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 포 벤데타
'우연'과 '신념'이라는 화두
우연 따위는 존재하지 않소, 딜리아.
우연이라는 환상만 존재할 뿐이지.
그렇다. 우연 따위는 일찍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역사의 경우일 땐 더욱 그렇다. 권력을 가진 오만한 자들은 무지하게도
혁명가들이 우연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믿곤 한다. 그리고 우연으로 나타난 '테러리스트'의 배후에 누군가 조종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혁명의 주체인 존재 자체를 부인하려고 든다. 그러나 결국, '우연'은 존재하지 않고 '우연이라는 환상'만 존재할 뿐이라
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연은, 아니 그 환상적일만큼 치밀한 '우연의 진실'은 어디에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이 문제의 답은 너무 쉽다.
바로 '신념'이다. 물론 신념은 반드시 행동력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신념의 주체 역시 신념이 뛰어넘어야 할 현실이
어떠한 지 정확히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현실까지 '아는 자'들은 행동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행동 역시 절대로 우연적
이지 않다.
나는 감히 그 '아는 자'가 'V'라고 말하겠다.
먼저 영화제목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의 뜻을 알아 볼 필요성이 있다. 제목을 이해하게 되면 주인공 V의 성격이 어떠한
것인 지를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정확한 글자를 설명하기 위해서 "새치입니다. '파랑새'의 '새'자입니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영어 식으로는
"L for Lemon" 혹은 "T for Teacher" 라고 한다.
돌아와서, V for Vendetta를 살펴보자. 'vendetta'라는 생소한 단어의 의미는 '피의 복수'라는 다소 무시무시한 뜻도 있지만
'장기에 걸친 항쟁'이라는 의미까지 담고 있다. 피의 항쟁이다.
V는 자신이 과거에 당했던 국가로부터의 폭력을 만천하게 공개하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음악을 온 거리에 흘려보냄과
동시에 도시의 주요 건물을 폭파한 후, 프라임 시간대에 방송국을 점거하여 자신이 제작한 영상을 담아 내보내 그 이유를 설명한
다. 국민들이 더 이상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려 하지 않음을 개탄하고자 했음이며 또한 과거의 역사를 다시는 잊지 않도록 하기 위
한 것이며 마지막으로 그 잘못된 역사를 책임져야 할 정부에게 보내는 경고이기도 했다.
당연히 V는 언론의 왜곡보도로 '테러리스트'라는 낙인이 찍힌다. 그러나 국민들은 V가 단순한 테러리스트가 아님을 느낀다.
그 중 가장 강력히 V를 믿는 '에비'라는 여자가 있었다.
예술가는 진실을 위해 거짓을 이용하고, 권력가는 거짓을 위해 진실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믿는 아버지를 둔 에비.
그러나 이렇게 탐스러웠던 에비는
이렇게 된다.
에비가 저토록 흔들리지 않는 눈빛을 갖게 된 이유는 V가 에비에게 '신념'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 위해 왜곡된 현실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에비는 V에게 분노를 느꼈지만 곧 V의 선택이 '진실을 위한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고 에비는 V의 확실한 영혼적 동반자
가 된다.
V는 가면을 쓰고 있다. 그리고 가면을 쓰고 있는 이유가 그가 V로 살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가면 뒤에 있는 살점과 근육과 핏줄이 자신을 나타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마스크 뒤에는 살점 이상
의 것이 있었다.
신념이다. 그리고 신념이라는 것은 총알로는 죽일수 없는 것이다.
신념을 지닌 V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 흔히들 인간을 초월한 존재라고 이야기들을 하지
만 그 키워드가 바로 '신념'이라는 것은 몰랐을 것이다.
V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문제가 실제로도 옳은 진정한 경지에 서서 오랜 기간 준비해 둔 마지막 혁명을 시도한다.
vendetta, 장기에 걸친 항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영화의 목적은 '대화'의 시도이다. 즉, 영화와 관객이 서로 대화할 수 있음을 믿기에 만들어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화란 무엇인가?
대화는 온 인류의 무기이다. 영화와 관객이 서로 대화를 하기 시작하면 권력을 쥔 저들은 분명코 심기가 불편하고 불안할 것이다.
대화는 항상 저들의 권력을 약화시켰다. 왜냐하면 대화는 항상 방법을 제시해주었기 때문이다.
들으려 하는 이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방법을.
대화는 신념을 만들어내고, 신념은 행동을 만들어내고, 행동은 변화를 만들어낸다.
V의 신념에 동의하여 V와 같은 모습으로 혁명의 현장에 뛰쳐나온 저 국민들이야말로 진정한 vendetta의 주역들이며 또한 우리는
저 국민들의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
출처 http://blog.hani.co.kr/happy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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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악평들을 영화는 아님.
참..의도나 기획은 좋았는데, 영화 전개나 배우연기등이 영...ㅡㅡ;;;;;
ㅎㄷㄷ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주 좋은데,
영화를 보고나면 뭔가 2% 아쉬웠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영화.
영화도 나름 괜찮지만, 원작을 보시는게 작가의 의도를 더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