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DMZ영화제 상영작인데 23일 개봉합니다. 이 영화도 G시네마로 선정되어(DMZ 다큐들은 개봉할 때 거의 G시네마로 신청하나 봐요) 리뷰를 썼는데, 부족한 글이지만 봐주세요. 정말 좋은 영화라서 강추하는데 무려 <어벤져스>랑 맞붙어서ㅠㅠ 첫주에 많이 봐주어야 개봉관이 그나마 확보될 텐데 걱정입니다~~
제 블로그에 쓴 글 옮겨서 반말투인 거 양해 바랍니다. 이상하게 존대말로 쓰면 글이 잘 안 써지더라고요^^;;;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부모가 모두 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
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를 보기 전까지 한 번도 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니, 몰랐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반짝이는 박수소리>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들의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서도 심각하지 않다. 밝고 유쾌하다. '장애'라는 말에서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음울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이 영화를 처음 만난 곳은 지난해 DMZ국제다큐영화제였다. 경기도다양성영화관 G서포터즈 행사 중 하나가 DMZ영화제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이었고, 처음에 우리가 보기로 한 영화는 그 유명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였다. 그러다 시간 문제로 <반짝이는 박수소리>로 바뀌었다. 화제작도 아니었고, <님아~>를 보고 싶었던 터라 투덜거렸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영화가 바뀐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묻혀 있는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반짝이는 박수소리>를 보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이 부모님이 정말 '귀엽다'는 것, 서로를 정말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참으로 맛깔스럽게 음식을 드신다는 거였다ᄏᄏ 특히 아버님의 식성이 참 좋으셨다^^ 그다음으로 느낀 것은 청각장애인들의 표정과 손짓과 몸짓이 참 풍부하다는 것, 말을 할 수 없다는 핸디캡이 풍부한 제스처로 보완되는 모습을 보며 흥미롭고 신기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이 나오고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다고 영화가 '장애인도 이렇게 평범하고 행복하다'는 것만 강조하는 일종의 판타지로 흐르지는 않는다. 가장 공감하며 찡했던 지점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부모의 아이 키우기 전쟁'이었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밤낮으로 아이를 지켜보아야 한다. 밤에는 보청기를 끼면 미세하나마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버지가 아이를 돌봐야 했다. 한번은 피곤에 지쳐 깜빡 잠이 들었는데 울던 아이가 벽까지 굴러갔단다. 담담하게 말하고 있지만 얼마나 힘들었을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세계와 들을 수 있는 세계 사이에 낀 아이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누나인 이길보라 감독은 어릴 때부터 부모를 대신해 통역하고 전화로 잘 알지도 못하는 말들을 물어봐야 했다. 남동생은 어릴 때 부모가 장애인이라며 놀림받고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일찍 철이 들었고, 부모님께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착한 아이'가 되어야 했다.
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말도 배우지 못한다. 간단한 단어 정도는 말할 수 있으나 서로 대화를 하려면 수화를 써야 한다. 그래서 한국 영화지만 내내 자막이 나온다. 그러다 감독의 내레이션이 흐를 때는 KBS 뉴스에서 가끔 보듯 동그란 화면 안에 수화 통역사가 수화를 해준다. 중간 중간 수화를 하는 손만을 보여줄 때도 있다. 말하는 손을 보는 것은 낯설고 신기한 경험이다. 한편으로 아름답기도 했다. 청각장애인들은 손뼉을 마주치는 대신 '반짝반짝' 손을 흔들며 박수를 친다. '반짝이는 박수소리'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온 가족이 노래방에 간다. 청각장애인이 노래방에 간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아이들이 노래하는 것을 구경만 하는 것일까? 아니었다. 어머니는 김수희의 '애모'를 불렀다. 그건 분명 노래였다. 옆에서 아버지는 탬버린을 쳤다. 좀 길다고 할 수 있는 이 장면을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줬다. 이 가족에겐 일상적인 일이라고 했다. 편견 하나가 깨져나갔다.
<반짝이는 박수소리>는 4월 23일 개봉한다. 무려 <어벤져스>와 맞붙는다. 이 영화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처럼 기적 같은 흥행을 거둘 거라는 환상은 없다. 하지만 <어벤져스>로 도배된 극장가에서 방황하다 색다르면서도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싶다면 한번 이 영화도 찾아보시길~~
<반짝이는 박수소리> 상영관
첫댓글 넘 보고싶던 영화인데...^^ 조만간 VOD라도 나오면 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