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순 작가는 믿고 보는 작가입니다.
여태까지 그녀가 쓴 책(고구려 고분벽화를 찾아라, 고구려 아이 가람뫼, 사라질 아이 등)을 보자면 묵직한 주제를 끝까지 밀고나가는 뚝심이 대단한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역사에 대한 식견도 물론 깊이 있고 대단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아침, 입가에 실실 미소 띄우며 읽은 책 '슈슈 씨의 범인 찾기'
경쾌하고 유쾌하여 절로 웃음 지어집니다.
노란 쪽지의 주인을 찾으려 애쓰는 슈슈 씨의 행동이 눈에 그려지며 '아, 이 사람 엄청 변하겠구나. 좋은 쪽으로'
기분 좋은 예감도 하게 되네요.
운율 있는 문체와 살짝 추리기법도 들어가고.
추리하면서 읽어내려가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아, 이경순 작가가 이런 책도 잘 쓰는구나. 유쾌하고 경쾌한 스토리...
실제로 이경순 작가가 사는 집을 무대로 쓴 것 같아요.
지붕 낮은 집 가운데 유독 옥상이 있는 집.
그 옥상에 올라가면 온 산이 다 보이고, 주위 이웃의 잘 가꾸어놓은 꽃밭도 보이고
감나무도 옥상에 그늘을 드리우는 그런 집.
처음엔 그 경치에 반해 곡이 잘 써지리라 생각하고 덜컥 계약을 한 슈슈 씨는 의외의 복병을 만나지요.
예쁜 꽃밭을 가꾸는 할머니의 손녀딸의 고래고래 노랫소리와
뒷집 할아버지가 틀어놓은 무지막지하게 큰 TV 소리(아마도 귀가 잘 안 들리시겠죠.)
그리고 또 옆집 할머니네 대문의 신경을 거슬리는 삐거걱...소리.
각종 소음 때문에 곡은 커녕 슈슈 씨의 화만 돋구는 상황.
그런데다 슈슈 씨는 옥상에 앉아 있는 도도한 고양이가 마음에 안 들어 철조망까지 쳐놓지요.
소통을 거부하니 계속적으로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 주요 사건 중의 하나가 '노란 쪽지'를 받는 일.
그러는 와중에 슈슈 씨는 잊고 지냈던 어머니를 떠올리고 자신이 왜 그렇게 무심하게 살았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지요.
아무튼...슈슈 씨가 사는 동네는 참 복받은 동네.
아름다운 동네.
그 동네, 그 집들이 오랫동안 남아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슈슈 씨는 그곳에서 분명 좋은 곡을 많이 쓸 겁니다.
이웃들과 한층 친해지고,
혼자만의 것이라 여겼던 옥상도 고양이들에게 아낌없이 내놓겠지요. 그래서 읽는 내내 흐뭇했던 책.
첫댓글 선생님~~~~ 슈슈 씨를 이리 즐겁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첫 문장에 심쿵, 부끄부끄 쑥스쑥스... 하면서도 슈슈 씨의 핵심 똭똭 짚어내시는 명쾌함에
입이 딱 벌어졌다 벙실벙실 히죽히죽 웃다 야단입니다.ㅎㅎ
네, 실제 저희 집을 무대로 쓴 거 맞아요~와우, 예리하심!!!
지금이 딱 좋은데 안타깝게도 재개발 진행중이라 곧 변화의 바람이 불지 싶어요ㅠㅠ.
믿고 보는 작가가 될 수 있도록 한 반 한 발 성심껏 내딛어야겠다, 다짐 중입니다.^^
늘 실천으로 본을 보여주시는 선생님, 두루 감사드려요~덕분에 힘 불끈 얻고 갑니다.
행복한 6월 보내셔요~.💝
그냥 느낀대로 솔직히 쓴 감상평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