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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들 잘 지내셨습니까? 디씨 라이더스는 새판짜기가 한창이군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의 지지부진한 일상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요 며칠 꾸준히 비가 내려줬기에 모든 이동을 불편한 차량으로 대체했습니다. 천둥 번개가 멋깔나게 쳐주더군요.
공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이런 날은 산에 가서 산짐승처럼 오토바이나 타야하는 건데.."라고 했다가
'미친 것 아냐?'라는 반응만 받았습니다. 저녁 8시 무렵 일을 마치고 제 자동차에 끼울 튜닝용 휠을 사기 위해
경기도 병점, 정확히 병점역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들러서 노트북을 꺼내 네비게이션으로 쓸려고 장착하고
골목을 내려오다 그만 노트북이 내동댕이 쳐져서 고장이 나고 말았습니다. 네비 없이 친구와 판매자에게 전화로 길을 물어 물어
병점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 때가 밤 열시가 얼마 안 남은 시간이었지요. 먼저 월드컵 경기장 쪽으로 가서 강변북로를 타고,
다시 외곽순환을 타고, 과천/의왕 구간으로 나와 1번 국도를 탔습니다. 약간 돌아가고 상당히 여러번 톨비를 지불했지만 상당히 빠르게 수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고속도로가 바이크에게 허용된다면 - 부차적인 문제들은 언외로 하고 -
탈 것의 공통 주제인, '이동성' 하나는 제대로 보장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거리를 돌아돌아 국도만 타고 올 생각하면
가슴이 막막해집니다. 어찌저찌하여 수원에서 병점을 찾아가기 위해 1번 국도를 따라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판매자가 전화로 "수원-오산간 비상활주로 끝나면 바로"라고 여러 번 강조했고, 또 이곳저곳에서 "쏘기 좋은 곳"이라고
들어왔기에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제 차(밴)로 쏠려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라도 바이크 타고 오면
한 번 제대로 감아볼 요량이었지요. 그 즈음에 다 왔겠다 싶을 때 사거리 정차 중에 택시 하나를 만나 길을 물었습니다.
자기도 병점역으로 가고 있으니 자기만 따라 오라고 하더군요. 열심히 쏘는 택시, 그리고 그 옆으로 쏜살같이
튀어나가는 수입 쿠페! 저도 똥꼬가 터져라 쫓아갔습니다. 그렇게 얼마가지 않아 길이 합류되면서 수원 비상활주로에 접어들 무렵이었습니다.
우측에서 합류되는 도로에서 은색 그랜드 딩크 한 대가 나타났습니다. 파란색 나시티에 흰색인지 라인이 테두리에
들어가 있었고,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이었습니다. 헬멧이 거추장스러운 것인지,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헬멧을 한 손으로 자꾸 들었나놨다 하면서 천천히 주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택시와 내 차 사이에 왔을 때쯤
항상 그렇듯이 속도를 죽이고 바이크를 먼저 보냈습니다. 그 라이더에게 눈이 간 것은 헬멧의 디자인이
DR-400sm 광고에 등장하는 까뿜(?)이라는 불란서 선수의 헬멧과 매우 비슷했기 때문이었죠.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고,
그 시간 나보다, 아니 나만큼 그 라이더를 주의 깊게 지켜 본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게 인연이라면 인연이었을까요?
라이더는 눈 앞에서 사라지고 그 무렵 택시를 쫓아 비상 활주로에 진입했습니다. 길을 왕복 8차선으로 잘 뚫려 있는 것 같았지만
노면이 결코 좋은 편은 아니더군요. 시화 방조제 같은 훌륭한 직선 구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아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노면에는 "사망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곳임을 크게 광고하고 있었고 운전자들의
주의를 환기시켜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중앙 분리대로 상하행선이 분리되지만, 좀 더 가면 간이 분리대
- 빨간색 플라스틱 수지로 만들어져서 물이 들어 있고, 반사 테이프가 붙어 있는 통 - 로 중앙선이 분리되고
빨간 유도등이 줄줄이 켜져 있었습니다. 그다지 감흥이 없는 수원 활주로가 끝나갈 무렵 차들이 정체되기
시작했습니다. 고속화된 도로 끝부분에 흔히 있는 당연한 병목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활주로가 끝나는 부분, 길이 좁아지는 부분에서 차들이 무엇인가를 우회해서 1차선에서 2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하고 있었습니다. 제 앞에 가던 택시가 1차선에서 2차선으로 차선을 바꾸자 그들이 우회해서 제 갈길을 가게하는 물체가 보였습니다.
비상활주로 입구에서 지나쳐간 딩크가 대파난 상태로 1차선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차들이 다들 우회해 가는데
저는 1차선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 바이크를 먼저 수습하려고 했습니다. 바이크는 크게 망가졌지만 아직 살아있다는 듯 라이트를 밝히고 있었고
휘발류 냄새가 심하게 났습니다. 주변에는 라이더의 슬리퍼와 바이크의 트렁크에서 쏟아낸 커버 등이 나딩굴고 있었지만
피의 흔적 같은 것은 없이 깔끔했고 라이더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고를 유발한 운전자나 아니면
주위에 있던 운전자가 라이더를 태우고 먼저 병원으로 이송한 것 같았습니다. 일단 바이크를 세워서
이 부분부터 시작되는 철로 된 중앙분리대 - 딱 이부분에서 간이 중앙 분리대가 끝납니다. - 에 바이크를 걸쳤습니다.
근데 이 순간 뒤통수가 딱 트였습니다.
'이렇게 빨리 라이더를 수습했을까? 불과 3~4분만에? 그리고 어디를 봐도 사고 수습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데?'
저는 그 때부터 주위를 두리번 거려봤습니다. 아무리 봐도 라이더는 안 보입니다. 핏자국도 없구요. 10~20미터를 거꾸로 거슬러
가 보았습니다. 사고의 시작 시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간이 분리대 물통 몇 개가 찢어지고 나뒹굴고 있었고
그렇게 다시 고개를 돌려 바이크가 슬립한 시점을 따라가는데 바로 그 부분에 이동식 바리케이트가 있었고
바리케이트를 보관하는 곳이 새로 시작하는 중앙분리대의 뒷부분인데 바로 그 부분에 바이크가 맞고 우측,
즉 1차선 방향으로 튕겨나간 것 같았습니다.
바로 그 때, 바리케이트의 좌측에서.... 정말 그렇게 접혀있어서는 안 되는 것... 코미디나 쇼가 아니고서는
절대 그렇게 접어지면 안 되는 라이더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바람에 날려 골목 구석으로 모이는 쓰레기나
신문지, 비닐봉지가 꾸깃꾸깃 모여있는 형상처럼, 사람이 절대 그렇게 있어서는 안 되는데, 그가 그렇게 거기에 있었습니다.
미친 듯이 119를 눌렀습니다. (정확히 11시 2분이더군요) 도저히 이곳이 어딘지 설명할 길이 없어서 구경하느라 서행하는 차들의 창문을
미친 듯이 두드렸습니다. 여기가 어디냐고 묻는 저에게 "활주로"라고만 외치는 그들의 말을 듣고 저도 "활주로요, 활주로! 빨리 와요, 빨리"만
외쳐댔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렉카차가 제일 먼저 왔습니다. 그들이 구급차가 들어올 통로를 세련된 솜씨로 만들어 놓자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들어왔고, 구급차에서 전문요원들이 그 라이더를 바람빠진 풍선 인형을 펴듯 들 것에
옮겨싣기까지... 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감히 손도 댈 수 없더군요. 같이 동호회에서 만났다면
웃고 떠들고 커피 마시며 시간가는 줄 몰랐을 그 라이더에게.. 감히 손을 댈 수가 없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어봤습니다. 형사물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고 후 현장 하나에, 사고 순간 장면 하나씩
정확히 겹쳐집니다. 직선구간 이후의 병목구간. 노면은 비로 인해 미끄러운 상태. 플라스틱 간이 분리대를 들이 받고 조정성 상실.
그리고 평생 상상도 못해봤을 바리케이트, 철 중앙분리대에 충돌 후 다시 보도블럭 연석에 충돌 후 정지....
드라마 닥터깽에서 한가인이 절규한 대사가 생각 났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때리면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말해줄까?
복부를... 복부가 무슨 뜻인지는 아니? 니들 말대로 배때기.. 사람이 배때기를 그렇게 열라게 맞으면 그 안에든 간, 신장, 폐가
다 작살이 나는데, 걔네들은 혈관 덩어리라서 작살 나면 바로 죽어. 간에 있는 담즙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담즙이 온 창자를 오글오글 녹여 버린다구...
머리? 머리 맞으면 어떻게 되는 줄 아니?니 머리속에도 내 머리속에도 연수라는 게 있는데, 연수 걔가 숨쉬고 심장 뛰고 하는 걸 맡아서 하는 애거든..
머릴 맞고 피가 터지고 터진 피가 연수를 먹어버리면 숨도 못쉬고 심장도 안뛰어..
우리 오빠가.... 깡페들한테 머리 맞아서 그렇게 갔거든..
경찰 될 수 있는 신체 조건이 뭔 줄 아니? 체격이 강건하고 사지가 완전해야 된다. 가슴, 배, 구강의 질환이 없어야 한다.
신장 167이상, 체중 57이상.. 그리고 용모가 추악하지 않아야 된다. 우리 오빠? 거뜬히 합격했어. 신장 175, 체중 70..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내가 봐도 반할 만한 그 아름답고 건강한 사람이.. 맞아서 죽었어.
사람이 어떻게 맞아서 죽니? 그런 사람을 어떻게 때려서 죽일 수가 있냐구?"
최초 발견자, 최초 제보자라는 이유로 갈 길을 가지 못하고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가장 늦게 도착한 것은 경찰이었고, 그들에게 명함과 몇 가지 정보를 남기고 이제 가도 좋다고 허락을 받았습니다.
병원 구급차로 실려간 그 라이더의 상황이 궁금해 119 요원에게 물었습니다. "살아 있나요?"
"... 뭐.... (가슴과 허리를 만지며) 여기 여기가.... 다 무너져 내려서.... 머리는 하이바 때문에 깨끗하지만..."
저는 그 손가락이 꿈틀댄 것을 본 것 같다는 희망인지 미련인지 모를 것이 남습니다.
왠지 살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듭니다. 그가 인생의 마지막 시점 몇 분을 살았을 때 그 순간에 나 같은
놈한테만 주목 받고 있었다고 하면 왠지 억울할 것 같습니다.
중국에 사는 친구가 중국 도로에는 사람 시신이 있어도 별로 신경 안 쓴다고 해서 개쌍놈들이라고 욕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고 수습 후 자리를 떠나는 내내 제 머리 속에서는 저 보다 먼저 사고현장을 지나간 차량 운전자들이
밉고 원망스러워서 눈물이 날려고 했습니다. 차량이 서행하는 구간이고 통행량도 많았기 때문에 분명
사고 순간, 아니 적어도 사고 바로 후에라도 봤을텐데, "이봐요, 사람들이 그러면 안 되요!"라고 면상에 소리 치고 싶었습니다.
"선한 사마리아인 법"이라는 것이 있는데 나라마다 세세한 부분은 다르겠지만, 프랑스에서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자신의 손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도와주지 않으면 법적인 처벌을 받도록 해 두었습니다.
제가 하지 않았어도 누군가는 했겠지요. 그렇지만 '언젠가 하면 된다'는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라이더의 자리에 내 친구가, 아니면 내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더 억울하고 분합니다.
저도 여러 번의 사고를 겪었고, 다행히 살아서 여기서 주둥이를 나불거리고 있지만 라이더라면 좀 더 가깝게,
비록 라이더가 아니더라고 사고의 순간은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거 아닙니까?
집에 오늘 동안 멍했습니다. 트렁크에 실린 알류미늄 휠 때문에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그 부분은 머리 속에서
멍하게 지워져 버리고 사고 장면 직전의 라이더의 모습과 생각이 읽혀지고 감정이입이 되어서 마음이
더 아픕니다. 살아 있을 거라고, 아니 살아 달라고 마음 속으로 빌었습니다. 정말 어쩔 수 없이 저 세상으로
가야한다면 편히, 그리고 좋은 곳으로 가도록 빌어주고 싶습니다. 제 혼자만의 염원으로 되지 않는다면
여러분도 마음 속으로 조용히 읊조려주세요, 살아달라고, 살려달라고... 누군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더라도
돈 드는 것 아니고, 수고롭지 않은 것이니 한 번 읊조려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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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씨 에서 퍼온글입니다 바이크 사고 는 차량에 비해 신체 손상이 심각할수 밖에 없는 구조때문에 내자신 스스로가 안전 운행 하는것만이 자신을 지키는 것이라 말하고 싶어 글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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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 드레싱◆◇
-스쿠터꾸미기 정보공유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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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고 한번씩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는 글이네요....잘 읽었습니다.
이런거 볼때마다 자꾸 스쿠터가 무서워져요...
앞으로 그런일 많이 보실 겁니다...문제는 그 당사자가 안되기 위해서 절대 과속하지 않고 양보하고 방어하는 운전을 하셔야만 합니다...바이크는 일단 급제동이 안되고 보호장치가 없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운전자의 몸이 박살납니다...제가 항상 모임에서 후배 라이더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절대로 1차선쪽으로 주행하지 말고 항상 바깥쪽 차선만을 이용하라고 하는 이유가 대부분의 사고가 중앙선에 가까운 곳일 수록 고속으로 달릴 수록 대형참사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한번 100키로 가까운 고속으로 달려본적이 있는데.. 이글을 보고나니 다신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부터 저의 최고속은 60키로/h로...
다시 퍼갑니다!!
... 강변북로랑 자동차전용도로 올림픽대로 막 쏘고 다녔는데... 학교 갈때도 조심해야겠네요.... 뭔가 심히 생각하게 하는글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