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승도수(忙僧渡水)
忙 : 바쁠 망
僧 : 중 승
渡 : 건널 도
水 : 물 수
바쁜 스님의 물 건너기란 말로,
되는 일이 없이 이리저리 모이기만 하는 것을 뜻. 조선시대에는 억불숭유 정책을 폈던 관계로
스님에 대한 항설이 많았다.
이 이야기도 그런 배경에서 유래했다.
한 스님이 과부에게 장가를 가려 하자
마땅찮게 생각한 상좌가 남녀가 화합할 때에는
생콩가루를 먹고 물을 마시면 최고로 좋다고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스님은 상좌의 말대로 생콩가루를
물에 타 먹고 과부의 방에 들어갔다.
그런데 생콩가루를 먹고
물을 마시면 설사가 나기 마련이다.
신방에 들어간 스님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과부를 기다리고 있는 사이 뱃속이 부글부글 끓다가
뒤가 급해서 겨우 참고 막 변소로 가려 하는데
눈치 없는 과부가 들어와 툭 쳤다.
그러자 새 이불에 배설물이 쏟아져 악취가 진동했다.
과부는 질겁을 하고 스님을 내쫓아버렸다.
스님이 정신없이 달아나다 보니
하얀 메밀꽃이 달빛에 비쳐
개울처럼 보이는 곳이 나타났다.
스님은 그곳이 냇물인 줄 알고
옷을 벗고 들어가니 밭이었다.
다음에 또 하얀 물이 나타나니
이번에는 속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걸어가니
그건 진짜 물이어서 옷이 모두 젖어 버렸다.
물속에서 기어 나와 할 수 없이 옷을 말리느라
다리 아래에서 쉬고 있는데
동네 부인들이 와서 목욕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독한 냄새를 피우고 있는 스님을 발견하고는
‘우’ 하고 달려들어 흠씬 두들겨 팼다.
스님은 실컷 얻어맞고 옷을 벗은 채 쓰러져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나가던 행인이
스님의 음경은 약에 좋다며 자르려고 달려들었다.
혼비백산한 스님이 줄행랑 끝에 겨우 절로 돌아와
문을 열라고 했으나 대답이 없자,
개구멍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러자 상좌가 ‘이놈의 개가 어제 밤에 와서
기름을 훔쳐 먹더니 오늘 또 왔다.’ 고 하며
몽둥이로 내리쳤다.
스님은 급한 나머지 ‘나일세! 나란 말이야!’ 하며 쓰러지자
그때서야 상좌가 업고 들어갔다.
이때부터 무슨 일을 하다가 거듭
낭패하는 일을 가리켜 망승도수라 했다.
-옮긴 글-
출처: 바람에 띄운 그리움 원문보기 글쓴이: 학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