으로 농·수·축산·임업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런 선진국들이 주도하는 CPTPP에 가입한다면 해당 농·수·축산인들은 생존권을 잃을 수밖에 없다.
CPTPP 개방 수준은 농축산물 96.3%, 수산물은 100% 관세 철폐로 ‘전면 개방’ 수준이다.
쌀을 포함해 고추, 마늘, 양파 등 기존 FTA에서 양허제외품목(민간품목)에 대한 무분별한 개방을 요구해도 외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쌀을 생산하는 농민들에게 큰 타격이 생긴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 곡물 수입국이다. 이미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농산물 시장을 개방해 사료를 포함한 곡물 자급률이 20.2%에 불과하다(식량자급률은 45.8%). 그런데 CPTPP에 가입하고 쌀이 관세화 예외 품목이 된다면 쌀마저 값싼 수입쌀과 경쟁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일본도 가입할 당시 쌀 관세를 유지하기 위해 호주에 무관세 쿼터 8400톤을 제공하는 등 희생을 치러야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CPTPP 가입 시 농업부문에서 15년간 연평균 853억~4400억 원 가량의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15년간 누적 피해액은 6조6000억 원에 달한다.
출처 : 현장언론 민플러스(http://www.minplusnews.com)
CPTPP와 검역주권
#AD163843477978.ad-template { margin:auto; position:relative; display:block; clear:both; z-index:1; }
#AD163843477978.ad-template .col { text-align:center; }
#AD163843477978.ad-template .col .ad-view { position:relative; }
var ___BANNER = "ban_1645074667061";
#AD158590415653.ad-template { margin:auto; position:relative; display:block; clear:both; z-index:1; }
#AD158590415653.ad-template .col { text-align:center; }
#AD158590415653.ad-template .col .ad-view { position:relative; }
var ___BANNER = "ban_1634110085106";
var ___BANNER = "ban_1634110119189";
CPTPP의 동식물 위생·검역(SPS) 규정은 농축산물 검역 장벽을 대폭 낮추고 검역 주권을 포기하게 만든다.
현재 가축에 질병이 생기거나 식물 병해충이 발생하면 그 나라 전체나 지역 단위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었다. 그러나 CPTPP는 동식물 위생·검역(SPS) 분야를 ‘구획화’했다. 동식물의 전염병 발생에 따른 수출입 제한 범위를 ‘국가’가 아닌 ‘구획’으로 나눴다. 구획이 뜻하는 바는 최소 농장단위다. 농장이나 도축장 단위로 청정구역을 설정했기 때문에, 가축 질병이 종식되지 않은 나라나 지역의 축산물이라 하더라도 국제기준에만 부합하면 수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즉, 광우병이 발병된 국가라도 발병 지역이 아니거나 병해에 걸린 도축장 또는 공장을 거치지 않았다면 수입을 인정해야 한다.
SPS 기준 완화는 안전하지 않은 먹거리가 수입될 우려를 높일 뿐만 아니라 주요 생과실(사과, 배, 단감 등)과 축산물 수입을 증가시켜 국내 과수, 축산분야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CPTPP와 수산업
수산업도 그 타격을 피해갈 수 없다. 기존 FTA의 경우 수산부문 시장개방률은 50% 정도였으나 CPTPP에서는 평균 99.4%로 사실상 ‘완전 개방’이나 다름없다. 후쿠시마산을 비롯한 수산 강국들의 수산물이 완전 개방되는 것이다.
수산분야는 CPTPP 가입 후 15년간 연평균 69억~724억 원 정도의 생산이 감소할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
또, CPTPP 협정문의 환경 챕터에는 ‘과잉어획상태’에 처한 어족자원을 어획하는 활동에 지원되는 보조금(수산보조금) 지급을 규제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그러나, ‘과잉어획상태’에 대한 구체적·객관적 기준이 없이 사용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수산보조금은 다른 산업보다 재해율이 높은 수산분야 보험제도의 일환으로 어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이 수산보조금이 축소되면 어민들의 생명과 안전에도 직접적인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어업용 면세유에 유류세가 과세되고 수산 정책자금 제한 등이 현실화 될 경우 어업에 필요한 경비는 상승되고 이는 수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왜 정권이 바뀌는 어수선한 시기인 임기 말에 무리하게 CPTPP 가입을 추진하려는 것일까?
CPTPP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 통합을 둘러싼 각 국간 경쟁의 산물이다. 그 중심에는 미국과 중국이 있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장 중이었던 중국을 견제하고, 환태평양 국가 간 경제 협력 강화를 목적으로 CPTPP의 모체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추진을 주도했다. 중국은 RCEP(알셉,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중심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며 TPP에서 탈퇴했고, 일본 주도의 CPTPP가 출범했지만 미국이 복귀에 유보적인 사이 중국은 지난해 9월 CPTPP 가입을 신청했다.
미국이 대중국 포위를 위한 신냉전을 추구하며 중국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압박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이 빠진 CPTPP에 먼저 들어가 경제동맹체제를 공고히 해 이 압박에 벗어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최우선시하면서도 최대 교역국이자 세계 공급망을 쥐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중국과의 무역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선 중국이 가입하려고 하는 CPTPP에 들어가는 것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교역과 투자 확대, 경제적·전략적 가치, 개방형 통상국가로서의 위상” 등을 거론하며 “CPTPP 가입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해왔다.
CPTPP, 가입만이 능사인가
CPTPP 가입에 따른 경제 효과로 중남미 최대 수출 시장이며 주로 자동차, 철강 등을 수출하는 멕시코 예시가 많이 등장한다. 멕시코와의 무역협정이 없어 관세가 붙어왔던 것인데, CPTPP에 가입하면 관세가 사라지게 돼, 대 멕시코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다. “CPTPP 가입이 한국 자동차 수출 확대에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백번 양보해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CPTPP 가입으로 이득을 보는 건 결국엔 자동차와 철강산업을 손에 쥔 재벌대기업이다. 재벌대기업 중심, 수출중심의 한국경제는 당연히 CPTPP에서도 작동한다.
수출산업을 위해 농·수·축산인들의 생존권과 전국민의 먹거리 문제인 식량주권을 맞바꾸면서까지 CPTPP에 가입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와 기후 위기 시대를 맞아 많은 나라들이 식량자립을 위해 자국 농어업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량대란, 식량위기 시대에 식량조차 자체 해결하지 못하는 농업약소국이며, OECD 국가 중 식량자급률 최하위인 한국은 농·수·축산업을 포기하고 식량주권을 포기하며 세계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자유무역주의의 산물인 FTA.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간 거대 자유무역협정 CPTPP. 문재인 정부는 이 CPTPP를 임기 내에 가입 신청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리고 수출의존도를 줄이고 식량을 비롯한 경제의 자립성을 더욱 높여도 모자랄 판에, 문재인 정부보다 더 ‘자유주의’를 주창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이 CPTPP가 체결될 가능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