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고령 장날에 맞추어-고령장은 4일, 9일-출사를 다녀왔습니다. 고령대가야고분군, 대가야시장, 개실마을을 돌아보았지요. 대가야시장은 장날임에도 썰렁해 보였습니다. 대장간 근처에서만 사람이 꽤 보이는 정도였습니다. 4년 전,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갔을 때만 해도 발 딛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는데, 참 안타까웠습니다. 문 닫은 가게도 많이 보여 더욱 그러했습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인터넷 구매 급증, 인구 감소가 큰 몫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전에 찾아본 바로는 특별히 눈에 띄는 맛집은 없었지만, 오래된 시장의 식당은 어디 가도 나름 맛집이라 생각하기에, 일행의 입맛에 맞추는 게 마음 편하기에 그냥, 편하게 갔습니다. 비빔밥, 그래도 여기서 유명하다는 할매국밥 몇 가지 메뉴를 얘기하다가 한 분이 동태찌개 식당에 먼저 들어서기에 모두 따랐습니다. 보통은 좌상단 메뉴를 대표 음식으로 치부하기에, 동태찌개를 보고 갔음에도 몇 분은 첫 번째에 있는 청국장을 시켰습니다만, 주인장은 청국장은 안 된다는 거였습니다. 주인장은 도다리쑥국 등을 권했지만, 모두 동태찌개로 통일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조금씩 불편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일행 중 한 분은 직접 따지기도 하셨습니다. 참고로, 청국장은 8천 원, 동태찌개는 11,000원, 도다리쑥국은 17,000원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주인장이 밑반찬이 맛있다며 9가지를 내는데, 냉이, 마재기, 시금치, 배추 등 각종 무침과 버섯류, 김치, 어느 것 하나 간이 넘치지 않고, 맛은 넘쳤습니다. 뒤이어 나온 동태찌개도 수년 내 먹어본 것 중 최고였습니다. 식당은 잘 선택했다 싶었습니다. 모두 너무나 맛있게 먹었기에 처음의 ‘청국장 사태’는 잊었습니다. 나오면서 지인들에게 맛집으로 소개해야겠다고 했더니 일상적인 반응, “고맙습니다.”가 아닌, “소개 안 해도 손님 많습니다.”란 답이 돌아왔습니다. 자신이 만든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라고 백번 양보한다고 해도 이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행 모두가 맛있게 먹고도 체한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이 음식점 찾지 말라 광고할 건 아니지만, 고령에 몇 번을 다시 오더라도 이곳을 다시 찾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은 우리 일행 9명 모두가 공통적이었습니다.
총선을 앞둔 요즘, 지도층, 선량의 마음이, 심보가 바로 이 식당 주인의 태도와 닮아있지 않나 싶어 더욱 씁쓸해졌습니다. 이것저것 빼고 내가 내고 싶은 음식 중에 선택하라 합니다. 먹기 싫으면 말고 하는 태도로 고개를 쳐듭니다. 조국 같은 치가 만든 당이 지지율 15%를 얻고 있습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라는데, 최악이 싫어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선거판을 보며 암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식당 주인은 손님을 봐야 하고, 정치꾼은, 위정자는 국민을 봐야 합니다. 받들기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손님의, 국민의 의중을 존중은 않더라도, 인식은 해야 하고, 헤아려주기는 해야 합니다. 무시하고, 알아서 하라는 태도는 절대 안 됩니다. 마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조국혁신당을 보면 이런 생각도 부질없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정치에 대한 무관심, 이걸 정치꾼들이 바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래서 총선을 30여 일 앞둔 이 시점에, 더욱 정신 차려야 하겠다는 각성의 마음이 커집니다. 아래 모셔 온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정치꾼들의, 아무리 개판을 쳐놓아도 국민들이 빨리 잊을 거라는 생각과, 국민들의, 이 암울한 상황이 지나면 희망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하는 긍정의 생각이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합니다. 어찌되었건 세월은 흘러갈 것이지만, 평정심을 찾을 수 있을지는 ‘글쎄올시다’입니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요. 무심한 세월 따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모셔온 글)=======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랜터 윌슨 스미스_
유대교 경전 <미드라시>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실려 있다.
고대 이스라엘의 다윗 왕이 어느 날 궁중의 장인을 불러 아름다운 반지 하나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반지에는 내가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스스로 자제할 수 있고, 큰 절망에 빠졌을 때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도록 하라." 반지를 만들어 놓고도 적합한 글귀가 생각나지 않아 며칠을 고민하던 장인은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솔로몬이 마침내 입을 열어 반지에 새겨 넣을 글귀를 일러주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장인에게 솔로몬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왕이 승리에 도취한 순간 그 글귀를 보면 자만심이 곧 가라앉을 것이고, 절망 중에 그 글귀를 보면 이내 큰 용기를 얻어 항상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이부연의 <부자가 되는 기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