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다른 회원님이 쓰신 글에 잠깐 댓글로 달았는데, 저는 시범경기에서 선수들 개개인이 보여주는 성적이나 퍼포먼스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정규시즌 성적과 하등의 관계가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개가 홈런을 쳤다고 그 선수가 올해 장타자로 변모한다거나, 누가 삼진을 잡았다고 해서 올시즌의 대표적인 닥터K 피처가 된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보여지는 모습을 모두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이건 그냥 연습이야. 못해도 돼"라고 치부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거든요. 왜냐하면 우리만 연습하는 게 아니라 다른팀도 연습 중이기 때문입니다.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1.5군 선수들만 열심히 할 뿐, 주력투수와 타자들은 페이스만 조금씩 조절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중이니까 개인 성적과 숫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다른팀도 마찬가지입다. 다른팀도 다들 1.5군만 열심히 하지, 주전들은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 올리며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중이죠. 그래서, 선수 개개인의 성적에 의미는 없지만 그 선수들이 모여 경기를 어떤 모습으로 치르고, 무슨 상황에서 점수가 나며 결과적으로 승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세밀하게 보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그저 2경기에 불과하므로 어제와 오늘의 경기력은 아직 [표본]으로서의 가치를 갖지 못합니다. 적어도 10경기 이상은 치뤄봐야 그림이 나오죠. 쉽게 말해서 시범경기가 끝나봐야 어느정도 윤곽이 드러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시작을 기분좋게 했는지 아니면 조금 찝찝하게 했는지를 평가하는 잣대 정도는 되겠지요.
그런 취지로 지난 2경기를 카테고리별로 돌아보면 (공격은) 하위타순에서 점수가 나왔고, (투수는) 어린 투수들이 실점을 억제했으며 (수비는) 일부 상황을 빼면 심각한 실수가 없이 지나갔습니다. 비교적 안정된 모습이고 출발은 좋다고 볼 수 있겠네요. 벌써부터 소위 '설레발'을 떨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어쨌든 2경기는 기분 좋게 치루었습니다.
오늘 경기 소감을 몇 가지 언급하면, 김재영은 속구 구위가 생각보다 괜찮았으나, 오히려 변화구는 제 기대에 조금 못 미쳤던 것 같습니다.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을 잘 유도하지 못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종으로 떨어지는 공의 제구가 좋았고 위기 상황에 좌타자를 만나 실점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인상적이었습니다. 5회 위기 상황에서는 마치 임창용같은 공을 던졌는데, 앞으로도 좋은 공을 많이 던졌으면 좋겠습니다.
김태균과 이용규는 타구가 어제에 비해 잘 날아갔는데, 사실 이 선수들은 시범경기 성적이 (심지어 정규시즌 역시 몇 경기의 성적이라면) 별로 의미 없는 수준이지요. 그냥 놔두면 알아서 컨디션 올리고 잘 할 선수들이니까요. 이용규는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몇번 보여주었는데, 코너 외야수의 수비력이 약한 우리팀 특성상 중견수 자리에서 고생(?)을 많이 해야 합니다. 실전에서도 늘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네요.
어제 차일목이나 오늘 허도환 모두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포수의 [도루저지율]이라는 것을 잘 믿지 않는 편이고, 최근 언론에서 포수의 역할을 조금은 과장하고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극단적인 예로, 로저스 5명에 고교야구 후보 포수를 앉혀둔 팀과, 그저 그런 투수 5명에 전성기 박경완을 앉혀 둔 팀이 싸우면 로저스 팀이 전승한다고 보거든요. 다만, 포수는 그 어떤 포지션보다도 실수가 적어야 하는데 정범모가 그 부분에서 믿음을 많이 주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개막전 이후 누가 가장 많이 마스크를 쓸지 아직은 모르지만, 돋보이지 않아도 좋으니 눈에 띄는 실수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시즌 상위권 팀들이 하나같이 전력누수가 있고, 우리는 비교적 플러스 요인이 많아 기대감이 높은 시즌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도전자 입장입니다. 작년 한화는 시즌 마지막까지 가을야구 희망을 가졌던 팀이지만, 한편으로는 8위와 게임차가 거의 없는 팀이기도 했지요. 우리가 기분 좋게 이긴 넥센은 밴헤켄-박병호-손승락-한현희-조상우-유한준이 떠난 팀이고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길이 멀다고 하기에는 사실 아직 출발조차 안 했지요. 기분 좋은 기억은 오래 가져가고, 드러난 문제들은 효율적으로 수습하면서 올시즌을 치뤘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몇번 더 나와봐야 알겠지만 그리고 시범경기뿐일지라도
일단은 어린 선수들이 좋은 모습으로 기분 좋은 첫단추 끼워서 좋다는..
시범경기 승패에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어린선수들 컨디션은 개막이후에도 좋은 모습 보였으면 한다는..
전 시범경기에서 승부보다는
수비실수나 어린투수들에 집중하게 되더군요
이겨서 좋기보다는 실수가 적고 괜찮은 어린 투수들 때문에
흐뭇하네요
저같은 문외한 팬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요약을 잘해주셨네요^^ 잘보고갑니다
다른 무엇보다 수비가 안정되어 있는 점이 고무적이네요.
어제 오늘...젊은 투수들의 호투가 기쁨으로 다가오네요 ㅎㅎㅎ
전 우리팀은 젊은 투수들 피칭 위주로 보았고 타격은 거의 신경 안써서 봣네요. 어차피 타격이야 사이클이 있고 시즌 시작에 맞춰가면 되는거니까요.
2경기 내내 보면서 든 생각은 넥센이 전력누수가 정말 심각하구나라는걸 느꼈네요. 올해 넥센이 참 고전할 것 같다는 생각과 더불어 넥센에게 약했던 우리팀에겐 상당한 플러스요인이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네요.
마지막 문단에 덧붙이자면 지난 시즌 최종 순위에서 1~4위까지의 간격과 4-5위간 간격의 차이가 컸죠. 우리가 아슬아슬하게 가을야구를 못하긴 했지만 결국 상위권보다는 하위권에 가까운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올해도 그 간격을 좁히는 게 우선 목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타자보다는 엔트리 경쟁이 치열할 어린투수들을 지켜보는중 입니다 아무래도 엔트리에 들가능성이 큰 느긋한 배테랑 보다는 더 전력을 다할 가능성이 높을거라 생각이 듭니다 시범경기일 뿐이지만 지금의 성적이 어린투수들의 올시즌을 가늠해 볼수있는 작은 표본의 역할은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쓰신 말씀 중에 저도 포수의 도루 저지율은 그닥 신뢰하지 못할 꺼란 말씀은 인정합니다만...
원래 포수란 포지션 자체가 힘든 것에 비해서 빛을 많이 보지 못하는 자리고 다른 포지션에 비해 실책을 했을 때 결정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자리죠;;;
최근 포수 자리가 오바해서 반영되었다기보단
좀 천대(?)취급을 받았던 포지션이 요즘에서야 노고를 치하받는... 그런 느낌이예요
수비에서 투수만큼 체력소모가 크고 투수만큼 일구일구에 집중해야하는 책임감이 큰 포지션이 포수입니다.
또다른 극단적인 예로 그저그런 투수에 전성기의 박경완을 앉혀놓는 경우와 그저그런 투수에 정범모를 앉혀놓는 경우 아니면 반대로 로저스에 박경완, 로저스의 정범모의 경우라도 어마무시한 차이가 있겠죠. 공수의 밸런스를 갖춘 확실한 주전포수가 있다는 것은 확실한 3선발급 투수를 보유하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저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