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이유로든 자신을 억압하고 생긴 대로 살 수 없는 것은 비극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생긴 대로만 산다면 그것 또한 곤란한 일이다. 살아가면서 배우고 성장하여 생긴 대로만 살지 않는 이들은 복이 있다. 제인 에어가 바로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본성에 따라, 생긴 대로
제인은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었다. 제인을 기꺼이 거둬 준 외삼촌마저 일찍 세상을 뜨면서 외숙모 리드 부인 밑에서 구박받는 인생이 시작된다. 외숙모의 구박이 대체로 냉대와 외면, 무시로 이루어졌다면, 외사촌 오빠 존은 제인을 적극적으로 때리고 괴롭혔다. 존은 엄마의 지나친 편애로 완전히 제멋대로가 된 망나니였다.
평소 제인은 폭언을 일삼고 때리고 괴롭히는 존을 두려워했다. 어느 날, 존이 커튼 뒤에서 책을 읽고 있던 제인을 찾아내어 시비를 건다. 갑자기 제인을 세게 치고는 제인의 손에서 읽고 있던 책을 받아 들더니 제인에게 문 앞에 가서 서 있으라고 하고는 집어 던졌다. 책이 날아와 제인을 치고 제인은 넘어지면서 문에 머리를 부딪쳐 머리가 찢어졌다. 피가 흘렀고 심한 통증을 느꼈다.
이때 제인은 공포를 넘어 다른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존에게 이렇게 소리친다. “못되고 잔인한 놈! 이 살인자, 노예 감독관, 로마 황제들 같은 놈!” 이 말에 존이 발끈하여 달려들어 제인의 머리채와 어깨를 잡았지만, 제인은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섰다.
이 사건은 제인이 어떤 사람인지 잘 보여준다. 어린 나이에도 부당한 폭력에 마냥 잠자코 당하지 않았다. 맞서 싸우고 자기 목소리를 냈다. 물론 이런 저항이 유쾌한 결과를 낳지는 않았다. 그녀는 죽은 외삼촌의 방으로 끌려가 혼자 갇혀 있어야 하는 벌을 받았다. 다들 유령이 나온다고 여기고 무서워하는 방이었다.
제인은 그 방에서 불빛을 보고 유령을 봤다고 생각하고 꺼내달라고 비명을 지른다. 하도 시끄러워서 하녀들이 제인을 꺼내 주지만, 외숙모는 제인이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고 도로 가둔다. 외숙모의 눈에 제인은 “적의에 찬 분노와 비열한 마음을 지닌, 위험한 이중성의 덩어리”로 보였다. 제인은 그 방에서 발작을 일으키고 의식을 잃는다.
제인의 상태를 보러 온 약사(리드 부인은 가족이 아프면 의사를, 하녀들이 아프면 약사를 불렀다) 로이드 씨의 개입으로 제인은 학교에 가기로 한다. 그런데 외숙모는 집을 찾아온 자선 학교 이사장에게 제인이 거짓말쟁이라고, 그러니 남을 속이는 버릇을 엄격하게 감시해 달라고 요청한다. 제인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말이다. 이사장이 집을 떠난 후, 그동안 쌓였던 제인의 분노가 폭발한다. 제인은 외숙모에게 이렇게 쏘아붙인다.
다시는 외숙모라고 부르지 않을 거예요. 커서도 절대 만나러 오지 않을 거예요. 혹시 누군가가 외숙모에 대해 묻는다면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나고 날 지독하게 구박했다고 말해 줄 거예요. … 당신이 어떤 식으로 나를 붉은 방에 처넣었는지, 얼마나 거칠고 난폭했는지, 내가 괴로움과 고통으로 숨이 막혀서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절 용서해 주세요! 리드 외숙모님!’ 하고 울부짖었는데도 어쩜 그렇게도 매정하게 나를 그곳에 가둬 둘 수 있었는지 죽는 날까지 잊지 않을 거예요. … 사람들은 당신이 착한 사람인 줄 알지만 당신은 못되고 모진 사람이에요. 당신이야말로 거짓말쟁이라고요.
외숙모는 기가 질린 채 방을 나가버린다. 자기보다 힘센 외사촌 오빠에게 맞서고, 심지어 양육자인 어른 외숙모에게 이렇게 맞서고 할 말을 다 하다니. 오랜 세월 외숙모 집에서 구박을 받고도 이런 강단을 보이다니. 이런 씩씩함은 타고난 성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어린 제인은 이렇게 부당한 상황에 본성대로, 생긴 대로 용감하게 반응했다.
멘토 1: 템플 선생님
외숙모 집을 떠나 도착한 자선 학교 로우드 스쿨에서 제인은 좋은 친구와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 선생님 이야기부터 해 보자. 제인이 학교에서 좀 자리를 잡아가나 했을 때였다. 외숙모 집에서 만났던 이사장이 학교를 방문하여 제인을 발견하고는 불러내어 높은 의자에 앉혀 놓고는 외숙모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제인을 상습적인 거짓말쟁이 취급하며 “악마의 종이자 심부름꾼”, “버림받은 아이”, “양 떼의 일원이 아니라 침입자이자 이방인”이라고 부른다. 학생들에게는 제인을 경계하고 같이 놀지 말라고, 교사들에게는 제인을 감시하고 체벌을 가하라고 지시한다.
제인은 절망에 사로잡히지만, 그 학교에는 좋은 교장 선생님이 있었다. 교장인 템플 선생님은 제인을 찾아와 자신의 집무실로 데려가서는 차와 간식을 제공하며 제인에게 해명할 기회를 준다. 물론 그녀는 제인의 말만 듣고 판단하지 않았다. 제인의 설명에 등장한 지인인 약사 로이드 씨에게 편지를 보내어 상황을 묻는다. 답장을 통해 제인의 말이 사실임을, 제인이 거짓말쟁이가 아님을 확인하자 그에 상응하게 제인을 대한다.
제인은 타인을 공정하게 판단하고 학생들을 존중하는 템플 선생님을 롤 모델로 삼고 많은 것을 배웠고 그 영향력 하에서 6년 동안 학생으로, 2년 동안 교사로 지낸다. 템플 선생님의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는, 그녀가 결혼하여 그 학교를 떠나게 되자 제인이 곧장 학교생활에 매력을 못 느끼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멘토 2: 헬렌 번스
제인에게는 좋은 선생님뿐 아니라 좋은 친구도 있었다. 헬렌 번스였다. 템플 선생님이 제인에게 학문과 인생의 스승이었다면, 헬렌은 신앙의 세계, 다른 삶의 원리를 체현한 존재였다. 제인이 학교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제인은 헬렌에게 대인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다.
잔인하고 못된 사람들한테 친절하게 대하고 고분고분 순종하면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하잖아. 그 사람들은 두려움도 전혀 못 느낄 테고, 절대 변하지도 않고 점점 더 나빠질 거야. 아무 이유도 없이 맞으면 가만히 있지 말고 정말 세게 되받아 때려 줘야 해. … 마음에 들려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나를 계속 싫어하는 사람들을 내가 미워하는 것은 당연해. 부당하게 내게 벌을 주는 사람들한테는 반항해야 한다고.
외숙모와 존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제인의 원칙을 듣고 헬렌은 말한다. “미움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폭력이 아니야. 상처를 치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복수가 아니고.” 그게 뭐냐는 제인의 질문에 헬렌은 이렇게 대답한다.
“신약 성서를 읽고 예수님이 뭐라고 말씀하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펴봐. 예수님의 말씀을 너의 법으로, 예수님의 행동을 너의 본보기로 삼아 봐.”
“예수님이 뭐라 하셨는데?”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렇다면 나는 리드 부인을 사랑해야겠네. 그런데 그렇게 할 수가 없어. 그 아들인 존을 위해 기원해야 하는데 그건 도저히 안 돼.”
그리고 제인은 자신이 당했던 일을 들려주었다. 그런데 헬렌은 제인의 분노에 곧바로 호응하지 않았다. 외숙모가 못되게 군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녀가 한 말과 행동을 어쩌면 그토록 세세하게 기억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녀의 구박이 마음속의 한이 된 것 같다며 “그녀의 구박과 함께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격렬한 감정을 잊으려고 노력하면 더 행복해지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원한을 키우거나 잘못을 되새김하면서 보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면서. 그리고 헬렌의 이야기는 영적인 세계에 대한 자신의 믿음으로, “죄 자체는 질색이지만 죄지은 사람은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넘어간다.
이후 이사장이 제인을 높은 의자에 앉히고 거짓말쟁이로 몰고 혼자 있게 했을 때, 저녁도 못 먹고 울고 있는 제인을 찾아온 유일한 학생은 헬렌이었다. 그때도 두 사람의 대화는 영적인 주제로 이어졌다. 제인은 “만약 다른 사람들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아. 나는 외로움과 미움받는 것을 견딜 수가 없어”라고 말하지만, 헬렌은 인간 세계 이외에 다른 존재,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자신은 제인을 믿는다고 말해준다. 이후 두 사람의 우정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깊은 단계에 이른다.
영화 '제인 에어' 스틸컷
리드 부인
헬렌의 영향은 이후 어른이 된 제인이 내리는 선택에서 분명한 흔적을 드러낸다. 제인이 로우드 스쿨을 나와 가정 교사가 된 후에, 살날이 얼만 안 남은 외숙모 리드 부인이 자신을 불렀을 때였다. 제인은 자신에 대한 외숙모와 외사촌들의 반감을 알았지만 가기로 한다. 아무도 제인을 반기지 않지만, 제인은 굴하지 않고 외숙모를 만나고 관계 회복을 도모한다.
외숙모는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가끔 정신이 돌아오면 제인에 대한 악감정을 털어놓았다. 신분이 낮은 집안과 결혼한 제인의 엄마가 달갑지 않았고, 제인의 부모가 죽어 제인을 떠맡게 된 상황이 싫었다고 말한다. 제인이 죽어버렸으면 했다는 말까지 한다. 하지만 어느 날, 외숙모는 주위에 제인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이 두 번 잘못을 저질렀다고 털어놓는다. 하나는 “널 내 친자식처럼 키우겠다고 남편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두 번째 잘못에 대한 이야기는 한참 고민한 다음에야 꺼낸다. 사실 외숙모는 죽음을 앞두고 두 번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제인을 부른 것이었다. 외숙모는 편지를 하나 전해준다. 3년 전에 제인의 삼촌이 보낸 편지였다. 제인을 양녀로 삼고 재산을 물려주고 싶다며 제인의 소재를 묻는 편지였다. 왜 외숙모는 그동안 이 편지를 숨겨왔을까? 제인이 너무 싫었기 때문이다. 제인이 잘 되는 일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았다.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네가 예전에 나한테 대들 때의 그 광포함과, 세상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끔찍하게 날 싫어한다고 선언하던 어조와, 내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나며 내가 널 야비할 정도로 잔인하게 대했다고 대들던, 아이답지 않은 그 표정과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었다. 네가 그렇게 마음속의 원한을 쏟아내기 시작할 때 느꼈던 나 자신의 기분을 잊을 수가 없었다.
제인이 생긴 대로 씩씩하게 행동해서 나온 뜻밖의 결과가 여기 있었다. 제인은 자신이 했던 말에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다. 그리고 벌써 8, 9년이 지났고, 그때 자기는 어린아이였다고 덧붙인다. 외숙모는 그때 그 일을 잊지 못해 복수한 것이었다. 더 나아가 제인의 삼촌에게 편지를 써서 제인이 학교에서 열병으로 죽었다고 써 보냈다며 빨리 삼촌에게 편지를 보내 상황을 바로잡으라고 한다(제인이 죽어버렸으면 좋았겠다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다. 학교에서 역병이 돌 때 제인이 정말 죽었다면 애초에 자신이 거짓말을 할 일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제인을 탓한다. “너는 날 괴롭히려고 태어난 아이 같아. 너만 없었다면 절대 저지를 엄두도 내지 못했을 행동을 돌아보면서 내 마지막 시간을 괴롭게 보내게 되다니 말이다.”
제인은 다시 한번 자신을 용서해 달라고, 따뜻한 마음으로 봐 달라고 말하지만, 외숙모는 되레 제인의 못된 성격을 탓하고 어떻게 그런 분노를 쏟아낼 수 있느냐고 분개한다. 제인이 외숙모에게 화해의 키스를 청하며 뺨을 갖다 댔지만 외숙모는 끝내 거부한다. 결국 제인은 그녀와의 마지막 만남을 이런 말로 마무리한다. “절 사랑해 주세요. 아니, 마음대로 미워하세요. 모든 걸 다 용서해 드릴게요. 이제 하나님의 용서를 청하시고 편히 쉬세요.”
대 저택의 주인으로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를 하거나 험한 말을 들을 일이 없었을 리드 부인. 그녀는 내키는 대로 10살짜리 외조카를 구박하다 뜻밖의 모진 말을 듣고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왜 안 그랬겠는가. 그때 입은 상처와 분한 마음 때문에 조카에게 못나게 복수했다. 하지만 죽음을 앞두고 지난 일을 바로잡기 위해 조카를 불렀다.
하지만 편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야, 내가 나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무엇보다 그 애한테 머리를 숙이는 일은 괴로워.’ 그녀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그러나 곧 그녀는 마음을 고쳐먹는다. 어쩌면 마지막 격통의 전조를 느꼈던 탓일까. 내세가 자기 앞에 와 있다며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그녀로서는 대단한 일을 한 것이다. 죽음에 임박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리드 부인은 끝내 사과하지 못하고 조카 탓을 하고 화해를 거부한다. 마지막 자존심을 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제인은 그런 외숙모를 불쌍히 여기고 용서한다.
생긴 대로 사는 게 어때서?
리드 부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올바르게 반응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어떤 면에서 그것은 그녀의 성품에 충실한 삶이었다. 그녀는 신분이 낮은 사람과 결혼한 시누이, 즉 제인의 엄마를 경멸했다. 제인의 부모가 죽자 돈을 지불하고 제인을 유모에게 맡기고 싶어 했지만 남편은 한사코 반대했다. 남편은 아기 제인을 데려와 돌보고 정성을 쏟았다. 남편은 죽기 전에 아내에게 제인을 계속 돌봐 주겠다는 맹세를 하게 했다.
여기서 리드 부인은 기로에 선다. 제인을 돌봐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되 시늉만 할 것인가, 아니면 남편의 유언대로 사랑으로 돌볼 것인가. 리드 부인은 시늉만 하기로 한다. 내쫓지 않는 게 어디냐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외조카를 거둬 기르는 그녀를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딱 그 정도면 할 만큼 했다고 자부했던 것 같다.
생긴 대로 사는 게 뭐 어때서? 이렇게 물을 수 있겠다. ‘자기를 억누르고 살면 안 된다, 자기에게 충실해라’, 이런 조언이 넘쳐나는 시대다. 어쨌거나 우리는 다 생긴 대로 사는 것도 맞다. 하지만 생긴 대로만 살아서는 곤란하다. 그러면 문제가 생긴다. 제인이 자신의 분노를 한껏 실어 외숙모 리드 부인에게 쏟아낸 모진 말들은 그녀에게 회복하기 힘든 깊은 상처를 남겼고 부끄러운 일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면 리드 부인은 어땠을까? 생긴 대로 살아서 행복했을까?
리드 부인은 자기와 많이 다른 남편을 만났다. 그녀가 남편에게 영향을 받고 바뀔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죽은 남편에 대한 리드 부인의 평가는 냉혹하다. 인정 많은 남편은 그녀의 눈에 천성적으로 마음이 약한 사람일 뿐이다. 남편의 모습이 맘에 안 들고 좋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아들 존이 아버지가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형제들을 닮아서 다행이라고 여긴다고 말한다. 진짜 깁슨 가의 사람 같다고 말한다. 그런데 바로 이어서 놀라운 말을 한다.
아, 그 애가 돈을 보내 달라는 편지로 더 이상 날 괴롭히지 않으면 좋겠는데. 우리는 점점 돈에 쪼들리고 있어. 하인들 반은 내보내고 저택의 일부를 닫아 두는 형편이다. … 내 수입의 3분의 2는 저당금의 이자로 나가고 있다. 존이 도박으로 항상 돈을 잃으니 말이다. 불쌍한 녀석! … 존은 바닥까지 떨어졌고 타락했어. 그 애 모습을 보면 소름이 끼친다.
제인은 씩씩한 성품을 타고났고 열 살 때까지 억눌린 환경에서도 그런 성품은 고스란히 살아있었다. 그녀의 꿋꿋하고 씩씩한 모습은 그녀가 인생을 헤쳐 나가는 데 큰 힘이 된다. 그러나 그녀는 생긴 대로만 살지 않았다. 템플 선생님과 헬렌이라는 좋은 스승을 만나 배우고 변화를 경험했다. 제인에게는 템플 선생님과 헬렌의 모습이 좋아 보였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사람의 성품이 다양한 것 못지않게, 많은 이들과의 만남 중에서 유독 어떤 이들의 말과 행동에는 마음이 가고 그로 인해 감화되고 영향을 받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보통 나쁜 것을 보고 배우기 쉬운데, 진실하고 선하고 희생적인 모습을 좋게 보고 본받는 일도 생기는 것은 신비한 일이다. 제인이 보여주는 성장과 변화는 그와 같은 열린 눈과 듣는 귀를 기대하게 만든다. 우리도 좋은 것이 좋아 보이고 귀한 것이 귀하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생긴 대로만 살지 않으면 좋겠다. 그런 은혜를 구하게 된다.
홍종락 작가, 번역가
이 글은 기윤실 <좋은나무>의 기사를 허락을 받고 전재한 것입니다.
#뉴스앤넷 #홍종락작가 #기윤실 #좋은나무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