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연대옆) 이대후문 뒤 한정식집 '마리'에서 우리 과 재경동문 40여명이 한데 모였어. 교수급 썬배 문진효옹과 영원한 깍두기 안영민쌤과 예비 재경인 김위근학형(91) 등 부산 촌사람들 대표단도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끝까지 함께 했어.......
다섯시에 도착해보니, 이미 여나믄명의 사람들이 와 있더군. 계형이(95)가 갖은 고생(?) 끝에 찾아낸 장소 '마리'는 도란도란 얘기 나누고 소규모 동문회 띄우기에는 그만이었고...
참신한 앤 만나(24살짜리 초절정 죽방미인이었어, 크흐흑) 한 껏 '업'이 되어 있는 박찬(91)을 만나는 것도, 근 7,8년만에 보는 것 같은 92, 93후배들의 얼굴을 접하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더군. 거참 신기하지, 어떻게 다들 이렇게 싱싱하게 살아 다시 모일 수 있는 것인지 말이야.....사람만이 희망이라는 건 이미 식상한 얘기지만, 최고의 즐거움 역시 사람이라는 건 이럴 때 아니면 좀 체 느낄 수 없을 거 같더군.
한 6시나 되었을까? 1부 창립총회의 막이 올랐어. '우리들의 송재익' 박찬의 사회로 식이 시작됐지. 찬이의 오프닝을 들으면서 나는 저러다 "오늘의 출전선수는..."하는 멘트가 흘러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 아닌 우려(?)를 할 정도로 찬이의 목소리는 밝고 힘이 넘쳤지.....짜식 되게 늘었더군, 과거 썰렁함을 최고의 경쟁력으로 삼던 그 넘이 이제는 꽤 개그와 애드립을 치더란 말이야..역시 노력은 위대한 거야...켈켈(찬아, 농담^^)
임원 선출 때였어. 지난 달 말에 준비 모임을 하면서 사실상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모든 것을 몰아가기로 작당한 바 있었기 때문에, 회장 부회장까지는 다들 무난하게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는 듯 했지...회장에 이상헌(88), 부회장에 찬수(92)...그런데 그 때 교수님, 교수님, 우리 교수님 민남님께서 갑자기 '쇼당', 아니 쌍피급 '두꺼비'를 턱 내리시는 것 아니겠어?
"어우.......(김응룡 아냐). 여기보니까 여학생들이 상당수 있는데 부회장도 여자 1명 뽑아라"
준비위원장으로 1부를 진행하던 태선(88)선배, 사회자 박찬(91), 흠 역시 교수님의 '두꺼비'에 완전히 투항을 해버리고 말더군...아, 그대 앞에서만 서면 나는 왜 쫄아드는가! 조금 아까 패를 돌리기 전에 박수로 통과시켰던 부회장 1인 회칙도 그냥 자동 개정되어 버리더군.
나는 그 때 느꼈어. 교수님이 국회로 가셔야 된다. 그래야 예산안, 법개정안 그냥 그냥 신속하게 처리될 거라고...크^^
그리하야 여성부회장에 박문휘(88)선배가 뽑히면서 이상헌, 박찬수 남성독점형 투톱 씨스템은 한때의 꿈으로 끝나고야 말았다는 얘기. 아! 별로 중요할 것 같지는 않은데 감사도 뽑았어..누구냐구? 아마 다음의 힌트라면 다들 알아맞추겠지? 머리통이 박찬만한 넘 있지?크크......축하 전화나 다들 해주라구..
아마 그 때 쯤이었을게야. "아,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슴다"로 시작되는 동아대 신방과 버전 '님의 침묵'의 주인공, 강상현 쌤이 나타나신 것은. 흔쾌히 자문위원을 수락해 주셨지. 언제든 찾아달라는 고마운 말씀과 함께..하지만 쌤은 알고 계셨을까? 자문위원의 다른 이름은 "물주"라는 사실을...
이어서 초대 회장님이 사업계획 발표를 하고, 학번별로 소개를 했지....흠 나의 기억력을 테스또 해볼까나? 참석자 명단나간다....뭐라고 떠들었는지도 대충 생각나는 대로 적어볼께...
88 학번
- 문진효 : (본인 스스로의 워딩 그대로 옮김) "나, 쉬고 있음"(두 손 잡았다 놓았다 하는 건 여전하더군) "나는 재경동문도 아이고 여기 나올 그기 아인데,...."(이 선배 이런 얘기 해놓고 말 길게 하는 것 알지?)"
- 이상헌 : 드림엑스 (선배, 맞나요?) 하여튼 잘 나가는 거 같음
- 김태선 : 삼성생명 댑따 중요한 기획실 어디라고 함
- 박문휘 : 숙대앞서 '라당스' 경영 중
- 강송희 : (박준????) 홍보실에 근무하신댔어.
90 학번
- 정현민 : 묻지 마, 다쳐!(날건달이야)
- 하승희 : 경성대 등 대학에 출강하고 라디오방송도 한다고 그랬어
- 김희정 : 결혼하고 상경해서 송파구에 둥지를 틀었는데 역시 차분한 예전 모습 그대로더군,,,
- 김기옥 : 희정이하고 같은 지역주민인데, 얼마전 복직해서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더군. 딸이 넘넘 귀여운 거 있지?
- 안영민 : 얘는 일주일에 2일만 재경동문이 되는 친구야, 연대 박사과정을 듣거던.
91학번
- 박찬 : 축구채널에서 스뽀츠 채널루다 옮겼대. 더 잘된 거지, 이제 축구말고 다른 거도 한다던데, 연예가 중계같은 것 빨리 맡어라, 임마. 그리고 니 앤 보여준다는 약속 올해가 가기전에 지키고,,,
- 장지영 : 전자신문 문화산업부 기자야. 게임시디가 많다는데, 매니아들 있으면 군침 좀 삼켜봐...글구 내년 초면 애기아빠 될 넘이야...크흐흐흑! ㅠ.ㅠ
- 박유경 : 이 반가운 친구를 근 7년만에 봤다는 거 아냐, 이대대학원을 다니고 있더군....여전히 듬직(?)하고 따뜻한 미소를 갖고 있더군....흠, 근데 이넘 온다간다 말 없이 도망친 거 있지? 넌 죽었어....^^
- 신지현 : 쫌 늦게 오긴 했는데, 그래서 제일 늦게까지 잡혀있은 여성동지 중 한 명이야.....KBS "세계는 지금"알지, 걔가 하는거래....... 나는 절대 그렇게 믿지 않지만, 자기 말로는 누가 옆구리만 찔러도 넘어갈 정도라고 하니까, 뭇 남성들이여 여의도 가면 핸뻔 함 때리 봐.
- 김위근 : 원래는 응통과 91인데 우리 과 대학원을 마치고, 이번에 성대신방과 박사과정에 합격한 친구야..내년 2월부터 설 생활을 하게 된다는데, 이 친구 참 성실하고, 괜찮고, 과에 대한 애정 깊은 아주아주 괜찮은 가이지. 생긴 건 멀쩡한 데 한번씩 사람들 뒤집게 만드는 한 칼도 있고 말이야......흠, 아주 권장하고 싶은 친구지....
쪽수로 승부하는 92학번(흠,,,이제 서서히 기억력이 달리기 시작하고 있군, 고비가 될 것 같아)
- 박찬수 : 컴터업계의 기린아로 성장중이었어.....이 넘 차분함과 따뜻함으로 동기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 같더군,....맞아 이런 것이 정말 경쟁력이야, 아! 나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내공은 없이 초식의 화려함만을 추구해 왔던 것일까? ㅡ.ㅡ
- 이건식 : 대학로 마로니에 최고의 핸섬가이라고 자신은 생각하는 모양이야...매력적인 앤을 둔 이후로 어깨 힘이 좀 더 들어간 것 같기도 하고..........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멋진 넘이지..
- 이창길 : 언론비평주간지 미디어오늘의 사진기자로 활약중인 터프가이지. 걔 눈빛 알지?
- 김준우 : 2부기념공연 내정자 알지? 현재 동기회 회장을 맡고 있다더군.....산업저널에서 경제팀 기자로 맹활약하고 있는 친구지.....내가 알아, 아주 착해
- 김영봉 : 컴터 관련잡지의 기자로 뛰고 있어.악수를 하는데 굳은 살이 꽉잡혀 있더군..맞아 '볼펜(글쓰는 기자)'의 손은 모름지기 굳은 살이 없어져선 안되는 법.
- 박소현 아니고 이소현 : 하마터면 성고문을 할 뻔 했군. 여전히 청초하고 귀여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더군....그 모습에서 나오는 말인데 내가 어찌 곧이곧대로 믿지 않을 수 있겠어? 초등학교 다니는 딸이 있대........험, 완벽하게 속았지 뭐야? 이대에서 조교로 있는데, 아직은 미혼이래나?
- 김미성 : 쁘리랜서랬어. 한달에 한번씩 여의도를 온다는 데 KBS랬어 KBS에 앤이 있거나, 아니면 좋아하는 가수가 있는 게 틀림없을까? 헐헐, 여전히 멋있더군.....
- 최성해 : 얼마전까지 스뽀스투데이에서 사진기자를 하다가 현재 다른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어.....연애를 한다는군, 누군지 얘기를 들었지....아무리 생각해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난 얘기해 줄 수 없으니, 궁금하면 본인에게 물어봐...
- 김종렬 : 우리 과를 대표하는 컴터귀재 답게 그 쪽 업게에서 살고 있더군......보면 볼수록 참 깔끔한 넘이야, 할말만 하는 주의고(나는 이런 걸 배워야 하는데, 쩝)
- 김효용 : 기획했던 영화가 넘어져서 요즘은 좀 쉬나 봐. 마지막 말이 좋았어 "계속 영화를 할 겁니다"
아!!!! 기억이 나질 않는다.....누가 더 있는 것 같은데, 없나..?진짜 없나? 암튼 93으로 넘어갈게.......
93학번
- 박현숙 : 건설업계에 투입되어 한국건설경기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그랬어. 서울의 가벼움이 아무리 막강해도 경북 예천(맞지?) 처녀의 차분함은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았지..
- 김재복 : 나이를 먹지 않는 사람이 과연 있는 걸까? 얘는 왜 이렇게 나이가 안 들지? 우리나라 카드 이름 중에 제일 긴게 아마 이걸거야 '아메리칸익스쁘레스'말이지....한도설정할 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아, 재복이를 바라보는 많은 동문들의 눈이 반짝이더군. "바로 이거다!!"하는.......
- 황재성 : 사진쪽 일을 하는 거 같은데, 잘 듣지를 못했어 아마 내가 담배를 피러 간건 이때였나봐
- 백승철, 김해동 : 이 두넘은 쓸 말이 없어. 왜냐구? 얘네들, 도착하자마자 자기소개시간이 진행 중인 것을 파악하고는 번개같이 사라졌거든...그 동작의 민첩함이란.....^^승철이는 조이티비에서 시트콤 '연인들' 조연출을 하고 있고 김해동이는 문화방송 카메라 기잔데...학교 다닐 때 도시빈민연구회 우등불 활동하면서 마냥 조용해 보였던 이 친구, 여전히 말수가 적더군...2차 때 있었던 해동이와 나의 심오한 대화를 한번 옮겨볼게..
민 : 야, 해동아 너 (아프칸 전쟁직전) 파기스탄 특별취재반 간다고 사진 나오고 이럴 때 선배의 한 사람으로써 걱정이 많이 되더라(나는 왜 이렇게 립써비스가 발달해 있는 걸까?) 근데, 난민촌에 가봤겠네....?
해동 : (끄덕)
민 : 비참하지?(기대의 눈빛, 반짝반짝)
해동 : ........네
일순 둘 사이에 흐르는 침묵
미성 : 선배가 '네, 아니오' 식으로 짧게 대답할 수 밖에 없게 질문을 하네요. 어떻더냐? 이렇게 물어봐야 할 얘기가 있지요.
민 : 해동아........ 어떻던데?
해동 : 정말................. 비참하대요.
94학번
- 장윤순, 이선영 : 선영이는 왔다가 일찍 갔고, 윤순이가 되게 귀여운 척하면서 동기들의 근황을 소개해 주더군......종렬이가 우리 과 1세대 컴터귀재라면 이 넘은 2세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지
95학번
95학번은 여성동지 5명이 나왔는데, 키큰 이쁜이 대표와 키 작은 이쁜이 대표 이렇게 추려서 나왔더라구.
- 김계형, 서휘림, 박상민, 추세은, 안홍란
이렇게 다섯명이 나왔는데 사회자 박찬이 메가콘급 개그를 때린거야..."자아자 키큰 사람들부터 말씀하시고, 이 쪽 세명은 서로 키 재고 계세요" 그 때 찬이의 개그는 내가 그를 안지 11년만에 듣는 진정한 개그였어...
우리는 8시경이나 되어 자리를 옮겼을거야...재성이가 기념사진을 찍어줬지, 들어나 봤나? 연속촬영 말이야....
재성 " 자아 찍습니다. 하나, 둘..." 찰칵찰칵찰칵!
촌놈 40명 : 우와아아아아
2차는 모닥불 호프였어 가까운 거리에 있더군..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함께 갔고 중간중간에 서서히 이탈자가 보이기 시작했지...1차때 비행기시간 때문에 먼저 가신 김민남교수님에 이어 강상현교수님께서 2차에서 자리를 터셨지.......
그리고 이어진 3차, 92학번을 중심으로 한 생존자 10여명은 어렵사리 노래방을 찾아들어갔지......3차는 "세대의 역전"으로 시작해 "광기"로 불타올랐다가 "사랑의 하모니"로 끝이 났어....
상헌선배가 지누션의 '에이요'를 부르고 세은이가 100년전 유행가 임에 틀림없을 노래를 하는 이 현상에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해지더군.....상헌선배의 댄스는 계속되고 이어 찬수까지 가세하는 상황에서 점차 분위기는 고조되었고 그 정점에는 성해가 있었지...."지인수가!!!!!!!!!" .....더 이상의 설명을 덧붙일 수 없는 점 양해하길 바래...
그러나 결국 백미는 윤도현의 먼훗날이었지, 사교계의 잊혀진 전설, 정현민과 김미성의 화음은 이 모든 세대의 불일치와 광기를 잠재우기에 부족함이 없었거던.......음화화
3차를 마친 우리는 깍두기 '영민'의 자복에 따라 딴 살림을 차리고 있던 문지뇨옹과 신지현 일당을 덮쳤지...거기서부터의 이야기는 옮기기가 힘들 것 같다...왜냐구? 새벽 3시의 피곤함과 더불어 정현민의 고질적인 '필름끊긴 뒤에 말 더 잘하기'가 시작됐기 때문이거던......
나중에 우동을 먹었는지 어땠는지 생각나지는 않는데 암튼 새벽 5시까지는 자리가 계속되었던 것 같아.....한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지뇨선배가 많이 취했을 거라는 사실...왜냐하면, 부산의 전설적인 퀸카로 알려져 있는 슨배의 여동생을 소개해달라는 나의 말에 '노'가 아닌 "한번 만나나 보자"는 답변을 했었던 것. 아아 슨배는 분명 취해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암튼 슨배 지금 무척이나 후회하고 있겠지만, 안심하쇼...농담인께로......^^
이제 후기를 마쳐야지......정리하면서 이 말을 꼭 하려고 해. 감동에 관한 얘기야.
사실 A4지 6쪽에 달하는 이 긴 후기를 쓰게 된 이유는 재경동문회가 나에게 던져준 기대 이상의 감동 때문이야...나는 숙취에 시달리며 보낸 일요일 하루 내내 감동의 묘한 여진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것은 단순히 지나온 추억을 확인한데서 오는 애틋함은 아니었어. 그 여진의 정체는 인간본연의 과거지향성에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예전 그대로의 모습과 순수성을 담지하고 살아가는 선후배들의 보면서 자신감이랄까, 깨꿋함이랄까 뭐 이런게 내 안으로 들어오는 그런 거였어.......
이번 동문회를 통해 나는 동문들이 서로의 거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어. 재경동문회 발족 움직임도 큰 성의없는 시선으로 바라본 나로서는 그래서 상헌, 태선선배 이하 노력한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아니할 수가 없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