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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리자고는 기절할 듯 놀랐다.
한밤중에 은밀하게, 모친에게 인사도 드리지 못한 채 떠나왔는데 1천 리나 떨어진 이곳의 수적 도주가 어떻게 그 일을 아는가 싶었다.
파 역시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큰 눈을 껌뻑이고만 있었다.
청구삼인은 잠시 무엇인가 생각하다 그 중 최후가 갑자기 일어나 황룡도인에게 큰절을 올렸다.
"청구의 이름 없는 늙은 것이 추의 대장군께 문후 올립니다."
청구삼인의 최명과 최술도 그제서야 황급하게 일어나 황룡도인에게 절을 올렸다.
곽리자고도 분위기에 눌려 청구삼인을 따라 큰절을 했다.
"고맙소. 아직도 이 늙은이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니 고마운 일이오."
황룡도인은 청구삼인의 손을 꼭 잡았다.
"오늘 낮에 나는 천부인의 깃발을 달고 요하를 지나는 상선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소. 그런데 30년 전의 약속이 이루어지는 해에
난데없이 천부인의 기를 단 배라 심상치 않게 느껴졌던 것이오. 한참 생각하다 그것이 고죽의 대군장 곽하문의 계책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소. 그것은 천부인에 관한 약조를 한 사람만이 생각해 낼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소.
그러나 일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함부로 속단할 수는 없었소. 그 배가 진짜 고죽의 대장군이 보낸 것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배를 습격하라는 명을 내리고 나는 섬 뒤에 숨어 동태를 살핀 것이었소. 나는 저 젊은이의 무예를 보고 단번에 고죽국 대군장의
아들임을 확신했소. 그래도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하여 내 재주 없는 아이를 저 젊은이와 대결케 한 것이오.
내가 여러분을 알아본 것은, 옛 청구의 철퇴를 알아볼 사람은 이제 몇 명 남지 않았는데 고죽의 대군장 곁에 있는 인물이라면 그
유명한 청구삼인밖에 더 있겠나 싶어서요. 일이 중대하여 그랬으니 너무 허물하지 마시오."
"대군장의 높은 안목에 절로 감탄이 나올 뿐입니다."
황룡도인의 눈은 곽리자고를 향했다.
"훌륭히 자랐구나. 범에게서는 범이 나온다고 하더니 바로 너를 가리키는 말이로구나. 그래, 이름이 어떻게 되느냐?"
"리자고라 하옵니다."
"나이는 어떻게 되는가?"
"스물다섯이옵니다.."
"너도 대충은 짐작하겠지만 나는 추의 대군장 을불이다. 네 아버님과는 30년 전에 단군 고열가 앞에서 맹세를 하였던 적이 있다.
반드시 단군을 모셔 한족을 쫓아내고 옛 땅을 찾겠다고 맹세했다. 이렇게 훌륭히 자란 너를 보니 이제 죽어도 한이 없겠다."
을불은 아들 파를 청구삼인에게 인사시킨 후 곽리자고 옆에 앉혔다.
"너희들은 비록 다른 날 태어났지만 한 날 한 시에 죽을 형제가 되느니라. 파가 리자고보다 한 살이 어리니 형님으로 대하라."
을파는 오래 전부터 아버지 을불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온 일이 실제로 눈앞에 벌어지자 싱글벙글 웃으면서
곽리자고에게 큰절을 했다. 곽리자고 역시 을파를 향해 공손하게 반절을 함으로써 형제의 예를 맺었다.
곽리자고와 을파는 두 마리의 과하마에 천부인의 거울과 방울이 담긴 궤를 싣고 준마를 타고 험독을 향해 북쪽으로 떠났다.
천복 일행 중 일부는 을불의 해성에 남아 곽리자고의 명을 기다리고, 나머지는 곽대인에게 결과를 알리기 위해 노용현으로 떠났다.
험독에 도착한 두 사람은 난감하였다. 험독성은 철저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30년 전 한무제는 이곳까지 쳐들어와 후일을 도모하지 못하게 해놓고 요하를 건너 철수했다.
험독은 고조선의 몰락을 보여 주듯 성터였다는 흔적만 있을 뿐 가축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을파가 요기를 위해 근처 산으로 사냥을 간 사이에 곽리자고는 야영할 곳을 찾아 불을 피웠다.
잠시 후 어깻죽지에 화살이 꽂힌 사슴 한 마리를 어깨에 맨 을파가 돌아왔다. 두 사람의 한끼로는 적당한 양이었다.
다음 날 아침, 곽리자고와 을파는 길을 나섰다. 누군가를 만나야 단군이 있는 곳에 대한 실마리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요하를 떠나 동쪽으로 길게 뻗은 혼강(渾江) 기슭을 따라 천천히 거슬러 올라갔다.
"내 생각에 단군은 이 근처 백 리 안에 계실 것 같네. 이 험독은 나라를 세운 땅이었기 때문일세. 내가 고구려의 대군장이었다면
단군을 반드시 이 근처에서 키웠을 것이란 생각이네. 설사 먼곳서 살았다 해도 30년이 지난 지금은 우리처럼 이 근처 어딘가에
있음이 분명할 걸세."
"나도 동감입니다."
을파가 곽리자고의 말에 끄덕였다.
두 사람은 점점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험독은 그 주변까지 철저히 파괴되어 사람의 그림자조차 발견할 수가 없어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저녁 어스름, 어느 계곡에 이르렀을 때야 겨우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였다.
산을 깍아 만든 밭에서 수수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큰 바위를 벽으로 삼아 풀로 지붕을 덮은 작은 집이 나타났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군. 오늘 밤은 저 집에서 신세를 지세."
두 사람이 그 집으로 들어섰을 때 뜻밖에도 이 산간 벽지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글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당 앞은 깨끗이 빗질이 되어 있어 작은 집이었지만 정갈한 느낌을 주었다.
헛간에는 산길을 잘 타는 조선의 토종마인 과하마가 매어져 잇었고, 그 옆에는 부경(창고)으로 보이는 작은 건물이 서 있었다.
곽리자고와 을파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장소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과 부딪쳤을 때 느끼는 당혹감 때문이었다.
"계십니까. 지나는 길손이 하룻밤 묵기를 청합니다."
곽리자고는 문을 향해 공손히 말을 했다.
글 읽는 소리가 그치고 잠시 후에 집 안에서 흰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신선 풍모의 한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들어오시오. 외지 사람을 본 지가 30년도 더 되는 것 같구려. 젊은이들이 이 산골에 무슨 일로 왔는지 모르지만 날도 저물고
했으니 누옥이나마 하룻밤 지내고 가시구려."
노인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위험이 있어 두 사람은 옷깃을 고쳤다.
"손님이 오셨으니 저녁 상을 보아라."
노인이 옆방을 향해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 노인 이외의 누군가가 있음이 분명했다.
곽리자고와 을파는 방으로 들어가 노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사냥을 나왔다가 길을 잃었습니다. 어르신이 아니었으면 이슬을 베고 잠을 잘 뻔했습니다."
"이곳엔 인적이 끊긴 지가 30년 가까이 되었소. 한때는 이곳에서도 사람이 많이 살았소. 30년 전에 큰 정쟁이 있었는데 그때 죽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들 대부분은 집을 잃어 이곳을 떠나 버렸고, 이제는 화전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만 수백 명 정도 남아 계곡에
흩어져 있소. 그 후로 짐승들이 부쩍 늘어 이곳엔 좋은 사냥감이 많기는 하오. 그런데도 사냥꾼조차 본 적이 없으니....., 내가
이곳에 자리를 잡은 지도 30년 가가이 되지만 타지 사람을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오."
"어르신은 화전이나 부치며 살 분이 아니신 것 같습니다만...., 어떻게 이런 곳에서 30년을 보내셨습니까?"
곽리자고는 노인의 범상치 않는 모습으로 미루어 혹시 아버지가 일러준 고구려 대군장 고막리한이 아닐까 하는 은근한 기대를
가졌다. 노인은 긴 한숨을 쉬었다.
"좋은 시절이 있었소이다. 여기서 30리 떨어진 곳에 대처가 있어 단군께서 그곳에서 백성을 다스리셨소. 나도 작은 벼슬을 얻어
그곳에 살았소. 하지만 한나라 군사가 쳐들어오자 모든 것이 변하고 말았소. 단군의 핏줄들은 철(徹)의 군사에게 모두 죽음을
당했고, 죄 없는 백성들은 죽지 않으면 떠나야 했소. 나도 전쟁 때 식구들을 모두 잃고 아들 놈 내와와 이곳으로 피난하여 간신히
목숨만 건졌소. 지금은 자식들은 모두 죽고 이 늙은 몸이 어린 손자에게 의지하여 살고 있을 뿐이오."
"단군의 핏줄이 전부 죽음을 당햇다구요?"
곽리자고는 가슴이 철렁하여 물었다.
"그렇소. 다만 단군의 셋째 유자가 어딘가 살아 있다는 풍문만 있을 뿐 확인된 바는 없소."
노인이 침통한 어조로 말했다.
곽리자고는 실망했지만 셋째 유자가 어딘가 살아 있을 것이라는 말을 위안으로 삼았다.
20대 초반의 사내가 저녁 상을 들고 들어왔다. 곽리자고와 을파는 사내를 보고 깜짝 놀랐다.
또렷한 이목구비, 희고 맑은 피부, 깊은 눈빛 등이 계집아이의 것처럼 보였다. 여자라면 짝을 구하기 힘든 미인이었을 터였다.
사내는 상을 내려놓은 후 잠시 눈을 들어 곽리자고를 바라보고는 아무 말 없이 나가 버렸다.
사내에게서 풍기는 야릇한 채취는 오랫동안 곽리자고의 후각을 자극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식사를 마치고 상을 물리자 노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젊은이들이 사냥을 나왔다니 한 가지 일러드릴 말이 있소."
노인은 문을 열고 손을 들어 산을 가리켰다.
"저 오른쪽에 있는 산이 호명산이고 왼쪽에 있는 산이 웅심산이오. 이름 그대로 호명산에는 호랑이가 많고. 웅심산에는 곰이 많이
살고 있소. 아주 오랜 옛날에는 호명산에 살던 사람들은 호랑이를 신으로 섬겼고, 웅심산에 있던 사람들은 곰을 신으로 모셨는데,
그 두 부족은 단군 왕검이 이곳에 나라를 열자 스스로 신하되기를 청했다고 하오. 웅심산에 사는 곰의 쓸개는 귀한 약재로 멀리
중국에까지 그 명성이 자자하오. 특히 보름달이 뜬 후의 반달곰의 쓸개는 그 크기가 엄청나서 명약 중의 명약으로 여겼소.
그렇지만 저 웅심산 족으로는 가지 마시오. 곰이 많다는 다웅곡에는 귀신이 살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소. 그러니 저 호명산으로
가시오. 그곳에는 호랑이 뿐만 아니라 그 먹이가 되는 맷돼지, 노루, 사슴 등이 많이 있소."
"귀신이라니오?"
곽리자고와 을파는 웅심산의 귀신에 흥미를 느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르오. 그곳에 갔다가 살아나온 사람이 없기 때문이오. 곰의 슬개를 탐내어 그곳으로 들어갔던
사냥꾼들도 모두 사라지고 말았소."
귀신이라....., 곽리자고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밤이 깊었으니 그만 잠자리에 드시오. 나는 다른 방에서 잘 테니 내 집처럼 여기고 편안히 쉬시오."
"고맙습니다."
노인이 물러가자 두 사람은 자리에 누웠다.
을파는 온돌에 등을 대자마자 코를 골았지만 곽리자고는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어쩌면 다웅곡의 귀신은 그들이 찾는 단군과 깊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그를 괴롭힌 것은 아까 본 사내에 대한 생각이었다.
말은 없었지만 그 날렵한 손놀림이나 다소곳이 올려다보던 눈빛 등이 무언가 호소하는 듯하였다.
특히 그 눈빛은 어쩐지 곽리자고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다음 날 새벽, 이른 식사를 마치고 곽리자고와 을파가 길을 떠나기 위하여 행장을 꾸리고 있을 때 노인이 두 사람 앞에 나섰다.
"젊은이들, 내 청이 하나 있소."
"말씀하십시오. 신세를 졌으니 그 갚음은 당연하지요."
"신세라니 당치도 않소. 청이란 다름이 아니라 내 손자 놈을 데려가 달라는 것이오. 나이가 이미 스물을 넘었는데 이 산골에 썩힐
수가 없어 늘 고민을 했소. 두 젊은이를 보니 영웅의 기상이 넘치니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손자 놈을 세상에 내보낼 수가 있겠소.
그 아이가 두 분을 귀찮게 하지는 않을 거요. 자기 몸을 지킬 무예도 약간 닦았고, 학문도 까막눈은 면했으니 스스로 제 몸은
추스릴 것이오. 초면에 이런 부탁은 누가 되는 줄은 알지만, 곧 죽을 늙은 목숨이 하는 부탁이니 제발 거절은 말아 주시오."
곽리자고와 을파는 난처했다.
중대한 일을 앞두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선 사내와 동행하기가 내키지 않았지만, 손자를 생각하는 노인의 마음을 매정하게 뿌리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어르신, 사실 저희는 개인적인 볼일로 이곳에 왔습니다. 어르신의 말씀을 퇴하기는 어렵지만 그 일이 너무 중대하기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지금은 곤란하고..... 그럼 ,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저 젊은이를 데려가겠습니다."
곽리자고가 완곡하게 거절을 했다. 그러나 노인은 의외로 완강하였다.
"나는 어제 죽을지 모르는 늙은 목숨이오. 무작정 젊은 영웅들을 기다릴 수는 없소, 제발 한 목숨 구제하는 셈치고 저 아이를
데려가 주시오."
곽리자고는 난처했다.
"형님, 그렇게 합시다. 저 청년이 우리 일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별상관이야 있겠습니까. 어르신의 말씀이 이토록 간곡하니
거절하는 것도 장부의 도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을파의 말에는 , 저 샌님 같은 젊은이가 설사 다른 마음이 있어도 어떻게 우리를 해칠 수 있겠는가 하는 자신감이 넘쳤다.
"아우의 생각이 그러하다면 나도 다른 생각은 없네. 그럼 어르신의 말씀에 따르도록 하지요."
"고맙소. 내 이제 눈을 편히 감을 수 있겠소, 영웅들은 하늘이 보내주신 분들이 분명하오. 진심으로 고맙소."
노인은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얘야, 이리 나오너라. 이분들께 인사를 올려라."
방문을 열고 나온 사내는 이미 먼 길을 떠날 복장을 하고 있었다.
등에 진 괴나리봇짐 아래 짚신이 달려 있었고, 죽봉을 들고 있었다.
"허락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이 산에서만 자라 아무것도 모릅니다. 대처까지만 데려가 주신다면 그 후로는 제 힘으로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잔일은 전부 제가 하겠습니다."
사내의 말소리는 가볍고 나긋나긋하였다.
곽리자고는 마음 한구석이 이유 없이 답답하였다. 어쩐지 이 사내와 동행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 와서 안 되겠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내는 노인에게 절을 하고 두 사람과 일행이 되어 길을 떠났다.
"웅심산으러 갈까 하는데 아우 생각은 어떤가?"
"형님 좋을 대로 하세요. 사실 나는 형님이 그곳으로 가시지 않으면 내가 떼를 쓸 심산이었습니다."
을피는 호탕하게 웃었다.
곽리자고는 사내를 흘긋 보았지만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럼 다웅곡까지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그 근처까지는 사냥하러 여러 번 갔지만 다웅곡에는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습니다."
사내는 곽리자고에게 그렇게 말했다.
곽리자고는 연약해 보이는 그가 다웅곡을 들먹이자 새삼 그를 다시 보았다.
"무섭지 않느냐, 귀신이 나온다는데."
을파가 물었다.
그 말에 그는 웃음을 흘릴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사내가 앞장서고 곽리자고와 을파는 그 뒤를 따라갔다.
웅심산으로 들어서고도 한참이 지났지만 노인의 말과는 달리 별다른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앞장서서 가는 그에게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그는 험한 산길을 힘들이지 않고 마치 산짐승처럼 빠르게 전진하였던 것이다.
"여기서부터가 다웅곡입니다."
그는 산등성이에서 저 아래 펼쳐진 계곡을 가리키며 말했다.
계곡에는 혼강의 지류가 흐르고 있어 마치 한 폭의 산수화 같았다. 세 사람은 곧장 다웅곡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담이 큰 곽리자고와 을파였지만 긴장이 되었다. 나무가 하늘을 가려 계곡 안은 컴컴하였다.
게다가 대낮인데도 어디에선가 산짐승의 낮은 울음소리가 기분나쁘게 진동하고 있었다.
을파는 앞장서서 긴 칼로 허리까지 오는 풀을 베며 길을 만들고 있었다. 그 뒤로 곽리자고가 전진하였다.
갑자기 주위가 밝아졌다. 험한 계곡 안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은 너른 평지가 펼쳐졌다.
들판에는 꽃과 풀들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고, 작은 냇물이 잔잔하게 흘러 마치 신선의 나라 같았다.
"형님, 저기 집이 한 채 보이는데요."
을파가 손을 들어 곽리자고도 이미 발견했던 초옥(草屋)을 가리켰다.
곽리자고는 마른 침을 삼켰다.
"가보자."
곽리자고는 앞장서서 길을 걸었다. 초옥에 당도하자 그는 큰 목소리로 주인을 청했다.
그러나 인기척이 없었다. 곽리자고는 다리도 쉴 겸해서 과하마를 문 밖에 매어 두고 초옥의 문을 밀치고 들어섰다.
두 사람도 따랐다.집 안에는 중앙에 세 개의 탁자가 놓여 있었고 그 중 하나에 단아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그래, 그대들은 내게 무슨 선물을 가져왔느냐?"
노인의 눈이 불처럼 훨훨 타올랐다. 곽리자고 일행은 어리둥절했다.
비록 그들이 원치 않는 방문객이었을 망정 초면에 선물 운운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저희는 아무것도 드릴 것이 없습니다."
곽리자고는 주인의 허락도 없이 남의 집에 들어온 것이라 될 수 있는 한 공손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네 놈들 목이라도 받아야겠다."
노인은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생각해서 대접을 해줬더니 이제 보니 망령난 늙은이로군. 자, 내목이 여기 있으니 재주껏 가져가지 그래."
을파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곽리자고는 그런 을파를 제지했다.
그 노인의 생김이 범연하지 않았을 뿐더러 그 말에 어떤 뜻깊은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노인장께서 왜 쓸모없는 저희의 목을 원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 이유가 합당하다면 웃으며 목을 드리겠습니다."
"어린것이 예의 하나는 바르구나, 이곳에 들어왔으니 살아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것이 내가 정한 법이다."
"이제 봤더니 이 늙은이가 바로 귀신이었군. 네 정체를 알았으니 살려 둘 수 없다. 무고한 사람들을 해친 죄를 내가 벌하리라."
을파는 곽리자고가 제지할 틈도 없이 큰 주먹을 휘두르며 노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노인은 냉소하며 을파의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
"그 미련한 주먹으로 파리 한 마리도 잡지 못하겠구나."
을파는 노인이 의외로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알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재차 공격하려는 순간 한 젊은이가 집 안으로 들어섰다.
거친 배옷 차림이였지만 준수한 용모에서 풍기는 위엄은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말해 주고 있었다.
갸름한 얼굴에 짙은 눈썹, 사려깊은 눈, 꽉 다문 입술 등으로 사람을 끄는 힘이 있는 30대 초반의 젊은이였다.
"젊은이들이 노인에게 너무 무례하구려."
낮지만 위엄이 서린 목소리였다. 을파는 자신도 모르게 노인을 향한 공격을 멈추었다.
노인은 그 젊은 귀공자를 향해 깍듯한 자세로 례를 올렸다.
그것은 충직한 가신(家臣)의 예로 사내가 높은 신분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어린것들이 예의가 없어 버릇을 고쳐 주는 중입니다."
"이들이 여기서 편히 하룻밤 묵게 해주시지요. 이들은 내 물건을 이리로 가져온 사람들입니다."
귀공자는 눈으로 마당을 가리켰다.
노인은 뜻모를 미소를 띠었다. 거기에는 곽리자고와 을파가 끌고 온, 오동나무 궤가 실려 있는 과하마 두 필이 기둥에 매어져 있었다.
그것을 본 곽리자고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장검을 뽑아 들었다.
"이제 보니 네 놈들은 산적이었구나. 남의 귀한 물건을 자기의 것이라 하다니 이 칼이 용서치 않으리라."
사내는 곽리자고의 호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인이 앉았던 의자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노인은 그 곁에 공손한 자세로 서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태연하고 자연스러워 곽리자고는 빼어든 장검을 어찌할 줄 몰랐다.
"그럼, 준비를 하겠습니다."
노인은 험악한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내만 남겨 두고 방을 빠져 나갔다.
"자, 앉으시오. 먼길 오시느라 수고 많았소. 나는 추나(鄒那)라는 사람인데, 30년 동안 곽씨 성을 가진 젊은이와 을씨 성을 가진
젊은이를 기다려 왔소. 혹시 손님들이 그들이 아니신지....., "
곽리자고와 을파는 기절할 듯이 놀랐다.
그러나 곽리자고는 혹시 하는 생각이 들어 부인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오. 그러나 그런 사람을 잘 알고 있소. 그들은 누군가를 찾고 있는데 그가 어떤 귀한 물건을
가졌다고 합니다. 공자는 혹시 그가 갖고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 아시오?"
"물론 알고 있소."
추나는 벽에 쳐진 곰의 가죽으로 만든 휘장을 들추었다.
그곳에는 찬연히 빛나는 석 자 정도의 청동 검이 벽에 걸려 있었다.
추나가 그검을 높이 들자 윙 하는 소리가 났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밝은 빛이 검에서 쏟아져 나와 방안을 가득 채웠다.
갑자기 마당에 매어 둔 과하마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과하마 위에 실려 있던 궤가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들석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내가 청동 검으로 궤를 가리키자 , 굳게 닫힌 궤가 활짝 열리며 방울과 거울이 가볍게 하늘로 날아 검을 향해 집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집 안은 밝은 빛으로 가득 차 곽리자고와 을파는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검과 방울, 거울이 화합하는 소리는 밝고 신비로웠다. 작은 집은 빛과 소리로 곧 터져나갈 듯했다.
그 빛과 소리가 사라진 후에야 두 사람은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어느새 거울과 방울은 추나의 청동 검 옆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무엇을 하느냐. 어서 단군께 문후를 올려라."
언제 나타났는지 노인이 곽리자고 일행에게 위엄 있게 명했다.
세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신은 곽하문의 아들 리자고입니다. 부친의 명을 받아 거울을 단군께 바치려고 고죽의 땅에서 여기까지 찾아왔습니다."
"신은 추나라의 군장 을불의 아들 파입니다. 이제 방울이 주인을 찾았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고맙구려. 30년 전의 약속을 이렇게 지켜 주었으니 우리 조선족의 앞날은 태양처럼 빛날 것이오. 그대들의 충성이 없었다면
어찌 오늘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겠소. 나는 단군으로서 그대들에게 맹세하리다. 그대들은 오늘부터 나와 한 피를 나눈
형제들이오. 내 자식의 피가 그대의 칼에 묻는다 할지라도 용서하겠소.
자, 이리 앉으시오. 이 세 개의 탁자는 30년 전에 준비된 것이오. 이제 나머지 두 개의 탁자가 제 주인을 만났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이오."
곽리자고와 을파는 추나의 손에 이끌려 탁자에 앉았다.
작게는 아버지 엄명을 완수하였고 크게는 한 나라의 업을 반석에 올렸으니, 두 사람의 가슴은 감격으로 터질 듯하였다.
"이분은 어렸을 때부터 나를 키워주신 고구려의 대군장 고막리한 어른이시오."
추나는 옆에 서 있는 노인을 소개했다. 곽리자고와 을파는 큰절을 올렸다.
"저희 부친께서 대장군의 우레와 같은 존함은 익히 들어 왔습니다. 이제 이렇게 뵈오니 그 이름이 헛되지 않음을 알겠습니다."
곽리자고는 정중하게 아뢰었다.
"너희가 정말 대장부로 자라 주었구나. 이제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
너희는 단군을 잘 모셔 부디 늙은이들이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내야 한다. 한족을 몰아내고 다시 조선족의 나라를 열어라."
"그 말씀 평생 뼈에 새기고 살겠습니다."
"내 오늘이 있기를 기다려 왔다. 30년 전 한나라의 유철이 험독성을 쳐들오와 많은 백성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갈 때에도 나는
오늘을 기다리며 차마 죽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 동안 단군을 지키기 위해 다웅곡 깊은 계곡에 숨어 지내왔다.
나는 화전민 틈에 섞여 오늘을 손꼽아 기다리며 질긴 목숨을 이어온 것이다. 포악한 유철이 단군의 유자가 살아 있다는 소문을
듣고 사람을 풀어 그 행방을 찾기에, 나는 할 수 없이 이곳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전부 벨 수밖에 없었다. 며칠 전부터 벽에 걸린
검이 울기 시작하여 너희들이 이곳 가까이에 왔음을 알았다. 이 천부인은 그옛날 하늘의 지배자 환인이 그의 아들 환웅에게
하사한 것으로 하늘의 뜻을 전하는 신물이다. 너희들이 이곳에 온 것은 하늘의 뜻이니 이제 고조선은 반드시 옛날의 영화를
되찾을 것이다."
그동안 일어났던 일을 간략하게 이야기하는 동안 고막리한의 눈에서는 감격을 이기지 못하고 이슬이 맺혔다.
그는 말을 마치자 갑자기 생각난 듯 곽리자고, 을파와 동행한 사내에게 눈을 돌렸다.
"저 젊은이는 누구인가. 그대들의 가신인가?"
"아닙니다. 오는 길에 우연히 만나 이곳까지 동행한 젊은이입니다."
"그래? 그것 참 이상하군."
고막리한은 사내 앞으로 다가가더니 함참을 지켜보다가 일성대갈을 했다.
"이 요망한 것! 감히 누구를 속이려 드는냐. 어서 정체를 밝혀라."
곽리자고와 을파는 깜짝 놀랐다. 사내는 고막리한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소녀 이제 무엇을 숨기겠습니까. 소녀는 화전민의 딸로 이름은 아화(阿火)라 하옵니다. 소녀의 할아버지는 유의 대군장 밑에서
녹을 먹던 벼슬아치로 한에게 나라가 망하자 이곳까지 흘러들어 이제는 산을 갈아 근근이 먹고 사는 화전민이 되었습니다.
저희 할아비는 늘 고향을 그리워하며 단군의 유자께서 살아 계시다는 소문 하나로 사는 보람을 찾곤 했습니다. 소녀의 아비는
곧 죽었기 때문에 할아비는 소녀가 늘 아들이었으면 하고 바라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녀자 일 대신에 무예와 병법을 익혔
습니다. 언젠가는 제 무예가 조그마한 도움이 되어 조선족의 나라를 다시 열 수 있게 되는 것이 할아비의 소원이었고 동시에
소녀의 소원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두 분 영웅께서 우연히 만나 그 기상이 범상치 않음을 보고 제 할아비는 소녀를 두 영웅께
맡기신 것입니다. 이제 할아비의 소원대로 단군을 뵈었으니 부디 저를 거절하지 마옵소서. 소녀 비록 병장기를 들고 적의 목을
치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단군 곁에서 나라를 찾는 일에 보탬이 되도록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아화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간절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게는 할 수 없다. 조선족에 아무리 사람이 없기로서니 아녀자를 적의 칼 앞에 세우겠느냐."
"고막리한은 단호한 어조로 아화의 청을 퇴하였다. 그녀는 눈물만 흘릴 뿐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준비되었습니다."
고막리한이 아화에게 눈길을 거두고 추나에게 고했다.
추나는 난처한 눈길로 흘긋 보고는 고막리한을 따라 일어섰다.
고막리한은 곽리자고와 을파에게도 따라 나서라는 눈짓을 했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제단이 준비되어 있었다. 조금 전 고막리한이 밖으러 나갔을 때 설치한 것 같았다.
추나는 제단을 향해 큰절을 세 번 올렸다.
"하늘의 지배자이신 환인님께 고합니다. 이제 추나는 환인님의 보물을 가져온 곽리자고와 을파와 형제의 피를 나누려고 합니다.
저희 세 사람은 비록 다른 날 태어났지만 한 날 한 시에 죽을 형제가 되었음을 알리옵니다."
곽리자고와 을파도 추나를 따라 제단을 향해 세 번 절을 했다.
이로써 세 사람은 피보다 더 진한 형제가 되었다.
죽음만이 이들을 갈라 놓을 수 있다는 끈끈한 유대감이 이들 세 젊은이의 핏속에 흘렀다.
의례를 마치자 마당에서는 흥겨운 잔치가 벌어졌다.
고막리한이 준비해 둔 술과 음식은 희망에 가득 찬 세 젊은이들의 흥을 돋워주었다. 그 무렵이었다.
언제 준비해 두었는지 아화가 고운 여자의 옷으로 갈아 입고 가슴에 공후를 안은 채 사뿐히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세 사람은 그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막 하늘에서 내려온 월궁항아(절세미인을 이르는 말)도 저렇게 아름답지 못할 것이다.
"소녀가 세 분 형제를 위하여 노래를 불러 이 기쁜 자리를 더욱 빛낼까 합니다."
아화는 공후를 타기 시작했다.
아화의 손길이 닿은 공후에서는 기쁨과 탄식, 사랑과 이별의 곡이 물 흐르듯 쏟아져 나왔다.
세 젊은이는 흥취가 도도했다. 멀리서 고막리한이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을 토했다.
고막리한의 돌연한 죽음으로 추나 일행은 고토 회복을 위한 대장정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사냥을 나갔던 고막리한은 들짐승에게 갈갈 찢겨, 그가 들고 나간 맥궁과 몸에 걸친 옷이 아니었다면 누구의 시신인지 확인조차
할 수 없었을 터였다. 추나는 매우 슬퍼하였다. 그에게 고막리한은 친부모나 다름없었다. 세 살 때부터 추나는 그의 손에서 자랐다.
그는 단군이 지녀야 할 덕목에 대해 가르친 스승일 뿐 아니라 한의 자객으로부터 목숨을 지켜 준 은인이었고 생활을 해결해 준
부모였다. 또한 그는 추나가 20세가 되자 천부인에 대한 비밀을 말해 주며 그날을 준비하도록 이글어 준 참모이기도 했다.
고막리한의 장례가 끝나자 네 사람은 앞으로 할일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했다.
이 영광스러운 모임에 아화가 포함될 수 있었던 것은 아화를 반대하던 고막리한의 죽음이 가져다 준 의외의 결과이기도 했다.
아화가 먼저 입을 열었다.
"먼저 곽 영웅과 을 영웅께서는 해성으로 돌아가시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그런 연후에 군사를 이끌고 와서 험독성을 다시
쌓아 단군의 위엄을 높이시는 것이 순서일 줄 압니다. 험독은 단군 왕검께서 나라를 연 곳으로 나라를 되찾으려는 왕도로
그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듯합니다. 여기 계신 단군님은 제가 수발을 들겠습니다."
단 한 치의 틈새도 없는 말이었다.
곽리자고와 을파는 다른 의견이 있을 리 없었다.
그들은 추나와 아화를 다웅곡에 남기고 한 달을 기약하고 길을 떠났다.
帝國(제국)의 神話(신화)중에서......
4부에서 계속....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가장 所重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香氣로운 맛과 훌륭한 作品은 希望과 勇氣가 용솟음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올려주신 高貴하고 神秘한 秘境은 언제나 변함없이 맑고 寶石같이 빛나며 새로운 소식을 돋보이게 하고 自然의 風景과 잘 어우러 지시고 歲月이 흘러 멋진 모습 感銘 받았으며 職分에 최선을 다하며 또한 주어진 일에 調和가 잘 어울리는 모습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아화와 추나 사랑 3 좋은 글 감사한 마음으로 즐감하고 나갑니다 수고하여 올려 주신 덕분에
편히 앉아서 잠시 즐기면서 머물다 갑니다 항상 건강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아화와 추나의 사랑,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고맙습니다.
아화와 추나의 사랑3, 감사합니다,항상 감사합니다.건강하세요!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아화와 추나의 사랑 3. 재미있고 좋은 글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감사합니다
아화와 추나사랑 잘 보구갑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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