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만(왼쪽)과 채프먼. /AFPBBNews=뉴스1'코리안 메이저리거' 최지만(30·탬파베이)과 '강속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33)이 손에 땀을 쥐는 진검 승부를 벌였다. 특히 승부 도중 서로 발을 빼면서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한 신경전도 보여줬다.
최지만은 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브롱스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2021 메이저리그 원정 경기에서 7회 대타로 출장, 2타수 1안타 1타점 1삼진을 기록했다. 최지만의 타율은 0.295에서 0.304로 상승했다.
탬파베이가 2-4로 뒤진 7회초 2사 2,3루 기회. 탬파베이 벤치는 얀디 디아즈를 대신해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던 최지만을 대타로 투입했다. 교체 카드는 적중했다. 최지만은 조나단 로아이시가를 상대로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를 공략, 2루수 쪽으로 향하는 깊숙한 내야 안타를 터트렸다. 이 사이 3루 주자 조이 웬들이 홈을 밟았다. 최지만의 올 시즌 11번째 타점이었다. 3-4로 맹추격에 성공한 탬파베이.
백미는 9회초였다. 양키스가 여전히 한 점 차 리드를 지키고 있는 상황. 정석대로 '클로저' 채프먼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데 채프먼이 흔들렸다. 선두타자 테일러 월스와 후속 대타 마이크 주니노에게 연속 볼넷을 헌납한 것. 랜디 아로자네라를 삼진 처리한 가운데, 1사에서 타석에 최지만이 들어섰다.
초구 속구(159km)에 최지만의 방망이가 밀렸다. 이후 둘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채프먼이 세트 포지션 동작에 들어가자 최지만이 손을 들며 타임을 요청했다. 다시 이어진 승부. 채프먼이 2구째 140km 바깥쪽 슬라이더로 0-2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했다.
이후 최지만의 선구안이 빛났다. 연속 볼 3개를 골라낸 것이다.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86마일)-바깥쪽 낮은 존에 살짝 걸치는 속구(102마일)-가운데 높은 슬라이더(85마일)이 차례로 볼이 됐다.
헬멧을 한 차례 벗었다 쓴 뒤 길게 숨을 고른 최지만. 6구째. 최지만이 162.5km 싱커를 커트해냈다. 이어진 7구째 포심 패스트볼(161km)도 파울.
8구째 승부를 앞두고 최지만이 또 타석에서 벗어나며 주심에서 타임을 요청했다. 양키스타디움에 모인 양키스 홈 팬들로부터 야유가 나왔다. 이어 채프먼이 세트 포지션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채프먼이 오히려 스스로 투구판에서 발을 빼며 숨을 골랐다. 서로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한 신경전. 채프먼의 얼굴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그도 역시 긴장하는 듯했다.
뒤이어 채프먼의 세트 포지션 동작과 함께 승부에 돌입하려는 찰나, 최지만이 또 다시 타석에서 빠졌다. 더욱 큰 야유가 양키스타디움을 감쌌다. 결국 8구째. 채프먼이 뿌린 바깥쪽으로 낮게 흘러나가는 슬라이더(138.4km)에 중심이 완전히 무너진 최지만이 배트를 헛돌리고 말았다. 광속구에 타이밍을 계속 맞추며 기다렸던 최지만으로서는 완벽하게 타이밍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최지만은 한참 동안 홈플레이트 근처서 아쉬운 표정을 지은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후속 어스틴 메도우즈가 3구째 투수 앞 땅볼을 치며 경기가 끝났다. 메도우즈는 101마일의 속구를 아예 건드리지도 못한 채 2차례 방망이를 헛돌린 뒤 투수 앞 땅볼에 그쳤다. 2연패에 빠진 탬파베이는 35승 22패, 2연승의 양키스는 31승 25패를 각각 마크했다.
9회초 채프먼을 상대로 삼진 아웃을 당한 뒤 아쉬워하는 최지만. /AFPBBNews=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