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지기] 사유의 뜰을 거닐다 가신 님들... 15
얼마전 어느 호프집에서 생맥주를 주문했더니 주인이 500 cc 잔을
냉장고에 차갑게 얼렸다가 내 옵니다. 시원한 생맥주를 차갑게 얼린
생맥주잔에 마시니 맥주맛이 더 맛있고 신선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집에 비하여 많은 손님들이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맥주를 마시며 잠시 미리 잔을 얼려두는 주인의 마음을 생각했습니다. 그리 큰 일은 아니지만 저녁때 올 손님들을 위하여 낮부터 시원하게 얼려 두었을 맥주잔에서 미리 준비하였다가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의 따뜻한 마음이 묻어납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참 준비없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저 내일도 똑 같은 내일이 올 것이라는 착각과 관성으로 매일 매일을 살아가느라 사랑도 이별도 준비없이 맞이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얼마만큼의 시간이 제게 주어졌는지는 모르지만 차분히 이별도 준비해야겠습니다.
전규철 (눌란)님 - "기억 속으로 - 그해 장마" 외 ...
訥卵의 글은 기억을 이야기 할 때 가장 아름답다. "산 6번지 이야기"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느리게 찾아오는 낡은 기억들을 여과시켜 그것을 언어로 추스르는 뛰어난 재능이 있다.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흩어진 것들을 모아 삶의 의미를 꿰뚫어내는 그 날카로움이란...
이혜실 (도요새)님 - "지하철에서" 외
그렇습니다. 우리가 그저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 들 중에는 얼마나
많은 함정과 오류가 숨어 있는지... 애써 태연하게 있었겠지만, 속으로
견뎌야 했을 그녀의 아픔이 느껴집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박상우(bule) 님 - "딸 아해에게 쓰는 편지" 외
항상 좋은 글로 사유의뜰을 가꾸어 주시는 님, 이번에는 딸에게 쓰는
교훈적인 글을 올려 주셨군요. 봄날 씨뿌리는 농부의 비유로 딸아이에게 쓴 눈 부신글 잘 감상했습니다.
서인혜 (은새)님 - "낙엽" 외
낙엽이라는 단어는 너무 시적이라 정작 시로 승화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화자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그것의 존재를 포용하며 시 속에 감추어 두는데 성공한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박재혁 (내일이면)님 - "그가 그립다..." 외
전에 하이텔서 함께 활동했던 김재훈님에 대해 올려 주셨네요. 몇 번
그 친구 사무실에서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참 글재주도 뛰어나고 생각이 깊은 친구였죠. 저 역시 이곳 daum 으로 이사온 후 가입을 권유해 보았는데 아직 준비가 아니 되었으니 시간을 달라고 하더이다. 언젠가는 이곳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정영주 (불타는밤)님 - "좋은 아침"
아름다운 그림과 글을 보고 있으면 그대가 오지 않더라도 외롭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그대도 좋은 아침 되시길...
이현숙 (호연)님 - "후회"
이현숙님의 시는 요즘 갈수록 깊이를 더해간다. 어떤 일이 있고 나서
화자의 진술로 글을 이루는데 그 진술이 끝나는 순간 문득 화자는 <어리석은 게임>을 했다는 자신을 발견하는 자기성찰에 이른다. 평범하면서도 쉬운 글이지만 어디 평범한 일을 이렇게 진술하기가 쉬운 일이겠는가?
김규두 (하얀구두) - "먼 하늘 (이정하)"
이정하 님의 아름다운 시집 "한 사람을 사랑했네" 에 수록되어 있는 시죠? 저도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은 그 책이 있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싯구에 아프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멀리 이국 땅에서 이제 잘 적응하고 있는지요. 몸은 비록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함께 합니다. 건강, 건승, 출세의 시간이 되시길... 션티젠강 !!!
김용배 (달마) - "비워가며 닦는 맑음이다"
청운스님이 하신 말이죠? 그렇습니다.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을 비워내지 않고 자꾸 채우려고만 하는 우리 중생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주는
글... 잘 감상했습니다.
홍영희 (히야)님 - "허물을 덮어주세요..."
그 화가의 넓은 마음과 재치가 돋보입니다. 저 역시 채근담중에서 좋은 말이 있어 함께 옮겨 봅니다. 責人者,原無過於有過之中,則情平.責己者,求有過於無過之內,則德進. 남을 꾸짖을 때는 허물 있는
중에서 허물없음을 찾아내라. 그러면 감정이 평온해진다. 자기를 꾸짖을 때는 허물없는 중에서 허물 있음을 찾아내라. 그러면 덕이 자라난다.
전평식 (공사)님 - "가야 하는 곳이 있다면..."
사실 저는 선생님을 하시던 아버님 덕분에 (?) 자주 이사와 전학을 다니다 보니 남들처럼 고향에 대한 유년기의 추억과 향수가 깊지 않습니다. 이제는 생활에 얽매어 자주 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가슴속에
아름다운 고향과 유년의 추억을 간직한 님은 행복한 사람일겁니다.
강경희 (마이아)님 - "인생의 재미라고?"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부군께서 보내신 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지나고 나면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날이 있을겁니다. 힘내시길...
장성열 (물개) - "소설"
때로는 그의 지나친 솔직함이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언젠가 어느 소설가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소설가는 경험한 대로
쓰지는 않지만 전혀 경험하지 않고는 쓰지 못한다고 하더이다. 어찌
아픈 경험없이 어찌 아름다운 글이 다듬어 지겠습니다. 건필하소서.
이이화 (별빛)님 - "9월에는"
화자의 근작시를 보면 자연과 계절의 변화를 껴안으며 아픔을 극복하려는 안간힘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극복한 아픔이지만 너무 깊이 감추어 더 아픈 그의 상처가 애잔하게 펼쳐지며 독자를 아프게 한다. 아픈 사랑에 대한 슬픈 긍정과 초월이 만들어내는 절창이다.
구혜림 (그라미)님 - "낙서"
낙서도 이렇게 아름다우면 落書라 할 수 없다. 화자의 시에는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리움과 흔적이 존재한다. 그래서 그녀의 시는 일반적인 서정시가 그러하듯이 다소 슬픈 정서를 띠고 있다. 그의 시속의 이미지가 많은 감춤과 깊은 행간을 가지고 있어서 궁금한 독자들은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어떻게 그리움과 흔적이 산문적 질서를 통해 표현될 수 있을까 하고... 더욱이 가을이라는 계절 그 자체로 부재와 흔적으로 존재하는 시간의 이름 앞에서...
이재홍 (석류)님 - "친구에게 보낸 편지" 외
이재홍님은 산을 무척 좋아하시는 것 같군요. 이곳 만추의 곳간에도
메오름이라는 소모임이 있습니다. 가입하셔서 함께 산행을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 사진을 올려 주셨는데 우측 맨 앞에 앉아 계신 분이면 반바지 입으시고 약간의 두발장애가 있으신 분인가요? 참 개성있고 강건하게 생기셨습니다. 반갑습니다.
김종순 (해바라기)님 - "피곤한 그대여"
님이 타주시는 커피를 마시면 저절로 근심과 걱정이 사라질 것 같습니다. 맛있고 향기 있는 커피를 좋은 음악과 함께 들었습니다. 가진 돈이 없어 등에 지고 있던 무거운 시름 하나 내려두고 갑니다. 까페가 번창하시길...
한가위를 잘 보내셨는지요. 우리 만추의곳간 님들도 한가위처럼 풍성하시길 빕니다. 행복하시길...
평화...
뜰지기
김운래 (낙타의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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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푸후~이 많은 글들 답하느라 낙타님 추석명절 제대로 쉬셨는지 모르겠네유..ㅎㅎ 늘 수고 하시심에 감사를 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