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詩 이재경
어머니
어제는 밤이 새도록 배가 아팠어요
배꼽 주위가 싸하도록 아프고
위산까지 넘어오는 구토에 시달리다
창 밖으로 불빛들이 다시 살아나
제 자리를 찾아가는 시간이 되어서야
잠이 들 수 있었어요
제가 일곱 살 되던 해 였을 거예요
수두를 앓았을 때
대곡다리 넘어 참샘 있는 곳까지
저를 엎고 걸으며 해 주시던 이야기들이 생각나네요
밤하늘 별들처럼 까마득히 먼 곳의 이야기부터
어머니 등에서 나는 이야기까지
그 중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배꼽 이야기
제가 세상 어느 곳에 있어도
내 아들인지 아닌지 알아 볼 수 있게
어머니의 손가락으로 표시해 둔 자리가
배꼽이라고 이야기 해 주셨잖아요
기억나세요? 어머니
한 해 한 해가 지나면서
어머니의 이야기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교과서에서 배운 이야기보다
어머니가 해 주신 그 이야기가 더 사실처럼
느껴지던 건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어제는 밤이 새도록 배가 아팠어요
뒤척이던 밤이 지나 새벽이 오고
다시 오늘이 되었을 때
어제 밤은 배가 아팠던 것이 아니라
사실은 배꼽이 아팠던 것 같아요
오래 전 오늘 어머니배가 아팠던 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배꼽이 그렇게 아팠었나 봐요
어머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시죠?
손가락 한마디 깊이도 안돼는 배꼽이지만
그 안에 어머니의 모든 것을 담아
꾹 눌러 저를 깨워주신 날
처음으로 내가 사람이 아닌 어머니를 만난
바로 그날이잖아요
생일
詩 이윤림
맛없는 인생을 차려놓은 식탁에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시집 : 생일
생일
詩 안도현
생일 아침
나 복이 많아서
교탁 위 양은쟁반 위에
시루떡 김 솟는다
산서면 동화리 신창리 오산리 계월리 봉서리 쌍계리 마하리 백운리 이룡
리 건지리 하월리 오성리 학선리 사상리
쌀들, 우리 반에 다 모여
시루떡 되었다
무럭무럭 김 솟는다
시집 : 그리운 여우
생일날
詩 크리스티나 로제티
마음은 노래하는 새와 같지요,
물오른 가지에 둥우리를 튼
내 마음은 사과나무 같지요,
가지가 주렁주렁 과일로 휘인
내 마음은 무지개빛 조개 같지요,
잔잔한 바다 속을 헤엄치는
내 마음은 이런 것들보다 더 기뻐요,
내 사랑이 내게 오고 있는데
비단과 털솜으로 단을 세우고,
아롱진 무늬와 자줏빛 매달아 주세요
비둘기와 석류를 아로새기고,
눈 많은 공작도 새겨 주세요.
금빛 은빛 포도송이 수를 놓고,
이파리와 은빛 붓꽃도 박아 주세요
내 생애의 생일이 오고 있으니,
내 사랑이 내게 오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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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 이재경, 이윤림, 안도현, 크리스티나 로제티
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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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1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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