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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hiti 물길 따라, 바람 따라...
‘Ka'ena’ The Brothers Cazimero
‘한쪽 구석에 조그마한 잠잘 곳을 둔 커다란 아틀리에, 이것저것 모두 선반에 정리하여 손이 닿는 곳에 있다.
그늘진 곳에 달아맨 그네에서 낮잠을 자고 있으면, 3백미터 앞의 바다에서 푸른 야자수의 숲을 넘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여기서는 시(詩)가 저절로 생겨난다. 시상(詩想)이 떠오르는 것은 그림을 그리면서 몽상에 잠겨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1901년 11월, 고갱이 몽프레에게 띄운 펀지의 한 구절이다.
인간이 누리는 편리하고 익숙한 문명을 거부하고 원주민의 건강한 순수, 인간 본연의 감성과 충동을 추구한 화가 고갱이 찾아간 원시의 땅,
그 멀고도 먼 타이티를 내가 갔다, 드디어...
얼마만의 기다림이었으랴!
그의 영혼을 불어 넣으며 열정을 불태우던 곳, 그의 심장을 고동치게 한 원시의 순수, 자연의 맥박이 뜨겁게 뛰고 있던 타이티다.
오랜 세월... 내가 환상으로 꿈꾸어 왔던 곳, 고갱의 영혼이 숨 쉬고 있는 그 멀고도 그리웠던 타이티(Tahiti).
푸르고 드넓은 남태평양에 크고 작은 수많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을 크루즈 ‘Pacific Princess’에 실려서 가슴 뛰며 떠난 여행이다.
고갱이 제일 먼저 닿았던 섬, 타이티의 수도인 파페에떼(Papeete)를 시작으로 후아히네(Huahine)거쳐 랑기로아(Rangiroa), 라이아테아(Raiatea)... 보라보라 (Bora Bora), 모레아(Moorea)섬을 끝으로 다시 파페에테(Papeete)에서 돌아온 멀고도 먼 길.
나의 여행은 푸른 물길을 따라 이 섬 저 섬을 감아 돌며 이 먼 길을 흐르고 또 흘렀다.
프랑스령이라 프랑스어도 사용하지만 원주민들의 토속 언어조차 마저도 생김새만큼이나 순박하고 단순한 곳이다.
파아아(Faaa)가 공항이름이니... 그래서 더 순수하게 다가서던 첫인상이다.
더구나 고갱의 그림 속의 여인들을 찾고 싶은 내 마음 탓인지 지나는 여인네들의 검은 피부의 맑고 순한 눈길, 두툼한 입술... 착하디착한 미소... 바로 고갱들의 여인이었다.
관광지로 변하여 온갖 문명이 널려 있지만 청량한 뭇 새들의 지저귐이 끝없는 저 검푸르고 싱싱하게 살아있는 원시림에서 심장 가득 고갱의 뜨거웠던 맥박, 그의 야생의 숨결이 뛰는 듯 했다.
차창 가득히 쏟아지는 빗줄기! 이 먼 곳... 얼마나 꿈꾸며 그리던 곳인가.
고갱의 영혼을 따라 예까지 와서 이 쏟아지는 비가 대체 무어란 말인가!
공항에 내리자 마자마자 나를 반기는.... 하필이면 우기(雨期)라니...!
그 순박한 검은 눈빛, 검의 피부, 검은 머리 길게 느린 고갱의 여인들이 기다라던... 이 곳, 원망과 아쉬움, 털어내지 못하는 미련... 깊이 꺼지던 한숨... 참 심란했다.
아아, 그래! 그 오랜 세월을 두고 얼마나 기다려온 여행인데 이럴 수만은 없잖은가! 여기까지 와서...
그토록 큰 오색 무지개를 끌고 오는 소낙비. 얼마나 많은 무지개를 보며 어린 아이처럼 기뻐했던가...
어느 샌지 산발적으로 쏟아지며 퍼붓는 빗줄기에 가슴마저 설레었다.
쫘아--- 다시 하늘로 튀어 오를 듯, 시야가 뽀오얗도록 퍼붓는 세찬 빗줄기의 찬란한 장관에 테라스 레스토랑의 구석에 오두머니 혼자 앉자 넋을 잃고 한없이 바라보며 전신으로 번져드는 희열에 가슴 떨던 기억이다.
들이치는 물보라를 온몸으로 맞으며 삽시간에 출렁이며 고여 드는 흥건한 빗물에 발까지 푸욱 적신 채...
그 빗소리, 그 빗줄기!... 영영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먹이를 받아먹으면서 기뻐서 너울대는 이 큰 가오리!
양어장도 아닌 자연환경이지만 주는 먹이 때문에 그 주변을 떠나지 않는 가오리다.
이 투명한 물밑의 경이로운 풍경!
타이티는 가오리에게도 낙원인가 보다.
이 투박한... 다듬어지지 않은 야성의...!
어느 부족의 남정네일까! 그네들의 원시적인 춤에서 힘과 열정이 뿜어 나오는 듯... 그 문신!
화가 고갱이 꿈과 이상을 그리던 섬 ‘타히티’
타히티의 공식 이름은 프렌치 폴리네시아다.
폴리네시아란 하와이와 뉴질랜드, 칠레를 잇는 삼각지대 속의 섬나라를 뜻하는 것으로 삼각지역은 한 변이 8,000㎞에 달하지만 정작 수천 개의 섬들을 다 합해도 면적은 2만6천㎢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타히티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프랑스령인 118개의 섬들을 프렌치 폴리네시아라고 부르며 사람이 살지 않는 섬까지 합하면 총 2000개의 섬으로 형성되어 있다.
타히티섬은 프렌치 폴리네시아에서 가장 큰 섬이다.
밤마다 민속 쇼, 화려한 브로드웨이 쇼가 열리기도 하는... 크루스 여행의 또 하나의 볼거리이다.
이 경이로운...! 형형색색의 물고기와 가오리, 돌고래, 상어, 청거북이 등 생물들로 기득한 타이티의 또 하나의 보고(寶庫), 물밑의 자연 세계다.
자연을 누리며 수 천 가지에 달하는 기쁨과 감동을 얻을 수 있는 타이티. 꿈만 꾸던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
프렌치 폴리네시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섬 보라보라. 약 3백 년 전 해저 폭발로 생겨난 섬이다. 그래서 그 의미 또한 ‘어둠 속에서 솟아났다’는 특이한 이름의 섬이다.
뾰족한 바위 봉우리로 이루어진 작은 화산섬으로 인구가 겨우 7,000명으로 유럽인들은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도 꼽히는 곳이다.
그 아름다움을 어디다 비교할 수 있을까!
상상만 하며 꿈꾸어 오던 아름다운 열대 섬 그대로다. 주변 다른 섬들도 그렇듯 보라보라의 바다는 한눈에 담을 수 없다.
섬 기슭의 바다는 연푸른빛을 띤 산호지대. 조금만 배를 타고 나가면 수많은 푸른색으로 칠해진 다양한 모습의 바다다.
원시림 같은 짙은 초록빛 바다인가 하면, 다시 연두색으로 변하기도 하는... 모래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투명한... 색의 조화가 놀라운 곳이다.
마치 꽃잎을 흩뿌려 놓은 듯 섬 주변을 동그랗게 에워싸고 있는 환초의 새끼섬 모투(Motu)와 에메랄드빛의 물 색깔, 바닷물에 휩쓸리면서 산호들이 부서져서 만들어진 분홍빛 모래...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진 따뜻하고 투명한 얕은 물... 햇살이 바다 밑 산호가루에 반사돼 물빛 또한 눈부시게 반짝인다.
태평양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남태평양의 진주라고 불리우는 보라보라 섬이다.
타이티 사람들의 그 순박하고 착한 인상!
그 연주마저 아름다웠던...
그래서도 낙원이라 하나보다.
어디를 가나 따뜻하고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
‘지상의 낙원’이라는 수식어가 비단 아름다운 자연만이 아닌... 타이티 사람들이 그랬다.
그들은 자연을 닮은 순수한 자연인이었다.
Paddle Boat다. 저렇게 타야하는 걸 나는... ㅎㅎ.. 앉아서 탔다! 난생처음... ^^ 그래도 푸른 물결 가르며 앞으로 쑤욱 쑥 나가던 내가 얼마나 대견했던지...!
시간만 더 있었다면 나도 할 수 있었을 텐테...^^ 정말이다!^^
피아노 바에서 노래하는 Jere Ring이다. 승객들의 연령층에 어울리는 흘러간 팝송과 피아노연주로 분위기를 내주던...
만찬 전후에 잠간씩 들르면 반색을 하며 친절했던... ‘Glamorous Girl’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던 그다.
하루는 검은 비단으로 된 중국의 전통 상의를 입고 연주를 하다가 나를 보더니 일어나기까지 하며 나를 위해서 자기도 중국 복장을 했노라고...^^ 나를 중국 사람으로 착각을 했던 모양.^^
어머,^^... 저 한국 사람인데요~.^^... 모두가 즐거운 폭소.^^
나 뿐 아니라 다른 이에게도 참 친절했던... 구수하고 부드러운 뮤지션이었다.
크루즈 여행의 속성이랄까, 무엇보다 남녀노소 모두가 하나같이 열린 마음으로 정답고 친절한... 모두가 친구다.
고단하고 갑갑한 현실을 떠나 조였던 마음 느긋이 풀어 놓은 채로 편하고 여유롭고... 화려하고... 낭만이 흐르는...
아름다운 자연과 만나며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같이 즐기는 또 다른 세계다.
육로 여행처럼 시간에 쫓기며 다 같이 따라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서 좋다. 정박하는 항구마다 ‘해변 나들이(Shore Excursion)’의 다양한 프로그람에서 내가 보고 싶고, 하고 싶은 대로 선택하여 시간을 요리하면 된다. 때론 Fitness Center에서 운동도 하다가, 사우나도 즐기다가...
푸른 물결 넘실대는 바다를 바라보며 운동하는 그 맛이란...!
순수의 원시를 사랑한 자연주의자 고갱.
타히티는 고갱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칠해진 ‘그림’이지 않았을까. 타히티의 자연의 원시성에 빠져든 고갱은, 타히티의 순박하고 아름다운 폴리네시안 여인들을 그리며 그의 ‘낙원’이었던 타히티에서 생을 마감했다.
붉은 태양으로 열리는 아침, 해맑은 푸른 공기... 고요한 물위에서 졸고 있는 황금빛의 나른한 한낮, 타는 듯한 노을빛의 저녁….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이 오묘하고 아름다운 세상의 모든 빛... 타히티는 그대로 색깔의 흐름이며 조화였다.
고갱이 풀어놓은 물감이었다.
하! 이 택시보트의 보조 기사!^^
세월이 흘러 할아버지가 된 지금이자만.... 그의 젊은 날은 그야말로 황금 시절이었겠지!? 화려한 문신의 그 대단한...! 탄탄한 근육질의 뭇시선을 끌던 매력남이었겠지?!^^
정말 그랬을까?^^ ^^ ^^...
랑기로아에서 다른 해변으로 가기 위해 혼자 나들이를 나가 탔던...
모터보트의 제일 앞 뾰족한 뱃머리에 나를 앉히고 날려버릴 듯 세차게 후려치는 광풍 같은 바람을 맞으며 아이처럼 같이 신이 났던 그다.
정말 내가 별 걸 다 해봤다! 통쾌! 상쾌했던... 그 후련함! ㅎㅎㅎ...
물에서 추는 그들의 민속춤이다. 살아있는 푸른 야성...! 싱그럽고 아름답다.
Pacific Princess호는 3만톤에 지나지 않는 참 적은 배였다. 작은 섬들이 많은 곳이라 수심이 낮아 큰 배가 들어올 수 없다고...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는 ‘도시’가 아닌... ‘작은 마을’이었다. 그래서 오붓하고 더 정다웠던...
아늑한 도서관이다. 사방으로 책과 폭신한 의자로 꾸며진 안락한 분위기의...
몇 번은 가보긴했지만 그래도 나는 그렇게 갇혀 있기보다는 푸른 하늘이 있고 바람이 불어오는 테라스 레스토랑이 더 좋았다.
이 물빛! 이 물길! 이 아름다운 물길이 언제나 나를 붙잡아 끌고는 배 뒤의 맨 끝에 앉히곤 했다.
고갱의 원색을 입고 모자에 고운 꽃도 두르고... 타이티의 여인이고 싶었다. 검은 피부, 착한 눈빛의 정 깊은...
때때로 가슴에 스며드는 가깝고 정겨운 마음,
“나 여기 있어요.”
우리 님들을 그리면서 꿈과 환상을 쫒으며 혼자 황홀해 하던 기억들이다.
물속에서의 파티다!^^ 이런 재미도 있다니...
후아히네(Huahine)에서였다.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눈부신 해변의 물위에 차려놓은 식탁들과 의자들. 의자는 물위에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울긋불긋 원색의 파레오로 덮은 식탁위에 꽃병마저도 원색의 들꽃이다.
물속에서 첨벙거리며 그 거구로 민속 쇼를 버리는 타이티 사람들, 튕기며 두들겨 대는 흥겨운 민속 음악들... 물에 시원하게 몸 담그고 앉아 소박하고 맛있는 뷔페 점심... 짜르르- 시원한 맥주...^^
같이 첨벙거리며 음식 가지러 가랴, 맥주 가지러 가랴... 소박한 그들의 진풍경에 나도 티이티 여인이 되어 첨벙첨벙 같이 즐거웠다.
혼자 돌아서서 계속 나를 쳐다보며 춤을 추는 이 무희. 그녀의 따듯하고 순박한 고운 미소는 정녕 타이티의 모습, 낙원의 순수한 모습 그대로였다.
춤을 잘 추어서도, 무희가 기차게 아름다워서도 아닌... 순박한 그대로의 자연에 우리 또한 꾸밈없는 자연이 되어 함께 즐거웠던...
순수하고 소박한 자연의 숨소리에 마냥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기억이다.
고갱의 흔적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별로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가 살다가 초라하게 삶을 마감한 히바오아(Hiva Oa)섬만이라도 어디쯤에 있는지 알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또한...
귀국하고서야 알았다. 못내 아쉬워하는 내 마음을 알아주기나 하듯... 이것만으로도 족하다.
히바오아(Hiva Oa)섬.
여행은 고사하고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도 않은... 미지의 세계다. 타이티는 남태평양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데 5개의 제도로 구성되어 있다.
즉 소시에테Société), 투아모투(Tuamotu), 마르키즈(Marquises), 오스트랄(Australes), 갬비어(Gambier) 5개의 제도로 구분되어있는데 그중에 마르키즈(Marquises)제도에 속해 있었다.
이 섬의 아담한 마을인 Atuona가 내려다보이는 Calvary 묘지에 묻혀있는 고갱이다.
타이티에 갔던 보람이랄까, 긴 세월... 고갱을 쫒는 끊임없는 간절한 마음에 그 무덤까지 찾을 수 있어서 내심 감사하기까지 했다.
그래, 이 정도면 됐어, 위로 까지 하며...
제일 위의 영상은 고갱이 처음 파페에떼에 도착하여 그의 이상과는 달리 이미 서구 문명에 오염된 도시에 실망하고 타이티 섬 남단의 바닷가 마타이에아(Mataiea)로 옮겨 살면서 그림을 그리던 곳이다.
그곳을 고갱의 박물관으로 건립했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공교롭게도 1년 째 내부 공사 중이라 휴관한 상태였다. 진품이 아닌 복사복의 전시관이라 큰 기대는 안했지만 그래도 서운한 마음...
가까이에 있는 ‘고갱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하며 마음을 달랬다.
그래도 어느 정도 고갱이 거쳐서 살다가 간 흔적들의 윤곽이 선명해 지는 것만 같아...
파페에떼에서 보라보라를 거쳐... 마타이에아... 가난과 고독을 못견뎌하며 그의 마지막 생을 다한 히바오아 섬까지!
그냥 감사하다, 눈물 나도록...
학창시절, 고갱의 삶을 알면서부터 환상으로 그려오며 꿈꾸어 오던 타이티. 이제야 왔지만...!
그냥 감사할 뿐이다, 모두가... 눈물 나도록...
“손을 뻗어 과일 하나를 집어 든다. 아삭, 한 입 깨물어 먹으니 달콤함이 온몸 구석구석 퍼진다.
태양처럼 빠알간 옷을 입은 여인이 아름다워 자꾸만 쳐다보게 된다.
여인의 맨발을 본다. 나도 신발을 벗는다.
햇빛을 머금은 나무 내음을 맡는다. 맨발로 온 들을 거닐고 오니 다시 여인이 그리워진다. ”
- 1892년 3월 11일 몽프레에게 -
그의 이상과 꿈이었던 낙원, 타이티. 해풍에 실려 온 그의 영혼이 푸른 잎을 일렁이며 속삭이는 것만 같다.
영원히 살아있는 고갱의 영혼, 타이티!
어디로 눈을 돌려도 그림 같은... 아름다운 자연, 타이티다.
아, 이분들, 질과 잭! 젊은이들도 아니건만... 분위기가 좀 특별났다.
두 내외가 팔뚝에 똑같이 새긴 요란한 문신하며 그 부인은 더하여 양팔에... 거기에다 또 오롱조롱 알록달록한 구슬로 마치 인디안 처럼 걸고 달고 머리에 까지 길게 같이 엮어서 땋아 내렸다. 반지들하며 팔찌까지...!
“May I...?” 웃으며 넌지시 카메라를 드리대니...^^
그러고는...^^
같이 찍자고 한다! ㅎㅎ 그래서 이 ‘명품’사진이 탄생! ㅎㅎ...
올적 갈 적 배 뒷자리에 오구구우- 몰려있던 우리들(^^)이었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 용사들이라며 자랑스럽게 우리나라에 친근감이 대단했던... 이 코흘리개 철딱서니는 그 덕을 톡톡히 보았다!^^
아무리 뜨거운 날씨라지만...! 그렇게 까지 훌러덩... 슬립퍼까지...ㅎㅎ... 아무리 햇살이 따갑다지만...ㅎㅎ... 껴입고 가리고 쓰고... ㅎㅎ..
표정들 또한...! 즐거워서 못 견디겠단다들!ㅎㅎㅎ...
건기(4월~10월)와 우기(11월~3월), 두 계절이 있는 타이티. 섬마다 푸르른 산과 그 청청한 원시림이 있어 건기에도 물이 풍족하고 폭풍이나 어떤 천재지변도 없는... 늘 잔잔하고 따듯한 바다, 천혜의 땅, 타이티다.
우리가 간 때에는 관광의 비수기인 우기였지만, 장대 같은 비가 한 순간 쏟아지고 나면 찬란한 햇살이 마치 그림자마저 지워버릴 듯 가득히 눈부시던 날들도 많았다.
그래서 이토록 한가롭고 고요했던... 진정 낙원이었다.
바다 빛깔뿐 아니라 뭍의 빛깔도 곱다. 섬에는 온갖 이름도 모르는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난다.
영어로는 가디니아(Gardenia)라는 꽃으로 타이티의 국화이기도 한 그윽한 향을 가진 티아레 타이티(Tiare Tahiti). 공항에 내리니 구리 빛의 타이티 여인들이 환영으로 걸어준 목걸이가 바로 그 꽃이다.
내가 정말 타이티에 왔구나! 그 뛰던 설레임!
오른 쪽에 꽂으면' Single'... 연인을 찾는 의미라니... 내내 오른 쪽에만 꽂고 다녔지만....^^ ^^...
양쪽에 꼽은 이도 있었다. 싱글이고 연인도 있지만... 그래도 또 있으면 어때! 더 좋지, 라나?!ㅎㅎㅎ...
고갱의 여인들이 머리에 자주 꼽았던 하이비스커스는 섬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고 색들도 다양하고 흔하지만 그 붉은 빛이 그토록 순수하고 눈부실까!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색깔의 바다를 가진 섬이라는 타이티. 과연 그랬다.
어느 바다가 이 물빛을 따를 수 있을까. 이 다채로운 물빛은 또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잉크 빛, 쪽빛, 옥빛... 에메랄드 빛... 수 백 가지의 크리스탈 불루... 가도 가도 끝없는... 맑고 정갈하고 화려한 푸른색들이 마치 그림인 양 고요한 수면위에 펼쳐져 있었다.
끝없이 이어진 맑고 푸른 하늘, 하늘은 바다를 비추고 바다는 하늘을 닮았다.
극히 조그만 모투(Motu), 여기 저기... 꽃잎처럼 떠있는 환초 섬이다.
내가 선택한 ‘해변 나들이’는 ‘Helmet Dive’다! 수영을 하는 게 아니라 헬멧을 쓰고 바다 밑을 걷는 다는....
썬 글라스에 귀고리까지 쓰고 달은 채 머리도 젖지 않는 헬멧이라니 신기하기도 했다.
산소는 헬멧 꼭지에 연결된 호스로 공급되는 것으로 그래도 겁에 나서 감히 물에 들어올 생각도 못하는 일행도 꽤 있었다.
마치 우주복을 입고 달나라를 걷는 듯한 형상의 한발 두발... 어기적 어기적.... 놓치면 큰일이나 날 듯 둘러쳐진 밧줄을 잡고 하얀 은방울 같은 크고 작은 무수한 기포들을 연신 뿜어내면서 줄줄이 가는 모습은, 신기하고 근사하기도 하지만 영락없는 느린 영상의 비디오다!
하! 꾸러기 아이의 발동이 또 걸렸다.
몇 년 전 사이판에서 산소통을 울러 메고 스쿠버 다이빙 할 때 그리도 혼 줄난 나였는데... 또! 수심 깊이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 게 못내 못마땅했다. 영화 속의 장면처럼 멋지게 헤엄을 치고 싶어서 수영을 좀 한답시고 슬그머니 밧줄을 놓은 것이다!
아니! 이럴 수가!!
헤엄칠 사이도 없이 휘익- 거센 물살에 휩쓸려 검푸른 물속 깊은 곳 어디로 마구 떠내려가는 것이었다!
따라오던 가이드가 눈을 크게 부라리면서 무어라 야단을 치며 나를 낚아챘다. 휴우- 그렇게 살아난 나다, 그런데...
또 살그머니 밧줄을 놓아 보았다! 물살이 없다! 살짝 뛰어 보았다, 햐아! 위로 오른다!
모래 바닥을 힘껏 밀어 차듯하면서 물고기가 꼬리 흔들듯 두발을 살랑살랑 연신 저어대니! 위로 쑤우욱 솟구쳐 올랐다! 한 번 두 번... 세게 더 세게...! 휘익- 휘익--
파앙~ 뽀르르륵-! 파앙~ 뽀르르륵-!...
내려 올 때는 나의 기세(^^)에 헬멧이 벗겨질 것 같아 양 손으로 꼭 잡는 요령까지 터득을 했다!
너무 신이 난 나는 가슴이 마구 뛰어 어쩔 줄을 몰랐다. 한발을 들어 올려 보았다가... 아! 김연아가 그랬지, Spin이라는 거! 빙글 돌면서 솟구치다가... 두 팔을 나비처럼 춤을 추다가...
아니, 흉내 낼 게 따로 있지!..ㅎㅎ...
헬멧을 썼으니 안 들리겠지! “와우~~ 와우~~ ” 나의 솟아오르는 리듬에 맞추어 노래하듯이 소리마저 질러댔다!^^
수중 카메라 맨까지 엄지 검지로 동그라미 싸인을 주며 연신 웃어대니 더 신이 났다.^^ 그런데 그 많던 물고기와 가오리들이 이 큰 물고기(^^)에 놀랐는지 어디로 다 도망가 버렸다!
가이드 다이버가 닥아 왔다. 손에 무언가를 가졌길래 달라고 했더니 안 된다는 시늉. 나보고 무릎을 꿇고 앉으란다.
내 옆에 딱 붙어 앉아 손에 쥐고 있는 날생선 토막을 내미니 어디서 왔는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물고기들이 춤을 추며 삽시간에 몰려들었다!
한입 떼어 물고는 또 춤을... 그 넓적한 가오리마저 깃을 너울대며 그 조그만 눈으로 빤히 쳐다보며 뜯어먹는다. 쓰다듬으니 보기보다 매끄럽고 부드러운 가오리.... 그 쬐끔한 눈이 참 귀엽기도 했다.
“아니, 요것들이~!^^”
아무리 두 손으로 잽싸게 낚아채며 잡으려 애를 써도 그 오색 물고기들은 이 느린 비디오 손을 놀리기나 하듯 쏙쏙 빠져 나가며 스치기만 할뿐...
에메랄드 빛의 투명한 바다 밑에서 우리의 유희는 너무도 유쾌하고 신비롭고... 그야말로 경이로운 환희였다.
물속에서 마음껏 때굴때굴 구르고 싶었다!
그동안 혐오스러운 눈길로 보아오던 문신이 어쩌면 이렇게도 달라 보일까, 내 자신에 대한 의문이다.
타이티에서 흔히 보이는 이 의아스러운 멋지기까지 한 문신!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그랬다. 특히 거리의 악사나 수상 보트의 기사들, 호텔의 직원들마저... 대부분 관광업의 종사자들이었다.
울긋불긋한 타이티 천으로 몸의 하반신만 적당히 두른 근육질의 반신을 문신으로 덮은 젊은이들의 그 모습, 더구나 대담한 목걸이까지 두른...!
눈길을 뗄 수가 없어서 안보일 때까지 따라가면서 보던 나다. 놀라며 의아해 하며... 감탄하며...
이 무용수 또한...!
야생이 꿈틀대는 듯 원시의 건강한 힘이 넘쳐난다.
그러면 그렇지!
문신을 뜻하는 영어 Tatoo는 원래 타이티어 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원래 폴리네시아 어로 ‘옳다’ 또는 ‘미술법에 맞는다’라는 의미의 Tataud에서 파생된...
타이티를 비롯해 남태평양을 여행하고 돌아온 제임스 쿡 선장이 1769년 7월에 한 신문에서 타히티 주민들을 묘사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타이티의 원주민들이 제공하여 시작된 Tatoo이다.
문신을 한 폴리네시아인들이 18,19세기에 유럽과 미국의 전시회, 박람회, 서커스 등에서 많은 사람들과의 관심을 끈 후 문신의 매력을 느낀 일부 서양인들이 그를 흉내 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네들의 마음이 순수해서 일까, 타이티의 문신은 정녕 그 느낌이 달랐다.
햇살 밝은 날, 바람 부는 바닷가에서 젊은 남녀의 혼례식이다.
꽃잎이 미풍에 흩날리고... 행복이 꽃잎 따라 꿈처럼 흐르는...
그 낭만... 사랑... 행복... 영원하기를...!
배가 하루를 더 정박하는 보라보라에서였다. 첫날에 ‘City Tour’와 ‘Helmet Dive’를 한 나는 그 다음날 딱히 하고 싶은 ‘해변나들이’가 없었다. 이쪽저쪽에서 모두들 ‘스노클링’을 간다고들 하지만 별로 내키지 않았다.
날씨는 이토록 맑고 눈부신데... 혼자 나들이를 해볼까! 무언가 있겠지!
수영복 위에 핫팬티, 비치가운으로 가볍게 입고 텐더 보트(Tender Boat)에 올랐다. 또 혼자 나들이를 나간 것이다.
‘텐더 보트’란 ‘크루즈’의 양옆에 매달려 있는 적은 배들을 일컬으며 유사시 구명보트 역할도 하지만 정박하게 되면 그 배를 내려 수심이 얕은 항구를 수시로 오가며 승객들을 실어 나르는 일종의 셔틀 보트이다.
하얀 물줄기를 세차게 뿜어대며 쾌속으로 달리는 보트를 타면 마음부터 하늘을 나를 듯 이를 데 없이 싱그럽고 상쾌해 진다.
거리 악사들의 신나는 연주에 모두들 흥에 겨워 밀려들고 밀려가는 축제 같은 흥청거리는 부둣가에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그 설레던 마음!
언뜻 ‘해변나들이’를 담당하는 Tim한테 들었던 Hilton 호텔이 생각났다. 여행안내소를 찾아 물으니 또 다른 작은 섬(Motu)으로 가야한다고...!
예약을 해야 하고... 게다가 또 배를 타야 한다니...! 내 마음은 벌써 Hilton으로 달렸다. 자그마한 호텔전용 모터보트가 환호하며 떠들어 대는 우리 몇 사람을 싣고 푸른 물길을 세차게 가르며 바다 한가운데를 질주하여 도착한 곳!
낙원이 따로 없는... 지상에 이런 곳도 있었다!
Bora Bora Nue Hilton!
아담한 Pahia(Mountain) Otemanu 기슭에 그림처럼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전경의 Hilton 호텔.
고작 인구 30명이 그 푸른 밀림 속에 숨어있 듯 살고 있다는 Motu(Little Island) To'opua에 내가 온 것이다!
이 멀고도 먼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 점 하나 콕 찍어 놓은 들 보이기나 할까.
아주 작은... 외딴 섬의, 그 Hilton에 내가 온 것이다!
내가 여기에 있다니...!
‘밴쿠버 걸’ Janine가 갔던 다른 호텔의 요금과 비교하면 갑절이 훨씬 넘는 예상치 못했던 One day Ticket 요금이었지만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이런 곳에서 이런 호사를 누린다는 사살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카약에 스노클링 장비.... Paddle Boat.. 멋진 점심식사에 와인 한잔 까지... 모든 게 포함되어 있었다.
그동안 바다가 아닌 Pool이 그리웠던 나, 그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에 별빛처럼 반짝이며 비단 같은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멋지고... 넓고... 투명한 풀!
끝없이 이어진 부드러운 하얀 모래... 물위에 고요히 떠 있는 방갈로 들.... 일렁이는 야자수의 푸른 그늘... 한가로이 매어달린 해먹...
그 물빛을 또 무어라 이름하랴!
우연히 만나 자연이 뭉친 우리 Single 들, ‘콜로라도 걸’ Amanda, ‘조지아 걸’ Christina... 나 ‘서울 걸’..^^
높고 푸른 하늘에 그림을 그리듯 일렁이는 넓은 야자수 나무그늘 아래 Sun bed에 누워 책을 보다... 수영을 하다... 한가로운 행복을 내가 이렇게 누렸다.
식사만은 혼자 하고 싶었다.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이 아름다운 곳에서 시간을 그렇게 아깝게 지내기보다는 나만의 소중하고 조용한 시간을 갖고 싶었던 거다.
혼자 따로 떨어져 나와 전원풍의 레스토랑의 제일 뒤쪽의 끝, 아무도 없는... 벽도 창문도 없이 툭 트인 바다가 환히 바라보이는 곳을 마주하고 앉으니...
눈에 가득 들어오는 아름다운 풍광에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기만 했다.
어느 땅, 어느 곳에 이런 곳이 있었을까!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아니, 내가 꿈이 되어 천국을 흐르고 있었다.
눈부신 햇살이 가득히 퍼진 이 한가로운... 찬란한 고요!
차오르는 이 뜨거운 희열, 행복... 온 세상의 모든 꿈은 내 가슴에 있었고 모두 내 것이었다.
하늘이시어! 내가 감히 이렇게 아름다운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하늘이시여!
쓰고 있는 수첩위로 뚝뚝.. 뜨거운 눈물이 떨어졌다.
메뉴를 보니 날 생선을 얇게 저며 올리브 오일과 레몬 즙, 향신료 등으로 양념을 한 에피타이저가 있었다. 이 뜨거운 나라에서 생선회라니...! 어떨까?!
아름답다, 맛있다! 레몬향이 입 안 가득히 새콤한 듯.. 고소, 쌉싸름한 듯... White Wine과 기찬 어울림!
스테이크를 시키면서 Red Wine을 초과 주문했더니 그냥 써비스로 대접한댔다.
큰 선물을 받은 양 더 행복해졌던 나. 음악을 들으며 한입 베어 먹고.. 책을 읽다... 입안을 부드럽게 감도는 한 모금 붉은 와인... 사진도 찍다가... 한 줄 쓰다가...
이따금씩 불어오는 한 줄기의 바람에 길게 늘어진 푸른 야자수 잎의 그림자가 하얀 모래 사장위에서 가만히 꿈을 꾸듯 일렁이고...
천국에서의 오찬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환상의 오찬을 혼자 성대하게 했다.
꿈인 양... 아름다운 천국에서...
To'opua섬 해안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Bora Bora Nue Hilton의 그 방갈로들! 아름다운 장관이었다
이 아름다운 순수의 야성! 끊임없이 나를 부르며 울려오는 듯...
그리운 그 옥빛의 바닷소리!
어느덧 파페에떼에 귀항하여 하선(下船)해야 하는 마지막 날이다. 그동안 열흘을 넘게 배에서 밤낮없이 같이 지내며 즐거웠던 많은 사람들과 헤어져야 하는 나, 모두가 아쉽고 섭섭했다.
‘Miss. Seo’로 시작해서 ‘Seoul Girl’, ‘Orange Hat’, ‘Pretty Girl’... 심지어 ‘Glamorous Girl’까지... 갖은 찬사를 주고받으며 즐거웠던 많은 친구들,.. 그 기억들...
영원한 싱글 걸들하며 오하이오 주에서 온 싱글 남, ‘오하이오 딘’.... 죤과 씨씨 부부... 다에꼬 상 내외...
선명한(Clear) 영국식 발음이라고 도도하게(?^^) 콧대 높이며 장난치던 워렌, 밤바다 열리는 화려한 쇼의 댄서로 일하면서 라틴댄스 클래스도 맡아 가르쳤는데 그때 만난 영국에서 온 젊은 청년이다.
내가 보이기만 하면 가까이와 이야기하며 상냥스럽고 착하던... 떠나올 땐 Hug^^까지 하며 섭섭해 하던 친구다.
짚을 타고 거치른 ‘정글 투어’를 같이 하며 언제나 친절했던 재미 교포 김 선생님 내외분...
우연히 점심식사를 한 테이블에서 같이 앉아 했었는데 저녁 만찬까지 초대를 하며 친절했던 제프리와 에이미 내외...
모두 모두 다정했던 친구들, 악수하며, 껴안으며... 손을 흔들며...
떠나올 때의 그 허하게 비던 마음을 잊지를 못한다.
떠남은 역시 그런 건가 보다. 떠나야 하는 건 또 다른 그리움을 만드는 또 하나의 애달픔임을...
텅 비어버린 내 마음처럼 썰물 빠지듯 일시에 모두 떠난 빈 배.
다시 꽃단장하고 이 섬 저 섬... 또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며 떠나겠지. 새로운 손님과 함께 또 다시 즐거운 여행이 시작되겠지.
오색 무지개를 타고 떠돌던... 마치 꿈을 꾼 것만 같다.
인터콘티넨탈 호텔 저녁 풍경
파페에떼에서 하선을 하고 떨어져 나온 우리 일행은 내일의 귀국을 위해 인터콘티넨탈 호텔에 여장을 또 풀었다. 여기 또한 또 다른 낙원이...! 그러나 새벽 3시에 떠나야 하는 촉박한 시간.
그래도 내일 2시 반에 깨워 준다니...! 2시 반에는 꼭 깨워 준다니...!
오로지 그 한마디 말만 매어 달리듯 믿고 밤 수영을 나갔다. 이 아름다운 곳에 와서 그냥 아무렇게나 보낼 수가 없어서... 너무도 아까워서...
물론 온 종일 흐리던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이나 달빛을 기대한건 아니지만 풀장 가까이 드문드문 밤을 지키며 서있는 가로등의 불빛만 푸른 야자수 잎 사이로 은은하게 비추고 가만히 흐르는 이 고요한 정적...!
그 신비로운 고요가 행여 깨어질까... 맑은 물을 가만히 쓰다듬듯 수영을 하니 그 부드럽고 따뜻한 물의 감촉이 온 전신을 휘감아 껴안으며 같이 흘렀다.
하늘 어딘가에서 내려온 은비늘의 인어인 듯... 황홀 했던 꿈이다.
그 아름다운 밤의 신비에 횝싸여 sun bed에 누워 음악을 들으며 떠나온 우리 님의 그리움... 추억들... 떠나야 하는 아쉬움 ... 울 것 같은 애틋함이 끝없이 흐르던 밤.
어루만지듯... 애무하듯... 안개비가 가만히 내리기 시작했다. 그대로 맞았다, 온 몸을 맡긴 채...
그렇게 돌아온 여행이다.
이 감사함!
우리 님 모두를 안고 떠났다 잊지 못할 추억 모두를 또 떠안고 돌아왔다.
뜨거운 원색의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자연, 타이티 사람들의 그 티 없이 착한 맑은 눈빛과 웃음이 한 낮의 짧은 꿈인 양... 환영인 양 푸르게 반짝이는 야자수 잎처럼 끝없이 일렁인다.
눈부신 햇살이 온종일 반짝이던 그 낙원, 하얀 구름이 환히 웃음 짓던 끝없이 이어진 드넓은 하늘... 그 싱싱하던 초록빛의 원시림...
내 생에 다시는 갈 수도, 볼 수도 없는... 그 푸르른 원시의 순수... 낙원의 땅, Tahiti!
본능 같은 야생이 꿈틀대며 뜨겁게 살아나 어린 아이처럼 발개벗고 천국을 휘저으며 맨발로 뛰놀던 기억... 얼굴... 얼굴들... 뜨거운 눈물로 가슴 깊이 껴안아 묻고 또 묻는다.
영원 하라, 순수여, 뜨거운 야생이여, 그 낙원이여!
고마워! 잘 있어--!
Ma Ru Ru-! Na Na-!
Ma Ru Ru-! Na Na-!...
손 흔들며 이 멀리 떠나 왔지만... 한사코 놓지 않고 달려오는 그리움. 이 기인 울림... 나를 부르는 메아리만 끝없다.
2015.1.12. songbird
오늘의 한 곡.
‘Ka'ena’ Sung by The Brothers Cazimero
메이리져 울려오는 끝없는 그리움이다. 내 마음이듯이...
‘Fakateretere’ Sung by Gabilou
아마도 타이티의 유명한 가수인 듯...
맨도린... 바람... 맑은 물... 자연.. 낭만이 아름다워서...
추억을 그리는 마음이 이런 건가 보다. 울고싶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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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리도 아름다운 음악과 삽진이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