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글을 올리게 되는군요..
아래 글들을 읽어보니 다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윤희도 못 본지 한참 된 것 같은데..다시 활동을 시작
한듯... 기대되네요^^
제가 백령도 보건지소에서 근무를 시작한지도 이제 거의
보름이 다돼네요.. 조금은 답답하고 조금은 외롭기도
하지만 조금씩 섬생활에 적응하고 있죠..
생각보다 열악한 보건지소 시설과 장비에 고생하고 의외로
많은 환자수에 조금 힘들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시
간을 보내고 있습니다..5월2일날 첫 진료를 시작했는데
20명에 가까운 환자가 몰려들어서 쉴 시간이 전혀 없었죠
(치과에서 20명이면 얼마나 많은 환자인줄 남억형은 알겠
죠?) 첫날 진료하고 나서 이거 힘들어서 큰일이다..했는데
20일정도 치과가 비어있어서 그렇게 환자가 많았다고 합니
다... 요즘은 15명이 못되게 오는 편입니다..
백령도가 섬이지만 인천 옹진군내에서는 가장 큰 섬이라서
섬에 문화시설(?)은 의외로 많답니다...옷가게, 노래방,
비디오가게(비디오방은 없습니다..^^), 심지어는 게임방
까지도..^^ (지금 인터넷도 게임방에서 하는 거랍니다..)
이런것들이 문화시설에 속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는데는 특별히 불편한 점이 없어서 좋습니다...
오히려 섬이 너무 크고 시골 분위기가 별로 안나서서
서운할때도 있죠...저는 이곳에 와서 바다를 몇번 못봤답
니다..보건지소 뒷산에 올라가야지 멀리..바다가 보이죠..
오늘 같은 휴일에는 바다에 나가고 싶었는데..티비에서
재밌는 프로를 연달아 하는 바람에...티비만 열심히
시청했죠..^^
어린 나이에 얼떨결에 보건지소장이 되서... 당혹스러울때
가 많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선생님하면서 너무
존대하면 몸둘바를 모르게돼죠...가끔 그런 분들이 있어서
당황스러울때가 있죠.. 이곳에 와서 술 안먹은 날이 오늘
까지 포함해서 이틀이군요..나머지는 계속 술이었답니다..
남들은 시골에 와서 몸이 좋아질거라고 하는데 저는 나빠
질까봐 걱정입니다...처음 부임했기때문에 이곳 저곳 모임
에 나가서 인사드리면서 술먹다 보니..매일 술이죠..
백령도에서 3년째 공보의로 계시는 내과 선생님은 3달동안
매일 술먹은 적도 있다고 그러시더군요..^^; 저녁식사할
때도 일상적으로 소주를 시켜서 같이 먹으니..그렇게 된다
고 하더라고요...그래서 그런지 이곳에서는 의외로 교통사
고가 많습니다..밤중에 돌아다니는 차의 대부분은 음주운
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제가 온지 일주일만에
교통사고가 두건 발생해서..한분은 돌아가시고 한분은
크게 다쳤죠... 절대 음주운전은 삼가하시길..
내과 선생님도 허구헌날 음주운전인데...더 무서운것은 무
면허랍니다..^^; 번호판도 떨어진 티코를 아주 무섭게 몰
고 다니시죠...교통경찰도 없고 신호등도 없는 섬이니
가능한 일이죠.. 어쨋든 술을 계속
먹으니 많이 먹은 담날 아침에는 진료하기 힘들때가 있
답니다..그래도 악착같이 일어나서 단정히 하고 진료를
본답니다... 그렇게 안해도 뭐라 할 사람은 없지만...
공중보건의 시절이 아니면 언제 이렇게 주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열심히 한답니다... 작년에 있던
공보의 선생님은 성실히 근무하셨는데...올해는 왜 이래?
이런 소리는 듣고 싶지 않기때문이기도 하죠.. 낮에는
지소 바깥으로 나갈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쁘지만 저녁시간
이나 주말이 되면 할 일이 전혀 없죠...덕분에 별로 안보
던 티비에 취미를 붙이게 됐지만 그래도 남는 건 시간이죠
그럴때는 뒷산에 있는 백령길병원 선생님들과 어울리거나
근처를 산책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풍경이 뛰어나게 아
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조용히 산책을 하다보면...이따
금씩 지금이 가장 행복한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신없이 살던 생활에서 벗어나서... 찬찬히 자신을 뒤돌
아 보면서...그리고 미래를 설계하면서 보내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이곳에서의 생활도 완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때가 아니면 언제 섬에서
살고, 한가롭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지금 보내는
한가한 시간이 소중하게만 느껴집니다... 가족들과, 친구
들과 떨어져 지내기에 조금은 외롭지만.. 그런 생각들에
위안을 갖곤하죠.. 6월달에 보건지소에 컴퓨터가 새로 들
어 올때까지는 여기 자주 오지도 못하겠네요...여기서
게임방이 워낙인기라 자리잡기도 힘드거든요...사업하고
싶은 분은 여기서 게임방이나 차리시길..^^
그럼.. 동문 선후배님들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카페 게시글
자유게시판..^_^
백령도에서...
신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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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5.1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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