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에 헤파이토스 가 있다면, 지상에는 다이달로스 가 있다.
그는 건축과 목공과 철공에 두루 능한 명장(名匠)이었다. 오늘날의 과학자 혹은 공학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그리스 신화 속 '과학자'의 삶은 매우 불행했다. 왜일까? 그 이유를 알아봐야 할 때다.
일의 발단은 왕비 파시파에였다.
남편 미노스 왕 소유의 건장한 수소에 홀린 그녀가 다이달로스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다이달로스여, 어찌하면 내가 저 멋진 수소와 사랑의 행위를 할 수 있겠는가." 그녀의 의문은 이것이었다.
이에 다이달로스는 속이 빈 가짜 암소를 조각한다.
그리고 파시파에를 불러 그 조각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두 팔은 앞다리에, 두 다리는 뒷다리에 넣는 해괴한 자세였다. 허나 다이달로스의 기지는 역시 신통했다.
수소가 파시파에를 암소로 착각하고 뒤에서 올라탔던 것이다. 이렇게 둘은 은밀한 '교미'를 하게 된다.
몇 달 후, 파시파에는 머리는 황소 몸은 사람인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낳는다. 이를 안 미노스 왕은 격노한다.
일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그의 복수는 좀 지나쳤다. 다이달로스로 하여금 미로로 된 감옥을 만들게 하고, 그곳에 미노타우로스를 가둔 다음, 아무 상관도 없는 처녀와 총각들을 매달 열네 명씩 그 미로 속으로 집어넣은 것이다.
그리고 다이달로스에게 말한다. "만약 미로에서 살아 나오는 인간이 있으면 너와 네 아들 이카로스를 여기에 가두리라."
미노스 왕의 이 광기 어린 경고는 결국 현실이 되고 만다. 영웅 테세우스에 의해 미노타우로스가 살해되고, 미로 속으로 들어갔던 열세 명의 처녀 총각들이 살아서 나온 것이다.
다이달로스는 졸지에 자신이 만든 미로 속에 갇히게 된다.
그것도 사랑하는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이 갑작스런 불행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다이달로스는 모색한다. 그리고 곧 그 방법을 찾아낸다.
그것은 바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이었다.
그는 새의 깃털을 모아 이카로스와 자신을 위한 날개를 만든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에게 자상하게 당부한다.

Domenico PIOLA (b. 1627, Genova, d. 1703, Genova)
<다이달루스와 이카루스> 1670s
Oil on canvas, 136 x 111 cm
"이카로스야, 저기 저 갈매기를 보아라. 날개를 움직이지 않아도 하늘을 날지 않느냐? 그것은 하늘에 바람의 길이 있기 때문이란다. 보레오스(북풍)의 길, 노토스(남풍)의 길, 에오로스(동풍)의 길, 제퓌로스(서풍)의 길…. 우리는 노토스의 길만 따라가면 된다. 절대 더 높이 올라가면 안 된다."
그러나 얼마 후, 그의 진정한 불행이 시작된다. 이카로스가 노토스의 길을 벗어나 더 높은 곳으로, 더욱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만 것이다. 이카로스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그는 결국 태양의 열기에 날개가 녹아 바다 속으로 추락하고, 다이달로스는 아들이 빠진 바닷물 위를 맴돌며 절규한다.

Herbert Draper (British, 1864-1920) <이카루스의 비극>1898
Oil on canvas; 183 x 156 cm
Tate Gallery, London, Eng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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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미술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지식으로
훌륭한 그림을 소개해 주신 보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맨 밑에 그림 보셔요,,,오른쪽 하단....배앞에 허우적대는 두다리...보이시나요? 그게 이카루스의 다리랍니다.
이카루스야 물에 빠져 죽던 말던...세상 모든것은 변함없이 밭갈고 일하고 해뜨고 지고....변함없이 말이에요.....허무한 느낌들지요?
예, 설명을 듣고보니 보입니다.
자료도 귀한 것으로 사료되지만, 정말 해박하신 경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네요^^ 고맙습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