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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러블리 칸나
카페 : http://cafe.daum.net/midorigogo
홈피 : http://www.cyworld.com/midori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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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그 다음날 아침, 지안은 정각 5시 반에 눈이 떠지고 말았다. 역시나 어제 너무나 일찍 잔
탓이다. 머리를 긁적이며 상체를 일으키자 옆에서 코를 골며 자는 다인의 모습이 보였다.
옆에서 남자가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건지 아니면 원래 무딘것인지 참..............
어찌됐거나 지안은 잠이 다 깨버렸다. 더 이상 누워있어봤자 몸만 찌뿌둥할 것 같아서 자리
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들어갔다. 유리컵에 차가운 물을 가득 채워넣고 거실로 걸어나오는
데 책상위에 있는 노트북이 눈에 띄었다. 노트북은 여전히 켜져 있는 채였다. 아무래도 다
인이 끄는것도 잊은채 바로 잠이 들었나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의 소설은 여전히 진
도가 나가지 않은 채였다. 이걸 바라보며 얼마나 머리를 쥐어짜내었을까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르게 안됐다라는 생각도 든다. 그때, 무슨 생각에서인지 지안이 노트북 앞에 앉았다. 컵
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곤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다인이 쓴 소설을 읽어보기 시작한다.
째깍째깍 시계바늘 소리가 들려오고, 구석에서는 다인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지안은 고도의 집중력으로 반정도 완성이 된 소설을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도중에 끊겨져
있는 부분에서 지안의 표정이 구겨졌다.
"뭐야, 이 어이없는 사랑 표현법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거야? 남여가 어떻게 사랑을 나
누는지?"
살며시 뒤를 돌아보자 다인이 입맛을 다시며 몸을 뒤척였다. 지안의 표정은 처음보다 더욱
구겨지고, 노트북 쪽으로 자세를 바로잡아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양 손을 노트북에 척
하니 올려놓았다. 지안이의 가느다란 손이 점점 속력을 내기 시작했고, 거실은 자판을 두드
리는 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3시간 후. 다인은 노트북 앞에 앉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뒤에선 지안이 왔다갔다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녀는 고개만 갸웃거리며 어제 저녁에 있던 일을 살며시 끄집어 내었다.
분명히 12시 조금 넘어서까지 글 쓰는걸로 머리아파하다가 30분 정도 졸고.......커피 한 잔
마신 후에 다시 써보겠다고 다짐하며 손을 대기는 했지만......뭐지? 내가 이렇게 많이 썼
나? 아니, 그것보다............왜 이렇게 적나라하게 쓴거야!!!! 야설이야!!?
"오늘 내가 다닐 학교에 가 볼건데."
지안이 옆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다인은 흠칫 놀라며 지안을 쳐다보았다. 그는 이미 나갈 준
비를 모두 끝마친 후였다.
"그래..?? 그럼 잘 다녀와."
"같이 가."
"으응?"
"빨리 옷 입어. 혼자 가는 건 심심해."
결국, 다인은 대충 옷을 주워입고 얇은 털모자로 붕 뜬 머리를 가려버렸다. 그리고 칙칙한
얼굴역시 가리기 위해 보라색 목도리를 둘렀다. 아니, 같이 가자고 할거면 진작 얘기해서
준비할 시간을 줘야지, 지만 떡하니 멋지게 준비하고 난 완전 그지같이 만들어? 하여튼 김
지안. 넌 너무나 사악해.
"어디로 다닐건데, 학교."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다인이 물었다. 앞서 걸어가던 지안은 뒤돌아보지 않은채 어깨를 으
쓱였다. 뭐야, 제대로 정하지도 않고선 무작정 가는거야 지금!?
"너 설마..! 서혜령이 다니는 학교로 가려는건 아니지!?"
"아.....그래도 되겠구나."
"그래도 되겠구나라니!! 거기는 안돼! 서혜령이 무슨 학교였지!!? 남색 치마에 하늘색 브
라우스가 어디였더라! 진성? 예림!? 수한!? 아악! 기억이 나질 않아!"
다인은 안된다고 소리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지안이가 처음부터 순수한 애는 아니었지만
, 혜령이와 같은 학교를 다님으로써 지안일 이상한애로 만들긴 싫었다. 뭐랄까. 나쁜 길로
빠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참한 선생님의 심정이랄까!? 행여라도 지안이의 큰아버님이 애를
더 이상하게 만들어놨다고 하면 할말없지 않은가.
지안은 아파트 입구에 멀뚱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얇은 코트주머니에 양 손을 찔러
넣고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이, 뒤에서 보면 키 큰 개구쟁이 같았다.
"안가고 뭐 하는거야!? 하늘에 뭐 있어!?"
다인이 고개를 들어올리며 물었다. 그러나 하늘엔 아무것도 없다. 보기만 해도 차가워 보이
는 파란 하늘밖엔.
"아직 11월인데 목도리는 오버아니야?"
지안이 앞으로 걸어나가며 말했다. 다인은 자신의 목에 둘러진 목도리를 내려다보곤 무슨 소
리냐며 후다닥 달려나갔다. 이게 얼마나 비싼건데!
지안이가 다닐 학교에 도착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걸어서 15분 정도의 거리
였으니까 말이다. 다인은 차가워진 몸을 살며시 움츠리며 운동장을 둘러보았다. 두 세개의
반 아이들이 파란색 체육복을 입고 운동장 여기저기에서 피구, 농구에 한창이었다.
"그런데 어째 체육복이 후져보인다. 파란색이 뭐냐, 파란색이."
"누난 무슨 색이었는데?"
지안이 고갤 옆으로 돌리며 물었다. 다인은 자랑스럽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병아리 같은 노라안색~"
"촌스러."
"뭐?!"
"촌스러. 노란색이 뭐야, 노란색이. 차라리 난 저 파란색을 입겠어."
다인의 구겨진 얼굴표정도 보지 않은채 지안은 교문을 지나쳐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다인
역시 얼떨결에 들어갔지만 과연 이곳을 마음대로 들어와도 되는것인가 의문을 갖기 시작
했다.
"괜찮아. 여기는 학생들을 믿고 교문을 열어놓는댔으니까. 누가 드나들던 상관없겠지."
"응? 너 그런것도 알아? 어떻게?"
"사전조사."
지안이 운동장 구석에 있는 벤치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언제 그런걸 했는데, 너?!"
"누나 없을때."
"자식. 준비성은 철저하구나. 그래서 여기가 마음에 들어? 설마, 여기 서혜령이 다니는데 아
니지!?"
다인이 주위를 휙휙 둘러보며 물었지만 지안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는 듯 말이다. 줄을 서서 운동장을 달리는 아이들의 구호소리가 커져오고, 지안이의 시선도
그 아이들을 따라가고 있었다. 지켜보고 있던 다인은 헛기침을 하며 지안이의 옆으로 스윽
다가가 앉았다.
"너......학교가 다니고 싶었구나."
"......"
"청주에서도 학교는 잘 다녔나보네, 사고 안치고?"
"학교를 안가도 갈 곳이 없었으니까."
그래, 옳타커니 니 말이 맞다 김지안. 그러면 갈 곳이 있었다면 학교를 땡땡이 쳐도 된다는
소리야? 나때는 땡땡이는 커녕, 야자시간에 도망치다 걸리면 죽음을 각오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참 살기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게로구나.
"그렇게 학교가 다니고 싶었으면 겨울부터라도 다니지 그랬어? 어차피 봄이나 겨울이나 그게
그거일것 같은데-"
"쫓겨날까봐."
".......?"
"청주에서 그랬던것처럼, 누나도 나를 쫓아낼까봐서. 섣부른 일은 저지르고 싶지 않았어."
다인은 입을 다물고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처음에 지안이를 어떻게 내보낼까 궁리하던
자신의 모습이 마치 백설공주를 죽이려고 들던 왕비의 모습과 흡사한것 같았다.
"이제와서 내쫓는다는것도 웃기잖아. 그렇다고 니가 나갈것 같지도 않고."
"응. 그건 그래."
"....대답은 잘 하네. 넌 어디가서 미움받진 않겠다. 솔직하니까."
어린아이처럼 다인의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지안은 학생들에게서 시선을 떼고 바닥을 내려
다 본 뒤, 다시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다인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까맣고 차가운 그림자가 자신을 덮자, 다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안은 주머니속에 있
던 손을 꺼내 앞으로 내밀며 미소지었다. 순간 다인은 자신이 잘못본것이 아닌가라고 생각
했다. 부드러운 미소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지안이의 모습에 놀랬다고나 해야 할까.
"가자. 집에 가면 따뜻한 무언가가 먹고 싶어, 누나."
그리고 이제야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그의 말투에 심장이 두근- 이라고 반응했다.
"하하하하!! 맞아 맞아!! 그때 정말 너무 웃기지 않았니 우리!"
지안은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집에 들어온지 벌써 1시간 째. 다인은
전화통을 붙잡고 계속해서 미친듯이 웃어대고 있었다. '우리, 추우니까 스프 먹자~ 내가 정
말 맛있게 해줄게!' 라면서 지안을 꼬시던 사람이 누구였던가. 그런데 사람을 이렇게 기다리
게 해!?
퍽-
참다 못한 지안이 옆에 있던 하늘색 쿠션을 다인에게 던졌다. 아프진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지안이의 행동이 아무래도 다인에겐 충격이었나보다.
"이게 무슨 짓이야!"
"배고파. 맛있는 스프 해준다고 했잖아."
"기다려 봐! 친구랑 통화중이잖아!...아, 여보세요!? 그래그래! 그래서 언제쯤!? 다음주!!?
꺄아악! 너무 기대된다~!!!"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좋아라 소리지르던 다인의 모습을 보고 있던 지안은 심술이 났는지
어딘가로 자리를 옮겼다. 그때까지 다인은 몰랐다. 지안이가 무슨 짓을 하려고 한것이었는
지를.
"그럼 혹시 그 선배도 나오니!? 유학갔었잖아, 왜! 어디였더라!?.....영국? 영국이었나!?
응? 그래, 맞아! 그래서 무척 슬퍼했었던 기억이..!!........어라? 여보세요!? 전화가 왜
이래!? 여보세요!?"
죄없는 수화기를 손으로 탁탁 쳐가며 여보세요를 외쳤지만 상대방쪽에선 아무런 소리도 나
지 않았다. 순간 낌새를 챈 다인이 뒤를 돌아보았다. 지안은 평상시처럼 침대에 기대어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김지안 너......."
"왜."
"전화 코드를 뽑아놨잖아!!!!"
다인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지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둘이서 치고박고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요란스럽게 소릴 질러대는 모습이, 마치 5살짜리 어린아이들 같았다. 갑작스런 다인의 행동
에 미처 자리를 피하지 못한 지안이 침대에 누운꼴이 되어버렸고, 다인은 그 위에서 지안이
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중요한 전화였는지 알아 너!! 이놈의 자식! 내가 기필코 너의 그 나쁜 성질을
죽여주겠어!!"
지안은 자신의 팔목을 꽉 붙들고 놔주지 않는 다인을 빤히 쳐다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다인
역시 자신의 행동을 멈추고 지안을 내려다보았다.
"왜..왜 이래 너...? 왜 가만히 있는건데? 이러면 재미없잖아."
다인이 물었다. 지안은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했다.
"귀찮아. 배가 고파서 아무런 힘이 나질 않잖아. 배를 채워준 다음에 달려들어. 그러면 무
조건 받아줄테니까."
"어린것이 못하는 소리가 없,"
휙-!!
"꺄악!!"
다인은 질끈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아니,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분명히 지안이가 내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눈을 떠보니 반대로 되어있잖아~!!!
"말로 할때 좀 들어, 누나."
"......(꿀꺽)"
다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지안이의 기에 눌려버린것이다.
지안은 모든것이 다 귀찮았는지 다인을 내버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쪽으로 걸어갔다.
홀로 남은 다인은 눈만 또르르 굴려 지안을 쳐다보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전에..
지안이가 키스를 하는 줄 알았다.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중편 ]
Crazy Crazy <11화>
러블리 칸나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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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2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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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도 키스 하는줄 알고 은근히 바랬다는 ㅋㅋㅋ
잇힝 저도 바랬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