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과 큐브 / 김춘리
모래밭에 엎드린 자세로 볼거야
바닷바람은 멀리서 보면 오징어 같았어
희극적이었고
해변이라는 큐브를 맞추고 말 거야
(배가 올 거야)
4x4x4 퍼즐에서
5x5x5 퍼즐로 바꾸었을 때
SNS에 거짓을 연습하던 여자와
토끼이빨 조각을 맞추던 남자의
독백을 받아 주던 물거품
해변은 창백한 목덜미 같아
목덜미를 내어주며 맹세했었지
맹세할수록
심장이 모래 같았지
타 오르거라!
타 오르거라!
개머리 능선을 밟고
모래밭에 엎드린 자세로 타오르거라
사슴 똥을 주우며 타 오르거라
너는 여전히 엎드린 자세로 큐브를 돌리고
(배가 올 거야)
모래 위에 시간을 적고
평면을 만져 볼 수 있을까
해변이라는
비극은 아니니까
모래라는 큐브니까
- 시집 『평면과 큐브』 (한국문연, 2023.01)
* 김춘리(金春里) 시인
춘천출생,
2011《국제신문》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바람의 겹에 본적을 둔다』『모자 속의 말』 『평면과 큐브』
공동시집 『언어의 시, 시와 언어』
2012년 천강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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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평면과 큐브 / 김춘리
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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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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