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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풋볼뉴스(Football News) 원문보기 글쓴이: 블루문
저강도 회복 운동 및 오버 트레이닝을 피하는 주기화 전략
축구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일은 모든 지도자의 관심사다. 어떻게 하면 선수가 90분 내내 고른 수준으로 뛸 수 있을까? 선수마다 체내 대사 시스템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운동 강도와 시간을 조절하는 것으로 기본 체력과 지구력을 다질 수 있다.
몸을 잘 쓰려면 에너지 대사(신진대사) 시스템부터 이해해야 한다. 사람의 에너지 대사 시스템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산화적 인산화, 해당과정, 인원질 시스템이다. 쉽게 풀자면 각각 유산소성 시스템, 젖산염을 만드는 시스템, 무산소성 시스템이다. 흔히 유산소성 운동이나 무산소성 운동을 구분하는 개념으로 쓰이지만, 이는 오해다. 어떤 운동이든 이 세 가지 대사 시스템이 동시 다발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축구는 유산소 운동에 가깝다. 동시에 무산소성의폭발적인 스프린트가 수 차례 포함된다. 골이 터지는 장면은 대부분 고강도 스프린트와 연결된다.
고강도 운동에도 범위가 존재한다. 스프린트성 운동, 인터벌 트레이닝, 반복적 스프린트성 운동 등이다. 15초 최대 스프린트성 사이클링 퍼포먼스와 10분 동안 이어지는 고강도 하타요가를 비교하면 지배적으로 사용되는 에너지 비율이 다르다. 선수들 몸에서 일어나는 효과도 다르다. 운동 강도와 시간을 조절하는 것으로 퍼포먼스가 달라질 수 있다. 축구같은 단체 종목에서는 운동을 개인화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적용 방법이 있다. 함께 하는 본 운동 외에 저강도 회복 운동을 따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젖산염이 피로물질? 재활용 에너지원!
젖산염에 관한 오해가 많다. 흔히 젖산으로 알려졌지만 분자 구조가 다르므로 다른 개념이다. 운동 과정에서 즉각적으로 만들어지는 물질은 젖산염이다. 생화학자 혹은 운동생리학자 사이에서는 다소 논쟁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젖산염을 주요 개념으로 다루겠다.
젖산염에 관한 대표적인 통설이 있다. 근육 피로를 유발하는 물질이라는 것이다. 관계성 그래프(그림 1)에 대한 해석이 잘못된 인식으로 굳어진 경우다. 그래프에서 x축은 젖산과 피로부산염, y축은 근육의 pH 산성화 레벨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젖산염이 쌓일수록 우리 몸이 피로해진다는 학설이다. 운동 강도가 높아지면 젖산염이 생성되고, 근육 피로를 유발한다는 인식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것은 상관 관계(부적 상관)일 뿐 인과 관계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초등학생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키가 자란다. 그렇다고 학년 자체가 학생의 키를 키워주는 것은 아니다. 같은 개념이다.
그렇다면 현재 젖산염은 어떻게 평가되고 있을까? 젖산염은 다시 쓸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이 과정을 전문 용어로 셔틀 매커니즘이라고 한다. 운동할 때 우리 몸의 대근육세포에서 만들어진 젖산염이 뇌, 심장, 간 등으로 혈류를 통해 이동하는 것이다. 포도당 형태로 전환해 그밖에 쓰지 않는 근육(수동적 근육)과 활동적 근육(액티브 근육)에서 다시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
우리의 고민은 명쾌해진다. 젖산염이 에너지원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빠르게(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역시 운동 강도와 시간을 조절하는 것에 답이 있다.
Zone 2, 3 수행력의 비밀, Zone 1에서 찾아라
축구는 유산소성 움직임이 90% 정도의 비중을 갖는 운동이다. 나머지는 간헐적 고강도, 즉 반복적인 스프린트성 운동이다. 에너지 전환의 관점에서 보면 스프린트 후 전열을 정비하는 시점에 천천히 뛰거나 걷는 식으로 대사를 회복한다. 그래야 다시 스프린트에 도전할 수 있다. 90분 동안 고른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해선 바로 이 전환 능력을 키워야 한다.
운동 중 우리 몸은 탄수화물과 지방을 주 연료로 쓴다. 연료의 저장고는 탄수화물보다 지방이 훨씬 크다. 지방을 많이 태우고 탄수화물을 비축할수록 폭발적으로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보존할 수 있다. 이제 두 번째 그래프(그림 2 참조)를 비교해 보자.
최대 산소 섭취량에 따른 근육 내 에너지원을 분석한 연구 자료다. x축의 숫자 25, 65, 85는 최대 산소 섭취량을 뜻하며 오른쪽으로 갈수록 고강도 운동이다. 가장 진한 녹색 그래프는 탄수화물을 쓰는 비중이 높다는 뜻이고, 연한 연두색은 지방을 많이 태웠다는 의미이다. 운동 강도가 높을수록 탄수화물의 개입이 뚜렷하게 커진다. 저강도나 중강도 운동에서는 지방을 근육의 주 연료로 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지구력이 좋지 않은 선수들은 다음장에 나오는 오른쪽 그래프(그림 2 참조)와 같은 현상을 보인다. 저강도 운동(x축 25%)에서 탄수화물을 끌어 쓰는 비중이 높아진다. 탄수화물 저장고가 작으니 운동하면 할수록 폭발력도 떨어진다. 후반전에 지구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반복된 스프린트성 동작을 힘겨워 하는 선수들을 떠올려 볼 수 있겠다. 감독이나 코치로서는 교체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축구를 포함한 대부분의 운동은 시간이 흐를수록 에너지 시스템의 저장고가 고갈된다. 우리의 관심사는 고갈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후반 15분대에 떨어지는 것보다 후반 40분대에 떨어지는 것이 더 유리하지 않겠는가. 만약 운동 강도가 올라가더라도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시간이 늘어난다면 탄수화물을 비축해둘 수 있다. 지방의 저장고는 무한대에 가깝다. 또 젖산염을 포도당으로 전환해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잘 만들어 놓으면 된다. 스프린트성 고강도 움직임 후에 쉬는 동안 얼마나 빨리 전환하느냐에 따라 다음 스프린트의 효율과 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실제 연구 사례가 있다. 프로축구 A팀의 선수 24명을 대상으로 젖산염 데이터를 추출해 대사 유연성을 분석했다. 프리시즌 9주 동안 일주일에 3회 저강도 조깅 훈련을 진행했다(그림 3 참조).
이 그래프에서 주목해야 하는 구간은 Zone1(저강도)에서 스피드 5.4~7.2구간이다. 운동 강도가 굉장히 약한 구간이다. 심박수는 증가하나 젖산염 데이터 곡선은 하강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혈중 젖산염 데이터가 떨어진다는 것은 지방 즉 탄수화물 대체 에너지를 잘 쓰고 있다는 뜻이다. 7.2 구간을 지나면서부터 젖산염 데이터도 올라간다. 운동 강도가 올라가면서 탄수화물을 쓰기 시작한다. 만약 7.2에서 10.8에 해당하는 구간에서 운동 강도를 조절해 이 수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면 대사를 효율적으로 쓰는 몸이 된다. 지방과 탄수화물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을 가리켜 대사 유연성이라고 표현한다.
오른쪽 그래프(그림 3 참조)에서 전체적으로는 점선(기준)에 비해 후 실선(9주 후)의 그래프가 조금씩 낮은 위치에 있다. 심박이 느려졌다는 것은 볼륨이 더 커졌다는 의미이다. 심장에서 펌프질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혈류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즉 저강도 운동을 하면 심박의 볼륨이 커지면서 혈류량이 많아지므로 체내에 전달하는 산소의 양도 많아진다. 대사 에너지가 활발하게 작동하면서 그 에너지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힘이 커지는 셈이다.
요약하면 저강도 운동 구간에서 젖산염 수치가 떨어진다. 이 구간에서 운동해야 에너지 재활용 시스템이 활성화한다. 월드클래스 러너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훈련 중 Zone 1(저강도) 운동의 분포가 85% 이상이었다. 지구력을 요하는 종목의 선수들은 저강도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Zone 1 운동량이 많을수록 Zone 2, Zone 3 훈련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도 좋아진다. 고강도 운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유산소성 기초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물론 고강도 훈련도 필요하다. 축구 지도자들이 현장에서 짜는 훈련 프로그램에는 대부분 고강도 운동이 본 운동에 포함되어 있다. 본 운동을 그대로 진행하되 슬로우 조깅 등 저강도 운동을 일정 시간 따로 진행한다면 체력 향상에 훨씬 효과를 볼 수 있다. 고강도와 저강도를 결합한 방식을 양극화 운동이라고 하는데,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만 실시했을 때보다 양극화 운동을 진행했을 때 최대 산소 섭취량을 비롯한 생리학적 지표가 훨씬 긍정적으로 나왔다.
한편 젖산염 데이터 적용 방식에 회의적인 시선이 있을 수 있다. 채혈을 통해 측정하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장비나 의학적 기술 등을 고려하면 현장에서 지도자가 활용하기에 어려운 방식이다. 젖산염 역치 테스트는 의학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흔히 GPS 데이터 등 심박이나 산소 섭취량을 통해 운동 강도를 확인하는데, 이것은 모니터링용으로는 유의미하나 과학적 근거로 보기 어렵다. 특히 엘리트 선수는 퍼포먼스 자체가 굉장히 높은 수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민감한 변인으로 측정해야 한다. 운동 강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리학적 변인이 바로 젖산염 데이터다.
양극화 운동 활용하는 주기화 방법
현장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은 모델은 일주일 주기, 양극화(고강도-저강도 결합) 운동이다. 양극화 모델이 피라미드나 역치 모델보다 내적 변인이 일어난 과학적 근거가 많다. 감독이나 코치가 일일이 젖산염 데이터를 확인하긴 어려우므로, 현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오류를 간략히 짚고자 한다.
우선 강도 높은 운동(경기, 훈련) 후 선수들이 힘들어할 때 한 번 더 힘든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다. 경기 다음날 저항성(근력) 운동을 시키는 지도자도 적지 않다. 위험하다. 손상된 조직에 손상이 누적되는 셈이다. 근육 조직에 손상이 생기고 피로도가 쌓여 있을 때는 휴식이 우선이다. 휴식을 충분히 취하지 않으면 퍼포먼스가 떨어진다.
대회 후 1~2주 정도 휴가를 보낸 뒤 다시 소집했을 때도 운동만 계속한다면 오버 트레이닝에 따른 손상과 부상이 생긴다. 내리막길 러닝이나 버티는 운동을 많이 할 경우에도 조직 손상이 많이 일어난다. 이때 쉬지 않으면 근파열이 발생할 수 있다. 근파열은 심하면 선수 생명과도 연관되므로 주의해서 관리해야 한다.
선수의 피로도나 손상 정도를 확인하는 데 유용한 방법이 있다. 과학적 측정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장에서 지도자들이 감지할 수 있는 암묵지 정도로 보면 된다. 소위 ‘알 배김’ 현상이다. 선수의 근육이 뭉친 정도가 심하고 운동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면 쉬도록 하는 게 가장 좋다. 근육의 막이 손상된 경우가 많으므로 휴식과 탄수화물 섭취가 가장 적절한 처방이다.
충분한 휴식과 운동을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효과적인 주기화가 이뤄진다. 여기에 운동 강도와 시간을 조절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리하면, 체력과 지구력의 향상은 에너지 회복 능력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탄수화물과 지방을 효율적으로 써야 대사 유연성이 좋아진다. 고강도 운동만 지속적으로 하는 것보다 저강도 운동을 적절히 섞는 양극화 트레이닝을 진행하면 퍼포먼스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저강도 운동 효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적절한 저강도 훈련은 모세혈관 밀도와 심박출량 증가로 이어진다. 저강도 운동 볼륨이 커지면 중고강도 운동 수용 능력도 커질 수 있다. 주기화 모델을 짤 때 양극화 운동을 적용해 보자. 본운동이 너무 강해서 선수들이 힘들어 한다면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보다 저강도 운동으로 대체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양극화 운동이 될 수 있다.
주 1회 리그 경기를 진행하는 팀이라면 경기일 기준 3, 4일 전부터 스몰 사이드 게임 등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한다. 여기에 고강도 운동을 병행할 필요가 없다. 저강도 운동은 일주일 내내 한 시간 정도 진행해도 괜찮다. 근조직 손상을 불러일으킬 만한 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기일이 다가올수록 운동 강도를 서서히 줄이는데, 중고강도 운동을 줄이는 게 맞다. 일주일에 최소 3회 이상 저강도 운동을 포함하는 양극화 모델을 추천한다.
* 2024 KFA 지도자 컨퍼런스 내용을 지면에서 볼 수 있도록 재구성한 글입니다. 전체 내용은 유튜브 KFA_ACADEMY 채널에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12월호 ‘ACADEMY’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온사이드 12월호 전체 보기(클릭)
강사=양우휘(차의대 스포츠의학대학원 교수)
정리=배진경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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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풋볼뉴스(Football News) 원문보기 글쓴이: 블루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