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도입의 쟁점과 전망
로스쿨 도입은 법학 교육과 법조인 선발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법과대학과 사법시험을 근간으로 하는 현재의 법학 교육 및 법조인 선발 체제는 장기적으로 로스쿨로 단일화한다. 국민에게 질 좋은 법률서비스를 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고, 국제사회에서의 법률서비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선택이다. 그러나 로스쿨 도입과 시행에는 숱한 문제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목표와는 정반대로 ‘고비용 저효율의 법률서비스’로 귀결될 수도 있다. 로스쿨 도입이 사실상 확정된 것을 계기로 논의 내용과 쟁점, 로스쿨의 바람직한 모델 등을 살펴본다.
◈ 로스쿨이란
로스쿨(law school)이란 미국에서 시작된 법학교육제도. 1670년 하버드대에서 처음 시도된 뒤 1920, 30년대에 걸쳐 미국 법학교육의 지배적인 제도가 됐다.
사회 인문 자연과학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4년제 대학 졸업생을 상대로 대학원에서 법학교육을 시키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다. 미국 대학의 학부엔 법학과가 없다.
법학은 ‘실용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법률을 배우기 전에 다양한 학문을 접해 인격과 소양을 쌓는 것이 제대로 된 법률가 양성에 효과적이라는 생각에 근거를 둔 것.
미국의 로스쿨은 3년제이며 로스쿨에서는 사례 중심의 실무 교육을 주로 받는다.
로스쿨을 마치면 미국 각 주(州)의 대법원이나 변호사협회가 주관하는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지며, 이 시험에 합격하면 법조인으로 활동하게 된다.
로스쿨은 학력에 관계없이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한국의 법조인 양성 제도와는 큰 차이가 있다. 로스쿨을 마친 학생 대부분이 변호사시험에서 합격하는 것도 우리의 사법시험 제도와는 크게 다르다. 시험의 성격이 경쟁이나 선발이 아니라 자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
로스쿨 도입은 법조인 양성과 선발을 국가 주도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원리에 맡긴다는 의미도 있다.
로스쿨이 우리 실정에 맞는지, 성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에서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피폐한 법학교육과 경쟁력 없는 법조인 선발 양성의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로스쿨로 그런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미국 로스쿨 연수를 다녀온 검찰의 한 간부는 “미국에서도 문제가 많이 노출된 로스쿨을 토양과 현실이 전혀 다른 우리가 도입해 성공할지 회의적”이라며 “로스쿨을 시행한 지 얼마 안 가 로스쿨 폐지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하느냐, 마느냐’에서 ‘어떻게 하느냐’로
로스쿨 도입이 처음 거론된 것은 1995년 1월이었다. 당시 김영삼(金泳三) 정부의 범정부 조직인 ‘세계화추진위원회’가 대법원과 공동으로 ‘법조학제위원회’를 구성해 미국식 로스쿨 도입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10년 가까이 진행돼 온 로스쿨 도입 논란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 도입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은 10월 4일 열리는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 회의에서 내려질 예정이지만 이날 회의는 형식적인 절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명의 사개위 위원 가운데 16명이 도입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개위는 위원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릴 경우 표결로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도입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아지자 표결 대신 ‘합의’ 형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쿨 도입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이던 검찰과 변호사들도 대세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검찰의 한 간부는 “더 이상 반대론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와 법학계에서는 로스쿨에 대한 본격적인 논란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로스쿨 입학정원과 법조인 자격시험 합격인원 등에 관한 문제다. 이들 주제는 법조 실무계와 법학계 사이에, 그리고 학계 내에서도 대학과 교수별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사개위의 한 관계자는 “이 내용에 관한 합의가 로스쿨 도입 여부에 대한 합의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쟁점별 점검
(1) 입학정원 및 법조인 자격시험 합격자 수
가장 민감한 문제다. 입학정원은 곧 ‘변호사 수’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
대법원은 로스쿨 입학정원을 1200명선으로 하고, 졸업생 중 80%에게 변호사 자격을 주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입학정원이 많으면 그만큼 변호사 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대한변호사협회 등 재야 법조계에서는 이 숫자를 ‘마지노선’으로 요구하고 있다. 법무부도 비슷한 입장.
그러나 대학은 사정이 다르다. 정원을 1200명으로 하면 전국의 90여개 대학 가운데 불과 6개 정도의 대학에 로스쿨 설치 허가가 난다. 학계를 대표하는 사개위의 한 위원은 20일 회의에서 “2500명 이하로 하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변호사 업계와 학계는 각자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2) 도입 시기
대법원은 로스쿨 신입생을 2008학년도에 처음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면 3년 과정을 거쳐 2011년에 첫 졸업생이 배출되고 이어 2, 3개월쯤 지나 별도 시험을 거쳐 로스쿨을 통한 최초의 변호사가 배출된다.
판사와 검사는 이들 중에서 별도의 기준으로 선발해 대법원과 법무부 등 해당 부처에서 실무교육을 맡는다.
현행 사법시험은 로스쿨 졸업생이 첫 배출된 이후에도 일정기간 병행 실시된다. 그러나 사시합격자는 병행기간 첫해 300여명 수준으로 감소된 뒤 점차 줄어 사라지게 된다.
병행실시 기간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의 실효성’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로스쿨 입학생 선발은 학부성적과 어학능력, 적성시험 성적, 개인의 경력 및 능력, 사회활동경력 등을 종합해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은 원칙적으로 6학기(3년)로 하되 구체적인 커리큘럼은 해당 로스쿨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