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
혼재 상태의 삶과 죽음
2022101245 철학과 오지효
고대부터 사람들은 ‘불멸’, ‘불사’, ‘불로’ 등 죽음을 피하려는 욕망을 가져왔다. 그것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도 잘 나타나고 있는데, 불로불사의 몸인 뱀파이어, 불로초, 무협지에서 흔히 나타나는 환골탈태 등이 그 예시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며 무한한 삶을 끊임없이 추구해왔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불로와 불사가 불가능한 것을 깨닫고 다만 얼마나 더 건강히, 오래 살 수 있는지 의학과 과학을 통해 현실적으로 죽음에 대항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더 오래 살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도가의 창시자인 장자는 “삶과 죽음을 구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고 하였고 불교에서의 죽음은 윤회의 수레바퀴 속 단순한 하나의 행위일 뿐이다. 그리고 나는 이처럼 죽음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한 여성의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이제껏 무뚝뚝한 남편 진봉과 무심한 아들딸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세은이 시한부 판정을 받으며 시작된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지만, 세은은 막연히 자신의 인생과 죽음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당장 몇 달 뒤 죽는다는 것을 깨닫고 이제껏 남을 위해서만 살아왔던 과거와 달리 남은 세월은 본인을 위해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과거의 추억을 더듬고, 첫사랑을 찾는 여정을 떠난 세은은 그 과정에서 본인의 찬란한 과거를 마주하고 지금은 덧없고 부질없어 보이는 인생의 매 순간순간이 기쁨과 행복이었음을 깨닫는다. 세은의 죽음으로 인해 똘똘 뭉치게 된 세은의 가족은 세은이 과거의 소중한 인연들과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세은의 마지막 ‘잔치’를 기획하고 세은은 행복하게 웃으며 아름다운 인생을 마무리한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특징 중 하나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점 변환이다. 행복한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세은이 역설적이게도 그 행복을 과거에서 찾고, 종내에는 현재를 살아간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바로 죽음에서 시작됐다.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 걸까? 왜 더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걸까?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살아있기 때문이고 더 살아가고자 하는 이유는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삶과 죽음은 마치 빛과 그림자와 같다. 빛이 있어야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삶과 죽음이 유의미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필요하다. 죽음은 피할 수 있거나, 뒤로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적절한 운동과 식단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살아간다면 신체적인 노화는 뒤로 미룰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오늘 길을 건너다 차에 치여 죽는다고 해도 아무도 의아하지 않듯이 죽음은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 그렇기에 우리는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아내가 죽은 날, 꽹과리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삶과 죽음은 구분할 수 없는 것인데 무엇이 슬픈가”라고 말했던 장자와 같이 우리는 삶과 죽음을 구분 짓지 않고 하나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현실을 살아갈 수 있으며 과거에 얽매이지 아니할 수 있다. 죽음을 인지하고, 그것을 조우할 준비가 된 자만이 진정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지금 당장은 죽음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 이 글을 쓰며 실체 없는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이처럼 내 글 역시 죽음과 삶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첫댓글 죽음을 피하려고 한다는 말은 결국 영원히 살고 싶어한다는 것이겠지요. 어쩌면 우리는 최초의 살인자인 카인처럼 죽음이라는 것을 아직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지도 몰라요. 그것이 실제로 있는지도 모르고요. "헌신하며 살아온 세은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것은 그렇게 사는 것을 그만 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것이지요. 이 소식은 기대했던 "행복한 미래"가 아닌 "과거에서 찾고, 종내에는 현재를 살아간다."는 데 집중하게 만들었다는 데서 역설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그래서 죽음이라는 것은 사실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언젠가는 그만 두게 될 이 삶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