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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침이슬 그리고 햇비 원문보기 글쓴이: 오상수
— 랑탕, 내 영혼의 숨결이 뜨거웠던 — ……………………………………………………………………………………………
NEPAL National Park No.1
2014—HIMALAYA LANGTANG-GOSAINKUNDA TREKKING (1)
* [프롤로그] — 작년에 이어, 올해 다시 히말라야에 들어가며…
☆… 영국의 철학자 칼라일(Thomas Carlyle)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큰 비극은 고통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하지 못하는 것이다.”고 하면서 “자신의 일에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사랑하라”고 했다. … 네팔(Nepal)의 히말라야(Himalaya)는 분명 지구의 극지(極地)이다. 남극과 북극에 버금하는 제3의 극점이므로, 우리 인간의 일상적인 삶의 영역이 될 수 없는 지극히 험난한 곳이다. 히말라야는 7,000~8,000미터 급 설산거봉이 대륙의 동서로 뻗어있는 그야말로 세계의 지붕이다. 그곳은 인간의 함부로 다가설 수 없는 곳이므로 사람들은 일찍이 이곳을 ‘신(神)의 영역’이라고 믿어왔다. 그래서 히말라야 고봉 등정은 신이 허락해야 이루어진다고 했다. 일찍이 세계의 수많은 산악인들이 이 신의 산에 도전하여 등정(登頂)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또 많은 좌절을 겪기도 했다. 불행하게도 신의 허락을 받지 못한 많은 산악인들이 자신의 뜨거운 목숨을 재물로 바치기도 했다.
☆… 내 일찍이 산을 좋아하여 우리나라의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하여 조국의 산하를 40여 년 동안 오르내리면서도, 항상 마음은 미지의 세계, 그곳 히말라야에 가고 싶었다. 그러나 내 일찍이 전문적인 산악인의 길을 걷지 않았으므로, 히말라야 고봉을 등정하는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그러나 늘 그곳을 동경(憧憬)하며 살아왔다. 언젠가 나도 신의 영역에 들어가 인간과 자연, 삶과 존재의 의미에 대하여 원초적인 사유(思惟)를 하고 싶은 열망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 2013년 봄에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눈물겨운 고행과 수행의 길을 걸은 바 있다. 그것은 내 인생의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산행 후기를 <내 인생의 안나푸르나>라고 명명했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최고의 정점, 5,416고지 초롱패스(초롱라)에 올라 생애의 ‘높은 하늘’ 바로 아래 서서, 가쁜 숨을 다스리며 생명의 원초적 갈망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내 생애에 있어 감동적인 쾌거였다. 온몸이 전율하는 그 감동을 잊지 못해, 이번 가을 다시 히말라야를 찾았다. 이번에는 네팔의 국립공원 제1호 랑탕벨리와 4,300고지 산중호수가 있는 고사인쿤도를 트레킹하는 여정이다. 다시 한 번 심신의 절절한 울림을 느끼고 싶었다.
* [2014—HIMALAYA LANGTANG TREKKING] — 13박 14일의 일정표
제1일 (09.09.) [화요일] 인천국제공항 출국(20:50)→ 방콕공항
제2일 (09.10.) 방콕공항 (호텔)→ 카투만두공항→ 삼사라호텔
제3일 (09.11.) 카투만두→ 트리술리→ 둔체→ 샤부르베시
제4일 (09.12.) 샤부르베시→ 뱀부→ 림체
제5일 (09.13.) 림체→ 고다타벨라→ 랑탕빌리지
제6일 (09.14.) 랑탕빌리지→ 강진곰파
제7일 (09.15.) 강진곰파 주변트레킹 (오전/ 오후)
제8일 (09.16.) 강진곰파→ 고다타벨라→ 림체
제9일 (09.17.) 림체→ 뱀부→ 출루샤부루
제10일 (09.18.) 출루사부루→ 초랑파티
제11일 (09.19.) 초랑파티→ 코사인쿤도→ 초랑파티→ 신곰파
제12일 (09.20.) 신곰파→ 둔체→ 카투만두(툭텐사장 사저 만찬초대)
제13일 (09.21.) 카투만두→ 방콕공항 경유
제14일 (09.22.) 방콕공항→ 인천/ 김해공항 [귀국]
▶ 2014년 9월 9일 (화요일) * [제1일] : 인천국제공항 → 방콕공항
* [2014—HIMALAYA Langtang Trekking] — 이상배 대장을 비롯한 7명의 대원들
☆… 오후 7시, 인천국제공항 J-9카운터에서 이상배 대장을 비롯한 히말라야 트레킹 원정대와 만났다. 이번에 동행하는 대원은 모두 7명이다. 히말리스트 이상배 대장, 서울의 호산아, 울산의 송기섭·서진제·백두일·안영천 님, 부산의 김미순 대원 등이다. 알피니스트 이상배 대장은 세계의 최고봉인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등 8,000미터급 고봉과 수많은 히말라야 산을 등정하는 등 네팔 여행의 모든 것에 밝은 베테랑 산악인이고, 울산의 네 분은 울산 제일중학교 12회 동기로 ‘12산우회’를 결성하여 산을 즐기는 분들이다. 연조가 든 대원들이다. 그리고 홍일점 김미순 대원은 부산에 거주하는 40대 중반의 여성으로 오랜 동안 산을 다니면서 실력을 다진 산악인이라고 했다. 오늘 모두 부산에서 KTX편으로 상경하여, 시간에 맞추어 인천공항에 당도한 것이다. 처음으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가 이용할 타이항공편으로 각자의 카고백을 탁송했다. 드디어 한밤 9시 30분, 우리가 탑승한 타이항공기는 태국의 방콕공항을 향하여 인천공항의 활주로를 차고 올랐다. 내일 방콕공항에서 네팔 카투만두행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 [밤하늘을 날아가는 TG657 여객기] — 장자의 붕정만리(鵬程萬里)…
☆… 태국의 방콕공항을 향하여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필자는 다행히 창가의 좌석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좌석 앞의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비행 상황이 나타났다. 우리가 탑승한 TG657 여객기는 서해안을 따라 남진하면서 동중국해와 타이완 동쪽해안을 따라 항진하고 있었다. 티이완(Taiwan)의 최대 항구도시인 가이숭의 야경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서 남중국해를 거쳐 월남-캄보디아-라오스 상공을 거쳐 새벽 3시(현지 새벽 1시)에 방콕공항에 안착했다.
☆… 어제가 보름이었으니 밤하늘에 수퍼문(Super Moon)이 둥실 떠올라 유창한 달빛이 밤바다에 쏟아지고 있었다. 때로는 달빛을 받은 하얀 구름이 눈부시고, 구름이 걷힌 바다 위를 날을 때는 달빛을 받은 검푸른 밤바다 신비로운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달빛 바다 일렁이는 구만리 장공 위를 날아서 남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고도 12,000m, 시속 900km로 날아가고 있었다. … 달밤의 남중국해를 내달리는 비행기 속에서 문득 지난주에 심독한 <장자>가 떠올랐다. 여행의 고조된 기분이 장자의 붕정만리(鵬程萬里)에 편성하니 마음은 기고만장(氣高萬丈)이다. 나는 어느새 남명(南冥)을 향하여 구만리 장공(長空)을 날아가는 붕(鵬)이 되어 있었다.
‘북쪽 바다에 물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을 곤(鯤)이라 한다. 곤의 크기는 몇 천리가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이 둔갑을 해서 새가 되면 그 이름을 붕(鵬)이라 한다. 붕의 등은 넓이가 몇 천리가 되는지 알 수가 없다. 힘차게 날아오르면 그 날개가 하늘에 드리운 구름과 같다. 이 새는 바다가 요동하면 남쪽 바다로 옮겨간다. 남쪽 바다는 하늘 못이다. 제해(齊諧)라는 것은 괴이한 것을 기록한 것이다. 해(諧)의 말에 이르기를, “붕새가 남쪽으로 옮겨갈 때에는 물결치는 것이 삼천리나 되며, 회오리바람을 치고 올라가는 것이 구만리나 된다. 그리고 한 번에 여섯 달을 날아가서 쉰다.”고 했다. 아지랑이인가, 티끌먼지인가, 생물들이 숨을 서로 불어내는 것인가. 하늘이 푸르고 푸른 것은 그 바른 색깔인가. 아마도 멀어서 끝닿는 데가 없어서인가. 아마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도 또한 이와 같을 것이다.’
北冥有魚, 其名爲鯤. 鯤之大, 不知其幾千里也. 化而爲鳥, 其名爲鵬. 鵬之背, 不知其幾千里也. 怒而飛, 其翼若垂天之雲. 是鳥也, 海運則將徙於南冥. 南冥者, 天池也. 齊諧者, 志怪者也. 諧之言曰..「鵬之徙於南冥也, 水擊三千里, 摶扶搖而上者九萬里. 去以六月息者也.」 野馬也, 塵埃也, 生物之以息相吹也. 天之蒼蒼, 其正色邪? 其遠而無所至極邪? 其視下也, 亦若是則已矣. —『莊子』「逍遙遊」
☆… 장자(莊子)는 우주 대자연을 집으로 삼아 사유(思惟)한다. 자신의 몸 또한 하나의 우주이고 대자연인 까닭이다. 생명의 바다에서 곤(鯤)이라는 대어로 살다가 하늘에 올라 대붕이 되어 난다. 무한 창공을 거침없이 날아가는 거대한 생명체, 그것이 장자의 사유(思惟)이다.
☆… 장자(莊子)의 논리에 의하면, ‘나’라는 의식을 가지기 전에 사람은 자연(自然) 그 자체였다. 하늘도 자연이고, 땅도 자연이며, 태양도 자연이고, 구름도 자연이며 바람도 자연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하늘이기도 하고, 땅이기도 하고, 태양이기도 하고 바람이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사람의 존재는 무한하고 무궁하였다. 그러나 일단 ‘나’라는 의식을 가지고 난 뒤에는 자기의 육체만이 나의 전부가 되었다. 지구상에 70억의 인구가 살고 있다고 한다면, 몸이라는 개체로 말하면 ‘나’는 70억분의 1에 불과한 왜소하고 미미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 우주에는 지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한한 공간이 있다. 이 무한한 공간에서 보면 ‘나’는 무(無)에 가까운 존재이다. 또 무궁한 시간에서 보면 ‘나’의 일생은 찰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나’라는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은 너무나 왜소하다. 장자는 이를 구만리 상공에서 바라본 그런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구만리 상공에서 땅위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바라보면 마치 바람에 날리는 한 점 티끌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곤(鯤)이나 붕(鵬)은 물론 상상의 동물이다. 장자가 이 상상의 동물을 등장시킨 것은 아무 걸림이 없는 삶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방편이다.
☆… 저녁 10시 20분(한국시간 12시 30분) 방콕국제공항에 안착했다, 카투만두행 비행기는 내일 오전 10시에 있으므로, 일행은 공항 인근에 있는 <Miracle Suvarnahbumi Hotel>에 투숙했다. 지난 4월 2014-드락마르푸리 초등원정대도 이 호텔을 이용했다고 했다.
▶ 2014년 9월 10일 (수요일) * [제2일] ; 방콕공항-네팔 카투만두
* [카투만두 트리부반공항의 영접] — 생화로 엮은 카타를 걸어주는 툭텐 사장
☆… 오전 10시(우리나라보다 2시간 늦은 태국시간), 방콕공항에서 타이항공편으로 카투만두행 비행기를 탔다. 호산아에게는 작년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다녀간 지 꼭 1년 6개월만이다.
네팔의 카투만두 트리부반공항에는 <아세아트레킹(ASTREK)>의 툭텐(Tukten Sherpa) 사장이 운전기사와 비서 등을 대동하여 미니버스를 대기시켜놓고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툭텐 사장은 네팔의 방식대로 우리를 환영하는 세리모니를 베풀었다. 우리 일행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홍색과 노란색의 금잔화로 엮은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열렬히 환영했다. 네팔에서는 전통적으로 반가운 손님을 맞거나 떠나보낼 때, 카타(Kata)라고 하는 실크목도리를 걸어준다. 오늘은 특별히 생화(生花)로 만든 카타를 걸어주었으니, 특별한 영접이 아닐 수 없다.
☆… 툭텐 사장은 이상배 대장과 오랜 동안 교류하며 깊은 신뢰와 형제의 우의를 지니고 있다. 이번 우리의 트레킹에도 툭텐의 <아스트렉>은 우리의 히말라야 트레킹에 필요한 모든 편의를 제공해 준다. 카투만두에서의 호텔을 잡아주하거나 우리가 이동할 때마다 차량을 제공하고 또 산행에 필요한 가이드와 포터 등을 구성하여 지원한다. 가이드는 현지의 안내하거나 식당이나 게스트하우스 등을 연결하는 등 모든 일을 수행하고, 현지인인 포터들은 우리의 카고백을 지고 동행하게 된다.
☆… 우리가 투숙한 <삼사라호텔>은 카투만두 시내의 한 복판에 위치해 있는데, 지난 해 안나푸르나 트레킹 때에도 투숙하여 나에게는 무척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아스트렉의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매우 조용하고 깔끔한 호텔이다. 이상배 대장과 한 방을 썼다.
* [한식당 <빌라에베레스트>의 만찬] — 입산 전야, 한마음을 다지며 건배!
☆… 저녁 식사는 호텔에서 가까운 레스토랑 <빌라에베레스트>에서 양념오리구이로 했다. 이 식당의 사장은 ‘앙도로지 셀파’로 일찍이 네팔 공사현장에서 한국요리를 담당하다가 한식요리를 배워 한식전문요리사가 되었다. 특히 대구의 영남대 산악부와의 인연이 깊다. 그는 한국어도 유창하고 한국에도 수차례 다녀갔다. 한국의 산악인 박영석과 같이 이 식당을 운영하다가 박영석이 지난 2011년 10월 안나푸르나 남벽에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는 등반을 하다가 강기석, 신동민 대원과 함께 실종되고 나서, 앙도로지 단독으로 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필자와는 작년에 이어 두번째 만남이다.
☆… 오늘 우리 대원은 모두 험난한 히말라야 트레킹을 앞두고 모두 긴장한 상태, 히말라야 트레킹에 처음 참가하는 사람이 많은지라 식사를 하면서 이 대장이 각별한 당부를 했다. 히말라야는 히말라야의 룰이 있으므로 다소 불편하더라고 서로 마음을 모으고 함께 즐기는 트레킹을 하자고 하면서 ‘No Problem!’을 제의했다. 이 말은, 원래 아무리 어려운 문제가 생겨도 늘 여유 있게 대처하는 네팔인 낙천성(樂天性)을 나타내는 말인데. 이 대장은 그것을 우리가 산행하는 마음가짐으로 강조한 것이다. 사실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여행을 하는 경우, 자신의 개인적인 입장이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거나 조그마한 불편도 감내하지 못하는 경우, 일행의 분위기를 흐트러지고 만다. 특히 해발 3,000m 이상의 고도를 올라야 하는 여정에서 심신이 피로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히말라야 트레킹에는 견디기 힘든 고소증이 엄습해 오므로 전문가인 이 대장의 말을 ‘한마음’으로 따라야 한다. 다같이 건배를 하고 우의(友誼)를 다지고 단단한 마음의 결의를 했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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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침이슬 그리고 햇비 원문보기 글쓴이: 오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