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윤경 작가의 장편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 』에는 3학년이 되도록 글을 못 읽어
천덕꾸러기 취급당하는 주인공 한동구가 나온다.
3학년 담임 박영은 선생님은 동구가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난독증임을 알아차리고 동구가 글을 읽도록 돕는다.
박 선생님의 애정을 담뿍 받은 동구는
어서 어른이 되어 선생님과 결혼하겠다는 앙증맞은 꿈을 꾼다.
좋은 소설이다.
박영은 선생님의 이야기를 읽고
가브리엘 루아 작가의 소설 『내 생애의 아이들』이 생각났다.
역시 좋은 소설이다.
오래 전, 수학 공부방을 운영했던 내 생애에도 잊지 못할 아이들이 있다.
전산실 프로그래머, 기획실 팀장 등을 거쳤지만 수학 가르치는 일이 가장 적성에 맞았다.
속상한 일이 있어도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신이 나서
맺혔던 게 저절로 풀리곤 했다.
한 타임에 3~4명의 소수정예로 운영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상담 온 학부모 : 고액 과외 아닌가요?
(고액 과외의 수준을 모르셨던 거 같다.)
나 : 소수정예 공부방이라 일반 학원보다 교육비가 높지만 교육청에 등록한대로 받고 있답니다.
나 편하자고 소수정예로 운영했는데
학생들 개개인에게 맞는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자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 되었다.
전교 1등 하는 학생도 나오고 같은 학년 여섯 명 중 다섯 명이 백점을 맞기도 했다.
그러자 입소문을 타고 등록 대기자까지 생기게 되었다.
학부모 : 샘~ 우리 준호(가명, 학교에서 개구장이로 소문 난 학생)가
수학 백점 맞는 날이 올 줄 몰랐어요. 정말 감사해요.
전교 1등 학생 : 선생님이 늘 칭찬해 주시니까 공부를 안할 수가 없었어요.
준호와 같은 반 혜원(가명)이가 말했다.
"여기서 준호 처음 보고 다른 앤 줄 알았어요. 학교에선 가만있질 못하는 애거든요."
준호를 학교와 다른 행동하는 아이로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진심과 애정 담은 칭찬이었다.
어느 날, 혜원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많이 망설이다 전화드려요.
준호랑 혜원이가 같은 반인 건 아시죠?
준호가 자꾸 혜원이를 놀린다네요.
며칠 전에는 수학 공부방 샘이 혜원이 머리 나쁘다했다고 놀렸대요.
제가 나서기도 그렇고... 선생님이 준호 좀 타일러 주셨으면 좋겠어요.
바쁘신데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해요.“
혜원이는 유난히 나를 따르는 학생이었다.
초등 5학년부터 등록해서 3년 넘게 다니고 있었다.
초등학생 때는 곁에 앉아 문제 풀이하는 내 오른손을 잡더니 킁킁 냄새를 맡았다.
"아~ 냄새가 너무 좋아요! 무슨 로션 바르세요?"
내 손을 끌어다가 손등에 자신의 볼을 부비기도 했다.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다른 학생들 문제 풀이를 시키고 혜원이를 따로 불러 소곤소곤 말했다.
"혜원아. 준호가 놀려서 속상했겠다.
근데 왜 샘한테 머리 나쁘다는 말 했냐고 묻지 않았어?"
혜원이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이 그런 말 했을 리 없잖아요~!"
심장이 짜르르하게 감동이 밀려와 혜원이를 꼬옥 안았다가 풀었다.
"혜원아, 넌 어쩜 마음도 이렇게 예쁘니!
당연히 샘은 그런 말 한 적 없어.
남자애들은 좋아하는 맘을 놀리는 걸로 표현하기도 한단다."
혜원이가 질색(팔색)해서 더 귀여웠더랬다.
혜원이 만큼 날 믿어 준 이가, 있었던가.
내가 그런 믿음을, 심어 준 적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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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누나, 남녀관계에서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믿음인 거 같아.
어떤 경우라도 나를 기만하거나 배신하지 않으리라는 믿음."
스물일곱 살이던 K는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 기만과 배반을 당해본 후였다.
다행히 그는 정말 좋은 분과 결혼해서 딸 아들 낳고 잘 살고 있다.
김창옥 교수님은 ‘부부 사이에 필요한 건 사랑보다 예의와 존중’이라고 했다.
예의와 존중 받고 믿음 추가.
모든 관계에서 꼭 필요한 세 가지 아닐까.
첫댓글 김창옥씨의 강론을 저도 즐겨 듣습니다.
모든 관계에서 꼭 필요한 몇가지에서 예의와 존중 믿음에 꾸준함을 더하고 싶습니다. ㅎ
꾸준함 추가하겠습니다~☆
꾸준함은 제게 많이 필요한 미덕입니다^^
ㅎ 반가운 미네르바님,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일단은 먹어야 되겠습니다.
그 먹고 살자는데에는 여러가지 일이 따르는 것이
예의와 존중 믿음에,
마음자리님처럼 꾸준함과 부지런함이 따를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실력도 좋았겠지만,
아이들의 마음이 되어주고,
그들을 보살피는 정성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첫글에 대단히 감사합니다.
꾸준함으로 수필 수상을 지키시는 콩꽃님, 정성스런 댓글 참 감사합니다~☆
대부분의 우리들에게 먹고 사는 일은 쉽지 않기에
부지런히 생계를 꾸리며 철이 드는 거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의 기억이 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을 사랑과 존중으로 가르치신 미네르바선생님 덕에
아이들 성적이 부쩍 올랐고 바른인성도 지니게 된것 같습니다
친절한 댓글 감사합니다~☆
아이들과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곤 했습니다.
초등 4학년 여자 아이에게 "00아, 너 김연아 닮았어."라고 하자
"기분은 좋지만 일리는 없는 말 같아요."라네요. 진짜 닮았는데요^^
참 훌륭한 선생님이십니다.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던
혜원이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네요.
성적만 올려주는 선생님이 아니라
아이들 인성까지 책임지셨던거 같아요.
미네르바님 글에 공감합니다.
아이들은 믿어주는 만큼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니까요.
맞는 말씀입니다~☆
아이들은 믿음 주는 만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거 같아요.
제 손등에 얼굴 부빈 아이는 혜원이가 유일했어요. 정말 귀여웠지요^^
이제 막 인간 관계가 넓어지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어른의 기억을 주고 싶었습니다.
잔잔한 미소와 함께 믿음직한 글~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잔잔한 미소 지으셨다는 댓글에 저도 빙그레 미소짓습니다~☆
친절한 댓글 감사합니다^^
추천만 지그시~~
예의외 존중 그리고 믿음, 간직해야 할 덕목이지요
자신을 속이지 않는 정직도 필요하겠지요. 수필방 입성을 반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