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일, 2박3일 동안 전남 진도의 조도군도와 관매도로 천하장군 이백서른한번째 정기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조도군도와 관매도는 수도권에서 버스로 5시간은 가야하는 진도에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큰 맘 먹고 움직이지 않으면 쉽게 가기 힘든 곳입니다. 그만큼 아직도 천혜의 비경이 많이 남아 있어 여행자의 관심을 끄는 곳이지요. 또 배로 이동하는 섬 여행은 날씨가 나쁘면 배가 뜨지 않는 등 변수가 많은데 이번 여행은 날씨도 좋아 별 탈 없이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첫날, 서울을 출발해 진도까지 들어가는데 참 길더군요. 드디어 진도에 도착해 진도향토음식인 뜸북국으로 점심을 먹고 짜투리 시간에 잠시 남도석성을 둘러본 뒤 조도로 들어가는 배에 올라탑니다. 하필이면 우리가 방문한 때는 선박회사가 여름성수기를 앞두고 선박 정기검사에 들어간 때라 임시배가 운항, 평소보다 30분에서 1시간정도 변경, 지체되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여행하며 만나는 일 중에서 큰 문제도 아니지요.^^
조도군도는 바다 위에 떠있는 섬이 새떼처럼 많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조도군도에만 154개의 섬이 모여 있다고 하닌 그럴만하죠. 우리가 조도롤 들어가는 날은 안개가 짙어 주변의 섬들이 잘 안보였지요. 대신 최근에 조도 근처에 자주 출몰한다는 물개를 만나, 신기했답니다.
조도에 도착해서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해설사와 함께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하조도등대, 아름다운 조도대교를 건너 상조도의 도리산 전망대를 돌아봅니다. 도리산전망대는 조도군도를 360도 사방으로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가슴이 뻥 뚫리는 곳입니다. 여기서 보는 낙조가 일품이지만 우리는 가파른 길을 어두울 때 내려오기 무리라 먼저 나섭니다. 그럼에도 내려오다 버스바닥이 비탈에 긁히는 우여곡절도 겪었지요. 다행히 기사님이 지혜롭게 잘 대응해서 별 탈 없이 식당으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이튿날에는 아침식사 후에 하조도등대를 들러 어제 미처 못 가본 전망대와 바닷가까지 트레킹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신전해수욕장도 걸어봅니다. 조도와 관매도 길가는 온통 톳 천지입니다. 톳은 양식을 하는데, 이 섬들의 주요한 수입원입니다. 전량 일본으로 수출한다고 합니다. 많이 하는 집은 연간소득이 3억까지 된다니 대단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다니는 내내 길가에 톳을 널어 말리는 진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점심을 마지막으로 이제 조도여행을 마무리하고 다음 여행지인 관매도로 이동합니다. 조도에서는 부흥식당에서 3식을 다했는데, 깔끔한 생선지리탕과 미역국백반, 직접 잡은 소를 끓인 갈비탕까지 하나같이 맛있고 푸짐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었습니다.
40여분 이상을 배로 이동해 관매도에 도착합니다. 전날에 비해 안개도 걷히고 맑은 날씨에 관매도 바닷색은 아름다운 비취색으로 빛납니다. 홍도가 관매도에 와보고 그 절경에 무릎 끓었다는 말이 실감이 갑니다. 관매도는 참 아름다운 섬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아름다운 8개의 경치를 관매8경으로 정해놓았지요. 우린 이번 여행에서 그 중 4곳을 돌아보았습니다.
관매도에 도착한 첫날은 바닷가에 덜렁 놓여진 돌덩이, 손바닥 모양이 찍혀진 손바닥바위(일명 꽁돌; 관매3경), 좁은 협곡에 유리다리를 놓아둔 하늘다리(관매5경)를 다녀왔습니다. 한적한 숲길에 푸른 하늘과 빛나는 바다를 구경하며 하늘다리까지 가면서 몇 번이나 그 비경에 감탄을 했는지 모릅니다. 하늘다리에 이르러서는 어찌나 바람이 부는지, 발아래는 깊은 협곡에 다리가 후덜덜, 그래도 다들 아름다운 경치와 여기까지 완주했다는 기쁨에 얼굴에 미소가 가득합니다.
저녁식사는 관매해변(1경)에 위치한 식당에서 먹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바다에서 여유롭게 낙조를 감상하는 여유를 누립니다. 아름답고 여유로운 관매도의 저녁놀이었지요.
아쉬운 여행의 마지막날이 밝았습니다. 아침식사 후에 관매2경인 방아섬을 향해 걷기 시작합니다. 관매해변 뒤의 넓은 곰솔밭을 지나, 인동초(금은화)와 산딸기, 찔레꽃 만발한 관매마을길을 지나 방아섬으로 향합니다. 방아섬 가는 길에 독립문바위를 보러 들렸지만 막상 도착해서는 내리막길이 추락위험이 있다는 공지문이 붙어있어 그냥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독립문바위를 보러가는 숲길에 만난 이름모를 풀들과 나무, 꽃들은 또 다른 기쁨이었지요.
방아섬은 관매도 동북쪽에 있는 섬으로 선녀가 내려와 방아를 찧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섬입니다. 우리가 갔을 때 운 좋게도 물이 빠져서 걸어서 방아섬까지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발길이 닿지 않는 고요한 자연의 비경에 감탄하는 아름다운 순간이었습니다.
점심식사로 먹은 관매도의 톳칼국수를 마지막으로 관매도를 떠납니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천혜의 섬, 관매도. 못내 아쉬운 발걸음은, 언젠가 다시 오리라 위로하며 진도로 가는 배에 오릅니다.
먼 섬, 안 가본 섬은 멀게 느껴지지만, 다녀오고 나면 우리가 아는 섬, 가깝고 친근한 섬이 돼버립니다. 그래서 여행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기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3일 간의 여행동안 불편한 숙소, 예상보다 길어진 배시간 등 다소 불편함이 있었지만 섬여행의 불편함으로 감수하고 서로 배려하며 여행을 잘 마무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여유로운 관매도 여행, 또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첫댓글 후기가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 그래도 꼭 기억해둬야 할 멋진 곳이라 기억을 되살려가며 정리해봅니다. 아름다운 관매도, 다시 가고 싶은 섬으로 마음에 남네요.^^
아주 많이 늦은 후기도 재미있군요.
잊어가는 관매도를 다시 끄집어내어
조도 관매도의 풍경을 생각하며 좋은 시간 갖고있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