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2일, 새해를 맞이하며 무언가 새로운 삶을 살아보겠노라고 세운 계획이 성경필사였다. 매일 몇 쪽씩을 써가며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해보자 다짐했건만 진도는 나가지 않고 그저 조금씩 끄적이다가 3년째에는 아예 붓을 놓고 말았다. 물론 여러 핑계는 있었지만 13년을 넘기고 보니 처음 먹었던 마음이 부끄럽기 짝이 없고 다시 시작해야지 했지만 자꾸만 차일피일 하고 있던 중, 폐암이라는 엄청난 시련을 맞게 되었다. 그렇지만 두 번의 수술과 두 번의 시술도 잘되고 경과도 매우 좋아 어느정도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호흡기 중증환자인 나로서는 외출이 여의치 않아 집콕을 하고 있는데 그때 불현듯 중단하고 있었던 성경필사 생각이 난 것이었다. 그래 코로나도 아마 나에게는 기회가 아닌가 싶어 다시 붓을 잡은게 21년 1월 7일이었다. 그때까지 쓴 분량이 롯기까지였다. 그래서 사무엘 상권부터 이어서 필사를 하게 되었는데 보통 하루에 4~5시간 정도였는데 어느새 2년이 흐르고 2,951쪽 요한묵시록 22장21절까지 오게 되었다. 그 시간은 2023년 1월 28일 토요일 저녁이었다. 그 시간은 17년만이었다.
그동안 성경통독은 29회여서 필사까지 합하니 서른번의 통독까지 해내게 된 것은 오랜기간이 걸리고 힘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완전필사를 하도록 이끌어 주신 주님의 은혜가 아니었으면 어쩔뻔 했나 싶어 감사와 찬미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에피소드 두어가지를 꼽아보자면 내가 이렇게 글씨를 예쁘게 쓰지 못한 악필이고 졸필이었던가 부끄러웠던 점이고, 하나는 2022년 3월 어느날 필사를 하며 초등학교 1학년인 손자와 이야기를 하던 중 손자가 말을 할 때 중간에 말을 끊고 내 의견을 말하니 손자가 그런다. "할아버지, 말할 때는 끝까지 듣고나서 말을 해야지 왜 중간에 끼어 들어?" "에구 미안해, 앞으로는 조심할게." 하며 손자에게 사과하고는 필사를 계속하는데, 그때 필사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잠언 18장13절이었다. "다 듣기도 전에 대답하는 것은 미련함이고 수치이다." 그순간 나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가슴이 쿵쾅거렸다.
어쩌면 그 순간에 그 구절이.....
하느님은 참 신비이시다.
첫댓글 와우~ 축하드립니다
주님의 말씀에 젖어서 사신 17년 세월이 아름답습니다
3월 송천월보에 소감을 게재했으면 좋겠어요
위의 내용에 약간만 살을 붙여서 보내주세요
시간이 걸릴 듯 합니다.
다음 주에 장거리 여행을 다녀와서 연락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