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문방구에는 언제 가요?"
바짝 따라붙어 이러쿵저러쿵 쉴새없이 입을 놀려대던 건희가 크러시기어 팽이를 얼른 사고싶어
기어이 심사가 자글거리는지 길을 재촉하기 시작하고 그래, 어서 가자.
양손에 짐을 들고 문방구에 갔다.
"어서 골라. 아빠 힘들다."
"크러시기어가 없어요."
"그러면 조립 로봇이라도 사. 너 그거 좋아하잖아."
조립 로봇은 엄청 싸거든.
"구경 좀 하구요."
크러시기어나 조립 로봇이 있는 자리는 입구 바로 옆 왼쪽인데 녀석은 느긋하게 한바퀴를
다 돌며 구경을 하더니 대뜸 손가락으로 안쪽 구석을 가리킨다.
"아빠, 나 저거 사도 돼요?"
"어떤 거?"
낭패다. 아이가 가리키는 쪽에 진열된 물건들은 다 고가의 물품만 있는 자리인데. 내 이럴 줄
알았지, 사달랄 때는 싼 걸 말해놓고 막상 들어서고 나면 어김없이 비싼 걸 고른단 말이야.
"크러시기어 없으면 그냥 조립 로봇으로 사라, 응?"
"조립 로봇도 없어요."
의뭉스러운 놈 같으니라고. 이미 들어서면서부터 조립 로봇도 없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일부러 한바퀴를 돌며 물색을 한 게로구나.
오늘 또 내가 한 발 물러서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지.
아무렴.
사네, 마네 하는 실랑이에서 그 동안 한두 번 밀렸나.
일 이만 원 짜리도 아니고 집었다 하면 오만 원 아니면 칠 팔만 원씩 하는 로보트를
겁도 없이 주야장천 사들이겠다고 난리야. 제 아비 허리 휘는 줄도 모르고. 중독이야, 중독.
그 값으로 날린 돈만으로도 소형차 한 대는 뽑았겠다.
"그게 도대체 뭔데? 얼마인지나 좀 보자."
무슨 샥인지 상어에서 로봇으로 변신도 되고 다른 로봇과 합체도 된다는데 이만 이천 원이나
한다. 그나마 오늘은 깜냥 껏 싼 것으로 찍었다만 새로 산지도 얼마 되지 않고 하여 딱 잘랐다.
"오늘은 절대 안 돼! 나중에 네 돈 모아서 사."
"이제 내 돈도 없단 말이에요."
"그러게 누가 한꺼번에 팡팡 써대라고 하든? 아껴놓아야 사고싶은 걸 사지.
도대체 그 많던 돈을 어디에 다 쓴 거야? 칠만 원도 넘게 있었잖아!"
"딱 이번 한번 만이요, 네?"
"네가 돈 모아서 사든지 아니면 아빠가 다음에 사줄게."
"싫어요!"
"싫어도 어쩔 수 없어. 얼른 나와. 아빠는 갈 거야."
빈틈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단호하게 문을 열어 한 발로 문짝을 고이고 가는 시늉을 해도
여간해서는 포기하지 않을 눈치다. 그렇거나 말았거나.
예닐곱 번은 넘게 으름장을 놓고서야 마지못해 따라나오며 투덜투덜 거리는 애를 뒤세우고는
뚜벅뚜벅 앞질러 걸었다. 단호해져야 돼. 무르게 보이면 창졸간에 함락이야.
어린것이 제 어미 떨어져 보기 안쓰럽다며 오냐오냐했더니 돈 아까운 줄도 모르질 않나,
다섯 살이나 더 많은 누나를 우습게 여기며 노상 이겨먹으려 들지를 않나,
툭하면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며 신경질에 떼를 쓰며 나뒹굴지를 않나,
꺼드럭거리는 성질머리 아무 때, 아무에게나 함부로 피워대며 도끼눈으로 노려보질 않나,
그림 그릴 때 말 한 마디만 시켜도 아빠 때문에 그림이 틀렸다며 눈을 흘기며 부라리질 않나,
이만 이천 원이면 우리 세 식구 일주일 먹을거리로도 충분한 돈인데 간덩이가 부어도 한참이나
붓지 않고서야 저럴 수가 있나,
벌써부터 돈을 우습게 알고 낭비하는 습관을 들여놓으면 나중에 인생 망쪼나기 십상이지, 암!
지금 일어나지도 않는 일까지 어거지로 끌어다 붙여 로봇을 사주어서는 안 될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대며 씩씩거렸다.
주사도 잘 맞았는데 보상으로라도 하나 사줄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자꾸만 비집고 들어와서
약해지지 않으려는 속셈으로 더욱 야멸차게 굴었던 것이다. 나쁘다.
나쁜 아빠 같으니라고.
그러는 저는 얼마나 대단하게 추스리며 잘 사는데? 어린것들 가슴에 못이나 박는 주제에.
씨발...
속에서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꼬시고 싶은 남자 많은디 부시를 뭐할라꼬 꼬셔요. 확 때려뿔꼬 싶지. 그 놈이야. ( 솔직히 말해서 내가 꼬신다고 넘어오면 그 남자는 제 정신 아니지. 아..슬픈 과거가 마구 생각난다. 나 버리고 가서 다 들 잘사는 놈들...니들 잘한겨...니들 대신 애맨 사람 하나 우리집서 고생한다...)
(귀꾸녁이 매킨나...^^ ) 탑블레이드는 팽이라구요. 팽이로 싸우는 만화영화. 크러시기어는 전투 미니카구요. 둘 다 만화영화로 히트친 후 아이들에게 폭발적 인기 얻었어요. 지능적 문화상술에 요즘 아이들 무력하게 노출됩니다. 포켓몬스터니 디지몬이니 뭐 별 게 많습니다. (오리 한 마리 지둘리께요.^^)
첫댓글 소주 한 병들고 올라 가야 될 분위기다. 이거 이런 기분 누가 알아.... 홀애비가 알지....
이번 글 쓰다가 눈물이 날 뻔 했는데 참았다는...(모진 내가 울 줄 알아?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판정단: 안 사주어도 되는 것이었음. 떨어져서 물새는 운동화 이런거 는 꼭 사주어야함. 그럴때는 크러시 기어인가 뭔가를 주문하고 2천원쯤 선금을 폼나게 걸고 나오면 애가 안심함.그러면 약속대로 되는것임. 울 필요 없음. 사달라는거 다 사주면 진짜로 애 망침.
그라고.우리는 우리 인생 제대로 못 추스리고 이리 궁상으로 초지일관 살지만. 새끼들만은 좀 야물딱지게 살게 하려고 우리가 이러는거 아니겠슴둥?
팽긴님 말에 동의함. 욕망 집착을 벗어내는 여유로움도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지름길.
해, 이따가 만나. 일찍 나가서 느깨까지 놀자.
해는 그리 못해요. 애들 밥줘야지. 어찌 늦게까지 놀아요. 해지면 해는 들어가지요. 해네 애들은 해지면 무서워서 안 되요. 아. 내가 해의 대변인됐다.음.
근디 이거 안물어 볼라고 했는디...크러시기어가 뭐다요? 딸 하나 밖에 없는 저로서는 통 여령부득이라... 그거이 뭐길래 그렇게 목을 맨다요?
오늘은 애들을 델꼰대요. 엄니집따가 매깨노코 막 놀것지요. 애들도 돈 안디리고 공부 덜하고 친구 꼬새서 잘 노는 법부터 배와야 돼요.
오늘, 해도 뜨냐?
아하. 대변인은 저기 따로 있구나...내가 기쓸 필요가 없구만....다행이다. 우리 아들 보니까 친구 꼬시는데 게임팩이 필수더만요. 그거 있어야 어울려 놀아요. 애들이 놀 줄을 몰라. 요즘 것들은...
해. 잠잠이. 마중물에 빨강밥에 다 뜨나 보네요. 마담만 뜨면 되네요. 이런데 부시는 뭐하는거야. 정신 못 차리고. 바쁜 사람덜이 이렇게 모여서 반전을 외쳐야 하다니..사랑하고 놀고 그러기도 바뻐죽겄는 사람들인데..부시 너...이거 다 손해배상청구할거야. 각오해라.
친구만 잘 꼬시믄 깸팩도 기냥 꼬새져요. 팽긴님도 이삔 오딥꼬 나오새서 부시조까 꼬새바바요.
이 '표종' 어때? 씨니컬해보이지 않아?
꼬시고 싶은 남자 많은디 부시를 뭐할라꼬 꼬셔요. 확 때려뿔꼬 싶지. 그 놈이야. ( 솔직히 말해서 내가 꼬신다고 넘어오면 그 남자는 제 정신 아니지. 아..슬픈 과거가 마구 생각난다. 나 버리고 가서 다 들 잘사는 놈들...니들 잘한겨...니들 대신 애맨 사람 하나 우리집서 고생한다...)
맞습니다. 맞고요... 머다러 부시신지 부신지허는 너믈 꼬새게써요. 때려자바도 모지럴파네.
그림이 그려지네. 피켓 사이로 톡 솟아있는 지다란 마담님의 럭셔리한 얼굴. 외신에도 잡힐거야. 인간방패...아니 인간 깃발이자 피켓이야. 그나저나 오늘 가마도 준비해야하는거 아닌가? 해랑 빨강밥이랑 잠잠이랑 업구 다녀.
맞고요. 그래도 일단 꼬신다음 도라새와서 궁디를 팍 차뿌세요. 그라믄, 그분이 어매매~ 하고 땅빠다개 자빠지것지요. 그때 행인님은 그 우개를 덮쳐서 콱콱 볼브시고 마담님은 그 장단에 노래를 불르세요. 지는 박수를 크게 치깨요.
마중물은 기름을 기리소.
힘든거는 다 여자 시키고 남자는 박수만 친다? 이래서 한국 남자들이 욕을 먹는겨. 행인아 시집가지말고 그냥 살아라...안즉 멀었다. 한국남정네들 ...아. 그걸 모르고 내가 일찌감치 시집을간겨...
크거시기어인지 뭔지는 요즘 인기있는 만화영화에 나오는 팽이인데요, 속에 기어가 있다나 뭐라나. 종류가 가지각색이라 그거 사는데 들인 돈만도 십만 원은 족히 넘는다는... 헌데 여기 꼬리말 무서워. 불난 호떡집도 아니고! 말꼬리는 왜 난데없이 한국남정네들로 불똥 튀냐고요?
내말이 그거랑께요. 펭귄은 꼭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소리를 해요. 오늘 반전데모가서 부시인형이랑 함께 세워 버려요!
중대과실! 크러시기어는 팽이가 아니라 미니카의 일종이랍니다. 팽이는 탑블레이드인지 뭐 그렇습니다. 무식하며 무관심하기까지 한 아빠인 것이 탄로났습니다. 그러게 속내를 너무 많이 까발기는 게 아니었습니다. 말이 많으면 실수가 잦은 법! 에휴!
탑블레이드는 또 뭐데요?
(귀꾸녁이 매킨나...^^ ) 탑블레이드는 팽이라구요. 팽이로 싸우는 만화영화. 크러시기어는 전투 미니카구요. 둘 다 만화영화로 히트친 후 아이들에게 폭발적 인기 얻었어요. 지능적 문화상술에 요즘 아이들 무력하게 노출됩니다. 포켓몬스터니 디지몬이니 뭐 별 게 많습니다. (오리 한 마리 지둘리께요.^^)
그리 궁금하면 가서 하나씩 사요. 문방구서 파니까. 모르는 거는 손에 쥐어줘도 모르지요, 투자해서 배워야지 머리에 남지요.
탑블레이드는 팽이고 크러시기어는 전투미니카고 포켓몬스터 디지몬..... 우리딸은 이런거 알고나 있을까나..... 귀꾸녁도 매키고 머리나쁘다는 소리도 주야장창듣고....에고 배부르다. 오리구이나 해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