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성인이 되어 투표권을 얻고 나서 숱한 선거를 경험했습니다. 박정희 군사정권에서부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그리고 윤석열 정권까지 정말 숱하게 투표를 해보았습니다. 군사독재시절에는 투표를 하나 마나하는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한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투표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런 다양한 선거를 겪으면서 각 언론사들의 기사 유형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기사에 전형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일종의 패턴입니다. 선거때가 되면 반드시 등장하는 기사들 말입니다.
이번 선거도 예외는 아닙니다. 일단 각 후보들의 문제점에 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각 후보들의 공약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대선이 아닌 총선의 경우에는 특히 그러합니다. 각 당에서 나름 발표를 해도 각 언론에서 제대로 기사화가 되지 않으니 당 입장에서도 신경써서 당 차원의 발표를 별로 하지 않습니다. 언론에 강하게 부각되지 않는 선에서 문제점이 있는 후보를 공천 과정에서 걸러내는 작업이 주로 이뤄집니다.
그 다음에는 본격적인 유세가 벌어지면 현장 분위기를 작성해 기사화합니다. 각 후보들의 지역별 공약보다는 막말이나 말 실수 등이 더욱 관심을 갖게하는 기사들입니다. 공약에 대한 철저한 분석은 뒷전입니다. 그 공약이 합당한가 그 공약이 실천 가능한 것인가 등은 그다지 기사화하지 않습니다. 수십년 전부터 계속되어온 언론의 패턴입니다. 그런 막말이나 말 실수가 훨씬 잘 먹히는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인 듯 싶습니다. 각 당의 언론파트에서는 각 언론사에 상대방 후보의 약점을 제보를 하고 언론사는 마치 대단한 특종을 한 것인냥 기사화합니다.
정권 심판을 주장하는 당에서는 투표율에 가장 신경을 씁니다. 아무래도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높으면 정권 심판 확률이 높아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진보 성향의 언론들의 기사 작성 패턴입니다. 정권 심판에 반대편에 서 있는 당에서는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을 당연히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치 무관심층 그리고 유동층을 겨냥해 정치 혐오적인 분위기를 강조합니다. 이 당도 싫고 저 당도 싫다 그리고 이 후보도 싫고 저 후보도 싫다는 식입니다. 이래 저래 싫은데 무엇하러 투표장으로 가겠느냐는 심리를 일으키고 싶은 의도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보수 성향의 언론들의 패턴입니다.요즘은 기존 언론매체의 영향력이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떨어지고 특히 유동층이 많다는 젊은층에서는 기존의 언론 보도보다는 유튜브 등 다른 매체들에서 정보를 많이 얻기에 갈수록 그 영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사작성 패턴은 선거때마다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언론들의 기사 패턴은 그다지 변하지 않습니다. 하긴 선배들에게 배운 것을 답습하니 오죽 하겠습니까. 하지만 이제 좀 변해야 할 듯 합니다. 틀에 박힌 그런 수준의 보도로는 시민들에게 관심을 끌 수없습니다. 더욱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투표의 참 뜻을 알릴 수 있는 그런 기사작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선거는 민주주의 실천의 핵심이자 꽃입니다. 자신이 판단하는 의사를 자신있고 떳떳하게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또한 정치적 무관심은 유권자의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포기하는 일이고 아무리 좋은 의견을 가지고 있어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절대 그런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는 것은 어떻습니까. 아무리 말해도 언론의 고정된 패턴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소귀에 경읽기처럼 말입니다.
2024년 4월 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