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도 그다지 호기심이 많지 않았는데
나이가 많아지면서는 알고 싶은 것도, 궁금한 것도 없어졌다.
아는 만큼만 알고 나와 익숙해진 것이 마음이 편하다.
먹는 것도 , 입는 것도 하물며 사람들도 그렇다.
길도 그렇다.
길은 여러 곳으로 갈 수도 있지만 나의 산책로는 늘 같다.
집에서 나와 사거리 스톱 사인의 도로를 건너고 주택가를 지나
호숫가를 걷고 집으로 돌아오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그런데 날마다 그 길은 다른 모습으로 느껴진다.
어느 날은 낯선 나무가 보이고 어느 날은 보이지 않던
풀들과 꽃들과 돌멩이가 눈에 뜨인다.
처음 보는 꽃이었다.
어쩌면 저렇게 못생겼을까?
꽃이 예쁘기는커녕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그 꽃의 곁을 지날 때는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었다.
꽃 피울 준비를 하는 꽃주머니도 신기하고
꽃이 핀 모양도 꽃무늬도 신비롭게 느껴졌다.
가운데 둥글게 노란 부분은 에그타르트를
갖다 놓은 것 같다.
꽃이름이 궁금했다.
Goog**검색을 해보니 aristolochia grandiflora,
어떤 데는 Dutchman's Pipe라고 쓰여있다.
긴 단어는 부르기도 어렵고 기억도 못할 것이다.
'네덜란드 남자의 파이프'라 불러야겠다.
누군가에게서 처음으로 불러진 이름의 의미가 궁금하다.
내가 그 꽃을 헤쳐가며 들여다 보고
사진도 찍고 하니 지나가던 사람들도
관심 있어하고는 처음 보는 꽃이라 말한다.
그 사람들도 예쁘다고는 하지 않았다 .
아마도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던 것 같다.
살포시 잠들었다가 말소리에 잠이 깼는데
엄마와 큰 오빠가 누군가에 대해 말을 하고 있었다.
"갈수록 얼굴도 미워지고 성격도 나빠진다고.."
큰 오빠가 그렇게 말했고
"어렸을 적엔 예쁘고 말도 잘하더니 ..,
어쩌면 몸이 약해서 신경질이 많아지나...."
엄마의 말씀이다.
나는 그때까지는 몰랐었다.
내가 예쁘고 착한 아이인 줄 알았었다.
그때 그 대화를 듣지 않았어도 언젠가는
나의 실체를 알게 되었겠지만 슬프게도
일찍 나 자신을 아는 아이가 되었다.
착한 아이라도 되자..
그래서 착한 척하면서 살다 보니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예쁘지 않은 그 꽃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기 시작했더니 오묘한 매력이 있다.
나는 그 꽃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내가 그 꽃과 같으니까 그 꽃맘이 내 맘이다.
매력 없는 게 매력인 나...
그렇게 생각하며 위안을 얻고 살아가고 있다 .
그 꽃을 자세히 보니 자줏빛에 노란 그물무늬
그리고 중간에 노랑 동그라미 가 특색이 있다.
흔하지 않은 꽃이라 귀한 꽃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한테는 관심을 갖게 하고
어떤 사람은 무심코 지나 치기도 할것이다 .
모든 꽃이 장미처럼 아름다울 수는 없다.
모든 꽃이 백합처럼 진한 향기가 있을 수도 없다 .
네덜란드 남자의 파이프꽃은 향기는 없지만
벌과 나비가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게
그늘도 만들어주고 자리도 내줄수 있다.
꽃주머니는 마치 손자의 보물과도 닮았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볼수록 매력 있는 꽃이다.
나도 그런 꽃이었을까?
그런 꽃으로 봐주던 사람들도 있었을 테지.
그 꽃 이름은
Duchman's Pipe.
네덜란드도 한번 가보고 싶다.
그곳에 가면 그 꽃 닮은 파이프를 문
네덜란드 남자가 있으려나?
첫댓글
ㅎㅎ 아녜스님~
어쩌면,
낯선 꽃에게 마음을 주시는
고운 시선이...
꽃이름,
Dutchman's Pipe...
네델란드 남자의 파이프.
네넬란드, 여행 한 번 하시면
어떨까요.
실제로 보니,
꽃색도 특이하고
꽃잎에는 줄무늬가 있고
꽃 중심에 노란 포인트가 있어
개성 만점입니다.
불굴의 투지를 가진
어느 집시 여인 같네요.
아네스님, 글을 이어가는 재미가
좋습니다.ㅎ
집시 여인으로 봐 주시는군요 ㅎㅎ
좀 재미있게 써 보려 했는데
제가 웃기는 재주가 없답니다.
저는 저녁 산책 나왔습니다.
엄마와 큰오빠가 나누시던 말씀에서
사랑가득한 안타까움이 살짝 묻어 나는 것 같습니다.^^
조용한 산책길의 행복을 맘껏 누리시길 바랍니다.^^
안타까움이죠 ㅎㅎ
저는 하늘이 무너졌습니다.
저녁 산책 나왔습니다.
꽃을 잘 모르지만, 제가 아는 꽃 중에도 저렇게 생긴 꽃은 없네요.
'네델란드 남자의 파이프' 이름을
그렇게 붙이니 다음에 보면 바로 알아볼 것 같습니다. ㅎ
아마 보시기 힘든 꽃일지도 모릅니다 .
만약에 바로 알아보시면
제 덕인줄 아셔야 합니다 ㅎㅎ
처음 보는 꽃인데 제 눈에는
예뻐보이네요.
네덜라드 남자의 파이프.
꽃이름도 참 특이합니다.
이베리아님의 마음이 예뻐서 꽃도
예쁘게 보이는것 같습니다 .
저 위에 댓글 보니 다치셨다니
어쩌나요 ...
빨리 나으세요 .이베리아님
이름도 독특한 그런 꽃도 있었군요 ^^;;;
저는 시골에서 자랐으면서도 칡꽃이 보라색인
것을 50살이 넘어서야 알았습니다.
워낙 작고 소박하기도 하지만 어릴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거지요. 나이가 들어야 작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성찰도 되는가 봅니다
이름은 여러가지 있더라고요.
저는 제가 부를 이름만 기억 하렵니다.
칡꽃도 저는기억 납니다 .
워낙 잎이 무성해서 꽃은 잘 나타나지 않지요.
50살 넘어서 알게 되셨다니
칡꽃이 엄청 좋아 했겠어요 ㅎㅎ
같은 길을 걸어도 마음의 상태에 따라 매번 바뀌죠?
이름처럼 특이한 꽃입니다.
그렇습니다 .
마음이 늘 다르니까 그런가봐요.
이름도 생긴 모양도 좀 특이해요 .
꽃이 특이하네요.
저도 처음 보는 꽃이지만
밉지는 않네요.
네덜란드 남자의 파이프?
한스님은 아실려나요?ㅋㅋ
이름도 모르는 꽃들이 많지만
자세히 보면 흥미롭지 않은 꽃이 없더군요.
다양한 식물,생물들을 보는 즐거움
특색이 다채로워서 좋아요.^^
한스님이 요즘 안 보이시네요 .
보시면 아실지 모르실지 저는 모르겠어요.
어떤 꽃이든 자세히 보면 안 예쁜꽃이
없더라고요 .
다 태어난 이유는 있으리라 생각해요.
이 세상의 만물들은요 .
제라님 건강 하세요.
꽃치고는 아주 못생겼네요
저 같으면, 아고야 ~ 와 이리 몬생겼노 누가 이걸보고 꽃이라 카겠노? 무신 꽃이 이렇노, 당장 그랬을거구요
그리고 에그타르트는 뭔가요?
그라고 성질이 얼마나 몬땠으면 오라버니 들이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참 ~ 그동안의 글은 참하게 보였는데~
ㅎㅎㅎ 솔직하십니다 .
에그타르트는 비스켓도 아니고 빵도 아니고요.
포프투칼 고유 음식으로 알고 있어요.
한국 제과점에서도 파는데 제가 느낀 맛은
그저 그렇습니다 .
또 글을 드문드문 읽으셨네요 .
오라버니들이 아니고 엄마와 큰 오빠 .
그리고 성질이 몬땠다가 (경상도 사투리인가요?)
개과천선해서 착하게라도 살자 맘 먹었다니까요 .
못생긴것 하고 참한것 하고는 틀린거죠 ??ㅎㅎ
위에 단풍님 댓글이 개구져서 웃음이 나오네요. ㅋ
꽃들의 세상에서 전쟁이 난다면
저 꽃들을 장수로 내세워 승리할 수 있을 정도로
남성적인 느낌이 가득한 꽃이네요.
이름도 그에 걸맞네요.
아네스님 덕분에 예쁘진 않지만
씩씩하고 개성 강한 꽃을 보았어요.
단풍님이 가끔 저를 구박한답니다 .
그래도 저는 눈도 꿈쩍 안 해요..
린하님 글을 보니 딱 맞는것 갘아요.
꽃들의 전쟁에서 훌륭한 무사로 아마
승리로 이끌것 처럼 느껴져요 .
못생긴 꽃이라 더 정이 갑니다 .
날 닮은것 같아서요.
네델란드남자의 파이프 처음보는 꽃이지만
우리네 인생을 닮은거 같아서 정감이 갑니다
서정주시인의 국화옆에서가 생각나 올려봅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이 오지 않았나 보다
그 꽃을 우리네 인생에 비교흘 하셨다니
저도 한번 다새 생각해 봅니다 .
이제 국화의 계절이 오네요 .
좋은 시 감상하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