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 패는 사람
이소연
어제 새벽엔 시를 쓰다가 창문을 내다봤는데
술을 깨려고 장작을 팬다는 사람을 만났다
그의 마당엔 쓰러진 나무들이 가득했다
아름다운 마음은 어떻게 가질까
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싶다
팬다는 말을 가져본 적 없는 내가
팬다는 말을 가장 아름답게 배우는 새벽이었다
그는 언 손으로 나무를 패려고 겨울을 데려오고 싶다고 말했다
이 새파란 여름에
이 지독한 여름에
언 손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어떻게 가질까
더 차고 혹독한 마음을 가지고 싶다
프랑스에서도 장작을 패고 과테말라에서도 장작을 패지만
장작을 패지 않는 나라가 있다면 거기선 아무것도 쪼개지지 않을 것 같고
쪼개지지 않는 건 가짜라는 생각
있는 힘껏 세상을 쪼개는 남자가 들고 있는 것이
도끼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자신이 팰 것이라곤 나무밖에 없다는 듯
이대로 끝나도 좋을 것처럼 땀을 흘리는 사람 옆에서
무엇을 위해 장작을 패느냐고 묻기 위해 나는 나이를 먹는구나
날마다 마당에 쓰러진 나무를 쪼개면 거기서
새벽이 태어나는 걸까?
도끼라는 걸 믿을 수 없는 도끼로 나무를 내리쳐서
새벽 창문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그는 고백했다
새벽 창문은 다시 오지 않을 창문
내가 단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창문이었다
이소연
2014년 <한국경제신문> 신춘 문예로 듣단하여 작품활동 시작
시집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